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영화 배우 대스타 지브릴 파리슈타와 인도인이지만 영국에서 성우로 성공한 살라딘 참차가 공중에서 영국해협을 향해 낙하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점령한 비행기를 탔다가 함께 억류 되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자폭으로 비행기가 폭파한 것이다. 50여 명의 승객 중 유일한 두 생존자는 서로 뒤엉켜 떨어지면서 신기하게도 서로 대화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각기 천사와 악마로 모습이 변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인생을 살게 된다.
눈 덮인 영국의 한 해변에 떨어진 둘, 지브릴의 머리 뒤에서는 후광이 빛나지만, 참차의 모습은 염소처럼 변하고 뿔이 난다. 지브릴은 자신이 죽은 줄 알고 두 아이와 함께 자살한 정부 레카 메르찬트의 유령을 만나는 등 자신이 천사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의 애인 등반가 알렐루야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그를 정신분열로 진단하지만, 그는 꿈과 현실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결국은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인도의 시골에서 대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영국인이 되고자 했던 살라딘은 가족까지 버리며 부단한 노력 끝에 영국에서 성우로 성공한다. 진짜 영국인 파멜라와 결혼하고 부러울 것 없이 살았지만, 사실 그는 진짜 영국인은 될 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추락한 후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고 아내마저 그의 동창을 정부로 삼아 정부의 아이를 임신하자, 그는 절망하고 만다. 그리고 불공평하게도 천사로 변해 영국에서 영화 배우로 재기하려는 지브릴을 보자 분노심에 불탄다. 그런데 그가 이 분노를 폭파시키자 그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고, 그는 다시 현실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애쓴다. 결국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일을 계기로 인도인으로서의 새 삶을 되찾는다...(요약)
꿈속에서 마훈드라는 신의 예언자로 살던 지브릴, 결국 꿈속의 마훈드도 죽고, 지브릴은 현실에서도 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방탕과 살인을 저지르며 결국 자살하고 만다. 비록 천사의 모습을 했지만, 과연 그것이 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살만과 지브릴은 쉽게 판단되는 겉모습 때문에 자신들의 의도와 다르게 살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그들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자신 내부의 본 모습이 아니었을까?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홀수 장에서는 현실이 짝수 장에서는 천사로 변한 지브릴 파리슈타의 꿈이 교대로 진행된다. 물론 현실에서도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고, 종종 꿈과 현실이 겹치기도 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독특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적 구성 요소라 할 수 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이 요약본은 이 소설 자체의 줄거리일 뿐이다. 작가 살만 루시디의 빼어난 문장력과 독특한 시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된 은유와 상징들은 책을 읽어야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책을 읽는 중간 문득문득 나는 어떤 존재인가?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과연 그 둘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종교적인 이유로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박해를 받은 작품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의심해보는 문제가 아닐까?
이렇게 유랑하고 배회하며 떠돌아야 하는 처지이기에 사탄에게는 일정한 거처가 없다. 비록 천사의 본성을 지녀 황량한 물 속이나 대기 중에 자신의 왕국을 세웠으되, 어떤 장소나 공간을 정해놓고 지친 발을 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형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니얼 디포, <악마의 역사>
1. 천사 지브릴
인도의 전설적인 영화 배우 지브릴 파리슈타와 인도인 영국 성우 살라딘 참차가 공중에서 영국 해협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비행기가 폭파됐고, 그들은 유일한 생존자였다. 낙하하면서 지브릴과 살라딘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노래도 부른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변해가는 구름을 보며 무의식 상태로 빠져들려는 찰라,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에서 융단을 탄 레카 메르찬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브릴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만, 살라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은 것을 순전히 우연으로 믿게 될 터이지만, 살라딘 참차에게는 지금 이 순간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밖에 없다. 그 의지는 급기야 몸밖으로 빠져 나와 지브릴에게 “날아. 노래해”하고 명령한다. 지브릴은 이 기적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명령대로 노래하며 양손을 날개처럼 퍼덕인 덕분에 종잇장처럼 해협 위로 사뿐히 내려앉게 된 것이다.
이 일은 참차가 의지력으로 원했고 그 의지에 따라 파리슈타가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어느 쪽일까? 파리슈타의 노래는 천사의 노래인가? 악마의 노래인가? 눈 덮인 영국 해변에서 그들은 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브릴은 원래 이즈마일 나즈무딘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지브릴 파리슈타란 가명은 일찍 죽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파리슈타는 그의 어머니가 항상 그를 ‘천사(파리슈타)’라고 부른 데서 따온 것이다. 아버지는 봄베이의 발빠른 도시락 배달원(다바왈라)였고, 그도 열세 살 때부터 그 일을 함께 했었다. 그러나 아버지 역시 죽은 부인이 아들에게만 쏟던 사랑에 대한 질투로 그녀가 죽은 후, 아들과 경쟁하듯 지나치게 열심히 도시락 배달 일을 하다가 그만 과로로 죽고 말았다. 고아가 된 지브릴을 자식이 없는 그 도시의 막강한 부호가 집으로 불려들여 일을 시키며 거뒀으나, 보통 인물이 아닌 지브릴을 알아보고 은막의 스타가 될 수 있게 다 자란 그를 내보냈다.
