독서 자료

책의 비난!

[중산] 2011. 6. 24. 13:33

 

권력자들은 온갖 기발한 이유로 책들을 비난하고 추방한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칠레의 모든 도서관에서 『돈키호테』를 없애버린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가 그 소설에서 시민불복종을 옹호하는 구절을 읽었다는 이유였다. 또 얼마 전에 일본 문화부 장관이 『피노키오』를 비난한 이유는 더 기막히다. 고양이가 맹인 흉내를 내고 여우가 절름발이 흉내를 내면서 장애인을 우롱했다는 이유였다. 2003년 3월, 당시 추기경이던 요제프 라칭거(2005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되었다)는 해리 포터가 기독교 정신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어, 어린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오즈의 마법사』(이단적 믿음의 온상)부터 『호밀밭의 파수꾼』(청소년기의 위험한 역할 모델)까지 온갖 책들이 기기묘묘한 이유에서 금서라는 낙인이 찍혔다.

 

 

우리 시대에 정부의 검열은 과거만큼 극단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1996년 3월, 프랑스 문화부 장관 필립 두스트 블라지는 오랑주 시의 시장 - 장 마리 르 펭 극우정당 당원 - 의 문화 정책에 반대하며, 그 도시의 시립 도서관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3개월 후 언론에 발표된 보도에 따르면, 오랑주 시립 도서관 사서들이 시장의 지시에 몇몇 서적과 잡지를 서가에서 치운 것으로 밝혀졌다. 르 펭의 추종자들이 달갑게 생각지 않는 출판물, 그들의 정당에 비판적인 작가들의 책, 진정한 프랑스 문화의 유산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외국 문학(예컨대 북아프리카 민담) 등이었다.

 

 

검열자를 비롯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독서가는 자신이 읽는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2001년 9월 11일에 있었던 사태의 여파로, 미국 의회는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나 일반 서점에서 판매한 책에 대한 기록 열람권을 연방 수사기관에 허용하는 조문이 담긴 애국법을 통과시켰다. 전통적인 수색영장과 달리, 이 새로운 법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범죄의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들이 점찍은 사람이 용의자라는 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의무도 없다. 도서관 직원들은 용의자에게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귀뜸조차 해줄 수 없다. 애국법 때문에 미국의 많은 도서관은 당국의 압력에 머리를 조아리며 구입하는 책을 선정하는 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밤의 도서관”에서 극히 일부요약 발췌,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박사 번역, 세종서적>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자 비평가, 번역가, 편집자이다. 십대 후반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고, 시력을 잃어가던 그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다. 전에도 유별나게 책을 좋아했지만 이 만남을 계기로 망구엘은 더욱 독서에 탐닉하게 되고, 그에게서 얻은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독서의 역사』, 『나의 그림 읽기』, 『독서일기』,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상상의 장소들에 관한 사전(The Dictionary of Imaginary Places)』등을 썼으며, 이를 통해 메디치 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정부에서 예술·문화 훈장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82년, 캐나다로 이주했으며,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재!  (0) 2011.06.24
말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0) 2011.06.24
마음!  (0) 2011.06.24
생존!  (0) 2011.06.24
여행을 시작하라  (0) 201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