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언어의 속삭임에 속지 말라
R(랄프 비너) : 쇼펜하우어가 자신이 쓴 글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증거로 출간 예정이던 자신의 전집 서문에 남긴 다음 글귀를 마치 그의 유언처럼 인용하고자 한다.
쇼펜하우어 : 수년 전부터 수천 명의 형편없는 작가들과 분별없는 인간들이 무지한 만큼이나 열심히, 조직적이고 신나게 저지르고 있는 치욕적인 독일어 훼손에 대한 분노에 가득 차서 나는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한다. “앞으로 나의 저술을 출판할 때 문장이든, 하나의 단어 음절 글자 구두점에 불과하든, 그것을 조금이라도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자는 나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R : 이로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즉, 『두덴DUDEN』(콘라드 두덴Conrad Dudenn이 편찬한 독일어 사전) 등을 근거로 쇼펜하우어의 언어를 ‘현대화’하는 것은 그가 기록으로 남긴 뜻에 비추어 당연히 허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이 푸랑크푸르트 현자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R : 언어는 쇼펜하우어의 실질이었다. 이 문제에서 그는 어떤 간섭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잠깐 암시한 것처럼, 그가 자신의 저작이 갖는 가치를 확신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다음 구절은 그 사실을 특히 잘 나타낸다.
쇼펜하우어 : 내가 요구하는 원칙은, 나의 철학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내가 쓴 모든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다작가多作家도, 편람 제조자도, 보수報酬나 장관의 박수를 받으려고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진리다. 나는 고대인들이 그랬듯 후일 나의 사상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하게 될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도록 그것을 보존하려고 쓸 뿐이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조금만 썼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서 썼다. 또한 때때로 철학 저술에서 문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어떤 철학자도 피할 수 없는 반복을 최소화하여 이미 한 말이 다른 곳에서 다시 나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므로 나에게 배우고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내가 쓴 모든 것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경험이 보여 준 바와 같이 나를 평가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앞으로도 계속 많은 재미가 있기를 바란다.
R :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짓는다.
쇼펜하우어 : 오늘날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책들이 한심한 까닭은 저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돈이 필요하면 앉아서 책을 쓴다. 그리고 독자들은 매우 아둔해서 그것을 또 산다. 그것의 간접적인 결과는 언어의 부패이다. 형편없는 많은 작가들이 신간이 아니면 읽지 않으려는 독자들의 어리석음 덕분으로 먹고산다. 그들은 저널리스트들이다. 그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것을 순수 독일어로 바꾸면 ‘날품팔이’가 된다.
R : 쇼펜하우어는 책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땅에 떨어진 것은 ‘돈벌이’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즉 그는 자신의 저술을 매우 낮은 가격으로 출판사에 내놓았고 때로는 사례금을 완전히 포기하기도 했다. 하긴 그가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기는 했다.
R : 그 당시 출판물들은 이 언어의 광신자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오류의 전시장 같은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쇼펜하우어는 언어의 파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불평한다.
쇼펜하우어 : 사람을 기겁하게 만드는 엉터리 말은 펼치는 책마다 쓰여 있다. 잘못된 것, 상스러운 것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고 흉내 내는 것은 소름끼치는 증상이다. 이 시대의 저술가들에게서는 오직 그들의 언어 파괴만이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훼손된 언어는 매독처럼 유전되기 때문이다. 만일 생각과 분별이 있는 학자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그런 짓을 제때에 막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언어 축약의 연구는 악마의 꼬리를 자를 정도로 발전해서 이제는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가 아니라 메피스토Mephisto라고 쓴다.
R : 여기서는 누구나 이 단어를 문학에 도입했던 클라우스 만Klaus Mann의 소설 『메피스토』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를 아리스토Aristo로, 크세노파네스Xenophanes를 크세노Xeno로 쓰는 것처럼 옳지 못한 언어 훼손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랄프 비너 지음, 역자 최흥주님, 시아>
달 뿌 리 풀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은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0) | 2011.08.04 |
---|---|
비워야 채워진다! (0) | 2011.08.04 |
작은 거장! (0) | 2011.08.04 |
바보로 태어난 자는 바보로 죽는다! (0) | 2011.08.04 |
그대 자신으로 살아라 (0) | 2011.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