그 후 15년간 지브릴은 수많은 신화영화에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을 연기해내 인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려 수많은 추종자들과 언론에게 걱정과 궁금증을 안겨 준다. 그 갑작스런 사라짐이 있기 전 그는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는 온몸의 혈관이 터지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가 갑자기 신비롭고도 신속하게 나은 적이 있었다. 그가 병상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찾아간 곳이 금지된 음식들로 가득 찬 테이블이 있는 대식당이었다.
“알라시여, 그곳에 계시옵소서, 빌어먹을, 제발 있으시란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이 변신의 날부터 병세가 변화를 보였고 회복이 시작되었다.
병을 앓는 동안에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신에게 간절히 애원했으나, 회복하면서부터 마치 자신에게 신의 부재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브릴은 그 곳에서 허겁지겁 죽은 돼지들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문득 접시에서 고개를 들자, 백발 같은 연한 금발과 산정의 얼음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레카 메르찬트가 그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지브릴이 부정하게도 금지된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도 살아 있다는 것과 생명을 되찾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브릴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3일간의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왜 떠났느냐고? 그녀 때문에, 그녀의 도발적인 발언, 그 새로움 때문에. 또는 어쩌면 돼지를 먹은 후로 시작된 응징, 밤의 응징, 즉 꿈이라는 형벌 때문에.
살라딘 참차는 봄베이의 스캔들 곶에서 대단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항상 감시하고 자유를 빼앗는 아버지의 나라 인도를 떠나 영국인이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정말, 성년이 되던 해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영국인이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 끝에, 성우로 대성공을 거두고 흠모하던 파멜라 러블레이스, 진짜 영국 여자와 결혼도 한다.
그런데 공연을 위해 15년만에 처음으로 고향 땅을 방문하는 비행기 안에서, 참차는 공들여 만든 목소리와 말투가 원래의 사투리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사투리를 자포자기하듯 받아들였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영국인을 흉내내는 그를 경멸했다. 특히 아버지는 놀랍게도 하인에게 어머니의 옷을 입혀놓는 등 집을 그대로 보존시키기 위해 애쓰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변태 같다며 탓하는, 이미 변해버린 아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아버지를 거부하는 것은 참차도 마찬가지다.
살라딘은 그 길로 인도를 떠나 영국행 비행기-보스턴호-를 타는데, 옆자리에 지브릴 파리슈타가 앉게 된다. 잠이 두려워 뜬눈으로 보내는 지브릴은 살라딘에게 자신의 연속적이고도 신비한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보스턴호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점령된 것이었고, 당국과의 협상이 순조로워지지 않자 테러리스트는 폭탄 동반 자살을 한다. 그로 인한 비행기 폭파가 유일한 두 생존자 살라딘과 지브릴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2. 마훈드
지브릴은 꿈속에서 자할리아(메카를 가리킴)의 마훈드가 된다. 자할리아는 사막에 세워진 기적 같은 도시이다. 장사꾼 마훈드는 이 곳에서는 예언자 마훈드이다. 자할리아의 대공은 카림 아부 심벨로, 도시의 우두머리이자 갑부, 최고의 미녀인 아름답고 사나운 힌드의 남편이다. 콘 산을 넘어 오는 마훈드의 등장은 그런 그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훈드의 시대에는 수세기 동안 순례자들의 어루만짐을 받아 검게 변한 신이 내려주신 돌 이외에 자그마치 삼백 육십 개의 석상이 있었다. 대공 아부 심벨과 아내 힌드, 그의 가족은 가장 높으신 여신, 모신인 라트 신전을 관리한다. 아부 심벨의 건의에 따라 이 번성한 도시 자할리아의 지배자들은 종교 의식에 곁들일 매혹적인 세속적 요소들을 곁들였다. 그리하여 이 도시는 방탕한 곳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었다. 아내 힌드는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시인 바알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대공은 마훈드에게 그의 집에 있는 삼백 육십 개의 우상 중 세 여신에 대해서만은 예배를 드리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마훈드는 신께서 말씀하신 ‘양보’의 미덕으로 허락하려 하나, 그의 제자 넷은 ‘신 이외의 신은 없다!’고 소리치며 반대한다. 하지만 마훈드는 하나의 신만을 고집하고 집착하는 그들을 조롱하는 사방의 목소리를 빌어 반대하는 이들을 비웃는다.
지브릴, 꿈꾸는 자. 그의 시선은 카메라의 시선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구경꾼의 시선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마훈드의 질문이 지브릴에게 향한다. 그는 어느새 마훈드에게 예언을 하고 그의 몸 속을 드나드는 ‘대천사 지브릴’로서 주인공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묻는다,‘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마훈드는 시의 천막에 들어서서 위대하신 분의 시를 읊는다.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알라의 이름으로!’로 시작된 이 시는 결국 이 도시의 세 여신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자신들의 신을 인정해 준 위대한 예언자를 향해 사람들은 무릎을 꿇지만, 마훈드의 제자들은 이 악마의 시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대천사 지브릴이 언덕에 나타나 그를 때려눕힌 후, 마훈드는 깨닫는다. 지난번의 예언은 악마가 들려 준 것이며, 이번 예언이 진짜라고. 급히 도시로 돌아가 악마의 시를 부인하고 소요가 일기 전에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온다. 새 종교의 이름은 ‘순종’(이슬람이란 말의 본뜻)이었고, 대공은 이에 대한 박해 정책을 실시하였고, 힌드의 분노에 찬 복수가 예상되었다. 따라서 ‘순종교도’ 중에서 자힐리아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북쪽의 또 다른 오아시스 마을인 야트리브가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콘 산의 봉우리에서 지브릴은 자힐리아의 순종교자들과 마훈드가 탈출하는 것을 본다. 오늘날‘순종’이란 대체 무엇이더냐? 겁 많은 것. 남몰래 도망치는 것.
