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
자존감은 ‘나는 괜찮은 사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강하고 밝은 자기 개념에서 나온다. 학자마다 자존감을 정의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탄탄하고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 그리고 불안정하고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불안이나 우울, 분노,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경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심리학자 알버트 앨리스Albert Ellis는 자존감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에 근거한 판단이 아닌 ‘사적인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느끼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간의 유기적 연결 관계를 살피며, 비합리적인 신념들을 합리적으로 바꿔줌으로써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정서 치료 이론(REV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을 내놓은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자존감의 형성에 자기평가의 과정이 반영된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도 존재하지 않기에 자기평가가 비합리적이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완전히 다르다
첫째, 자존감은 자존심과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정신과 의사 김준세 박사는 어느 인터뷰 기사를 마치며 자존감과 자존심을 이렇게 분리했다. 자존감,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긍정의 힘이다. 이는 자존심과 혼동되기도 한다. 자존감이나 자존심 둘 다 자신을 좋게 평가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이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 얻는 긍정이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받아들이는 긍정이다. 자존심은 남과 경쟁을 치러야 하니, 패배할 경우 끝없는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하지만 자존감은 다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니 결코 배신하거나 도망갈 일이 없다.
자존감을 안정성 면에서도 살펴보자
둘째, 자존감을 살필 때에는 높낮이와 안정성 모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도 자존감에 기복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안정성은 심리적 건강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여성들의 거식증과 폭식증 연구를 기반으로 흔들리는 자아의 모습을 이론화한 심리치료사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여자의 심리학』에서 자존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건강한 자아는 자존감과 편안함으로 대변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어제의 모습이 오늘과 같고, 내일이 된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자존감과 우월감의 엄청난 차이
마지막으로 자존감은 우월감이나 열등감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자존감이 열등감과 대비되는 말이긴 하나 그렇다고 우월감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우월감과 자존감은 정반대의 기능을 한다. 왜냐하면 우월감은 열등감의 반대말이 아니라 열등감이라는 동전의 반대쪽에 있는 열등감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잘하는 것이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고 탄탄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지 우월감을 느끼는 데 그친다면 우리의 마음은 힘들어지기 쉽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많은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만 마음은 불행한 천재들의 비극을 종종 듣게 된다.
자존감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높지만 또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 같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형제자매라도 저마다 자존감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멋지고 훌륭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힘들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칠까?
첫째,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다. 어린 시절에 배운 관계의 패턴,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나에 대한 개념은 우리의 자존감에 주요한 뼈대를 구성한다. 그러기에 부모님의 자존감이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가장 좋은 유산이 물질적 상속이 아닌 ‘심리적 상속’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 역시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줄 안다. 이런 관계의 법칙은 부모와 자녀사이 같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자존감이 높고 안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자존감이 높고 안정적인 사람으로 커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험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가도 우리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자존감을 탄탄하게 일으켜주는 긍정적 경험과 우리의 자존감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부정적 경험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긍정적 경험이란 우리가 수용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말한다. 무언가를 잘해서 칭찬받고 뿌듯했던 적이 있는가? 인정받아서 뿌듯했던 경험, 누군가가 건넨 사랑의 손길,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존중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되고 탄탄해진다. 반면 부정적 경험은 우리의 자존감을 흔든다. 보통 우리가 트라우마(trauma)라 부르는 경험들이 그러하다. 우리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경험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 마음은 마치 폭풍우 이후 쓰러진 건물처럼 무너진다.
트라우마 경험이 우리의 자존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상하고 상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건을 통해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면 부정적인 경험은 전화위복이 되고,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자존감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상담 치료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자존감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와 저술들을 종합해보면 자존감은 꼭 그렇게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자존감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인식하고 스스로 과거의 경험 속에서 받은 영향을 이해하고 바꾸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자존감』이라는 책을 쓴 이무석 박사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강조한다. 그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공사 중’인 자신을 인정하고, 완벽주의의 위장을 벗어버리고, 타인의 평가에 나를 맡기지 말며, 자기 위로 기능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선안남 지음, 소울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