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제도다 - 전쟁의 본질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사실은 경제적인 것이나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인류의 대부분이 화합보다는 충돌을 지향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개인 생활에서뿐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할 때 자신을 남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보다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부각시키려는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다툼을 하고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충동,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충동이 있다. 전쟁을 야기하는 것은 신중하게 계산된 사리 추구의 동기가 아니라 바로 이런 충동이다. 평화주의자들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이따금 공동체 전체를 사로잡는 전쟁에 대한 충동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과 경제 구조, 그리고 도덕적 원칙의 광범위한 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모든 문명국가에서는 두 세력이 얽히면서 전쟁이 일어난다. 극히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평상시에도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전쟁을 예언하고 그런 예상을 하면서도 전혀 언짢아하지 않는다.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 아닌 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이 임박하면 사람들은 전쟁열에 사로잡히고, 원래 호전적이던 사람들은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전쟁열을 고취하는 충동은 평상시에 일부 사람들을 호전적인 성향으로 몰아가는 충동과는 크게 다르다. 평상시에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개 교육받은 사람들뿐이다. 그들은 다른 나라가 자기 나라가 관여하는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생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과 그들보다 아는 것이 적은 사람들을 가르는 것은 본성이 아니라 지식일 뿐이다.
오늘날 여러 국가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수많은 충동들은 그 자체가 활기찬 혹은 발전적인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상력과 모험에 대한 애호가 없으면 사회는 머지않아 정체되고 부패하기 시작한다. 파괴적이고 잔인무도하지 않은 한, 갈등은 인간의 행동을 고취하고 살아 있는 것이 죽은 것이나 인습적인 것을 뛰어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이 파괴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떤 대의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감이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죽음, 파괴, 증오가 낳은 사악한 결과를 파괴하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쟁이 이런 충동들의 배출구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런 충동들을 유지하는가 하는 것이다.
일부 평화주의자들과 모든 군국주의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런 면에서 군국주의자들은 우익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평화주의자들은 그릇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정당 간의 갈등, 자본과 노동 간의 갈등, 그리고 전쟁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근본 방침의 갈등은 수많은 이로운 결과를 낳는 반면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갈등들은 공적인 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큰 폐해 없이 경쟁을 즐기는 감정의 배출구를 제공하며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기여한다. 정치 활동을 강화하는 모든 요인들은 전쟁의 욕구를 야기하는 관심과 똑같은 종류의 관심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창의성, 능력,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이것이 자신의 인생을 편협한 소심함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제공한다.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버틀란트 러셀 지음, 역자 이순희 님, 비아북 >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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