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 개념
공간 자체는 자연적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당시 철학자들이 구분한 4원소(불, 공기, 물, 흙)는 각자 속한 일정한 장소가 있어서 언제나 그곳으로 가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원소는 방해받지 않는 이상 각기 자신의 장소로 진출하려고 한다. 어느 것은 위로 가고, 어느 것은 아래로 가며, 다른 것들도 6방위의 나머지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공간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간을 균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 공간 내부에서 부분과 종류들을 구별했으며, 나중에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위와 아래,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뉜 방향이라고 불렀다. 현대의 용어로 말한다면 이는 인간의 몸에 의해 주어진 좌표계이고 바로 이것이 공간을 분류한다.
더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규정들이 인간에게 상대적으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원래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 방향들(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은 우리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이 방향들은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위치를 바꾸면 위가 아래가 되고, 오른쪽은 왼쪽이 되며, 앞은 뒤가 된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모든 방향이 제각기 정해져 있다. 위는 임의의 방향이 아니라 불꽃과 가벼운 물체가 이동하는 방향이다. 아래도 임의의 장소가 아니라 흙과 무거운 물체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방향은 위치에 의해서만 구별되지 않고 그 작용을 통해서도 구별된다.
위와 아래와 관련해 공간은 원래 나뉘어 있고, 원소들은 그 안에서 각자 소속된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힘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이상 그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와 관련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간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고유의 힘’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공간이 “일정한 작용을 가한다.”고 말한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공간은 내적인 힘이 퍼져 있는 공간이고,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역장(力場)이 연상되는 공간이다.
공간은 자신을 채우고 있는 사물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네 가지 ‘원소’만 가지고 이 사고를 전개했다. 하지만 이 사고는 본래 공간 속에 존재하면서 자기 본연의 장소를 가진 사물 하나하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인간의 공간 질서도 이 사유의 틀에 들어맞는다. 인간의 공간 질서는 다시 인간 주변의 사물에 각자의 공간을 지정하면서 동시에 포괄적인 우주 질서에 순응한다.
<“인간과 공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지음, 역자 이기숙박사, 에코리브르>
▣ 저자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독일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이다. 독일의 슈테틴(현재 폴란드 슈체친)에서 태어나 괴팅겐 대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1925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헤르만 놀의 영향을 받아 철학과 교육학으로 방향을 바꿨으며, 1931년 괴팅겐 대학교에서 교수 자격을 얻었다. 1939년부터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1953년에 튀빙겐 대학교에 정착하여 1970년 퇴직할 때까지 현대철학, 철학적 인간학, 윤리학 등을 가르쳤다. 생의 철학과 현상학에서 출발해 실존철학을 연구한 볼노는 빌헬름 딜타이의 해석학을 발전시키고 교육학의 철학적 기초, 역사, 인간학적 문제에 천착했다. 지은 책으로 『생의 철학』, 『실존철학』, 『언어와 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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