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제 분수를 지키는 행복,

[중산] 2011. 9. 24. 16:42

 

제 분수를 지키는 행복, 『세상에서 제일 큰 집

달팽이 몇 마리가 신선한 양배추 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등 뒤에 집을 짊어지고 느릿느릿 잎사귀 위를 옮겨 다니며 부드러운 배춧잎을 조금씩 갉아먹고 살았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동화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기 달팽이가 아빠 달팽이에게 말했다.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어른이 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을 짓고 살 거야!” 그러자 아빠가 세상에는 작아서 오히려 더 좋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옛날 옛적에 너처럼 꼬마 달팽이가 살고 있었더란다. 그런데 아버지가 한사코 말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꼬마는 제 집을 키우는 데 열을 올렸단다. 꼬마는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노력을 해서 드디어 큰 참외만 한 집을 짓게 되었단다. 뿐만 아니야, 큰 집 위에 뾰족한 탑을 몇 개씩이나 지었지 뭐냐. 그 탑 같은 거대한 집에 알록달록 색을 입혀 아름답게 치장하기도 했지. 근처를 날던 나비들은 그걸 보고 교회 같다고 했고 개구리들은 생일 케이크 같다고도 했단다. 그런데 일이 터졌지 뭐냐. 그는 제가 살던 밭의 양배추를 다 뜯어 먹고는 꼼짝을 못하게 되었어. 집이 너무 무거워서 말이야. 다른 달팽이들은 다들 근처의 밭으로 옮겨갔지만 큰 집을 진 이 달팽이는 꼼짝 못하고 굶어 죽었지 뭐야. 그 커다랗고 아름다운 집도 삭아서 허물어졌고.

 

 

아빠 달팽이의 이야기를 들은 꼬마 달팽이는 눈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맹세했다. “난 이 작은 집을 간직해야지. 그러면 어른이 된 뒤에도 가고 싶은 데는 어디든 갈 수 있을 테니까.” 동화를 마무리하는 이 다짐의 말은 제 본분이나 분수를 지켜서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기틀임을 알려준다.

<“행복”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열규 지음, 비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