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테스

[중산] 2011. 12. 8. 18:59

 

 

웨섹스의 꿈과 사랑

 

토머스 하디는 테스귀향으로 친숙한 영국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웨섹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고향 도체스터를 모델로 한 것이다. 하디는 건축일을 하는 아버지와 독서와 민요암송을 즐기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국 남부의 도체스터 읍으로부터 1마일 가량 떨어진 하이어 보켐턴이 그의 고향이다. 당시 도체스터는 농촌지구의 상업 중심지 역할을 하긴 했으나 다소 외진 지역으로, 그때까지 철도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시절의 하디는 매우 내성적이고 몸이 약한 편이었다. 시골 풍경과 삶, 시골 사람들의 미신이나 풍속에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체험은 소설을 쓰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하디는 마틴 부인이 세운 학교에 입학했는데 몸이 너무 약해 학교까지 걸어다니지도 못했다. 1년 후 하디는 도체스터에 있는 학교로 옮겨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웠다. 하디가 학교에서 받은 공식 교육은 약 8년 동안의 이 기간이 전부다.

 

 

학교를 마친 하디는 16세에 도체스터의 건축가 존 힉스 밑에 견습공으로 들어가 건축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6년간 지속했던 건축일은, 소설쓰기와 더불어 그의 중요한 경력 사항이 된다. 하디는 건축을 배우면서도 독학으로 그리스 고전과 영문학 및 불문학, 철학, 신학 서적들을 두루 읽었다. 이 무렵 하디는 윌리엄 반즈와 호레이스 몰의 영향을 받아 당시의 급진적인 사상에 눈뜨게 된다. 그는 고급 수준의 건축술을 배우기 위해 런던으로 옮겼고, 건축에 관한 논문으로 상을 받는 등 건축에도 재능을 나타냈지만 문학적 야심도 함께 키워나갔다.

 

 

런던 체류 동안 하디는 몸이 많이 약해져 1867년 여름, 고향 도체스터로 돌아와 다시 힉스 밑에서 일했다. 하디는 건축을 하는 동안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소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1867년 후반에 첫 소설인 《가난뱅이와 귀부인을 썼다. 이 무렵 하디는 근방에 살던 11살 연하의 사촌 여동생인 트라이피나 스팍스와 사랑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디는 그녀와 약혼했으나 곧 파혼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후 자신의 시에서 잃어버린 보물로 회상할 만큼 그녀에게 강하게 끌렸던 것 같다.

 

 

하디는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면서도 건축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1870년 봄, 그는 교회 건물의 복원 작업 문제로 콘월의 세인트 줄리엇으로 파견되었다. 그곳 목사관에서 하디는 첫 부인이 된 엠마 라비니아 기포드를 만난다. 활발한 성격에 문학적 열정이 대단하고, 하디의 창작에 관심을 보였던 엠마에게 그는 강하게 끌렸다. 엠마는 변호사의 딸로 하디보다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 여성이었다. 이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며 하디의 불행한 결혼 생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디는 본격적인 창작활동의 시작인《광란의 무리를 멀리 떠나를 통해 점차 국내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디는 이 소설이 매달 잡지에 연재되던 1874년 11월, 엠마와 결혼하였다. 결혼 후 그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고 하디 부부는 도체스터 근방에 대지를 구입, 1885년 완공된 맥스 게이트 저택에 입주하였다. 이후 하디는 계속 이 저택에서 살았고 가장 유명한 작품《테스무명의 주드 집필을 완료했다.

 

1893년, 하디 부부는 더블린을 여행한다. 거기서 하디는 여러 해 동안 문우이자 단편집필을 함께 했던 여류작가 플로렌스 헤니커를 만난다. 하디의 시편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이 여류작가에게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 당시 이미 하디는 결혼생활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내 엠마는 하디의 글쓰기를 장려하고 많은 도움도 주었지만, 자신이 하디보다 사회적으로 우월한 계급 출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혼을 쉽게 허용하지 않던 경직된 당대의 사회현실 속에서,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은 《숲의 사람들무명의 주드에 깊이 있게 형상화된다.

