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에의 부적응
헨리 제임스는 1843년 4월 15일 뉴욕에서 출생했다. 아버지 헨리 제임스 1세는 초절주의자인 에머슨과 교분이 있는 아마추어 철학자였고, 형인 윌리엄 제임스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미국 철학자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잦은 유럽 여행을 했고 이것이 그를 체질적으로 구대륙에 친밀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남북전쟁기(1862~1863)에 잠시 하버드 법과대학을 다닌 후, 1864년에 첫 단편 〈실수의 비극 A Tragedy of Errors〉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1869년부터 혼자 유럽 여행을 다니게 되었으며, 1870년대 후반에는 런던에 정착하여 죽기 1년 전인 1915년에는 영국에 귀화한다.
성장기의 헨리 제임스는 종종 유약하고 여자 같은 남자아이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 사실은 개인의 단순한 성격상의 특징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미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형인 윌리엄 제임스도 마찬가지였지만, 헨리 제임스는 당대의 미국문화와 정신적 풍토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고통을 겪었다. 당대 미국의 근면성실한 기풍은 젊은 남자들로 하여금 문학이나 음악 같은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터부시하였다. 일에만 집착하는 미국 사회의 풍토는 제임스의 형제자매들이 일종의 신경쇠약증을 앓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질병은 청교도적 기풍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관심사인 문학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헨리 제임스가 일찍부터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갖춘 유럽을 동경한 배경에는 노동을 통한 구원, 나태에 대한 단죄, 고통이 은총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독특한 청교도주의적 문화의 편협함과 억압성이 있다고 하겠다.
훗날 제임스는 자신이 남북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이유가 어린시절 화재로 입은 상처 때문이라는 암시를 자서전에 남겨놓았는데, 이 애매한 암시는 제임스가 평생 독신으로 지낸 사실을 설명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 사고 때 제임스가 성적으로 불구가 되었으며 이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했고 그만큼 내성적인 예술가가 되었다고 흔히 억측한다. 그러나 최근의 실증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서전의 관련 대목은 당시 남북전쟁에 참전하여 용맹을 떨치는 것을 당연시했던 일반적인 미국 청년들과 달리, 전쟁을 두려워하고 거부감을 느꼈던 제임스가 자신이 참전하지 않은 사실을 변명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허구적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만큼 눈부신 자본주의적 성장을 해나가던 청교도 사회에 대해 제임스가 보였던 이질감과 비판적 의식을 잘 짐작할 수 있다.
현대적 기법들의 다양한 실험
제임스는 1871년 최초의 장편 《파수꾼 Watch and Ward》을 출간했고, 1878년 발표된 단편 〈데이지 밀러 Daisy Miller〉는 그에게 대중적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유럽을 방문한 데이지 밀러라는 당돌하면서도 순진한 미국 처녀를 그린 이 작품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화제가 되었고, 양국의 독자를 주인공 데이지를 지지하는 편과 비판하는 편으로 갈라놓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제임스는 이에 상응하는 대중적 인기를 다시는 얻지 못했다.
제임스는 이른바 ‘국제주제’, 즉 신세계와 구세계의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 사회풍습과 윤리규범간의 만남과 충돌을 그리는 소설가로 알려지게 된다. 1870-1880년대의 제임스 소설에서 ‘국제주제’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인의 초상》은 ‘국제주제’에 대한 문학적 탐구의 정점을 이루는 걸작인 것이다.
제임스는 반세기가 넘는 창작 기간 동안 22편의 장·중편과 112편의 단편을 비롯하여 많은 분량의 비평과 산문을 남겼다. 그 엄청난 분량만큼이나 그에게서는 다양한 작품 경향을 발견할 수 있으며, 제임스는 여러 가지 문학적 경향을 소화해냄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가령, 1879년 선배 미국작가인 호손의 평전인 《호손》을 썼을 정도로 호손의 로맨스 양식과 소설세계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또 발자크의 프랑스 사회소설이나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의 영향 또한 여러 작품에서 발견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등 영국소설의 전통은 제임스에게 소중한 문학적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여인의 초상》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나 《대니얼 디론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것은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다.
