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은 당신 게 아니다 - 무의식, 10분 전 레너드의 음모
내 안에… 나 있다: 〈메멘토〉(2000)의 주인공 레너드에겐 모든 것이 늘 낯설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여기가 어디지?”, “난 뭘 하고 있었지?”방금 있었던 일을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할 수 있는 건 단 10분. 10분을 넘기면 그의 기억은 말끔히 사라진다. 아내를 구하려다 머리를 맞고 쓰러진 날부터 그의 기억에 문제가 생긴다. 사건 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지만 사건 이후의 일은 깨끗이 증발해버린다.
늘 모든 게 새롭고 낯선 세상에서 그가 믿는 것은 자신이 남긴 메모뿐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 진실을 숨긴다. 또한 독특한 구성으로 관객에게 계속 앞 장면을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기억에 관한 영화로 관객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기발한 도발. 당신의 기억력은 안녕하신지?
마음속엔 우리가 모르는 기억이 있다: 사실 학문적으로 기억을 분류하는 것은 꽤나 복잡한 일이다. 통일된 분류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고, 다만 외현기억Explicit Memory과 암묵기억Implicit Memory이라는 개념만 알면 될 듯하다. 보통, 사람들이 기억이라고 말하는 것은 외현기억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기억(신생아실 창 너머로 처음 본 내 아이의 투명한 손가락, 오물거리는 입술) 또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기억(역사적 사실이나 수학 공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기억은 뇌 부위 중 해마Hippocampus와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서 다루어진다.
암묵기억은 저장되는 과정도, 나중에 상기되는 과정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기억이다. 자전거 타는 법, 첼로 켜는 법 등 어떤 기술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암묵기억 중 동작에 관한 기억은 기저핵Basal Ganglia, 감정에 대한 기억은 편도Amygdala라는 구조에서 다루어진다. 암묵기억과 그 암묵기억이 사람의 마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가설이 무의식에 대한 신경과학의 설명이다. 그런데 의식, 무의식, 여러 종류의 기억 등. 사람의 마음은 어쩌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졌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인류를 탄생시킨 이 별의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기억이 느낌을 만든다: 무의식적 정신활동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는 것처럼 단순한 것도 있지만 비 오는 날의 밤길 운전처럼 매우 복잡한 것도 있다. 이런 복잡한 현상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익숙한 상황에서는 의식이 개입하지 않는다. 비교에서 반응까지 모든 게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비교와 판단이 진행되려면 당연히 비교의 기준이 되는 기억도 무의식적인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참조되는 기억은 암묵기억이다. 어떤 자극에 대한 불쾌감을 기억하는 것은 암묵기억 중에서도 감정기억Emotional Memory의 한 예다. 이 감정기억이 우리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찾아낸 마음의 비밀은 실망스럽게도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다. 이성과 감성의 대립. 식상한 말이지만, 신경과학의 시각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그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도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의식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의식은 늘 감정을 앞세워 의식의 발목을 잡는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갈등과 타협. 그것이 프로이트가 생각한 우리 마음의 참모습이다. 그리고 그 무게중심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무의식 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다.<“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최병건박사 지음, 푸른숲>
붉 나 무 ; 옻나무과의 낙엽관목 ; 열매인 오배자는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약재와 잉크의 원료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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