3. 엘오엔 디오엔
노파 로사 다이아몬드는 유령이란 ‘끝맺지 못한 일’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지브릴과 참차는 그녀가 말도 안되게도 소유욕을 지나치게 행사하던 흰 눈으로 덮인 해변에 도착했다. 지브릴은 벌떡 일어나 참차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고, 눈을 보고 기뻐 마지않는 그에게서 내내 풍기던 악취도 사라져있었다. 대신 살라딘 참차에게 지독한 악취가 생겼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그를 체포하러 왔을 땐 그의 하체는 염소처럼 변해 있었고 머리에는 뿔이 났다.
어린 시절부터 주문처럼 꿈의 도시를 뜻하는 ‘엘오엔 디오엔’ 런던하며 영국을 꿈꾸고, 피나는 노력 끝에 영국인이 된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국인이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가 체포될 때,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브릴의 머리 뒤에는 후광이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지브릴은 체포되는 친구 참차를 그저 방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참차가 끌려간 후, 지브릴 파리슈타는 늙은 영국 여자의 눈동자에 사로 잡혀 친구의 불행을 방관했던 순간이 자주 생각났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다른 사람의 욕구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로사는 그에게 자주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는 그녀의 이야기 마술에 푹 빠져 애인 알리에게 연락할 생각도 않고 되찾아야 할 자신의 인생도 잊고 있었다.
한편, 경찰에 끌려간 괴물 모습의 살라딘은 굴욕적인 대접을 받고, 구타로 기절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살라딘처럼 형상이 동물이나 식물로 변해 가는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이대로 당하진 않겠다며 탈출을 감행한다.
파멜라 참차는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동창인 점피 조시를 정부로 맞아들인다. 탈출한 살라딘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에도 그들은 함께 있었다. 파멜라와 점피는 괴물 같은 모습으로 살아 돌아온 살라딘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지브릴 파리슈타는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서 음반업자이자 핫 왁스 나이트클럽의 주인인 마슬라마를 만나고, 그는 이 은막의 스타를 알아본다. 범신론자 마슬라마는 지브릴 영화의 팬이었다고 고백하다가 지브릴의 머리 뒤에 나타나는 후광을 보고, 그를 부활한 신으로 착각한다. 지브릴은 이 미치광이를 위해 신인 척 연기를 하고, 마슬라마는 지브릴의 추종자가 된다.
런던에 도착한 지브릴은 또 다시 레카 메르찬트에게 쫓긴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그녀는 지브릴을 혼자 말하고 헛것을 보는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했다. 지브릴은 그날 내내 쓰러지기 직전까지 도망쳤다. 도망치다 다다른 공원에서, 원래 지브릴이 만나고자 했던 사람, 그의 애인 알리를 만난다. 그녀는 지브릴이 자기를 떠난 줄 알았다가 비행기 폭파 소식을 듣고서는 죽은 줄 알고 슬퍼했으나, 살아 돌아온 지브릴을 따뜻하게 맞는다. “생명을 되찾은 거죠. 그게 중요해요.”
4. 아예사
지브릴의 꿈은 마흔 번째 생일날 아침, 미르자 사이드 악타르가 나비가 가득한 방안에서 잠든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밤낮없이 날아다니는 이 신기한 나비떼는 내려앉는 곳에 따라 색깔이 변하였다. 이 마을의 이름의 이름이 ‘티를리푸르(나비 마을)’이 될 정도로 흔해 의식조차 하지 않게 되었지만, 미르자 사이드는 마흔 번째 생일날 아침 빛나는 나비떼를 보고 황홀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미르자 사이드의 아내 미샬은 은행장의 딸로서 쓰러져 가는 가문을 세우기 위해 선택한 중매 결혼이긴 했지만, 둘은 아이가 생기지 않아도 점점 더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미르자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나비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신비한 소녀, 아예사를 본 순간, 그 평온은 깨지고 만다. 간질을 앓는 그녀는 인형을 깎아 파는 고아 소녀이다. 마을 청년들은 아름다운 그녀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그녀는 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상대방을 경멸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음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게다가 나비를 먹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청년들도 더 이상 그녀를 추근대지 않았다. 오직 개종자 오스만만이 그녀에 대한 짝사랑을 버리지 않았다.
