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는 반드시 손실을 가져온다
썩은 사과는 도처에 존재한다: 필자는 썩은 사과와 관련,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근무하는 리더 400명에게 설문 및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4%가 현재 썩은 사과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무려 94%의 사람들이 그런 인물과 일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미시간 주에서는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직장인의 27%가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당대우와 가혹행위를 당한 이들의 비율은 특정 직업군에서 특히 높았는데, 예를 들어 간호사의 경우 91%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폭언에 맞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언어적 가혹행위는 직업적 불만을 높이고, 적대적인 업무환경을 형성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스탠퍼드 대학 로버트 서튼 교수는 저서에서 회사의 ‘또라이’들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기술한 바 있다. 서튼 교수의 책에 소개된 어느 건강정보기술 회사 CEO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 CEO는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직원이 일주일에 40시간씩 꽉꽉 채워 일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직원 주차장이 평일에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그리고 토요일에는 그 절반 정도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리고 경영진이 2주 이내에 그의 바람을 이루지 못할 경우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 이메일의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누설되었고 투자자들이 이 소식을 접한 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3일 만에 22%나 하락했다! 결국 사건의 장본인인 CEO가 직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야 주가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렇듯 도를 지나친 단 한 가지 요구만으로도 타인과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썩은 사과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첫 번째 행동유형_ 창피 주기: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위, 빈정대는 말, 공연한 트집, 실수 지적하기 등은 모두 창피 주기에 속하는 행동이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은 창피 주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팀원들을 한데 모아놓고는 한 명을 콕 집어 욕하더군요. 정말 역겹고 유치한 짓거리에요.”
“자기 환자를 진료하는 다른 의사들에게 무례하게 대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버럭 화를 내기도 해요.”
“거만한 표정으로 동료를 내려다보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하죠. 가끔은 윗사람들한테도 그러더라구요.
자기랑 같이 일하는 사람을 비방하는 이메일을 써서 사내 인트라넷으로 막 뿌리던데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하찮게 봅니다.”
“상대방이 답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질문을 해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더군요.”
위의 경험담에 등장한 것 같은 노골적 구박과 위협행위 전에는 이미 무례하고 부정적 언행의 저류가 조성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조금씩 스며들 듯 알게 모르게 시작되어 날이 갈수록 심한 학대행위로 변질된다. 문제는 이러한 언어적 적대행위의 경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속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단지 의견을 전하거나 건설적인 비판을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면 더 이상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때문에 법적·윤리적 방침을 마련하기 어렵다. 설사 법적기준이나 사내규범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모든 공격적 언어와 적대적 행동은 당하는 사람의 자존심과 행복감에 큰 영향을 주며 상호존중 환경을 창출하려는 조직의 노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두 번째 행동유형_ 소극적 적대행위: 소극적인 공격, 남의 의견을 믿지 않는 것, 활동 영역을 지키는 것, 부정적인 의견에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는 일, 자신이 남에게 안겨주는 해악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은 ‘소극적 적대행위’에 속한다. 이런 종류의 공격적 행동은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거나 직접 일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때문에 리더들이 문제를 인식할 정도가 되면 이미 이로 인한 악영향이 극도에 이르렀기 쉽다. 한 마디로 연기냄새는 맡지도 못했는데 불부터 발견하게 되는 셈이다.
세 번째 행동유형_ 업무 방해: 썩은 사과는 업무진단의 토대를 서서히 약화시키는 데 능숙하다. 혹시 여러분의 일터에서도 누군가 조직구성원의 행동을 감시하듯 지켜보거나, 협력 작업에 쓸데없이 간섭하고, 권력을 남용해 남에게 처벌을 내리는 일 등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가? 리더들은 썩은 사과의 업무방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혼자 자료를 틀어쥐고 공유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은 일을 제때 못 끝내거나 정확히 마무리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죠. 엉뚱한 정보를 줘서 서로 싸우게도 하고요.”
