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다

[중산] 2011. 7. 20. 08:47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다

 

올해는 봄이 빠르다. 몹시 추웠던 날은 2월 초의 3, 4일뿐이었고, 입춘을 지나서는 최저 기온이 섭씨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중순에는 최고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어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일찍이 진달래와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여 풍경만으로 보자면 완전히 봄이다. 백목련도 예년보다 2주 정도 일찍 입춘이 지나며 피기 시작했다. 2월 하늘에 크고 흰 꽃이 3, 40개나 피면 다만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해진다. 그 순간 우리는 이대로 좋다고 짧은 시간이나마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국면이 있고,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과 행동 방식이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에베레스트 첫 등정에 성공했다고 하는 하늘을 찌르는 기쁨이나 한 송이의 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나 그 한순간 기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올해 백목련의 흰 꽃에서 내가 배운 것은 그 꽃이 필 때 동시에 나도 핀다는 것이다. 백목련의 꽃이 피고, 다만 그것뿐인데 공연히 기쁘고 행복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그것은 생각해 보면 꽃이 핀다고 하는 그 하나의 현상이 내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나는 곧 살아 있는 카메라 속의 필름과 같은 존재로서 바깥 세계의 대상을 받아들이며 그것에 따라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한편 그와 같은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필름이 살아 있기 때문으로 꽃이 피면 나도 또한 피고, 꽃이 지면 나도 또한 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생명이라는 필름은 바깥 세계의 온갖 대상에 감응하며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즐거움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그 감정은 생명의 가장 깊은 영역에서 작용하고 있는 공명 현상이란 본질에 뿌리를 두고 일어난다. 우리 몸 속의 유전자에는 우리가 식물이었던 때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기 때문에 꽃 한 송이가 피면 이웃 가지의 꽃도 동시에 피는 것처럼 우리도 절로 꽃 피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문명사의 시간을 걸쳐서 인류를 자연에서 억지로 떼어 놓는 방향으로, 도시 공간으로 상징되는 인류 독자의 문명 구조를 만들어 왔다. 물론 그 방향 역시 큰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류가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우리의 외로운 문명은 앞으로는 반드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향은 이제까지처럼 개인과 개인이 대립하며, 문명과 자연이 상반하는 방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밑바탕으로부터 조화를 이루고, 문명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된 새로운 발전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 백목련이 가르쳐 준 것은 이처럼 나의 문명관과 관련이 되는, 백목련이 피면 나도 피고, 백목련이 지면 나도 진다고 하는 생명의 근원적인 공명 현상에 대해서였다.<“여기에 사는 즐거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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