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행동엔 이기적 만족을 담아라
이타적 행동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이기적 만족이 있어야 한다. 아는 출판사 사장은 외주업체에게 비용으로 남들이 100만 원 줄 때 120만 원을 준다. 일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김 사장님은 참 좋은 분이세요. 다른 곳은 외주비용을 얄밉게 더 깎으려고 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20만 원이나 더 주세요.” 외주업체가 고맙다고 말하면, 김 사장은 오히려 겸양의 모습을 보인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일한 만큼 드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너무 당연한 건데, 고맙게 생각해주시니 괜히 미안하네요.” 배려심이 깊고, 신뢰감 있는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장이 돈을 더 주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00만 원을 주면 사실 80%의 정성밖에 들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120만 원을 지불하면 150%의 에너지를 쏟더군요. 20만 원 더 주면 두 배 나은 품질의 제품이 나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습니까?”
다른 사람을 배려한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이기적 만족이 담겨 있다. “인자하고 믿을 만한 분”이란 좋은 평판과 함께 금전적으로도 이득이다. 이타적 행동이 즐거운 경우는 그 안에서 나만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때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 행동 안에서 개인적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면 해서는 안 된다. 만족 없는 행동은 인생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받는 이는 즐겁지만 내 삶은 파괴된다. 희생으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가끔 길에서 리어카에 폐휴지를 잔뜩 싣고 가는 할머니와 마주칠 때가 있다. 할머니는 왜소해진 몸으로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서 쓰러질 것 같은 리어카를 간신히 버티며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봐 총각, 파란불 켜지면 이것 좀 밀어줘.” 사실 아스팔트 도로는 평평하지 않다. 노란 중앙선이 가장 높고 인도 쪽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빗물이 양옆으로 흘러가도록 만든 구조다. 그 길을 가로지르는 행위가 보통 사람에겐 평지를 ‘걷는 일’이지만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에겐 언덕을 ‘오르는 일’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할머니의 요청에 맑게 대답한다. “네, 그러세요.” 길을 건넌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휙 가버린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도움이 주는 이기적 만족을 배워야 한다. 사실 자발적으로 남을 돕는 이들 중엔 자신이 느끼는 큰 기쁨 때문에 봉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시장 점유율이 50%로 업계 1위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1,000원이고 그중 원가를 포함한 비용이 700원이다. 하나를 팔면 300원이 남는다. 그런데 재료비가 올라서 비용이 900원으로 상승했다. 하나 팔아봤자 이제 100원밖에 남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때 2위와 3위 업체가 담합을 제의해온다. 2, 3위 업체는 비용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세 업체 모두 가격을 1,200원으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위 업체는 단호히 선언한다.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도저히 가격을 올릴 수 없습니다. 망하더라도 1,000원을 고수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친다. 1위 업체에 감사의 마음까지 갖는다. 하지만 2, 3위 업체는 속이 타들어간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이 아닌 봉사활동 단체가 된다. 1,000원에 팔아봤자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1,100원 정도로 가격을 올린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2, 3위 업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위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점유율이 오르자 원가를 포함한 비용이 800원으로 떨어졌다. 광고와 마케팅에 돈을 쓸 필요도 없고, 대량 구매에 따른 비용 절감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위 업체의 순이익은 전과 같이 300원 가량이 됐다.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단순화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비자에 대한 이타적 행동을 통해 이기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길을 찾았기에 1위 업체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동업에서 50차례 이상 성공했던 건설회사 사장이 있다. 자본력이 풍부하지 못했던 그는 초기에 주택사업을 하면서 동업을 많이 했다. 아는 사람과 돈을 모아 땅을 산 뒤 그 위에 집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동업은 깨지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그가 세운 원칙이 상대보다 2% 더 일하고 2% 덜 가져간다는 것이다. 동업이 주로 사소한 돈 몇 푼 때문에 깨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은 손해에 무척 속이 쓰리긴 하지만 그래도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돈이 없던 그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는 곧 그 사람의 경우 매번 손해를 봤다는 말이 된다. 남을 위해 희생한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늘 동업에 성공했고 돈을 벌었다.
상대는 적게 일하고 많이 가져가니 기분 나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러자 같이 일하자는 사람이 늘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동업이 계속 늘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놀 때도 그에게는 일이 있었다. 100만 원 손해를 봄으로써 4,900만 원 벌 일이 계속 생긴 것이다. 타인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었으나 그가 챙긴 만족이 더 컸다.<“이겨야 아름답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최철권 지음, 책이있는마을>
▣ 저자 최철권
저자 최철권은 영혼이 자유로웠기에 삶은 방랑이었다. 95년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해가 지지 않던 나라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가족이 없었다면 세계를 떠돌았을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귀국한 뒤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스포츠투데이》 등 중앙 일간지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금호타이어나 나이키 같은 대기업에 적을 두기도 했으며, 국회의원 보좌관,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직장이라고 다닌 곳이 스무 군데는 넘을 듯싶다. 모든 곳에서 대체로 잘 적응했지만 더 많은 삶과 부딪히고, 더 다양한 나와 마주서고, 더 다양한 사회의 속살을 보고자 끊임없이 떠돌았다. 중간중간 사업으로 돈을 말아먹기도, 또 벌기도 했다. 그걸 통해 찾고자 한 건 진리였다. 다행히 지금까지 썩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내세울 만한 업적은 없으나 그래도 진리에 대한 개인적 갈증은 해소했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의미 있었고 즐거웠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지나온 삶을 점검하면서 집필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 책은 그에 따른 두 번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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