런던에 정착한 제임스는 1890년대 전반부에 대중적인 성공을 겨냥하고 연극계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희곡 창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희곡작가로서 그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희곡 《가이 돔빌》 이후 다시 소설에 전념하여 세기말의 영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들, 《메이지가 안 것》, 《어색한 시대》 등을 내놓는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 이른바 ‘완숙기’의 3부작, 《대사들》, 《비둘기의 날개》, 《황금 주발》이 나온다.
1890년대 후반부터 제임스는 이른바 ‘제한적 시점’ 등을 비롯한 ‘현대적’ 기법들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를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로 대표되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간주하게 하는 이유이다. 특히 ‘완숙기’의 3부작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법들과 치밀한 심리분석적 경향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제임스의 ‘현대성’의 또 다른 측면은 그가 작가나 예술가의 삶, 창조적 고뇌와 인간적 함정 등을 지속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진짜〉나 〈애스펀 문서〉같은 뛰어난 단편들에서 우리는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성찰을 접할 수 있다. 이는 소설 창작 외에도 당대의 소설문학에 대해 엄청난 분량의 비평을 남긴 제임스의 노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사벨 아처는 미국 뉴욕 주 올버니 출신의 총명한 처녀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언니들은 모두 결혼한 상태에서 그녀는 느닷없이 유럽에서 자신을 방문한 이모 터쳇 부인을 따라 유럽으로 가게 된다. 런던 가까운 곳의 시골 저택 가든코트에서 그녀는 두 사람의 청년, 즉 터쳇 부인의 아들 랠프와 영국 귀족 워버튼 경을 만난다. 터쳇씨 부자는 처음부터 맹랑할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한 이사벨을 좋아하며, 워버튼 경은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다. 랠프는 폐결핵에 걸려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로서 남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친구 워버튼 경이 이사벨에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본 랠프는 이사벨이 어떻게 자기를 실현할지 궁금해하면서 아버지를 설득하여 그녀에게 7만 파운드의 유산을 물려주도록 한다. 이사벨은 미국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온 또 다른 청혼자 캐스퍼 굿우드를 물리친 뒤 세상을 더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내용 요약)
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 헨리 제임스 지음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이사벨 아처 작품이 그리는 ‘초상화’의 주인공. 상상력이 풍부하고 세상을 알고 싶은 지식욕이 강한
미 국 처녀이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개성적인 인물.
랠프 터쳇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 교육받은 청년. 섬세한 감수성과 지성
을 갖추었지만 폐결핵에 걸려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불가능하다.
워버튼 경 영국 신사의 표본 같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귀족 남성. 랠프의 친한 벗이며, 이사벨을
사랑한다.
캐스퍼 굿우드 하버드대학을 나온 뒤 아버지 소유의 면직 공장 경영자로 일하 는 사업가. 강한
의지를 가진 전형적인 미국 청년.
서리너 멀 이사벨에게 개인적 자유의 이상형으로 보이는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세속적 성공에
매달리다 실패한 여인.
길버트 오스먼드 겉으로는 세련된 신사이지만, 실제는 형식과 예의범절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비 예술가적
풍모의 딜레탕트.
호기심 많고 상상력 풍부한 미국 처녀 이사벨 아처
1871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좀 떨어진 테임스 강변의 시골 저택인 가든코트에서는 주인인 터쳇씨와 폐결핵에 걸린 아들 랠프, 그리고 랠프의 벗인 영국 귀족 워버튼 경이 차를 마시고 있다.
세 사람의 남자 앞에 터쳇 부인이 미국에서 데려온 조카딸 이사벨 아처가 등장한다. 주인공 이사벨은 경험 없는 미국 처녀지만 활기차고 개성적인 언행으로 랠프와 워버튼 모두에게 처음부터 깊은 인상을 준다. 터쳇 역시 이사벨이 젊고 발랄했던 시절의 아내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한다. 이사벨은 다소 건방진 듯한 인상을 주지만 바로 그 점이 그녀가 지닌 매력의 일부를 이룬다.
