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끈
밀라노로 돌아간 레오나르도는 루이 왕으로부터 궁정화가들의 지휘를 맡으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로 인해 레오나르도는 루이 왕이 식도락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루이 왕을 통해 자신의 요리에 대한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했다.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한 요리를 궁리하던 중 200년 전에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도입해 왔다는 국수라는 것에 눈길이 간 것이다. 식탁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국수(마르코 폴로는 국수가 먹거리라는 사실을 빼먹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당시 중국에서 들여온 국수는 얇고 넓적한 형태의 것이었다.)라는 것이 실제로 음식 재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식탁 장식용으로 쓰이기 위한 것이라면 왜 굳이 식재료인 밀가루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된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그것을 음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나폴리 사람들이 먹는 파스타(당시엔 넓적한 빈대떡 모양이었음) 반죽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국수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굵기와 형태도 중국의 국수와는 조금 다른, 동그랗고 통통하게 변형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신개념 국수를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연구에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면발 뽑는 기계와 탄력과 강도를 실험하는 기계와 면발 늘리는 기계까지 설계해서 제작할 정도였다. 그는 기계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상태의 국수를 만들었다. 반죽을 실처럼 길게 뽑는 데 성공한 레오나르도는 그것을 적당히 잘라서 요리 재료로 썼다. 레오나르도는 이 신개념 국수에 이름을 붙였는데 ‘먹을 수 있는 끈(당시에 레오나르도가 붙인 이름은 스파고 만지아빌레였음. 오늘날의 스파게티)’이라는 이름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야심작을 대접받은 루이 왕은 ‘먹을 수 있는 끈’이란 이름의 요리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먹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삶아서 기름에 볶은 면은 미끌거리고 도무지 포크(당시엔 호화 저택이나 귀족들이 쓰는 이가 두 개 뿐인 커다란 포크가 있었음)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나이프까지 동원해서 가지런히 정리하여 포크에 올렸으나 곧 미끄러져 내렸다. 이 까탈스러운 요리를 먹기 위해 루이 왕은 열심히 노력하다가 지쳐서 그만 포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레오나르도는 면발의 강도와 맛에만 신경을 쓰느라고 먹는 방법까지는 배려를 하지 못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이 음식을 위한 도구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레오나르도의 요리에 대한 신념은 그를 계속되는 실패와 고난으로 몰아갔다. 그가 더 이상 요리에 매달리지 않을 만큼 시들어졌을 무렵 루이 왕의 뒤를 이어 청년 왕 앙리가 등극했다. 요리를 향한 길고 긴 레오나르도의 대장정은 마치 앙리를 위한 것이기나 한 것처럼 레오나르도와 앙리의 요리 취향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청년 왕 앙리는 예술 옹호자로 이름을 떨치기 원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모든 예술 분야의 실력자들을 우대했는데 특히 레오나르도라는 인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권좌에 앉자마자 레오나르도라는 인물의 엉뚱하고도 기이한 요리 편력에 흥미를 느끼고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끈’이라 이름 붙여진 요리를 대령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 주문은 지치고 시들어버린 레오나르도를 즉각 회생시켰다. 레오나르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소중히 챙겨두었던 요리 노트를 꺼내 들고 바티스타를 앞세워 주방으로 향했다. 스파게티를 만드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요리는 곧 완성되었다. 레오나르도는 오랜만에 긴장된 표정으로 앙리의 식탁에 스파게티를 차려놓고 반응을 기다렸다. 앙리는 우선 세 개의 이가 달린 포크를 보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이 요리를 위한 포크로군.” 앙리는 레오나르도의 설명에 따라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올려 한 입 가득 넣고 씹더니 얼굴 가득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음, 씹히는 감각이 훌륭해. 매끈매끈하고 탄력이 있는 면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몹시 궁금하군.”
젊은 왕 앙리는 자주 레오나르도의 부엌을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끝도 없이 레오나르도에게 새로 개발한 요리를 주문했다.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만 해도 벌써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하는 법을 개발했다. 그는 스파게티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찬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귀한 요리 재료들을 들여오는 것은 물론 최고의 맛을 낸다며 레오나르도는 손수 궁 뒷마당에 채마밭까지 가꾸었다. 그렇게까지 해가며 앙리의 입맛을 만족시키려 애썼던 레오나르도는 끝까지 스파게티 요리의 비밀만큼은 알려주지 않았다. 앙리는 그 요리 비법을 알아내서 프랑스의 국민 요리로 전파할 속셈이었지만 레오나르도는 수차에 걸친 앙리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개발한 이 요리를 전 인류에게 베푸는 최고의 선물로 간주했다.<“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역자 김현철, 각색 박이정님,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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