 

 

명예로운 노년

하디의 말년 30년간은 영예로운 일들이 많았다. 1910년에 국왕으로부터 공로 대훈장을 수여받았고 1920년과 1925년에 각각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에버딘, 브리스톨 대학 등에서도 명예 학위를 수여받았다. 자신의 저택 맥스 게이트에서 많은 유명인사들을 접견하기도 했던 하디는 1925년에는 황태자의 방문까지 받는 영예를 누렸다. 이러한 영예로운 생활을 누리던 중 1912년에 아내 엠마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것은 하디에게 큰 충격이었다. 비록 불행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는 다정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아내를 처음 만난 세인트 줄리엇으로 참회의 순례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1914년 2월, 74세의 하디는 자신의 비서로 있던 플로렌스 에밀리 덕데일과 재혼한다. 그녀는 후에 《토머스 하디 전기를 집필한다. 그녀는 하디의 문학적 명성을 자랑스러워했고 그를 편안하게 해주려 애썼으나 이 두 번째 결혼도 크게 행복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년에 들어서도 하디는 시작 활동을 계속했지만, 87세 겨울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었다. 1928년 1월 11일,하디는 플로렌스에게 〈오마르 카이암의 루바이아트시편을 읽어달라고 부탁해 이를 들은 후 밤 9시경에 사망했다. 그의 장례는 국장으로 거행되고 유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단 고향에 묻히고 싶어했던 유지를 받들어, 심장은 도오셋의 스틴즈포드 교회에 있는 엠마의 묘 옆에 매장되었다.

 

아버지가 우연히 자신이 몰락한 명문 더버빌 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안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생계 수단이었던 말을 잃게 되자, 테스는 내키지 않지만 근방의 더버빌 가문에 도움을 청하려 가게 된다. 사실 테스가 찾아간 근방의 더버빌 가문은 돈을 주고 산 가문이었지만 그녀는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다. 그리고 거기서 알렉 더버빌을 만난다. 테스는 알렉의 저택에서 닭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사이 계속 알렉의 유혹을 받는다. 결국 장에 갔다 돌아오던 어느날, 그녀는 알렉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아이를 임신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이는 생후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말았다.

 

테스는 다시 힘을 내 고향에서 떨어진 낙농장에서 일한다. 그녀는 거기서 목사의 아들인 에인절 클레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과거 때문에 망설이던 테스는 결국 에인절의 청혼을 수락한다. 그러나 결혼 첫날밤, 그간의 과거를 털어놓자 에인절은 테스를 용서하지 못하고 브라질로 떠나버린다. 혼자 남겨진 테스는 옛 동료가 일하는 농장으로 찾아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던 테스에게 다시 알렉이 찾아와 결혼하자고 조르기 시작하는데….(요약)

 

 

 

 

 

테스 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처녀.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다.

알렉 테스를 유혹하여 아이까지 낳게 한 시골 신흥부자의 아들.

에인절 목사의 아들로 테스와 결혼하지만, 과거를 알고 나서 그녀를 버린다.

 

 

 

 

처녀

테스의 아버지 잭 더비필드는 말롯 마을에 사는 가난한 행상이자 소작농이다. 그는 어느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목사로부터 자신이 명문가인 더버빌(D'Urbervilles)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잭은 이 사실에 의기양양해져 거드름을 피운다. 한편 말롯 마을에서는 오랜 전통인 여자들만의 축제가 한창인데 이중 테스는 작약꽃처럼 붉은 입술이 눈에 띠는 아름다운 18세의 처녀다. 외지의 남자 세 명이 지나가다가 여자들만 춤추고 있는 이 광경을 목격한다. 그들 중 한 젊은이가 다가와서는 테스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춤을 청한다. 이 사실에 테스는 아쉬움을 느낀다. 청년도 멀어져가면서 테스를 아쉽게 뒤돌아본다.

 

 

잭은 다시 술집으로 가서 도가 넘게 술을 마신다. 아버지를 데리러 갔던 어머니까지 이에 합류해서는, 근방의 부자 친척인 더버빌 부인(실은 돈을 주고 가문을 산 것임)에게 테스를 보내면 부자 남편감을 구해줄 것이라는 얘기를 나눈다. 술을 지나치게 마신 잭은 다음날 새벽 일어나지 못했고, 테스는 아버지 대신 남동생을 데리고 벌통을 팔러 장터로 간다. 가는 도중에 테스 남매는 가난한 집에 태어난 자신들의 불운한 운명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마차에서 잠이 든다. 충격에 놀라 깨어보니 자신들의 짐마차가 우편 마차와 충돌해 생계 수단인 말 프린스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안 형편은 점점 나빠지는데 말까지 죽게 만들었으니, 그 자책감 때문에라도 테스는 부자친척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직 어린 테스가 성숙해보이도록 치장을 시켜 보낸다.

