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희망이 되는 삶
기적의 주인공이 되라
세르비아계로 신앙의 자유를 찾아 호주로 이민을 오셔서 목회를 하시던 나의 부모님은 경건한 그리스도인이었다. 하지만 팔다리가 없는 자식을 낳고서는 하나님의 뜻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의사는 아기를 받아서 안아 주라고 권했지만 산모는 도리질을 치며 얼씬도 못하게 했다. “저리 치우세요! 보고 싶지도, 만지고 싶지도 않아요!” 아버지는 그날 병원 측에서 어머니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킬 틈을 주지 않았던 걸 두고두고 서운해 했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산모가 잠들자, 아버지는 신생아실로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병실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속삭였다. “여보, 근데, 애가 참 예뻐.”
열서너 살 무렵, 내가 태어날 때 어땠는지, 몸통뿐이라는 것을 처음 알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캐묻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새카맣게 몰랐다. 학교에서 짓궂은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돌아온 어느 날, 어머니는 팔다리가 없어서 미칠 것 같다는 나를 끌어안고 한동안 서럽게 우셨다. 그러고는 두 분이 깨닫게 된 것이 있다고 했다. 나를 이렇게 만드신 데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며, 언젠가는 그 전모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갓 태어났을 때 안아주기도 싫었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쳐다보기만 해도 끔찍하더라는 얘기까지 들었으니, 내 기분이 어땠겠는가? 그렇지만 그날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위해 해준 일들을 떠올려 보면 두 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에 대한 사랑을 수없이 확인시켜 주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놀라운 사건들 가운데 단연 으뜸은 나의 작은 왼발을 잘 쓸 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을 써서 몸을 굴리고, 걷어차고, 밀치고, 지탱했다. 부모님과 의사들은 이 왼발이 크기는 작을지라도 쓰임새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발가락은 두 개뿐이고 그나마도 태어날 때는 달라붙어 있었지만 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료진과 상의해서 두 발가락을 분리시키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발가락이 따로 떨어지면 마치 손가락처럼 펜을 쥐고 책장을 넘기는 등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팔다리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왜소한 발과 발가락 두 개로 해낼 수 있는 갖가지 일들이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자라면서 두 동생들과 사촌들은 얼마나 극성맞든지 내가 자기연민에 빠질 틈을 주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실감이 난다. 문득 외로운 느낌이 드는가?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음을 기억하라. 하나님은 사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으셨다. 인간이란 시시때때로 연약해지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중심에 단단히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몸이 조금만 더 ‘정상’에 가까웠더라면 세상 살기가 한결 수월했을 거란 아쉬움을 정말 오랫동안 품고 살았다. 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게 있었다. 굳이 정상이 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하늘 아버지의 자녀로서 주님의 섭리를 이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했다면, 환경이 아니라 내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닉 부이치치의 허그”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닉 부이치치 지음, 역자 최종훈 님, 두란노>
▣ 저자 닉 부이치치
세르비아 출신의 신실한 목회자인 아버지 보리스와 어머니 두쉬카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8세 이후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 아래 양육받았다. 부모의 교육 철학으로 정상인이 다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생회장을 지냈고, 오스트레일리아 로건 그리피스 대학에서 회계와 경영을 전공했다.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골프공을 치고, 컴퓨터를 한다. 15세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고, 19세 때 첫 연설을 시작한 이래 학생, 교사, 청년, 사업가, 여성, 직장인 및 교회 성도 등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해 왔다. 현재 미국에서 LIFE WITHOUT LIMBS(사지 없는 삶) 대표로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 MBC 최윤영의 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소개되어 많은 도전을 준 바 있다. 지금까지 30개 국 이상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HUG)』는 그의 첫 번째 책이다.
▣ 역자 최종훈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줄곧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취재, 기획, 번역 등 글을 짓는 일을 했다. 여행하고 사진 찍는 일을 일상의 즐겨찾기에 넣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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