그녀가 열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마을의 거목 아래에서 잠을 자는 그녀의 옆에 대천사 지브릴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변하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을 나비떼가 감쌌으며, 머리는 눈처럼 새하얀 백발로 변했다. 그런 모습을 하고 나타나 마을 사람들에게 지브릴의 예언이 있었으며 우리는 그 사명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꿈꾸는 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황당해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생일 이후 미르자 사이드는 아내에게 뜨거운 욕망을 보여주고, 임신을 바라는 아내는 이것이 신의 계시가 아닐까 하여 남편의 말에 무조건 따른다. 사이드의 이런 욕망은 아예사로 향한 부끄러운 성욕을 감추기 위한 노력이었고, 그는 이 사실에 매우 괴로워한다. 하지만 아내 미샬은 이 나비 소녀 아예사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예사는 미샬이 자궁암에 걸렸다고 하면서, 지브릴의 예언에 따라 순례 길에 올라야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속임수처럼 들리는 이 말에 미르자 사이드는 길길이 날뛰지만, 아내와 딸의 위험한 병명을 듣고 이성을 잃은 은행가의 현대적 아내, 즉 그의 장모는 아예사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아예사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천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지금 당장 순례길에 나설 준비를 하여, 메카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 말에 열띤 논쟁을 벌이지만 아예사가, 곧 바다가 갈라질 것이고, 우린 그 속에서 메카까지 걸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의 의심도, 논쟁도 하지 않고 그녀를 따른다. 다음 날 아침, 온 마을 사람들의 순례 대열이 생긴다. 아픈 몸을 끌고 기어이 동참하려는 부인을 말리던 미르자 사이드도 그녀의 굳은 결심을 보기만 할 뿐, 할 수 없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 미친 행렬을 중단시키기 위해 자신의 차를 타고 순례 행렬을 뒤따르기로 한다.
5. 보이지만 안 보이는 도시
참차는 염소처럼 변한 하체와 뿔이 자란 몸으로 점피의 안내에 따라 수피안의 집으로 들어선다. 카페의 주인이자 고지식한 교사이며 공산주의자인 수피안은 괴물 같은 모습의 참차를 보고 놀라기는 하나 곧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며, 함께 염려해 준다. 그의 두 딸들은 발랄한 십대 후반답게 참차의 신기한 모습에 흥미를 갖고,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면서 그와 가까워지려 경쟁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참차의 몸은 점점 더 악마처럼 변해가고 머물고 있는 런던 시 전체가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악의 화신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든 간에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이제 내가 아니다, 혹은, 나만이 아니다. 나는 온갖 그릇된 것들과 ‘우리가 증오하는 모든 것’과 죄악이 유형화된 존재다. 그런데 왜? 왜 나야?
참차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벌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누가 내리는 벌이지?” 나는 나름대로 선을 추구했고, 자신이 가장 선망하는 대상-영국인-이 되기 위해 매진하지 않았던가? 곧 그는 겉모습만 가지고 자신이 사악하다고 판단하지는 말자고 결론을 내린다. “악마, 염소, 샤이탄? 난 아냐. 난 아냐: 딴 놈이야. 그럼 누구?”
그는 방송국 동료 미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다. 미미는 참차의 비행기 사고 후 방송국에서 해고되어, 남편 빌리의 사기행각을 돕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돕게 됨) 점점 그 생활에 빠져들고 있었다. 참차의 오랜 친구 점피는 한편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계속 참차의 부인 파멜라와 잠을 잤다. 파멜라는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걸 그저 마법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해 버리고, 점피와의 관계로 임신한 것에 대해 기뻐한다. 남편인 참차가 해주지 못한 것을 점피 덕분에 이루게 된 것이다.
점점 더 괴물의 형상으로 변해가는 참차가 수피안의 다락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그가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의 꿈속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에서 참차는 도시를 불태우고 폭력을 휘두르는 듯 악마의 행동만을 일삼았다. 게다가 그가 나오는 꿈은 연속극처럼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이 꿈에, 참차의 존재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악마에 대한 공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악마의 뿔 같은 머리띠를 쓰고 다니고, 수피안의 딸들은 그가 영웅이라고 부추긴다.
참차가 몸집이 커져 더 이상 수피안의 다락방에 머물 수 없게 되자, 그의 옛 친구들은 그를 아무도 없는 나이트클럽에 옮겨다 눕힌다. 홀로 남겨진 참차는 머리 뒤쪽에 광채가 나는, 신들의 역할을 연기하는 자, 지브릴을 기억하고 그를 원망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참차는 강렬한 고통 속에서 집기들을 깨부수며 악마가 된 자신의 적, ‘대천사 지브릴’에 대한 증오심을 터뜨렸다. 잠시 후, 폐허가 된 클럽 한복판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참차가 발견된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한편, 지브릴은 등산가인 애인 알렐루야 콘의 집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알리는 지브릴을 데리고 들어와 간호하며, 죽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이 살아 돌아 왔음에 감사해했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등정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많이 접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천사라고 착각하는 지브릴이 어딘가 이상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인도의 대스타로서 귀족적인 생활에 익숙한 그가 그녀를 함부로 부려먹으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남자 관계를 의심하자 지브릴에게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지브릴은 그녀가 기다려 주기를 바랬으나 이내 딴 곳으로 가버리자, 분노가 극에 달한다.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나타난 신과 마주한다.
지브릴은 곧장 알리의 집을 나와 대천사답게 살리라 굳게 다짐하고 거리를 헤맨다. 그러나 번번이 천사의 임무라고 생각되는 일에 실패하고 낙담하는데, 그 앞에 또 다시 융단을 탄 레카 메르찬트가 나타난다. 그를 조롱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지브릴은 그의 의식 속에 갑자기 나타난 사내, 바알의 “너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신 이외의 신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 순간 레카 메르찬트는 산산이 부서지고 한동안 나타나지 않게 된다.