 

 

테스는 트랜트리지 저택이 오래된 지주의 것이라기보다 돈 냄새를 풍기는 새 저택임을 보고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더버빌 부인 대신 테스는 그 집 아들인 알렉 더버빌과 마주친다. 그는 다분히 난봉꾼 같아보이는 인물로 테스의 외모에 끌려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접대한다.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테스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임을 밝히는데, 그런 그녀에게 알렉은 온실에서 딸기를 따서 입에 넣어주고 장미를 꽂아주는 등 친절을 베푼다.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후, 테스는 닭을 돌보러오라는 더버빌 부인의 편지를 받는다. 실은 알렉이 테스의 미모에 끌려 자기집 양계장에서 일하도록 조처를 취한 것이다. 테스는 하는 수 없이 집안을 위해서 알렉의 집으로 떠난다. 부디 부자친척과 결혼해 자신들을 구제해주기를 바라면서 가족들은 테스를 배웅한다.

 

 

테스를 데리러 온 알렉은 내리받이 언덕길에서 말을 거칠게 몰아 테스를 두렵게 만든다. 허리를 끌어안도록 만들더니 볼에 키스하게 해달라고 조른다. 테스는 할 수 없이 키스를 허락하지만 곧장 볼을 닦아내고 날려간 모자를 줍겠다고 마차에서 내려 알렉의 집까지 걸어간다. 이후, 테스는 알렉의 저택이 있는 트랜트리지에서 닭을 돌보며 지낸다. 그녀는 더버빌 부인을 접견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부인이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렉은 계속 그녀에게 접근하며 기회를 넘본다. 휘파람부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녀가 피리새에게 휘파람을 불어줄 때 방에 몰래 숨어 있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테스는 체이스버러 장에 갔다가 마을의 남녀들이 얽혀 춤추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춤은 끝날 줄을 모르고 테스는 지루하게 기다리던 중에 알렉은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한다. 테스는 이를 거절하고 밤 늦게 마을 사람들과 일행이 되어 돌아온다. 일행과 함께 걷다가 카 다치라는 여자의 등에 조청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 틈에 끼여 웃는다. 테스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던 카는 이를 트집잡아 싸움을 걸고 결국 전체 여자들과 시비가 붙는다. 테스가 점점 불리해질 무렵, 알렉이 나타나 함께 말을 타고 갈 것을 권한다. 그 순간의 시비가 두렵기도 하고, 기절할 것 같은 피로감 때문에 테스는 알렉의 말에 오른다.

 

 

알렉은 안개 짙은 체이스 숲으로 테스를 데려간다. 말을 타고 천천히 가면서 알렉은 테스에게 애타는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며 테스의 가족들에게 말과 장난감 등 선물을 보냈다고 말해준다. 테스는 알렉을 경계하면서도 그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낭패감에 젖는다. 순간, 말이 방향을 잃고 계속 가는 것을 눈치챈 테스는 알렉에게 약속대로 집으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한다. 알렉은 테스에게 나무 밑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길을 찾으러 나서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겨우 길을 찾아낸 알렉이 다시 테스가 있는 곳으로 와보니 그녀는 잠들어 있고 숨소리만 들릴 따름이다.

 

이날 밤 테스의 수호신은 어디 갔는가?

이다지 얇은 비단결 같고 백설 같은 티없는 몸에 추잡한 무늬를 찍어야 하는가.

 

 

 

더 이상 처녀가 아니다

몇 주가 지난 뒤 테스는 몰래 알렉의 집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향한다. 알렉은 미친 듯이 말을 몰아 테스를 뒤쫓아가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고향으로 갈 결심을 밝힌다. 알렉은 테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자신에게 연락해달라고 당부하며 런던에 얼마간 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테스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알렉과 결혼하지 않은 사실에만 실망할 따름이며 테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테스는 자신이 알렉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으며, 잠시 그의 열렬한 태도에 현혹되긴 했지만 갑자기 경멸하고 미워하게 되어 나온 것뿐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여하튼 몸 버린 여자로서 테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때문에 교회에도 나가지 못하고 방 안을 피난처삼아 지낸다. 날이 저문 후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으며 산책 중에도 자신을 순수의 세계를 침범한 죄인이라 생각하며 죄의식을 느낀다.