이사벨은 삶을 자기 스스로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 여성이다. 비록 교육적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녀는 대단히 진취적인 기상을 지녔다. 지식에 대해 강한 욕구를 지녔고, 무엇이든지 인쇄된 지면보다는 다른 지식의 원천을 더 선호했으며, 독립적이고 강한 의지를 지닌 반면, 구체적 현실에는 둔감하거나 무관심한 면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사벨은 친구인 헨리에타 스택폴을 젊은 여성이 따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 헨리에타는 여기자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인물인데, 미국 여성답게 유럽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미국의 우월한 점을 더 앞세우는 매우 미국 중심적인 사람이었다.
외톨이로 지내던 그녀에게 이모인 터쳇 부인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모를 만날 시점에서 이사벨은 어떤 변화라도 환영할 처지였고,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요구를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영국의 시골저택과 그에 딸린 문화와 풍속은 정말 흥미롭고 신나는 경험이다. 대서양을 건너온 아처는 여러 가지로 견문을 넓히고 성숙해가지만, 한편으로 그녀의 낭만적이고 유아적인 기질이 심해지는 면도 있었다.
워버튼 같은 지체 높은 젊은 귀족은 이사벨에게는 소설에서나 접해본 인물이었던 탓에, 둘은 곧 가까운 사이가 된다. 워버튼은 이 젊은 미국 처녀에게 영국의 삶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이사벨은 내심 그가 자신을 포크와 스푼조차 보지 못한 야만인 취급을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짓 질문을 해서 워버튼이 진지하게 답하면 “당신이 딱한 야만인에게 이처럼 친절할 줄 알았다면 내 고유 의상을 가져왔을 텐데요”라고 응수하여 그를 골리기도 한다.
워버튼은 이사벨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누이들을 소개한다. 워버튼의 누이들은 친절하고 훌륭한 여성들이지만 이사벨이 보기에는 자신들이 속한 체제와 가치관에 순응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워버튼이 자신에게 구애하고 있음을 눈치챈 이사벨은,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유가 흔들릴까 두려워한다. 또 이미 미국에서 자신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캐스퍼 굿우드가 편지를 보내 다시 만나줄 것을 청하기도 한 터였다.
얼마 전만 해도 이사벨은 워버튼 같은 구세계 귀족의 아내가 되는 일을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음을 떠올린다. 그래도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인생 목표와 다르다는 생각에 거절한다. 이사벨이 워버튼의 청혼을 물리친 일은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랠프도 놀랄 정도로 뜻밖의 일이다. 그만큼 워버튼은 사회적 신분과 재산, 인품에서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귀족 청년이었다. 이사벨은 워버튼의 청혼을 예감하면서 “영지(領地)를 가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거물”이 자신의 체제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이는 듯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다.
한편, 미국 청년 굿우드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메마른 성격에 구대륙이 지닌 문화적 풍부함과는 무관한 인물이어서 이사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다. 그는 심한 경쟁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번창시키는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이며 면직기의 개량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사벨은 구애를 거부하면서도 굿우드의 존재를 자신의 운명처럼 거듭해서 느끼며, 지금은 상상력의 장애물일 뿐인 그가 언젠가는 “멋진 화강암 방파제에 둘러싸인 맑고 조용한 항구”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굿우드는 자신이 이사벨이 그토록 중시하는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남자이며 그녀 연배의 젊은 여성은 결코 혼자서는 독립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사벨은 끝끝내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판단하겠노라며 그의 청혼을 물리친다.
뜻밖의 유산 상속
이사벨은 이모의 친구 마담 멀을 만나 처음부터 그녀에게 끌리게 되지만, 어쩐지 그녀는 수상쩍은 구석이 있는 여자다. 이사벨이 보기에 마담 멀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독립심과 자유를 풍부한 경험을 통해 완성시킨 인물 같았다. 둘 사이에는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었다. 즉 마담 멀은 한 인간의 자아는 곧 그 자아의 표현물이라고 생각하며, 집, 가구, 친구, 읽는 책과 입는 옷이 그 표현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사벨은 자신의 소유물이 자신을 표현할 수는 없다는 믿는다.
