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쾌적한 ‘뉴 멀러레이 수도원’의 숙소로 돌아와서, 집에서 가져온 책 몇 권을 집어 들고 수도원 안마당에 앉으면 수수한 석재 분수가 있고 두텁게 내려앉은 눈 사이로 나뭇가지들이 빼곡히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에 잠시 쉬면서 긴장을 풀기 위해 온천 휴양지를 찾는 것과 같은 이유로 수도원을 찾은 것은 아니다. 일찍이 사람들은 살고 죽는 이유를 깨닫기 위해 수도승의 금욕적인 삶을 따르고자 했다. 수도승은 한때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알버릭 수도사는 매춘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말이 있지만 매춘부가 생겨나기 전부터 수도승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지만 여하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말이다.
신학자들은 침묵 추구의 기원을 찾아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세기 유태인 신비주의자 이삭 루리아가 발전시킨 응축(凝縮, Tsimtsum) 교리에 따르면 침묵의 추구는 우주의 기초를 형성하는 활동이다. 청년 시절 루리아는 나일 강 기슭의 섬에서 홀로 명상하며 침묵을 찾기 시작해서 지저귀는 새,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나무 잎, 타고 있는 장작의 언어를 해석하며 유명해졌다. 나중에 루리아는 팔레스타인의 사페드로 가서 후대까지 전해질 신비주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말하고 싶은 진리가 워낙 방대하다는 사실에 짓눌렸던 루리아는 글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입을 벌려 말하려 할 때마다 댐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흘러넘치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해진다.
우리 모두에게는 침묵에 도달했음을 알아내는 직관적인 방식이 있다. 우리 인간이 소리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연구는 이제 물리학, 생리학 분야에서 심리학과 심리 음향학 분야로 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이다. 인간은 자신이 듣는 소리에 대해 두뇌에서 복잡하게 음을 그려냄과 동시에 정신적인 연상을 함으로써 그 소리를 경험하게 된다. 이라크에 주둔했던 미군 저격병 로버트는 전투 당시 경험했던 침묵을 이렇게 묘사했다. “사람은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소리에 집중하면서 무엇이든 자기 생명을 유지시켜 줄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마치 동물처럼 말이죠.”
<“침묵의 추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지 프로흐니크 지음, 역자 안기순님, 고즈윈>
▣ 저자 조지 프로흐니크(George Prochnik)
조지 프로흐니크는 의사, 신경과학자, 진화학자, 음향 전문가, 예술가, 수도승, 군인, 교육자, 붐 카 운전자, 마케터 등과 인터뷰하고 고통 받는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 사회가 어째서 이토록 시끄러워졌는지, 침묵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탐색한다. 또한 어떻게 침묵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수세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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