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에 대한 생각
공정성이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느냐 하는 문제다. 그리고 공정성은 언제나 다른 사람이나 조직 또는 다른 기관과 우리가 맺는 관계와 그 상호 작용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문제다. 공정성이란 각각의 당사자가 갖고 있는 욕구와 관심 그리고 권리를 고려해 서로 균형을 맞추는 것을 뜻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는 공정한 대우와 함께 모든 당사자를 대하는 방식은 물론 혜택과 손실의 분배에도 형평성을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최근 폭등한 금값에 영향을 받아 ‘한몫’ 잡을 요량으로 금 굴착 장비를 구입해 금을 캐러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금을 찾는 데 실패했다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나는 이런 결과를 불운으로 돌리거나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굴착 장비를 판매한 사람이 어디서 금이 나는지 거짓 정보를 내세웠고 그 부추김에 못 이겨 장비를 샀다면, 나는 나에게 ‘해악’을 끼친 대신 이득을 본 누군가의 의도 때문에 잘못 판단한 셈이 된다. 슬프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사기 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더 심각한 경우에는 민형사상 문제로 비화해 법정에서 다투기도 한다. 이런 일은 공정성의 기준을 깨뜨리는 것이며 두말할 나위 없이 법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안적 특수성과 사람들 상호간의 의도 자체가 공정성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얘기다.
사회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공정성에 대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리의 감각은 공정성에 대해(우리가 믿기 쉬운 것이 공정하다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주변 사람과 문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동물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인간이라는 종은 대체로 사회 환경에 몹시 민감하며 주변 사람들을 쉽게 따른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특히 다른 사람이 권위적인 인물일 때)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공정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대체로 간략하다. “공평하고 정직하며 불편부당한 대우”라고 정의하기도 하고, “이기심과 편견 그리고 편애로부터의 자유”라거나 “규칙 및 규범과의 일치” 또는 “편견, 부정직, 불의로부터의 자유”라는 정의도 있다. 문제는 물론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공평한 것이고, 무엇이 편견과 불편부당에서 자유로운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정말 대답하기 까다로운 문제다. “살인하지 마라.”나 “도둑질하지 마라.”와 같이 도덕적으로 절대성을 지닌 명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시에 적군을 죽이는 것은 완벽하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로빈 후드나 조로 같은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행위가 부자에게 훔쳐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이타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끊임없이 항변한다. 이것 역시 똑같이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다.
공정성이란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포함된 질과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가리키는 말이다. 공정성은 우리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기대뿐만 아니라 우리에 대한 상대방의 의도라고 여겨지는 것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다. 비록 공정성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감각은 강한 원심력을 발휘하는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인간은 동시에 이기심이라는 구심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자기도취와 자기애가 불평등한 경제권력이나 정치권력과 맞물릴 때, 공정성은 힘을 잃는다. 그리고 불공정이 풍토병이 되면 인간의 집단적 욕구를 해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사회계약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공정성이 성취되었다는 것을 아는가? 공정성은 이루기 어려운 이상인 경우가 많지만, 모든 당사자가 공정성 문제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얻어 어떤 조건에서도 그 결과가 충분히 공정하다고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면 거의 공정성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준의 억압과 착취, 해악이 발생하고 극단적인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는 공정성과 거리가 먼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중 일부는 공정성 영역에서 심각할 정도로 둔감하다. 공정성 감각은 타고날 때 조금씩 차이가 나는 특성이다. 이것이 우리 주변에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수없이 일어나는 이유다. <“공정 사회란 무엇인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피터 코닝 지음, 역자 박병화박사님, 에코리브르>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판이 없으면 완성도 없다 (0) | 2011.10.14 |
---|---|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사람들 (0) | 2011.10.14 |
창의성, 자신의 생각을 찾아라 (0) | 2011.10.11 |
신이 있다는 단서들 (0) | 2011.10.11 |
인생은 불공평하다 (0) | 2011.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