 

 

8월의 안개 낀 어느날, 새벽 들판에서 일하는 일꾼들 사이에 테스가 나타난다.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모습이다. 점심 시간에 여동생 리자 루가 아기를 데려오자 테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 그러나 이날 저녁 아이는 몹시 위급한 상태가 되고, 테스는 아이가 죽기 전에 세례를 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테스의 아버지는 집안의 체면 운운하며 목사를 불러오지 못하게 한다.

 

 

테스는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죽기 직전에 스스로 세례 의식을 행하고 소로우(슬픔)라는 이름을 붙인다. 세례 의식을 행하는 테스는 동생들의 눈에는 제왕 같은 위엄을 지닌 모습이다. 다음날 테스는 목사를 찾아가 자신이 행한 세례를 인정해줄 수 있는지, 교회묘지에 정식으로 묻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주저하던 목사는 테스의 세례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교회 묘지에는 아이를 매장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테스는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온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려 범죄자와 부랑자들의 묘터 근처에 아이를 묻는다.

 

아이가 죽은 뒤, 테스는 표정이나 거동에서 더욱 성숙해졌다. 생명력 넘치는 봄날이 오자 테스는 다시 삶을 시작할 힘을 모은다. 말롯을 떠나 아무도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곳, 탈보세즈 낙농장에 일하러 가기로 결심한다.

 

 

 

새출발

고향으로 돌아온 지 2년 만에 테스는 자연의 풍요로운 생명력을 느끼며 탈보세즈로 향한다. 그녀는 아직 20세에 불과했고 아무리 힘들었던 과거도 그녀의 기를 꺾어놓진 못했다. 테스는 탈보세즈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젖 짜는 일에 착수한다. 젖이 잘 나오지 않자 하프에 맞추어 노래를 불러주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나온다. 테스는 하프를 켜는 청년이 예전에 고향의 축제에서 다른 여자와 춤추던 그 청년이었음을 알아본다. 테스는 그날 밤 동료 일꾼인 마리안과 이즈, 레티로부터 그가 에인절 클레어는 목사의 아들이며, 이곳에 낙농장 일을 배우러 와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에인절은 대학교육과 기독교를 버리고 농부의 길을 택한 것이다.

 

 

테스가 도착한 지 며칠 후 에인절은 아침식사에서 그녀의 말소리와 모습에 끌린다. 결국 에인절은 테스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계속 빠져들고 테스 또한 에인절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에인절이 켜는 하프소리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그의 곁으로 간 테스는 에인절과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에인절은 고뇌에 찬 테스의 인생관이 이상하고, 테스는 목사의 아들이면서도 농부가 되려는 에인절이 이상스럽다, 테스는 자신이 오래된 귀족가문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더 호감을 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낙농장 주인은 에인절이 오래된 귀족가문을 혐오한다고 일려준다.

 

 

에인절과 테스는 아담과 이브처럼 매일 새벽에 만난다. 에인절은 테스를 여신의 이름으로 부르며 신비화한다. 그러던 어느날 제대로 버터가 만들어지지 않자 사람들은 누군가가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일꾼들 중 하나가 바람둥이 잭 돌롭이라는 남자 얘기를 하자 테스는 불행한 과거가 생각나서 바깥으로 나간다. 그날 밤 테스는 동료들 역시 에인절에 대한 사랑으로 괴로워하고 있음을 듣고, 자신은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마늘을 먹은 소들 때문에 버터 맛이 이상해지자 모두들 들판에 나가 마늘 뽑는 일을 한다. 테스는 들판에서 에인절의 주의를 다른 여자들에게 돌리려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어느날 동료들과 함께 교회를 가려는데 길이 온통 물에 잠겨 돌아가야 할 형편이 되었다. 이때 나타난 에인절은 차례대로 여자들을 안아서 길을 건네준다. 에인절은 테스 때문에 다른 여자들도 안아다준 것이라고 고백한다. 결국 늦은 여름의 더위 가운데 들판에서 젖 짜는 일을 하다가 에인절은 테스에 대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녀를 포옹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사랑의 결과

에인절은 부모를 찾아가 테스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에인절의 부모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웃의 머시 챈트 양을 더 나은 신부감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농부의 길을 가는 데는 테스가 더 적격인 아내감이라는 에인절의 의사에 궁극적으로 동의해준다. 에인절은 부모의 승낙을 받은 후 테스에게 돌아와 청혼한다. 에인절을 죽도록 사랑하지만 여전히 알렉과의 과거가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테스는 여러차례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유를 직접 역으로 운반해야 할 일이 생기고, 그 일을 에인절과 테스가 맡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테스는 과거를 고백하려 하지만 에인절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오래된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대신 말한다. 결국 테스는 에인절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테스의 어머니는 편지를 통해 에인절에게 결코 알렉과의 일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다.

