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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당신을 속이는 법!

[중산] 2011. 8. 17. 12:41

당신이 사는 세상은 현실이 아니다

 

방어와 정신적 현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의 핵심은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의식은 어떻게 정체를 숨기는 것일까? 방어Defence라는 특별한 수법을 이용해서이다. 방어를 통해서 무의식은 실제와 사뭇 다른 뭔가를 만들어서 의식으로 보낸다. 우리는 그것이 자신의 마음이라 믿는다. 그것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으로 행동한다. 무의식이 만들어낸 가짜. 그것이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을 결정한다. 결국 무의식은 한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을 결정한다. 그렇게 결정되는 세상, 객관적인 세상이 아닌 사람마다의 주관적인 세상을 정신적 현실Psychic Reality이라 부른다.

 

정신분석에 관한 프로이트의 생각은 40여 년에 걸쳐 전개된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는 세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첫 번째가 정동-외상 이론Affect-Trauma Theory, 두 번째가 지정학적 이론Topographical Theory, 세 번째가 구조적 이론Structural Theory이다. 앞 장에서 이야기한 무의식의 개념은 두 번째 이론에 속하는 개념이다. 방어는 이 이론의 핵심 개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이론을 포기하고 세 번째 이론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번 장의 주제는 방어(그것이 무의식에 속하든 자아의 기능이든)와 정신적 현실이다. 아울러 프로이트의 세 번째 이론이 언급된다. 여전히 주인공은 프로이트다.

 

 

마음이 당신을 속이는 법 - 방어, 그레이스가 죽을 수 없었던 이유

방어, 마음을 보호하라: 이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어떻게 무의식이 거짓말을 만들어내느냐는 질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오직 한 가지의 답만이 가능하다. 무의식이 매우 영리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인간의 마음에 관한 프로이트의 두 번째 이론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결국 그는 무의식과 의식의 갈등으로 마음을 설명했던 이론을 포기하고 이드, 자아, 초자아라는 세 구조가 때로는 서로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모든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그것이 그의 세 번째 이론, 구조적 이론이다.

 

 

이드는 무의식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드의 존재를 직접 느낄 수 없다. 반면에 자아와 초자아는 무의식적인 부분과 의식적인 부분을 모두 갖고 있다. 이드는 두 번째 이론이 무의식에 부여한 성질을 이어받았다. 본능적인 욕구를 만들어내고 현실을 무시한 채 즉각적인 충족을 원한다. 초자아는 그 욕구를 검열하는 규칙을 제공한다. 이 규칙과 현실을 고려해서, 표현되어도 되는 형태로, 이드의 욕구를 바꾸는 것이 자아의 역할이다. 이때 자아가 동원하는 것이 방어다. 자아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프로이트의 고민은 해결되었다. 자아가 의식적인 부분, 무의식적인 부분을 모두 갖고 있고, 방어는 그중 무의식적인 부분에 속한다.

 

 

방어는 이드가 만드는 욕구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느껴지면 불편한 모든 것에 대해 방어는 일어난다. 생각이든, 감정이든, 기억이든, 그 무엇이든. 원래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이었든 의식적인 것이었든 가리지 않는다. 맘에 안 들면 무조건 무의식으로 끌고 내려가 바꿔버린다. 맘에 들게 바뀌기 전까지는 절대 의식으로 올려 보내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방어의 기능은 보호하는 것이다. 방어가 보호하는 것은 의식이다. 무의식에서 올라오려고 하는 모든 불편한 것들로부터 방어는 의식, 즉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음을 보호한다.

 

 

진실은 위험하다: 〈디 아더스〉(2001)는 아이들에게 창세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이름에 걸맞게 그레이스는 신앙심이 깊은 여자다. 전쟁에서 생사불명이 된 남편, 섬까지 쳐들어온 독일군, 그녀와 아이들만 남겨두고 도망쳐버린 마을 사람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실은 죽음)의 한가운데 던져진 그녀가 믿고 의지할 건 오로지 신앙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절박하게 신앙에 매달린다. 집 안 전체에 설치된 이중문과 두꺼운 커튼은 그녀의 마음에 대한 은유다. 한 조각 빛도 새들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방어. 그녀기 필사적으로 차단하려 했던 건 햇빛이 아니라 마음속 진실이다. 그 진실로부터 차단하려 했던 것 또한, 아이들 이전에 그녀 자신이다.

 

 

그 진실을 직면할 수 없었기에, 그레이스는 그날의 일을 망각하고 이후에 집 안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일들도 모두 외면한다. 거듭 나타나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누군가 있다는 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앤은 심각한 위협이다. 그날을 자꾸 들먹이고 신앙에 의문을 품고 집 안에 누군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언급하는 아이. 드레스를 입은 앤이 마귀할멈의 모습으로 보인 장면은 그레이스의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내내 그레이스는 앤의 입을 틀어막는다. 진실을 탄압하기 위해서.

 

 

방어의 종류: 그레이스의 마음속에서 작동한 첫 번째 방어는 억압Repression이다. 억압은 무의식 속 무언가를 찍어 눌러 의식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억압된 것은 철저히 망각되어 전혀 의식되지 않는다. 그런 것이 마음속에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불편한 것이 어떤 형태로도 의식에 올라오지 못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는 억압을 궁극적인 방어기제라고도 생각했다. 성공적인 억압의 결과, 그레이스는 그날의 일(독일군으로부터 아이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베개로 입을 틀어막아 아이들을 죽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레이스의 마음이 동원한 두 번째 방어는 부인Denial이다. 말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또는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은 때로 무언가를 통째로 부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의 의미를 부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치명적인 병을 진단받은 사람은 병에 걸렸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기도 하고, 그 사실은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죽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물론 벌어진 일이 그냥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에 생긴다. 그레이스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계속 외면하는 것도, 그 일들이 그날의 진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최병건박사 지음, 푸른숲>

                                                            보풀 : 한방과 민간에서 강장제,이뇨제,지사제 등으로 쓰나, 유독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