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자고 간 손주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큰 손주가 찾아 왔다. 껌 딱지처럼 엄마 따라 휭 하니 갈 때는 늘 아쉬움의 꼬리가 문틈에 걸렸는데 오늘따라 자고 간 단다! 많이 컸고 기특하다며 연신 엉덩이를 두드렸다. 입학 기념으로 케잌을 놓고 축가를 불렀다. 양팔에 안겨 옹알이를 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제 할비 할미 이름을 부르면서 농담까지 건 낸다. 아쉽게 흐른 세월의 값은 잘 자란 손자 값보다 싸게 보인다. 이럴 때면 남는 인생 장사를 한 듯하다. 할아버지한테 한자 공부하고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아빠 당부도 잊고 첫 날부터 리모컨을 쥐고 TV만화에 눈이 얼어붙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의 외침과 시위를 한다. 가정, 어린이집을 벗어나 모처럼 소중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밥도 떠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