하나의 시험을 이겨냈다고 생각한 지브릴은 가벼운 마음으로 해가 뜨는 지평선에 오르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그는 자신이 대천사임을 증명하기 위해 차도에 뛰어드는데, 결국 그를 치어 죽일 뻔한 차의 주인인 말더듬이 영화 감독 시소디아에 의해 또 다시 알리의 집으로 옮겨진다. 몹시 멍들고 온 몸에 찰과상이 입혀진 채로. 시소디아는 매일 알리의 집을 찾아와 알리보다 더 열심히 지브릴을 간호한다.
얼마 후, 시소디아는 지브릴에게 들은 그의 꿈 얘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그를 신의 이미지를 가진 대스타로 키울 계획을 세운다. 알리는 몹시 반대하지만, 지브릴의 동의로 계획은 현실화된다. 미녀들 틈에서 웃고 있는 지브릴의 사진을 볼 때마다, 알리는 불안해하나 오히려 더욱 심해진 지브릴의 질투와 의심 때문에 둘은 헤어지게 되고, 기획사의 ‘지브릴 신화조작’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신처럼 허공에서 전차를 타고 내려와 깜짝 출연한 공연에서 돌아온 지브릴을 마주한 당황한 군중과 놀람에 의한 대소요,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브릴의 이상한 느낌 때문에 그는 다시 잠적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그는 악마의 뿔 머리띠를 하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고 또 다시 자신이 대천사라고 확신하는데, 순간 그 동안 머리 속에서만 가물거리던 적, 악마의 이름 ‘살라딘 참차’가 확연히 떠오른 것이다. 지브릴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세 번째로 알리의 집에 돌아와 있었다.
6. 자힐리아로 돌아오다
검은 돌의 집에 있는 알라트 석상의 왼쪽 눈가에서 핏빛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을 때 시인 바알은 예언자 마훈드가 사반 세기에 걸친 망명 생활을 끝내고 자힐리아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힐리아는 마치 사람이 살 수 있는 신기루처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던 예전과는 달리, 그 곳에 사는 시인들처럼 가난한 도시가 되고 말았다. 대공조차도 누추해져 갔으나, 오직 힌드만이 옛날과 똑같았다. 힌드는 이 도시의 화신으로 군림했으며, 사람들은 그녀의 젊음과 불변을 마치 자신의 그것처럼 여기게 되어 그녀의 온갖 사치와 음란성을 용서했다. 가난해진 바알과 살만은 마훈드의 돌아옴을 예감하고 다시 만난다.
그리고 지브릴은 꿈꾸었다: 야트리브의 오아시스에서 신흥 종교 ‘순종교’의 신도들은 가진 땅도 없고 따라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산적질로 연명하고 신도들은 무법자 노릇을 하며 살아갔지만, 마훈드는 아니, 대천사 지브릴? 알라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율법에 집착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더욱 심해져,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계시의 이름으로 규제하고 있었다.
자힐리아 군이 장사를 방해하는 야트리브로 진격해 올 때, 참호를 파서 야트리브가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마훈드의 생활은 점점 방탕해져가고, 실망한 마훈드의 서기 살만은 천사의 계시에 대한 의심을 품고 마훈드가 신의 계시를 말할 때마다 말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 방법으로 그를 시험해 보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마훈드는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자신이 믿어 온 대상이 사기꾼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살만은 더 심하게 말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훈드가 눈치를 챘고, 복수를 당할 게 뻔한 그는 자힐리아로 도망친 것이다.
마훈드가 자힐리아로 돌아오자, 이미 기운이 쇠잔한 대공 아부 심벨은 아예 순종교로 귀의해 버리고 통째로 도시를 마훈드에게 넘겨주고 만다.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힌드는 성난 군중을 대변하며, 대공을 공격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기에 급급한 군중들은 이내 집으로 돌아가 숨고 힌드는 혼자 이 싸움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마훈드를 기만하고 자힐리아에 숨었던 살만은 마훈드의 병사들에게 붙잡히자, 진짜 적이 있다며 시인 바알을 밀고한다. 바알은 섬기고 있던 여신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훈드의 사상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알은 ‘장막’이라는 이 도시에서 제일 인기 있는 유곽으로 숨어들었다. 마훈드의 명령에 따라 금주, 부인들의 연금 생활 등 새로운 규율에 답답해 있던 사람들은 이 곳 유곽과 금지된 돼지고기의 밀거래에 더욱 집착했다. 바알은 여주인의 도움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을 새까맣게 하여 내시로 숨어들어 있을 수 있었다. 이곳 창녀들은 평범한 가정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바알을 자신들의 정식 남편으로 섬길 것을 부탁한다. 그리하여 바알은 손님들에게 마훈드의 12아내를 연기하고 있는 창녀 12명의 남편이 된다. 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유곽내의 마훈드로 군림하는데, 미루고 있던 유곽 철폐가 단행된다. 유곽 주인은 죽어버리고, 12창녀는 감금되고 그 날 저녁부터 시인 바알은 아름다운 시를 음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알이 시를 읊던 곳에 마훈드가 나타나 자신을 조롱한 바알을 처형시킨다.
힌드는 대공이 자힐리아를 마훈드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친 그 날부터 저택에 처박혀 나오질 않더니, 예전보다 훨씬 젊어진 모습으로 2년 2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가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한지 한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훈드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고 힌드는 홀로 차분하게 잔치를 준비한다.
