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기회가 되는 삶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넘어져도 좋다
나는 강연하는 도중에 일부러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서 얼마간 그 자세로 이야기를 계속할 때가 있다. 실패에 관한 내 철학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퍼포먼스다. 팔다리가 없으니까 제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중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어려서부터 바닥에서 일어서는 법을 스스로 익혔다. 몇 년 전 휴스턴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였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젭 부시 내외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한 큰 모임이었다.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여느 때처럼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집회장이 조용해졌다. 그것도 여느 때와 똑같았다. 나는 쓰러진 채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너나없이 가끔은 이렇게 쓰러지고 넘어집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한, 넘어짐은 실패가 아닙니다. 절대로 꿈을 잃지 마십시오.” 청중들은 깊이 빠져들었다. 그런데 다시 일어설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기 직전에 강당 뒤편에서 처음 보는 여성이 종종걸음을 치며 달려 나왔다. “도와드릴게요.”“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이것도 강연의 일부거든요.” “정 그러시다면….” 그제야 여인은 자리로 돌아갔다. 모르긴 해도 지켜보는 이들로서는 내가 몸을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그 아주머니가 제자리에 앉기를 목매어 기다렸을 것이다. 어떤 절차를 거쳐서 바닥에서 일어서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청중들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다들 나만큼이나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예전에 내가 고통하며 넘어졌던 경험들 하나하나가 다 감사하고 소중하다. 이제껏 맞부딪혔던 온갖 어려움들이 내게 참을성과 끈기를 길러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실패는 겸손한 성품을 길러 주기도 한다. 고교 시절, 회계학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다. 참으로 창피스러운 경험이었다. 다행히 담당 선생님이 용기를 북돋아 주며 개인 교습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회계학과 재무 계획 두 과목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잘 알려진 문필가 토머스 머튼은 이렇게 말했다. “겸손한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은 그 무엇도, 심지어 자신까지도 겁내지 않는다. 온전히 겸손하다는 건 곧 하나님 안에서 완전한 자신감을 갖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어떤 권세도 의미가 없으며 그 무엇도 장애가 될 수 없다.”<“닉 부이치치의 허그”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닉 부이치치 지음, 역자 최종훈 님, 두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