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을 찾다 - 소유와 분배
어떤 경제 체제의 효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드느냐 또는 분배적 정의를 보장하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의 본능적인 성장을 가로막지 않느냐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경제 체제는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인간의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둘째, 창의적인 충동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생산을 증대하는 열광적인 태도는 인간의 사고를 훨씬 중요한 문제들에서 벗어나게 했다. 근대적인 방법을 이용하면 상당수의 인구는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고도 일용품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과학적인 지식과 예술, 더 널리 확산된 지식과 정신적 발전, 임금노동자들의 더 많은 여가,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왜곡된 경제 체제로 인해 이 모두는 사치품을 생산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설 가운데 이의 제기가 가장 적은 것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가설이다. 즉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고, 여성과 아동을 노동자로 고용하고, 효율성이 저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노동시간을 최대한도 늘려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생산제일주의는 너무나 불합리하고 무자비하다. 사람들은 생산이 되기만 한다면 무엇이 생산되는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우리의 경제 체제 전체가 이런 견해를 조장한다. 실업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종류의 노동이냐를 따질 것 없이 일체의 노동을 임금노동자들에게 이로운 일로 둔갑시킨다. 생산을 증대하려는 열광적인 태도는 인간의 사고를 훨씬 중요한 문제들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가 노동생산성의 증대로 이익을 누리는 것을 차단한다.
현재의 분배 체계는 어떤 원칙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복에 의해서 부과된 체계로부터 비롯해서 정복자들이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편성된 제도가 법률에 의해서 정형화된 것으로 단 한 번도 근본적인 개조를 거친 적이 없다. 분배 체계의 개조는 어떤 원리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까? 분배 체계의 개조 방안으로 가장 널리 주창되는 사회주의는 그 주된 목표를 ‘정의’에 둔다. 사회주의는 현재의 불평등한 분배 체계는 부당하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려고 한다. 사회주의의 핵심 이론은 요구 혹은 수행되는 노고에 편차가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공평성 하나만을 경제 체제 개조의 근간을 형성하는 원칙으로 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공평성이 확보되더라도 공평성 그 자체가 새로운 생명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오늘날의 노동운동은 변화를 야기하는 핵심적인 원천이지만 그 속에는 개혁 세력이 마땅히 경계해야 하는 여러 경향들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본질적으로 공평성을 지향하는 운동이며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 토대를 이루고 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도덕적인 견지에서 볼 때 반격을 가할 여지가 없으며, 편견과 독선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대항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의 모든 사상들은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고 노동운동을 지탄하는 사상은 전설 속에 묻혀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운동이 생명에 이로운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다.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버틀란트 러셀 지음, 역자 이순희 님, 비아북 >
<자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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