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과 함께라면 절대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에 대한 동경, 그리고 우정. 바로 이런 것들이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쉰 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싱글이라면 아마 더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쯤에서 위 세 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자. 당신은 혹시 나이가 들어 초라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가? 다른 건 몰라도 더 이상 서른 살과 경쟁할 나이는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당신의 존재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플라톤의 저서 『향연』을 알 것이다. 『향연』 속의 인간은 두 인간이 합체한 모습이었으며 두 개의 얼굴,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강하고, 용맹스러웠다. 또한 그들은 독단으로 신들에게 도전했고, 신들은 패배한 인간들에게 벌로서 몸을 둘로 나누는 형벌을 내렸다.
이렇게 반쪽이 된 우리는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고대 그리스신화와는 좀 다르다. 반쪽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여자나 남자 모두 혼자서도 설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독립적이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배우자나 애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때문에 그들은 당신을 위해 부모님을 대신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물로 친구도 되어주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슨 이야기든지 나눌 수 있을 만큼 신뢰감 있는 사람, 그리고 더러는 즐거움을 주는 코미디언도 되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다 보면 결국 주고받는 것에 균형이 깨지고, 그렇게 되면 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상대방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겠는가? 상대가 필요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과 상대를 사랑하기에 그를 필요로 하는 건 분명 다르다는 사실 또한 인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고독한 것’으로 잘못 이해한다. 쉰 살이나 되어서 ‘혼자 있는 것’을 고독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누구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는 사람, 혹은 남을 버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별의 고통과 아픔이 뭔지 잘 안다. 이 고통은 누군가를 잃었다는 상실감, 외로움, 버림받았다는 상처, 양심의 가책과 자책감 등 참으로 많은 감정이 복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혼자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은 맞지만 결코 홀로 있는 건 아니다. 당신 곁에는 책도 있고 그림도 있다. 힘이 들 땐 음악을 듣고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 예술 작품도 인간이 만든 것이며, 위대한 작품일수록 삶의 고통과 아픔을 아는 예술가가 창작하지 않았겠는가. 쉰 살이 되어 꼭 알아야 할 게 또 있다. 친구나 애인은 성급하게 찾아 나설 대상이 아니라는 것.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자 한다면 앞을 직시하고, 가슴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이 조건만 갖추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상대방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법칙인가!
20년간의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내가 되찾은 사색의 시간, 나는 내 영혼의 아픔을 다시 되돌아보고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혼자이고 싶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홀로서고 싶었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나는 내 결정에 따라 즐기고 행동하고 포기하는 것이 좋았다. 아울러 오랫동안 스스로 이런 삶을 원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즈음 나는 처음으로 ‘포기’한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고, 동시에 내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바로 꿈속에서나 그리던 남성을 만났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었다. 사실 그는 항상 내 주변에, 변함없이 한자리에 있었다. 다만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상처를 추스르는 데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늘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성을 찾는다는 것은 나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대신,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나머지 반쪽을 찾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을 유혹하는 법이기에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홀로 남기지 않는다.<“여자 나이 50”에서 극히 일부 용약 발췌,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역자 윤미원님, 눈과마음>
<엉컹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