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몬 삼나무 앞에 서다
숲에는 아무것도 아닌 보물이 끝도 없이 숨겨져 있다. 숲만이 아니다. 눈을 고요하게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바다나 산은 물론 강과 들에서도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조몬 삼나무(일본의 신석기시대부터 생존해 온 삼나무로 일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가 있다. 조몬 삼나무는 차로 갈 수 있을 만큼 간 곳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여 왕복 아홉 시간이 걸리는 산 속에 있기 때문에 섬 주민들도 자주 가보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을 먹고 만나러 가면 그때마다 다른 기쁨과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조몬 삼나무의 시간이라 불러도 좋은 특이한 시간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올 3월에 조몬 삼나무를 만나러 갔다. 그 사이 야쿠 섬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관광객이 부쩍 늘어났다. 조몬 삼나무는 상당히 가파른 산비탈에 자생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 나무 주위 흙이 유실되는 게 문제였다. 삼나무가 고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 스테이지 관람법으로 산비탈에 나무로 계단을 만들고 계단에 이어 역시 나무로 이삼십 명 정도는 편히 서서 조몬 삼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스테이지를 만들었지만 이 인공 스테이지 때문에 삼나무에는 가까이 다가가 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착잡한 기분으로 삼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 뒤 나무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 날 조몬 삼나무에서 내가 본 것은 한쪽 뿔이 꺾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버펄로였다. 한쪽 뿔이 꺾인 채 눈물을 흘리는 버펄로라는 도형으로 조몬 삼나무가 전하려고 했던 것은 자연 전체에 대한 우리들의 존경심의 결여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들은 최근 100년간, 혹은 200년간 자연을 존중하는 사회 풍조를 잃어버린 채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용인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태양계의 이제까지의 연령은 46억 년, 앞으로의 수명은 50억 년이라고 산출이 돼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지구 위에서 생물이 생존해 갈 수 있는 시간은 아직 길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호화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즐거움이 있어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내게는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좋고, 조몬 삼나무가 그렇게 하듯이 텃밭 한 귀퉁이에 놓은 통나무에 앉아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쉬는 시간이야말로 참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여기에 사는 즐거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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