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면 마음은 저절로 통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은 몇 명이나 될까. 2010년 3월에 집계된 결혼이주 여성의 통계를 보면 대략 12만 명에 이르며 베트남, 중국, 한국계 중국 여성이 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우리나라로 이주해오는 여성들의 생활방식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남에서 결혼까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짐으로써 남녀 모두 숙고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 사전 준비도 없이 치러진 절차에 의해 이주해온 여성들은 급격한 문화적 혼란은 물론 의사소통에도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D씨는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한국으로 와 첫날밤이 지난 다음날 아침, 남편이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아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뭐라고 묻는 듯하더니 이내 출근을 해버렸다. 남편이 나간 뒤, 시부모가 그녀를 불러 앉혀놓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남편이 출근하는데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줘야지. 멀뚱하니 앉아서 뭐하는 짓이냐?” 그 말뜻을 이해한 것도 한참 후의 일이지만 그녀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그녀가 살던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기후가 후텁지근하다 보니 아침부터 좁은 집 안에서 불을 켜고 조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침은 밖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식생활 문화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맞벌이라도 하는 경우라면 하루 세끼를 모두 외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우리말도 거의 못하는 그녀는 이런 베트남의 식문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황당할 뿐이었다.
우리와 다른 생활환경과 문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왔음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생활방식과 언어 등을 이해시키고 원만하게 소통을 이룰까를 고민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작은 오해와 갈등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반면, 그러한 기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잘 적응하여 사는 이주 여성들도 많다. 그들이 좀 더 특별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결혼 당사자들 간에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를 알기 위해 매우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정의 경우는, 남편이 아내에게 한국말을 배우도록 적극 지원하고 독려하며 그 역시 아내의 언어와 문화를 알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신뢰와 애정을 키워간다. 한 마디를 나누더라도 의미를 분명히 소통함으로써 이주해온 아내가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다. 이 모든 것이 소통의 힘이다. 상대방의 말을 알고 생각이 통하면 이해의 정도도 넓어지게 되어 도전하지 못할 영역이 없어진다. 이를테면, 몽골 출신의 한 결혼이주 여성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첫 번째 다문화 정치인이 됐을 뿐 아니라 경찰관으로 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도 있다.
반드시 국제결혼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부부 사이의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사소한 한 마디에도 감동을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가깝고 의지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내 혹은 남편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답답해하며 대화를 중단한 적은 없는지,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내 의견만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강요한 적은 없는지 돌이켜보라. 목소리는 낮추고 귀를 크게 열어라, 진정으로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다면.<“노크 없이 문을 열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유재화 지음,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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