병으로 죽어가는 터쳇은 아들에게 이사벨과 결혼하라고 하지만, 랠프는 그녀를 지켜보고 싶다면서 아버지를 설득해 자기 몫의 유산 절반인 7만 파운드를 그녀에게 물려주도록 한다. 아버지는 그런 결정이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들의 요청을 들어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랠프는 유산 상속이 자신이 한 일임을 밝히지 않은 채 이사벨에게 자유를 즐겨라, 자신의 날개를 펴라고 충고한다. 이사벨은 큰 부의 획득이 가져다준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의 분방한 상상력은 갑자기 생긴 부를 ‘어느 정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며, 이제 자신의 행동을 제약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에게는 순수한 삶의 선택, 지극히 자유로운 윤리적 선택의 기회와 위험이 주어진다.
플로렌스의 길버트 오스먼드 저택에서 오스먼드를 방문한 마담 멀은 이사벨을 만나 결혼하라고 조언한다. 랠프의 애매하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벨은 오스먼드라는 인물에게 이끌린다. 어쩐지 오스먼드는 이상적인 삶을 구현한 신사로 보이는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역사적인 유적과 풍물에 흠뻑 빠져 있는 이사벨 앞에 다시 워버튼이 나타나 또 청혼하지만 다시 거절당하고 그저 친구로 남기로 약속한다. 오스먼드는 워버튼 같은 대단한 귀족의 청혼을 이사벨이 거절한 사실을 알고는 이사벨에게 비상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이 영국의 공작으로 태어나지 못한 데 대해 사무친 원한을 품고 있는 그로서는 이사벨이 진귀한 수집품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며, 또 그녀의 막대한 재산은 그의 관심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조건이다. 오스먼드의 이기심은 매우 세련된 것이어서 그는 우둔한 아내를 결코 원하지 않았고, 이사벨처럼 지적인 여성을 얻어 마치 잘 익은 과일을 올려놓을 은접시처럼 장식물로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길버트 오스먼드와의 결혼
오스먼드는 결국 이사벨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의 구혼을 기대했던 이사벨은 오스먼드의 행동에 마음이 움직이지만, 아직 그를 잘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는 구혼을 정식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마담 멀과 함께 3개월간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을 여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벨은 마담 멀과 더욱 친해지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사벨은 자신이 오스먼드와 약혼했다는 편지를 받고 다시 찾아온 굿우드를 만난다. 그녀는 오스먼드를 낮게 평가하는 굿우드에게 반발하면서 자신으 돈도 지위도 없지만 고귀한 인품과 이상을 지닌 사람과 결혼한다고 대꾸한다. 굿우드가 떠난 뒤 이사벨은 울음을 터뜨린다. 터쳇 부인은 워버튼의 청혼을 거절한 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오스먼드와 조카딸이 약혼한다는 것에 매우 실망한다. 더불어 친구인 마담 멀이 자신을 속였다고 화를 낸다. 여행에서 돌아온 랠프는 건강이 더욱 나빠졌고, 이사벨의 약혼 소식에 깊이 낙담한다. 그는 이사벨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제 ‘큰 새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리라 말하며, 오스먼드가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쓸모없는 딜레탕트’라고까지 말한다. 여기에 이사벨은 반발하며, 오스먼드는 매우 고독하고 세련되고 정직한 사람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런 그녀에게 랠프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아무런 희망 없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까지 한다. 결국 오스먼드와의 약혼은 그녀를 주변의 가까운 이들과 멀어지게 만든다. 오스먼드는 터쳇 부인과 랠프가 자신이 돈 때문에 이사벨과 결혼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스먼드의 어린 딸 팬지는 이사벨을 좋아하며 아버지의 약혼에 매우 기뻐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
1876년 11월 어느날 이사벨의 어릴 적 친구인 에드워드 로지어는 마담 멀을 찾아와 팬지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한다. 마담 멀은 그를 호의적으로 대하면서, 도와주겠지만 오스먼드는 달리 생각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한다. 예상한대로 오스먼드는 로지어에게 그가 자기 딸에게 어울릴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냉혹하게 대한다.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던 랠프와 함께 로마에 갔던 워버튼이 갑자기 돌아온다. 팬지를 만나게 된 워버튼은 그녀가 매력적인 처녀라고 느끼게 된다. 반면 이사벨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워버튼을 바라보면서 행동이라는 강물에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는 남성들의 행복에 대해 남몰래 부러워한다.
