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무연사회의 충격!

[중산] 2011. 9. 6. 13:46

 

 

무연이란 무엇인가: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말은 2010년 1월 말경에 NHK 방송에서 방영한 〈무연사회: 무연사 3만 2천 명의 충격〉이라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홀로 살다가 무연사에 이른 사람들을 다루며 현대 노인들의 고독한 삶을 강조한 방송이다. 이를 계기로 무연사회라는 단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유행해 일본 사회에 정착했다.

 

무연사회란 인간관계가 희박해짐에 따라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의 죽음조차도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웃끼리 인사라도 매일 나눈다면 무연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길에서 마주쳤을 때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는 사회가 바로 무연사회다. 한때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나 아이돌 스타가 죽은 지 며칠이 되도록 방치된 사건이나. 100세 이상 고령자인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소식이 뉴스에 종종 나온다. 무연사회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연無緣 자체는 최근에 등장한 단어는 아니다. 예전부터 이 말을 써왔다. 주로 불교와 관련된 용어로 써왔는데, 대표적인 예로 무연사無緣寺, 무연소無緣所, 무연묘지無緣墓地, 무연불無緣佛 등을 들 수 있다. 불교는 연緣을 매우 중요하게 다뤄왔다. 무연불無緣佛은 공양해줄 연고자가 없는 사체다. 무연묘지란 묘지를 지킬 연고자가 없는 묘지를 말한다. 묘지를 보살피는 사람이 없으면 묘지 관리자는 대금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무연묘지를 처분한다. 무연사회가 문제시되기 전부터 무연묘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무연사회 또는 무연사라는 말은 무연불이나 무연묘지라는 단어 사용의 연장선에서 생겨나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연사에 이른 고인들은 근친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이미 소원한 상태라 유체나 유골을 인수하려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무연사는 무연불과 직결된다.

 

 

 

고독한 죽음에 대한 공포: NHK 방송에서는 고독하게 죽음을 맞은 고인이 장례회사 직원 두 명만 참석한 가운데 화장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유족이 유체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화장 비용은 자치단체에서 부담한다. 화장터에서 가족도 조문객도 없이 치러지는 죽음의 의식은 장례라기보다는 사체 처리에 가깝다. 이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무연사회라는 단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빠르게 널리 퍼져나갔다.

 

 

장례식 없이 화장터로 직행하는 장례를 직장直葬이라고 한다. 고인을 인수할 유족이 있더라도 직장으로 빠르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여든, 아흔 살 정도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치러도 일반적으로 조문객이 그다지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나도 친척 장례식에 가서 그런 경험을 한 바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친척끼리 모여 밤을 지새운 뒤 고별식 같은 절차는 생략하고 바로 화장터로 떠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는 장례식이 시대에 발맞춰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현실은 무연사회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

 

 

죽음 자체보다도 고독한 죽음이 두렵다. 이는 단지 홀로 죽은 뒤 며칠이 지나서 발견되는 현상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죽은 뒤 유체나 유골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것도 무연사에 해당한다. 이는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는 뜻이다. 자치단체가 비용을 대고 장례회사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골은 납골함에 담겨 무연불을 공양하는 절에 안치된다. 어쨌든 안치도 되고 공양도 받는 셈이니 진정한 의미에서 무연불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안치된 절은 원래 죽은 자와 아무 인연이 없던 곳이다. 주변에 있는 유골의 주인들 역시 생판 남이다. 세상을 떠난 이야 어떤 취급을 받든 알 도리가 없겠지만, 그를 그리워할 사람이 없다면 무연사나 마찬가지다. 나도 죽은 뒤에 그런 식으로 장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고독하기 짝이 없다. 다들 그럴 것이다.

 

 

NHK에서 내보낸 무연사회 방송은 아직 젊은 30대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해고 대상에 오른 비정규 근로자들, 즉 안정된 직장이 없고 어려울 때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거리를 찾지 못하면 PC방을 전전하며 버티다가 돈이 다 떨어지면 노숙자가 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들은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 고용 형태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리 인간관계를 구축해놓지 못한 상태라면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남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무연사회라는 현실에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사람은 홀로 죽는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시다마 히로미 지음, 역자 이소담님, 미래의창>

 

저자 시다마 히로미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인문과학연구과 박사과정(종교학 전공)을 수료한 뒤 지금은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센터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옴: 왜 종교는 테러리즘을 낳았을까』, 『장례식은 필요 없다』, 『일본의 10대 신종교』, 『창가학회, 또 하나의 일본』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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