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권리: 내가 마주했던 어떤 침묵에서도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요소가 풍부했다. 소리의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대기 속에서 숨 막히고 싶지는 않기에, 경제적/사회적 힘이 부족한 사람들은 종종 소음을 만들어서 세상에 대한 물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애쓴다는 소음 방지 행동가였던 테오도르 레싱의 견해는 오랜 철학적 전통에 따른 것으로 니체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니체는 행동 공간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복수를 상상함으로써 결핍을 보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통은 모든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의존하는 집중력을 가장 눈에 띄게 손상시키는 요소가 소음이라고 지적했던 쇼펜하우어에까지 이른다.
침묵 추구의 너머에는: 나는 수도원을 순례하면서 침묵의 가치에는 미지의 세계를 부활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결론 내렸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생활양식에서 방법을 찾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숙고와 경이에 접근하는 통로로서 침묵의 가치는 무한하다. 하지만 나는 들리는 영역과 여전히 들리지 않는 영역을 구별하려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 이미 알려진 현상을 좀 더 잘 인식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소리를 인식할 때 귀와 두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연구하는 심리학자, 청각 전문가, 신경과학자, 청력의 진화를 탐구하는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청력의 섬세한 민감성에 대해 배울수록, 야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약탈자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현대인이 그토록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이유를 정말 알 수 없었다.
나는 이 같은 문제에 눈을 뜨면서, 생각의 초점을 소음에 맞서는 싸움에서 사람들의 침묵 성공담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흥분과 희망이 가득 차올랐다. 오늘날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 건축가, 조경 설계가, 음향 전문가들이 첨단 음향 공학 기술과 조용한 공동 공간 설계를 위한인류의 길고 풍부한 역사를 바탕으로 뛰어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커다랗게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일부 대도시의 한복판에 물이 떨어지고 잎이 바스락거리고 새가 노래하는 정적의 오아시스를 만들어서, 현대인에게 상상력과 평화를 안겨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시민들이 조용한 공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소음 악몽에서 우리를 구원하겠다는 약속보다 위대한 약속은 없다.
‘침묵’을 감히 정의해 보면, 그것은 사람이 지닌 지각의 힘을 촉진시키는, 고요와 소리의 특별한 균형이라 말할 수 있다. 침묵은 분화를 가능하게 해주기에 소중하다. 사물의 분화를 주시할수록 우리 안의 고립된 자아가 차지하는 정신적 공간은 줄어든다. 우리 자신이 침묵하는 상황에 대해 말할 때, 마치 조용히 있음으로써 자아 너머를 바라보게 된다는 듯 “침묵을 주시한다.(Observing Silence)”고 표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지의 세계는 우리 주변의 세계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침묵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 기대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순수의 정원으로 돌아가는 열쇠다. 하지만 정원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우리가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신은 알고 있다.
<“침묵의 추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지 프로흐니크 지음, 역자 안기순님, 고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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