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자유는 어떻게 사회와 만나는가
관계가 없으면 자아도 없다: 인간은 유능하고 자유롭다는 느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유능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남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이는 곧 관계를 맺으려 하는 욕구,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돌봐주고 돌봄을 받고 싶은 욕구다. 초기의 동기부여 이론가들은 성욕에 초점을 맞췄다(물론 성욕이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 활동의 더 큰 동기 부여 요소인 관계를 맺으려는 심리적 욕구가 그 과정에서 간과되었다. 성행위가 성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사랑받는다는 느낌, 관계 맺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흔히 자율성 욕구와 관계 욕구는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한다. 남과 관계를 맺으려면 자율성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렇게 오해를 하는 이유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똑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독립성은 남들에게 개인적 자양분이나 감정적 도움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율성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적이면서 자율적인 사람(남에게 기대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경우)이 있을 수 있고, 독립적이면서 통제받는 사람(남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이 있을 수도 있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내게는 최근 몇 년 동안은 보지 못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어부로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날마다 아침 6시 30분이면 몬테레이 해안에 작은 고깃배를 띄운다. 그리고 그 작은 배에서 10~12시간을 혼자 보낸다. 대양에서 자연을 느끼며 파도나 물고기 떼와 맞서는 그 시간에는 평화와 충만함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외톨이로 사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친구도 많다. 가끔 그를 만나지만 늘 진한 우정을 느낀다. 어부는 자율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인간의 좋은 본보기다. 그는 자신에게만 의지하면서 오랜 시간을 혼자 보내는 삶을 ‘선택’했다.
어부 친구가 자율적이면서도 독립적인 것과는 달리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립적이기는 하되 그 독립성이 내적 외적 요인에 따라 강요된 경우다. 이런 독립성 혹은 감정적 고립은 통제의 결과일 뿐 선택이 아니다. 독립성의 반대는 의존성, 즉 관계를 통해 감정적으로 도움을 받고 기대려는 성향이다. 인간은 남들과 감정적 유대를 맺고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주고받으려는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에서 의존성이 생겨난다. 의존성은 사랑과 연결된다.
자율적이기를 원하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 독립성이 자율성이나 통제와 공존하듯 의존성 또한 이 둘과 공존할 수 있다. 자율적이면서도 의존적인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상태다. 반면 통제된 의존성, 진정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의존성은 일종의 부적응 형태다. 우리 사회는 독립성은 찬양하면서 의존성은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와 자율성 욕구를 모두 지니고 있으며, 이 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의존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마음의 작동법”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에드워드 L. 데시, 리처드 플래스트 지음, 역자 이상원님, 에코의서재>
불 두 화 佛頭花 ; 절에서 정원수로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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