“나중에 남들한테 한 방 먹이려고 혼자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더군요.”
“자기 혼자만 정보를 독차지한 채 다른 팀장이나 주요 책임자들의 위신을 갉아먹어요.”
“일이 자기 생각대로 안 되면 그냥 입을 닫아버리더군요. 자기 때문에 부서 전체의 업무가 멈춘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죠.”
썩은 사과들이 정체를 감출 수 있는 이유: 썩은 사과들은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 행동들을 다방면으로 활용,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강력한 방패를 형성한다. 그들은 다양한 전략으로 리더와 동료들의 사고 균형을 해치고 ‘자신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끔’ 만든다. 이상의 3가지 유형에서 언급된 모든 구체적 행동들은 시스템 전체에 무력감을 퍼뜨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의 시스템은 이들의 나쁜 행실은 물론이고, 기업의 목표와 가치를 경시하는 모습에도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어떻게 썩은 사과의 해악을 알고서도 그대로 방치해둘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가? 불행하게도 인간은 상당한 인적·재정적 손실을 겪으면서도 현상을 유지하며 변화를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러한 상황은 매우 오래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썩은 사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을 하나 짚고 넘어갈까 한다. 대다수가 ‘사람들은 썩은 사과들을 용인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받아들이며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참고 견딘다. 우리 연구에 참가한 응답자들 역시 아무도 썩은 사과에 맞서거나 그를 해고하지 않았으며, 그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이 그냥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을까? 해당 문제의 유해성을 무시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에 조직시스템의 몇 가지 요소가 더불어 작용한 결과, 상승효과가 일어난 탓이다. 이처럼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고 한다. 많은 가족이나 단체·회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한 번이라도 변화를 이끌고자 애써본 사람이라면, 타성에 젖거나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것이다. 그리고 썩은 사과들은 이러한 항상성을 부추기고 창출함으로써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무력감을 안겨준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몇몇 썩은 사과는 카멜레온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런 모습은 소극적 공격 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 얼굴을 가진 썩은 사과들은 자신이 이용하고 괴롭힐 사람이 누구이고 아첨과 감언이설로 구워삶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대개 썩은 사과의 윗선에 있는 사람들은 지킬 박사를 만나고, 그의 동료나 부하들은 하이드를 만난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리더들은 조직 내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하이드와 함께 일하며 '곤란'을 토로하는 직원은 불평분자로 낙인찍히거나 그보다 더 나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윗사람들은 썩은 사과로 인해 아랫사람들처럼 힘든 일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지킬 박사를 모범적인 직원으로 여기기 쉽다. 썩은 사과의 이런 이중 책략은 결국 조직의 생산성에 큰 타격을 준다. 하이드와 일하는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그곳을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미첼 쿠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지음, 역자 서종기님, 예문>
▣ 저자
미첼 쿠지: 조직개발 컨설턴트이자 미국 안티오크 대학 리더십 박사과정 정교수이다. 25년 이상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포함한 미국의 여러 기업에서 리더십개발 및 조직개발을 담당하였으며, 1998년에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올해의 조직개발 전문가 상을, 2005년에는 국제조직개발 연구로 저명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여받았다. 전략적 계획ㆍ리더십 개발ㆍ 360도 피드백, 조직개발ㆍ상호존중적인 관계에 기초한 조직 공동체의 형성방안 등을 주제로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대학의 초빙 교수로도 활약 중이다.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심리학자이자 미국 안티오크 대학 리더십 박사과정 정교수이다. 미국 심리학 전문가 자격 심사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학자이자 미국 심리학회의 특별 회원이다. 또한 정신의학 전문가이자 교육자, 컨설턴트로서 25년 이상 관리·코칭·멘토링·팀개발 전문가들과 일해 왔다. 활발한 국제적 활동을 통해 ‘프로페셔널 관계’에 관해 전파하고 있으며, 그녀의 체계적인 ‘직장 내 관계관리법’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기관에서 채택되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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