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수도원에 도착한 레오나르도가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주방과 식당이었다. 그가 주방에 관심을 보이자 수도원장은 반색을 하며 레오나르도를 식당으로 데려가 빈 벽을 가리켰다. “선생,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아시고 이런 일까지 주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오. 선생을 이리로 보내셨으니 말이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식당 벽에 벽화를 그리고 싶어 했다오.” 수도원장의 말에 레오나르도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식당 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식사라……. 역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좋겠군요. 많은 화가들이 이 소재를 갖고 씨름했지만 숭고한 주제에만 집착하여 식탁 위의 요리들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저라면 여기 수도사님들이 식사 때마다 최후의 만찬에 참여하는 마음이 들도록 벽 앞쪽에다 식탁을 그리겠습니다.”
레오나르도는 드디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엄밀히 따지면 물감 타는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는 요리 재료의 색감을 찾는다며 살라이에게 물감을 섞게 했다. 물감이 섞어지면 종이 위에 칠해보고 퇴짜를 놓은 다음 다시 섞도록 했다. 바티스타와 수도사들이 차려놓은 식탁도 늘 트집거리를 찾아내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요리사들이 제대로 일을 못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직접 주방으로 뛰어들어 요리를 만들곤 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또 지나갔고, 어쨌거나 벽화가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벽화가 완성되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산타마리아 수도원으로 몰려들었다.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사원 내에 식당을 차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오나르도가 굳이 변명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복잡한 절차들이 필요했을 그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도비코는 자신의 무심함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 밀라노 외곽에 있는 자그마한 포도밭을 선물로 주었다. 자신의 소유지를 갖게 된 레오나르도는 스포르차 궁을 떠나 포도밭이나 가꾸며 살고 싶었지만 루도비코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프랑스군이 밀라노 가까이까지 진군해 왔던 것이다.
살라이, 바티스타와 함께 탈출에 성공한 레오나르도는 베네치아로 건너갔다. 이후 15년 동안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결국은 피렌체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레오나르도가 그림 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선언했다. 뜻밖에도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은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라는 장사꾼의 부인이었다. 레오나르도는 그녀를 모델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만큼씩 그림을 그렸다. 레오나르도는 한 번도 자신이 무엇에 매료되어 그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는지 설명한 적이 없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린 것처럼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모나리자’였다.
‘모나리자’를 계기로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제자들은 곧 실망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일거리를 의뢰받았지만 자신이 고안한 작업 도구를 제작한다는 이유로 붓 한 번 손에 잡지 않았다. 피렌체 의원회관의 벽화를 의뢰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레오나르도는 화면을 분할해서 그림을 제작하기로 약속해놓고 제자들이 맡은 부분을 모두 마칠 때까지 그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스승의 몫까지 제자들이 떠맡아야 했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역자 김현철, 각색 박이정님,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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