이제 이사벨은 오스먼드 부인으로서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녀는 오스먼드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지적 활기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상실한 상태이다. 겉으로는 전혀 불행한 결혼생활을 내색하지 않지만 이사벨은 자신의 참모습을 숨긴 채 오스먼드 부인으로서만 행세할 뿐이다. 랠프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사벨이 사기꾼과 결혼한 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오스먼드는 세속적인 가치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사는 듯이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제스처에 불과하다. 이사벨은 오스먼드의 참모습을 꿰뚫어보지 못한 채 속아넘어가고 만 것이다. 랠프는 로마에 머물면서 이사벨을 더 관찰하기로 결심한다. 또 친구 워버튼에게 이사벨 가까이에 있으려고 팬지와 결혼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함으로써 그를 화나게 만든다.
이사벨은 마담 멀이 자신의 결혼을 유도했다는 터쳇 부인의 확신을 믿지 않고, 로마를 떠나 있는 그녀가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종종 느낀다. 어느날 팬지와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사벨은 오스먼드와 마담 멀이 매우 친숙한 사이인 것처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통상적인 예의범절을 어기고 여성인 마담 멀이 서 있고 남성인 오스먼드가 자리에 앉은 채 둘은 ‘일종의 친밀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먼드가 떠난 후, 마담 멀은 자신은 더이상 에드워드 로지어와 팬지의 관계에 관심이 없다면서, 이사벨이 영향력을 발휘하여 워버튼이 팬지와 결혼하도록 하라고 부추긴다. 나중에 오스먼드도 아내에게 똑같은 요구를 함으로써 이사벨을 경악하게 만든다.
이사벨은 이제 곰곰이 자신의 결혼과 현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오스먼드와의 결혼생활은 끔찍한 것이었으며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였다. 이사벨은 남편이 결혼 전에 자신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겉보기와 다른 면이 있음을 알았을 때에도 그 정도는 결혼 후에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 생각이 미친다. 부부가 되기로 약속한 후 얼마간의 행복했던 기간 동안 이사벨은 자신이 남편에게 부를 가져다줌으로써 남편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모성애적 성향을 보였음을 회상하면서, 그녀는 그녀대로 남편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오스먼드를 속인 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스먼드는 결코 잔인하거나 거칠지 않았지만, 그가 손대는 것이면 무엇이든 시들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이사벨은 그가 가난하고 외롭지만 고귀한 이상을 가졌다고 믿었기에 사랑했다. 그런데 오스먼드의 이기심은 마치 독사처럼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사벨의 생각에 귀족적인 삶은 ‘탁월한 지식이 남다른 자유와 결합된 것’이지만, 남편에게 그것은 전적으로 형식의 문제였으며 의식적이고 계산된 태도에 불과했다.
랠프를 다시 자주 보게 된 것은 이사벨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랠프는 이사벨이 자신의 불행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사벨은 팬지를 로지어와 워버튼이 다같이 참석하는 파티에 데려간다. 로지어는 이사벨이 자신을 동정하지만 도와주지 않을 것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이 자리에서 워버튼과 잠시 의미 있는 눈길을 마주한 뒤, 이사벨은 워버튼이 자신의 곁에 있고 싶어서 팬지와 결혼하려 한다는 걸 깨닫는다.
