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탈선자의 일기 어린 학생 시절에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이후부터 쭉, 나는 쉽게 단념하는 연인, 서툴고 용기 없고 수줍으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연인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여자는 내겐 너무나도 훌륭하고 내가 도달하기엔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 결혼생활을 하면서는 내내 깊은 불만을 가진 채 다른 여성들을 사랑했고 그리워했지만, 피해 다녔다. 그런데 이미 늙어가고 있는 지금, 갑자기 내가 가는 길 여기저기에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여성들이 나타나고, 내 오래된 소심함은 사라져버렸다. 내가 사는 곳의 방구석마다 스타킹 밴드와 머리핀이 발견된다. 오랫동안 열망해온 이 낙원에서 다음과 같은 깨달음, 즉 이 낙원이 선술집, 거기서 나서는 순간 무감각해지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런 선술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