 

 

테스의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결혼날짜가 잡히고 신혼여행을 갈 집도 결정된다. 결혼 전 연인으로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그들은 읍내로 물건을 사러 간다. 거기서 테스를 알아본 어떤 남자가 테스에게 아는 척을 하려다 에인절에게 맞는다. 이 일로 밤새 꿈을 꾸었다고 말하는 에인젤을 보고, 테스는 자신의 과거를 고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결국 테스는 결혼식 전날 밤 에인절 앞으로 편지를 써서 그의 방문 밑으로 밀어넣었다.

 

 

그 편지를 읽으면 에인절이 틀림없이 자기와 결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튿날 아침이 되어도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다정하다. 테스는 그 편지가 융단 밑으로 들어가 에인절이 그것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테스와 에인절은 마침내 결혼식을 치른다. 그녀는 신혼여행지로 떠나기 전 낮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불길한 예감에 싸이기도 한다. 두 사람은 테스의 조상이 살았다는 웰브리지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 집에서 더버빌 귀부인네들의 초상화를 본 테스는 무섭고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에인절의 부모로부터 결혼 선물인 보석이 도착하자 에인절은 테스를 보석으로 치장해준다. 이들의 결혼 때문에 상심한 낙농장 처녀들의 소동도 있었던 터라, 짐은 늦게 도착했다. 결혼 첫날밤 에인절은 런던에 체류하던 동안, 연상의 여인과 있었던 일을 고백한다. 에인절의 고백을 듣고 난 테스는 알렉과의 일을 고백한다.

 

 

 

죄값

에인절은 테스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이제 그녀는 더이상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를 순결의 화신으로 여겼기 때문에 에인절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첫날밤을 각자 따로 보낸 에인절은 그 다음날도 테스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흘을 이런 식으로 지낸 후 에인절은 한밤중에 잠자다 일어나서 몽유병자처럼 테스를 안고 집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옛수도원 터에서 빈 석관 속에 테스를 집어넣고 내 신부는 죽었다고 중얼거린다. 다음날 아침에 에인절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테스 역시 그 일에 대해 입을 다문다. 도저히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에인젤은 그녀와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에인절은 행선지를 브라질로 정하고 테스를 친정으로 데려다준다. 부모가 못마땅해하자 테스는 얼마간의 돈을 주고 다시 남편과 합치는 척하며 집을 나온다. 한편 에인절은 부모에게 자신이 먼저 브라질로 가서 자리잡은 뒤 신부를 데리고 갈 예정이라 일러두었다. 사실을 숨긴 채, 에인절은 테스가 순결하고 순수한 신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브라질로 떠날 인사를 한 뒤 테스를 위해 30파운드를 비축해둔다. 그리고 그들이 신혼을 보냈던 집에 들렀다가 낙농장의 다른 일꾼 처녀 이즈를 우연히 만난다. 그는 순간적인 기분으로 브라질로 같이 가자고 권한다. 이즈는 에인절의 청을 받아들이지만 테스만큼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대답한다. 에인절은 이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다가 결국 혼자 떠나기로 한다.

 

 

8개월 후 에인절이 준 돈까지 지붕수선 비용으로 친정에 다 보내버린 테스는 한푼 없는 신세가 된다. 그녀는 마리안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일자리로 가다가 결혼 전 읍내에서 에인절과 시비 붙었던 사내를 만난다. 테스는 그를 피해 숲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마련한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에 지금 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면서 숲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다음날 사냥꾼의 총에 맞아 피흘리고 있는 새들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부끄러워하면서 다시 용기를 낸다.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일부러 옷매무새를 남루하게 만들면서 테스는 마침내 척박한 땅인 플린트콤 애쉬 농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그녀는 결혼한 사실을 숨긴 채 이전의 동료였던 마리안과 더불어 순무 캐는 일을 하게 된다. 차가운 겨울이 왔지만 그녀는 계속 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눈이 내리면 실내에서 밀이삭 훑기도 했다. 이즈도 이곳에 합류하면서 이들은 감당하기 힘든 노동을 옛날 탈보세즈 낙농장 시절을 회상하면서 견딘다. 이즈에게서 에인절이 브라질로 함께 가자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테스는 슬퍼하며 그에게 편지를 쓴다.