아예사의 침실에 누운 마훈드는 죽음의 목전에서 여자의 음성을 듣는다. 복수에 흡족해 하는 음성을 들은 마훈드는 신의 왕국으로 떠나고 아예사는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아예사는 눈물을 닦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 신의 사자를 섬겼던 사람이 있다면 슬퍼하세요. 마훈드는 죽었으니까. 그렇지만 여기 신을 섬겼던 사람이 있다면 기뻐하세요. 신은 분명히 살아 계시니까.” 그것이 꿈의 끝이었다.
7. 천사 아즈라일
‘모든 것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거야.’ 하고 옛 골방으로 돌아 온 살라딘 참차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때는 많은 사랑을 경험했고, 지금은 ‘사랑’의 보복을 경험하는 중이라고 믿었다. 그가 정신적인 것 중에서 가장 사랑한 것은 영어권 국민들의 변화 무쌍하고 무진장한 문화였으며, 물질적인 것 중에서는 런던에 사랑을 바쳤다. 이런 그의 사랑을 항상 비웃던 그의 아내 파멜라, 그녀는 살라딘이 인간 중에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이자 마지막 사랑은 꿈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 꿈은 나뭇가지들이 푸른 터널을 이룬 곳에서 어린 사내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마침내 꼬마가 성공하여 기뻐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그에게는 눈물을 흘릴 만한 꿈이었다. 사랑하던 도시에 내팽개쳐지고, 한 문명을 사랑했지만 악마로 변하고 모욕당하고, 자신의 동창의 아이를 가진 아내에게서 버림받고,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파멜라가 살고 있는 옛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참차는 다시 문명인의 옛 생활로 돌아가려 의식적으로 애쓴다. 배가 불러 가는 아내와 한 방을 쓰는 겁쟁이 점피는 죄책감에 혼자 골방에 있기를 원하는 살라딘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등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이상한 동거이긴 하지만, 이혼을 할 때까지 독립을 위한 절차가 필요했다. 그러나 죽었다고 믿었던 사람을 방송에 복귀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 동거 생활은 당분간 계속된다.
살라딘은 점피의 권유로 파멜라와 셋이 동반한 가운데 점피와 파멜라가 후원하는 ‘할머니 살인마’의 용의자 우후루 심바 박사의 석방 요구를 위한 공청회에 참여한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놀라는 살라딘의 눈에 꿈에 자주 보이던 미샬이 포착되지만, 참차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그녀를 보내고 만다. 그런 그에게 점피는 또 한 명의 스타, 알레루야 콘이 애인 지브릴과 함께 오기로 했는데 안 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인 살라딘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런던의 날씨는 지브릴이 천사로 착각하던 당시, 영국의 모든 문제는 날씨 탓이니, 열대로 바뀌면 나아지리라 했던 대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이때, 사기꾼 찰리와 그의 동반자 미미가 석방 축하 파티를 열고 이 곳에서 살라딘과 지브릴의 조우가 이뤄진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스타 대접을 받는 지브릴을 멀리서 지켜보던 살라딘은 잊었던 분노가 되살아난다. 살라딘은 지브릴이 정신 분열 판정을 받아 약물 치료 탓에, 멍한 상태에서 괴롭고도 불안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브릴은 애인인 알렐루야를 살라딘에게 소개하는데, 살라딘은 그들과 대화하면서 지브릴의 최대 약점이 ‘질투심’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복수의 방법을 찾은 듯 미소를 짓는다.
결국 그들과 친해지면서, 정보를 수집하던 살라딘은 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신의 직업적(성우)능력을 이용해 지브릴을 파괴시키려 한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존재를 숨긴 채로 알리의 부정을 지브릴에게 거짓 고발하고, 결국 알리와 지브릴은 파국을 맞는다. 질투가 끝내 노여움이 된 지브릴은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나는 신의 오른팔이다.”하고 외치는 지브릴의 머리 뒤에 또 다시 후광이 나타난다.
그 뒤, 우후루 심바 박사는 구금 중 악몽을 꾸다 즉사했다. 더욱 심해진 인종 폭동과 할머니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체포해 인종 차별을 없애려는 운동을 하는 파멜라와 점피는, 반대파들에 의해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지브릴, 천사 아즈라일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런던 거리에 나타나 신의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고민한다. 신의 분노? 사랑? … 결국 다시금 부정한(?) 알렐루야 콘이 생각나고, 부도덕한(?) 도시 런던은 파괴의 대상이다…
지브릴이 황금 나팔을 불 때마다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였다. 샨다르 까페, 그 불길 속에서 그는 적, 살라딘을 발견한다. 조금 전까지 알리를 위로하며 함께 저녁을 먹을 때만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던 살라딘은, 이제 자신이 저지른 파괴 공작을 훤히 아는 지브릴 앞에서 벌벌 떨고 있다. 그러나 살라딘의 걱정과는 달리, 지브릴은 불기운에 무너진 들보에서 살라딘을 구하고, 지브릴 앞에서 홍해처럼 갈라지는 불, 연기가 만드는 용서의 길을 지나 사랑을 되찾는 작은 승리를 이루어낸다.
