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국가에 순종하는가? - 국가의 역할
국가의 핵심적인 장점은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는 폭력을 법률로 금지하여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반면 국가의 핵심적인 결점은 대외적인 무력의 사용을 촉진하고, 민주적인 제도 내에서 개인이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점은 국가가 권력을 주요한 목표로 삼는다는 데 있다. 국가의 과도한 권력은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부각하고 국민의 자유를 축소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이는 곧 성숙을 저해하는 개인의 무력감을 낳게 된다. 개인적인 무력감의 예방이 작은 도시국가로 회귀하는 것으로 달성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산업화 이전 시대로 회귀하는 것만큼이나 복고적인 일이다.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의 역할을 연방 정부 혹은 중재재판소에 역할을 국한시키고,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집단에게 긍정적인 정치적 창의성을 점차적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국가의 본질은 국민의 집단적인 힘을 축적하고 있는 저장고라는 점에 있다. 이 힘은 내적인 힘과 외적인 힘, 두 가지로 나뉜다. 내적인 힘은 법률과 경찰이고, 외적인 힘은 군대에 체현되어 있는 전쟁 수행력이다. 국가는 단일한 정부가 명하는 대로 단합된 힘을 사용하는 특정지역 주민들의 단체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문명국가의 경우 국민에 대한 무력 사용은 과거에 제정된 법률에 의거해서만 실행에 옮겨진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무력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외국인에 대한 무력 사용은 거의 예외 없이 현실의 혹은 가상의 국가적 이익에 의거해서 실행에 옮겨진다.
국가 권력은 국내의 반란과 대외적인 패전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이런 제한 사항에 구속을 받기는 하지만 국가 권력은 절대적이다. 현실적으로 국가는 과세를 통해서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고, 혼인과 상속 법률을 정하고, 국가가 혐오하는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다른 국가에 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을 사형에 처하고, 전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 때면 언제라도 건전한 신체를 지닌 남성들에게 전투에 나가 목숨을 내걸라고 명령한다. 국가의 의도와 견해에 어긋나는 의견을 내놓는 행위가 곧 범죄가 되는 일들이 숱하게 많다.
사람들이 국가 권력에 순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전통적인 이유와 대단히 현대적이고 절박한 이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국가에 순종하는 전통적인 이유는 군주에 대한 개인적인 충성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봉건 제도 아래에서 성장했으며, 그 영토는 원래 봉건 군주들의 소유였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이유는 계속 쇠퇴해왔고 오늘날은 일본 그리고 그 정도가 미약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 의미를 상실했다. 동족 의식은 민족국가의 단합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지만 그것에만 의지해서는 민족국가의 강력한 단합을 달성할 수 없다. 민족국가의 강력한 단합은 대개 두 개의 터무니없는 공포심을 토대로 형성된다. 하나는 내부의 범죄와 무질서에 대한 공포심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공격에 대한 공포심이다.
국가를 형성시키는 동족 의식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국가를 강화시키는 공포심 역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당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말고도 민족국가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종교적인 양상을 띠는 애국심이다. 애국심이 깃든 종교적인 요소는 교육, 특히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에 의해서 강화된다. 물론 이것은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다. 애국심은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애국심이 지향하는 선은 전체 인류를 위한 선이 아니라 자기 나라만을 위한 선이다. 그러나 종교로서의 조건을 충족하는 종교는 우리에게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서 애정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인간의 공통된 필요를 파악함으로써 우리의 목적을 보편화한다. 기독교는 유대교 내부에서 이런 변화를 이루어냈다. 이런 변화가 이루어져야만 단순한 민족 종교의 폐해를 씻어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버틀란트 러셀 지음, 역자 이순희 님, 비아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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