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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내는 것은 부도덕한가

[중산] 2011. 12. 1. 11:52

이익을 내는 것은 부도덕한가

2004년과 2008년에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사람들은 석유회사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챙긴다며 분노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휘발유 가격이 폭등한 이유가 중동 사태 같은 다른 요인들보다 석유회사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버몬트 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신문 지면을 빌려, 엑슨모빌은 지난 2년 사이에 세계 역사상 어느 기업보다도 많은 이익을 챙겼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제약업계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가들은 제약회사들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부에 대형 제약회사들을 통제할 강력한 규제책을 요구했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톰 앨런은 다른 나라에서는 처방약 제조회사들이 국민을 기만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비판가들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석유회사들의 이익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버니 샌더스의 주장은 옳다. 그리고 미국의 제약회사들이 신약의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높게 매겼다는 톰 앨런의 주장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감정적인 비난은 가격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경기가 크게 나쁘지 않을 때 석유회사들의 일반적인 순이익률은 겨우 8퍼센트 전후이다. 은행업계가 19퍼센트 이상, 소프트웨어업계는 17퍼센트, 심지어 식품제조업계도 9퍼센트 이상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제약업계의 일반적인 이익률은 18퍼센트에서 19퍼센트 사이로 소프트웨어업계보다 약간 높다. 그렇지만 특별히 고려할 게 하나 있다. 시장에 출시한 100가지 약품 중에서 실제로 성공하는 수는 겨우 한 가지에 불과하다. 성공한 약품 하나를 통해 나머지 99가지 약품의 개발 비용뿐 아니라 미래에 출시할 약품들의 비용까지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약회사가 성공적인 신약을 개발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익이 정체되고 주가는 추락한다. 일례로 최근 들어 성공적인 신약을 내놓지 못한 화이자는 몇 년 사이에 주가가 70퍼센트나 폭락했다.

 

그런데도 제약회사와 석유회사들은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정부의 세제와 가격 관리로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현실경제에서 이익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이익의 역할은 배당과 자본이득을 늘려 누군가를 부자로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제체제가 사람들을 북돋워 서로를 위해 매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이익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을 조율할 척도가 사라진다. 정치인들은 이익을 통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경제에서는 그 반대이다. 1980년대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탐욕스런 석유회사들을 처벌할 목적으로 초과이익세를 신설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국내 생산이 곤두박질쳤다. 공급량이 줄어들자 세수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결국 정부가 바라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초과이익세는 폐지되고 말았다.

 

제약업계의 경우, 미국에서 신약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사기라서가 아니다. 캐나다와 유럽처럼 정부 주도의 의료보험 체계 때문에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관리하는 국가에도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캐나다와 유럽의 국민들에게는 약품 가격이 공평할까? 그 나라의 국민들은 신약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처방에도 비교적 오래된 약품들이 쓰인다.

 

이익은 기업인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뇌물일 뿐이라고 비판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익은 혁신을 이루고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피터 드러커는 가장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요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익이 없으면 미래의 번영을 견인할 자본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익이 없다면 변화도 어렵다는 말이지요. 이익은 결코 부도덕하지 않다. 이익은 건전한 경제의 버팀목이다. 따라서 그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부도덕하다.<“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스티브 포브스, 엘리자베스 아메스 지음, 역자 김광수님, 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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