그들이 샨다르에서 빠져 나왔을 때, 바깥에는 온 가족을 잃은 미샬 수피안이 애인 하니프의 위로를 받으며 울고 있다. 그 앞에서 지브릴은 쓰러지고, 그와 살라딘은 구급차에 실려 옮겨지는데, 그때 지브릴은 또 다시 꿈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8. 아라비아해 갈라지다
상인 스리니바스의 집 앞으로 순례자 행렬이 나타났다. 경찰은 순례자들을 종교 시위대로 취급하고 강제로 해산시키려 한다. 그러나 온통 나비떼로 이루어진 옷을 걸친 환상적인 모습을 한 행렬을 이끄는 처녀, 아예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파출소장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고 만다. 스리니바스도 행렬에 동참하고, 오직 암에 걸린 아내 미샬이 아예사에게 속아 고생하고 있다고 믿는 미르자 사이드만이 아라비아 해를 향한 순례의 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미르자 사이드는 한때 아예사를 흠모했던 자신을 볼 때마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대천사 지브릴의 계시라며 순례자들에게 마법을 걸어놓고 죽을병에 걸린 부인과 장모까지 꼬셔낸 그녀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다. 애지중지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순례 행렬을 뒤쫓으면서 틈날 때마다 부인을 설득하거나, 자기편을 찾는 게 일이 되었다.
대지는 타들어 가고 순례 행렬은 느릿느릿 움직였다.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은 열 여드레째 되던 날이었다. 사르판치 무하마드 딘의 아내가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의 꿈을 꾼 이튿날 조용히 죽고 말았다. 아예사의 명령에 따라 그녀의 시체는 황량한 들판에 묻히고 말았는데, 이 냉정한 처사를 반대한 것은, 미르자 사이드뿐이었다. 그러나 아내를 잃은 사르판치에게 절대적인 믿음은 사라져버렸고, 미르자 사이드의 벤츠에 타는 첫 동행자가 되었다.
이 일로 아예사는 이들을 의식하면서도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 순례자들에게 대천사의 노여움을 전하고 다시 절대 권력을 잡는다. 그러나 황소를 잃은 청년 오스만-한때 아예사를 짝사랑했던-은 세 번째 벤츠의 탑승자가 되고, 죽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결심은 흔들려 벤츠의 주변은 북적대기 시작했다. 장인이 소식을 듣고 급히 왔다간 뒤, 장모도 결심이 흔들려 미르자 사이드의 벤츠에 탔음에도,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는 시체의 몰골이 되어 가면서도 아예사의 가장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어갔고, 둘의 관계는 8주가 지날 때쯤엔 몹시 악화되고 말았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반대파들의 항의도 거세졌다. 가뭄 속에서 어렵사리 행군하던 순례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유일한 희망이던 나비떼도 사라지고 믿음이 사라져가는 힘겨운 나날이 계속된다. 그러나 순례자들을 해산시키려는 광부들이 곡괭이를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방해자들이 순식간에 홍수에 밀려가 버리자 사람들은 신이 아예사 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멎고, 나비떼도 다시 돌아왔다. 홍수로 헤어졌던 사람들도 다시 모여들었다. 그런데 금요 예배를 하는 도중 군중을 흔드는 또 하나의 소요가 일어난다. 바구니에 담긴 아기가 발견되었는데, 아예사가 아기를 악마의 자식이라 하자, 분노한 군중들이 아기를 돌로 쳐죽인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순례자들은 행군을 거부하고 그녀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친다.
미르자 사이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시험하지만, 흔들리던 그녀는 군중을 향해 바다가 갈라져 구원되는 일은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하며 심판은 그 뒤로 미뤄야한다고 설득한다.
사이드의 제안 속에는 오래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너는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아예사도 그에게 오래된 대답을 던졌다. 나는 유혹을 받았으나 새로 태어났나니, 이제 타협하지 않으며 절대적이며 순수하노라.
순례자들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 미샬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해변에는 예상보다 적은 숫자인 이백 명 가량만이 모여있었으나, 이들도 미르자 사이드조차 보게 되는 신비한 광경을 보지 못한다. 나비떼는 거대한 바다 쪽으로 날아가 찬란한 거인 모양의 구름이 되고, 이를 본 사람들은 “지브릴! 지브릴!야 알라!”를 외치며 바다로 뛰어든다. 이를 만류하는 미르자 사이드 일행은 속수무책이었다.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이 물에 잠겨 사라지자, 미르자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 뛰어들고 나머지도 잇따랐다.
익사한 시체들이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바닷물이 갈라지고 순례자들이 바다 밑바닥에서 죽어가는 고기떼 사이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스리니바스는 자신의 의심 때문에 천국의 문이 면전에서 닫혔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미르자 사이드는 이성을 잃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모든 의욕을 잃고 굶어 죽어간다. 생애의 마지막 날 밤, 아예사의 음성이 들렸고 그에게도 바다가 갈라져, 그 또한 다른 이들과 함께 아라비아해의 밑바닥을 가로질러 메카로 걸어갔다.
9. 신기한 램프
심장 마비를 일으키고 시간이 흐른 후, 살라딘 참차는 아버지가 골수종 말기라는 전보를 받고 급히 인도로 향한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영화 감독 시소디아는 여전히 말을 더듬으며 지브릴의 컴백 실패 사실을 들려주었다. 그의 재기작 『아라비아해 갈라지다』와 『마훈드』는 대참패를 하고, 그의 건강이 다시 나빠진 것이다.
