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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농부들은 ‘세계화’에 반대하는가

[중산] 2011. 12. 2. 08:38

왜 농부들은 세계화에 반대하는가

 

자유무역이 세계인들을 부자로 만든다면 인도와 멕시코, 태국 같은 나라들에서는 왜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질까? 2008년, 수백 명의 멕시코 농부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며 트랙터를 몰고 멕시코시티로 몰려들었다. 왜 그랬을까? NAFTA로 농업무역이 자유화되면서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값싼 옥수수와 곡물이 홍수처럼 멕시코로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가난한 농부들로서는 그들과의 경쟁을 꿈도 꿀 수 없었다. 농부들로서는 불평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NAFTA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진짜 문제는 자유무역이나 NAFTA 자체가 아니라 미국에서 오랫동안 농가에 지원해 온 보조금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농가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허버트 후버 정권의 농업위원회는 밀과 면화에 대해 고정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과잉공급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피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아예 작물을 키우지 않도록 하는 법안인 농업조정법에 서명했다. 농업보조금은 본래 일시적인 용도로 도입되었지만 머잖아 영구적인 제도로 정착되었다. 어리석은 정책이 그렇듯이, 이 보조금 때문에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는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하여 인위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 밀과 옥수수 때문에 외국의 가난한 농부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또한 이 제도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미국 납세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미국 정부에서 매년 농업보조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을 약 2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금액의 대부분은 대공황기 정책수립자들의 의도대로 영세 농가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늘날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기업형 농부들에게 돌아간다. 반면에 외국의 가난한 농부들은 어려움에 시달리고, 미국 국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보조금 때문에 미국의 옥수수 농가들이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브라이스는 1995년부터 2003년 사이에 지급된 연방정부의 옥수수 보조금이 총 3,730억 달러로 밀 보조금의 두 배, 콩 보조금의 세 배, 담배 보조금의 무려 70배 수준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바이오연료 산업 때문에 옥수수 외에 다른 곡식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저개발국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흥망이 결정되는 민간 부문과는 달리, 농업보조금은 정부의 잘못된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도움보다 고통을 더 많이 안겼을지언정 농업보조금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농업보조금으로 이익을 보는 소수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스티브 포브스, 엘리자베스 아메스 지음, 역자 김광수님, 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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