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으니 두려운 것도 없더라! 공포가 빚어낸 귀신은 아무 눈에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도(道)를 깨달음으로 보고, 신은 믿음으로 본다는 말이 있다. 귀신은 공포의 눈으로 보아야 보인다. 그런데 이를 뒤집으면 공포심이 없으면, 귀신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느 곳에 있든지 귀신에 대한 공포가 없으면 귀신과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론(Pyrrhon B.C360?~270?)의 일화가 이를 설명해 준다. 한 번은 피론이 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바다 한복판에서 큰 풍랑을 만났다.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고 배 안은 곧 아수라장이 되었다. 피론은 그 상황에서 현자인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피론이 보니, 배 밑창에 돼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소동에 아랑곳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