이사벨은 자신이 랠프와 만나는 것을 남편이 싫어함을 잘 안다. 왜냐하면 랠프는 이사벨의 자유로운 정신을 북돋우기 때문이다. 오스먼드는 이사벨이 ‘정신의 자유를 갖지 않기를 바랐으며, 랠프가 자유의 사도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랠프를 방문하는 일이 자칫하면 남편과의 공개적인 불화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이사벨은 병석의 사촌 랠프를 자주 찾는다. 그녀는 랠프에게 팬지에 관한 워버튼의 관심에 대해 묻는다. 랠프는 워버튼이 사실은 이사벨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이사벨이 그가 팬지와 혼인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남편은 질투심 때문이라고 그녀를 비난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팬지는 의붓어머니에게 자신이 로지어와 결혼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남편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서 그녀는 팬지에게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팬지와 관련한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이사벨은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스먼드를 선택한 결정이 자기 삶의 ‘유일한 신성한 행위’였기 때문이며, 일단 오스먼드 부인인 이상,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워버튼은 건강이 나쁜 랠프를 로마에 남겨두고 홀로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온다. 그는 이사벨을 팬지의 ‘수호천사’라고 하면서 결국 팬지에게 청혼하지 않은 채 떠난다. 그날 저녁 오스먼드는 영국 귀족과 딸을 맺어줄 기회를 망침으로써 아내가 고의적으로 자신을 모욕했다고 공격한다. 이사벨은 자신이 남편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지만, 팬지는 로지어만을 사랑하지 워버튼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스먼드는 딸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내를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이사벨의 친구 헨리에타는 옛 청혼자인 굿우드가 로마에 왔다고 알려주고, 곧 굿우드는 오스먼드 저택의 정기적인 방문객이 된다. 오스먼드는 일부러 그를 좋아하는 척해서 이사벨을 놀라게 만든다. 마담 멀은 나폴리에서 돌아와 팬지의 결혼 가능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워버튼에게 어떻게 대했느냐고 물어 이사벨을 불편하게 만든다.
랠프는 영국으로 돌아갈 만큼 건강이 다소 호전되어 헨리에타, 굿우드와 함께 동행하게 된다. 헨리에타는 남편이 그녀의 성품마저 망치기 전에 별거하라고 이사벨을 채근하지만, 이사벨은 이를 거절한다. 헨리에타가 생각하듯이 이런 태도는 결코 남편을 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배려하기 때문인데, 실상 이사벨은 자기 자신이 가장 두려운 상태이다. 이사벨은 랠프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가 자신의 가장 친한 벗이었다고 말한다. 랠프는 그녀가 자신에게 목숨을 부지할 이유였지만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다. 오스먼드는 굿우드 앞에서 부부 사이가 이상적이고 화목한 것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면서 마치 굿우드는 이사벨에게 이처럼 해줄 수 없었을 듯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언행은 굿우드 같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사람을 포함하여 주변 인물을 완전히 속이지 못한 채, 속물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품만을 드러낼 뿐이다.
마침내 이사벨은 마담 멀의 관심사가 오스먼드의 관심사와 기묘하게 일치함을 깨닫고 그녀가 자신의 결혼을 유도했음을 인식한다. 그녀는 마담 멀이 자신에게 못할 짓을 했으며, 오스먼드가 자신의 돈을 바라고 청혼했던 것임을 명확히 깨닫는다. 마담 멀은 오스먼드와 만난 자리에서 오스먼드가 자신을 그 자신만큼이나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면서 이사벨에 대한 그의 태도를 공격한다.
진실의 폭로와 ‘체념’의 결말
오스먼드는 팬지를 수녀원으로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딸이 세상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실을 내세웠지만, 이사벨은 남편이 딸에 대한 통제권을 과시하고 있음을 알아본다. 경박한 사교계 여성인 오스먼드의 여동생 제미니 백작 부인은 팬지에 대한 로지어의 일편단심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믿게 되었고, 자신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팬지를 수녀원으로 돌려보낸다고 불평한다. 오스먼드는 자신이 여동생의 영향력을 걱정했더라면 딸을 수녀원으로 보내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며 냉소적으로 답한다.
