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초자아
마음이란 어떤 것이지,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지는 프로이트의 두 번째 이론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따질 필요도 없이 넓은 의미의 무의식이라는 개념 하나면 충분하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이론을 자세히 알 필요도 없다. 그런데 굳이 세 번째 이론을 꺼낸 것은 초자아 때문이다. 초자아라는 개념이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누구나 초자아라고 할 만한 마음속 어떤 것 때문에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프로이트의 세 번째 이론의 구조 중 하나인 초자아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세상에서 제일 냉혹한 당신의 천적 - 초자아, 호머의 규칙
세상의 규칙, 사람의 규칙: 〈사이더 하우스〉(1999)는 호머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규칙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The Cider House Rules’는 어처구니없는 규칙이다. 누가 왜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안 되는, 인부들의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뚱맞은 규칙이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이 영화는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를 다룬다. 꼭 지켜야 할 규칙. 그것을 어긴 미스터 로즈의 행동은 엄청난 비극을 불러온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말도 안 되는 규칙과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의 구분은 명확하다. 소년 호머의 마음처럼. 하지만 그 중간에 또 하나의 규칙을 이 영화는 배치한다. 낙태수술을 금한다는 규칙. 이 규칙은 영화의 두 주인공, 라치와 호머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다.
라치의 죽음 또한 규칙을 깬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호머를 후계로 삼기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온 걸 보면, 그는 때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규칙을 깬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규칙에 의해서 스스로 떠날 때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세상의 규칙에 집착하지 않는, 낙태수술을 하고 호머에게 진료를 시키고 졸업장 위조까지 서슴지 않는. 영화가 시작될 때 이미 그는 자신에게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고아들의 미래. 그는 주어진 규칙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고 선택해서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호머에게 가르친 것이다.
마음속 규칙, 초자아의 탄생: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은 수많은 규칙의 틀에 놓인다. 때로는 엄중하게, 때로는 가혹하게, 때로는 억울하게, 때로는 교묘하게, 그리고 변덕스럽게 규칙은 적용된다. 무사히, 또는 사람답게 살려면 세상의 규칙을 익힐 수밖에 없다. 처음엔 누군가 일러주고 겁주고 때려서라도 가르치겠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다. 결국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는 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속에 규칙의 체계가 내재화Internalization되어야 한다. 그렇게 내재화된 규칙의 체계, 그것을 정신분석에서는 초자아라 부른다.
제일 먼저 익혀지는 건 물론, 부모의 규칙이다. 말도 알아듣기 전부터 아이들은 이미 부모의 표정과 음성으로 금지와 허용을 배워나간다. 금지된 것을 했을 때 경험하는 부모의 화난 얼굴은 아이들을 공포로 빠뜨린다. 아이들은 부모가 무엇을 바라는지도 배워나간다.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실망한 얼굴은 아이들을 자책과 열등감에 빠뜨린다. 점차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부모의 얼굴이 새겨진다. 화난 얼굴, 실망한 얼굴, 그럴 때의 부모의 눈길. 그렇게 초자아는 탄생한다.
초자아는 도덕이나 양심과 다른 것이다: 정신적인 용어로 출발했지만, 초자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친숙한 용어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자아가 원시적 욕구를 억제하고 도덕이나 양심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정신 요소, 정신분석학에서, 이드 및 자아와 더불어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로, 도덕 원칙에 따른다.” 이 정의에 의하면 초자아라는 것은 도덕적이고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초자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드 못지않게 원시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 초자아다.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최병건박사 지음, 푸른숲>
봄 맞 이 꽃 ;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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