미샬과 하니프는 결혼을 하였고, 이 날 참차도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꼈다. 고객들도 다시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서 살라딘은 눈을 감은 채 어쩌면 인생이란 불행의 연속이고 기쁨은 그 속에서 잠깐씩 반짝이는 순간들이란 생각을 한다.
살라딘 참차는 스캔들 곶의 어린 시절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 새어머니 나스린과 이미 남편을 잃은 전직 보모인 나스린 3호 카스투르바가 차례로 그를 맞았다. 창게즈 참차는 치사율 100%라는 자신의 병도 모른 채 눈을 뜬 채로 자고 있었다. 한 번도 다정해 본 적이 없던 두 부자는 죽음을 앞에 두고 더 없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서로를 본다. 결국 창게즈는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창게즈 참차왈라의 아들 살라후딘 참차왈라로 돌아 온 살라딘은 아버지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아버지 머리의 무게, 그것이 내 손에 놓였네. 나는 그것을 내려놓았네. 편히 쉬소서.
누군가 이렇게 썼다: 이 세상은 우리가 죽을 때 비로소 현실임을 알 수 있는 곳이라고.
묘지에서 집으로 돌아온 살라딘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지지도 못하게 했으나, 돌아온 그에게 물려 준 램프를 만져본다. 그리고 기다리던 지나트 바킬이 그를 찾아온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니는 그가 더 이상 영국인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인도인 ‘살라후딘’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리고 살라딘은 인도에 정착하여 지니의 삶에 동행한다.
영화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런던을 떠나 봄베이로 돌아온 지브릴 파리슈타는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병에 걸렸다가 비행기 사고를 겪고 연애까지 실패로 끝난 지브릴은 더 이상 보고싶은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레카 메르찬트의 죽음에 대해 조사를 받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는 중이다. 살라딘은 그가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일로 모든 관계가 끝났다고 믿고 있었으나, 사실 영원한 것은 없다.
히말라야 등정을 위해 봄베이에 들른 알렐루야 콘이 죽었다는 내용과 함께 지브릴의 실종이 보도되었다. 영화 감독 시소디아의 시신이 지브릴의 아파트에서 발견되고, 알렐루야는 레카 메르찬트가 자살한 이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했다는 것이다. 이를 본 살라딘의 머리 속에는 ‘유령, 끝맺지 못한 일’이란 말이 스쳐간다. 실종된 지브릴이 올 것을 예감한 살라딘은 지니의 아파트를 나와 스캔들 곶으로 돌아간다.
지브릴은 살라딘에게 찾아와 고백한다. 그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살라딘이 복수를 위해 알리의 거짓 부정을 속삭이던 악마의 시가 떠올랐으며, 레카 메르찬트가 융단을 타고 나타났고, 그녀가 알리를 떠밀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경찰의 소리를 들은 지브릴은 이 병이 영원히 낫지 않을 거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살라딘에게 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총구를 입에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자유를 얻었다. 살라딘은 구원의 손길처럼 찾아든 지나트 바킬과 함께 그 곳을 나간다.
허다한 잘못과 결점과 죄악에도 불구하고 - 즉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모양이었다. 사람의 행운이란 결코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했다. 지금 이렇게 행운이 손을 내밀어 그의 팔꿈치를 붙잡고 있지 않은가. <“악마의 시 (상, 하)”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세계사>
▣ 저 자 살만 루시디
1947년 봄베이에서 태어났다. 『그리머스(Grimus,1975)』를 시작으로 『한밤중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 1980)』 『치욕(Shame, 1983)』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1988)』 『하룬과 이야기의 바다(Haroun And The Sea Of Stories, 1990)』 『무어의 마지막 한숨(The Moor's Last Sigh, 1995』 『그녀가 밟은 땅(The Ground Beneath Her Feet, 1999)』 등의 장편 소설을 썼다. 그 중에서 『한밤중의 아이들』로 1981년 부커상과 제임스 테이트 블랙 프라이즈를 수상했고, 『치욕』으로 1983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도서상, 『악마의 시』로 1988년 휘트브레드 최우수 소설상과 1989년 독일 올해의 작가상, 『하룬과 이야기의 바다』로 1990년 문필가 협회상, 『무어의 마지막 한숨』으로 1995년 유러피언 아리스티언 문학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휩쓸었다.
특히 1993년에는 『한밤중의 아이들』이 '부커 오브 부커스'로 선정되어 25년에 걸친 역대 부커상 수상작 중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았으며, 같은 해 오스트리아 정부가 주는 유럽 문학상도 수상했다. 그 밖의 책으로는 단편집 『동과 서(East, West, 1994)』, 보고 문학 『표범의 미소(The Jaguar Smile: A Nicaraguan Journey, 1987)』, 수필집 『상상의 고국(Imaginary Homelands: Essays And Criticism, 1991)』 『선의(In Good Faith, 1990)』, 영화 비평서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92)』 등이 있다.
루시디는 『악마의 시』를 출간한 후 1989년 이란 정부의 사형 선고를 받고 1998년 사면될 때까지 영국 정부의 보호 속에서 도피 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명예 교수이며 영국 왕립 문학원회원이다. 그의 책들은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