랠프가 위독한 상태며 이사벨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보가 날아든다. 오스먼드는 그녀가 랠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랠프가 자신을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영국으로 간다면 매우 불명예스럽고 부적절한 일이 될 것이라고 못박는다. 유일하게 명예로운 일은 “우리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이 오스먼드의 주장이다. 자기 방에 돌아와 생각에 잠긴 이사벨은 자신과 남편이 아무리 불화를 겪고 있다 하더라도 결혼이라는 신성한 맹세에 복종하라는 그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신에게 항상 친절한 이사벨을 오빠가 괴롭히는 것에 화가 난 제미니 백작부인은 이사벨을 찾아와 마담 멀이 사실은 팬지의 생모임을 폭로한다. 오스먼드와 마담 멀은 팬지가 오스먼드의 첫 아내의 아이인 것으로 가장했던 것이다. 마담 멀이 오스먼드와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더 야심이 많아 오스먼드처럼 지위와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오스먼드는 오스먼드대로 그녀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사벨을 적절한 아내감이라고 본 이유는 오스먼드의 입장에서는 돈 때문이고, 마담 멀이 둘을 맺어지도록 노력한 데에는 이사벨이 팬지에게 좋은 양어머니가 되리라는 숨은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을 모두 듣고 난 이사벨은 “아, 난 랠프를 만나야 해!”라고 외치며 남편의 반대를 물리치고 가든코트로 갈 것을 결심한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사벨은 수녀원을 찾아가 팬지를 만난다. 거기서 마담 멀과 마주친 이사벨은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마담 멀은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알았음을 눈치챈다. 팬지는 이사벨이 영국에서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우 두려워하며 자신은 마담 멀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이사벨은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루하루 견디는 이사벨에게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의붓딸의 존재는 즐거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벨은 괴로운 결혼생활을 이어가면서 어떤 경우에도 팬지를 소홀히하지 않는 것을 종교적 신조로 삼아왔던 것이다.
이사벨과 팬지의 만남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마담 멀은 이사벨에게 그녀가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된 것이 랠프 때문이며, 자신을 ‘훌륭한 결혼상대자’로 만들어준 랠프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사벨은 다시는 마담 멀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이사벨과의 우정이 끝난 것을 깨달은 그녀는 미국으로 간다고 답하고 떠난다.
이사벨은 죽음이 가져다 줄 휴식을 생각하며 랠프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는 예감이 든다. 가든코트에서 이사벨은 새로운 하인들이 낯설고, 또 이모인 터쳇 부인은 자신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그녀는 처음 가든코트에 온 6년 전과 비교할 때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새삼 돌아본다. 터쳇 부인으로부터 이사벨은 워버튼이 곧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데, 남편이 이걸 알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한다.
이사벨은 랠프의 병상을 3일간 지키지만, 병자는 너무 쇠약해서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겨울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이사벨에 대한 사랑과 그녀의 장래에 대한 걱정을 토로한다. 그는 자신이 이사벨을 망쳐놓았다는 자책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사벨이 유산을 받도록 아버지를 설득한 사실을 인정한다. 이사벨은 오스먼드가 자신을 사랑했지만 돈이 없었다면 결혼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에 동의한다. 랠프는 이사벨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이사벨의 생각과 달리 그녀가 아직 젊다고 말한다. 그는 이사벨이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면 사랑을 받기도 했음을 기억하라는 말을 남기고, 이사벨은 랠프의 진심 앞에 비탄에 휩싸인다.
랠프가 죽고 난 후 이사벨은 로마 귀환을 무작정 미루며 가든코트에 머문다. 그녀는 사악한 남편이 기다리는 로마를 영혼의 전율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할 수가 없다. 워버튼은 터쳇 부인을 위로차 방문하는 길에 이사벨을 만나고 약간 당황하는데, 자신의 약혼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사벨은 몇 년 전 굿우드의 편지를 읽으며 야외에 앉아 있을 때 워버튼이 다가와 청혼했던 나무의자를 알아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굿우드가 갑자기 나타난다. 랠프는 굿우드에게 이사벨의 곤경을 얘기해주면서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새하얀 번개’같은 그의 입맞춤을 받으며 이사벨은 굿우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굿우드로부터 달아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는다.
이틀 후 굿우드는 헨리에타로부터 이사벨이 로마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헨리 제임스 지음,글쓴이 김명환박사>
▣ 저 자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 사회풍습과 윤리규범간의 만남과 충돌을 그려낸 국제주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