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행상들이 소리를 지르며 제품을 팔러 돌아다니던 시대 이후 쇼핑은 소음과 연관되어 왔다. 고대 시장(많은 수의 현대 시장에 이르기까지)에서 상인은 제품의 성격과 질, 가격을 큰 소리로 외쳤다. 최고의 가격을 가장 크게 외치는 상인이 가장 많은 손님을 끌어 모을 때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폐활량이 승리를 좌우하는 경쟁이었다. 하지만 『선조들이 살던 세상』에서 “친숙한 소음에 묻혀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이라며 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썼던 어빙 하우를 비롯해서 몇몇 거리 소음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커다란 소음 자체가 인기 대상은 아니었다. 신문들은 20세기 초 뉴욕에서 성행했던 행상을 묘사할 때, “냄새나는”, “꼴불견의”, “더러운” 등과 더불어 “떠들썩한”이란 형용사를 어김없이 사용했다.
소리의 환희: 예고르 레즈니코프는 파리대학에 몸담고 있는 고대 음악 전문가로 중세 성가와 동굴 탐험을 즐긴다. 그는 1983년, 프랑스에 있는 구석기시대 동굴 르포르텔을 찾아갔다. 레즈니코프는 동굴로 걸어 들어가면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소리를 느끼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벽에 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는 장소에서는 콧노래가 더욱 커지고 격렬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즈니코프는 동료인 미셸 도부아와 함께 연구 활동을 하면서 프랑스 피레네 산맥 지대에 그려진 고대 동굴 벽화의 위치가 음향 공명 증가 지점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림이나 무늬가 없는 구석기시대 동굴에는 공명 지점이 거의 없는 반면에 그림이 있는 일부 지점은 소리와 관련지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레즈니코프는 음향상으로 고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석벽과 그림이 교차하는 곳에서 주술사들이 공명 증폭과 메아리를 통해 자신들이 행하는 의식의 감정적 힘을 고조시켰을 것이라고 여겼다.(이와 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공명의 힘은 매우 강력해서 동굴에서 소리를 내면 몸 전체가 공간과 함께 앞뒤로 진동하는 현상을 느꼈다고 함.) 음향효과는 공간 및 그곳에 그려진 형상과 교감을 높였다. 이러한 동시성이 특정 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주술사의 노력을 뒷받침해 주었을 것이다. 레즈니코프의 발견에 따르면, 동물 그림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림 속 동물이 포효하는 듯 보이게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반향과 메아리, 증폭과 공명은 인간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이성을 되도록 억제하기 위한 선사시대 현인들의 계략이었다. 이것이 쇼핑몰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의 추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지 프로흐니크 지음, 역자 안기순님, 고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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