 

 

결혼 기념일이 다가오자 테스는 시댁으로 가서 에인절의 소식을 들으려 했다. 그러나 목사관은 비어 있고 에인절의 형들과 머시 챈트가 에인절의 불행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용기를 잃는다. 또 테스가 몰래 벗어둔 헌 구두를 불쌍한 사람에게 주면 좋겠다고 제안하는 챈트의 말을 듣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돌아오던 길에 테스는 설교를 하는 한 남자를 본다. 그는 바로 에인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도사가 된 알렉이었다.

 

 

 

개종자 알렉

설교 도중에 테스를 알아본 알렉은 마음이 흔들려 그녀를 쫓아와서는 자신이 기독교로 개종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알렉은 테스의 자태에 다시 마음이 끌린다고 하면서 크로스 인 핸드라는 이상한 돌에다 대고 자신을 절대 유혹하지 말 것을 맹세시킨다. 이 돌은 실상 범죄자들의 뼈가 묻혀 있는 사악한 곳이었다. 알렉은 다시 일터로 테스를 찾아오며 결혼허가증까지 떼어와 결혼하자고 조른다. 테스는 이미 자신은 결혼한 몸이라고 말하며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알렉과 다시 만난 것이 두려워 에인절에게 편지를 쓴다. 알렉은 설교도 포기했다면서 끈질기게 그녀를 찾아와 같이 살 것을 권한다.

 

 

테스는 탈곡기에 밀짚단 대는 일을 하면서 격심한 노동에 시달린다. 밀짚단 더미가 있는 곳까지 찾아온 알렉은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에인절을 비난한다. 테스는 알렉을 가죽장갑으로 후려쳐 코피가 나게 만든다. 알렉은 그날 밤 늦은 시각에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는 가난에 시달리는 테스의 가족들을 돌봐주겠다고 제안한다. 테스는 에인절에게 제발 자기에게 돌아와달라는 길고도 애절한 사연의 편지를 보낸다. 테스의 편지들은 모두 에인절의 부모 앞으로 우송돼 다시 에인절에게 가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이 편지들이 그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에인절은 테스의 편지를 받지 못한 채 브라질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뉘우치기 시작하며 테스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다. 한편 동생 리자 루는 테스의 일터로 찾아와 어머니가 몹시 편찮다는 소식을 전한다. 집에 도착해보니 씨감자까지 다 먹어버릴 정도로 가계는 궁핍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 알렉은 여기까지 찾아와서 식구들을 돕겠다고 나선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죽는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토지와 집의 임대권이 만료돼 가족들은 거리에 나앉게 될 현실에 직면하였다. 당시에 테스네 같은 차지 농은 죽음과 더불어 임대권이만료되기때문에새로재계약되는경우는거의없었다. 더구나 테스의 행실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마을에 계속 머물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알렉은 트랜트리지로 테스의 가족들을 데려가 살 집을 마련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점점 궁지에 몰린 테스는 이제 육체적으로는 알렉이 남편일 수도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테스는 에인절에게 매정함과 부당한 처사를 비난하며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편지를 써보낸다. 테스의 가족은 킹즈비어에 이삿짐을 싣고 도착하지만 이미 집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었고 갈 곳이 없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조상인 더버빌 가문의 묘 가까운 교회 마당에 짐을 부린다. 테스는 조상들의 뼈가 묻혀 있는 킹즈비어 교회의 지하묘지로 내려가보는데 알렉이 어느 묘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테스는 도와주겠다는 알렉의 청을 재차 거절하지만 죽고 싶은 심정이 된다. 한편 마리안과 이즈는 테스의 불운한 처지를 딱하게 생각해서 에인절에게 테스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익명의 편지를 보낸다.

 

 

 

사랑의 성취

마침내 에인절이 변한 모습으로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테스의 편지들을 뒤늦게 읽고 테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는 테스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테스는 어디로 가버리고 없다는 짤막한 답신만 받는다. 테스를 찾으러 가기 전에 에인절은 마리안과 이즈로부터 온 편지를 본다. 에인절은 테스를 찾아 플린트콤 애쉬로부터 말롯까지 가보는데, 테스의 아버지 무덤만 남아 있음을 알고 묘석의 대금을 지불해준다. 그런 후 킹즈비어로 가서 장모를 찾아 테스가 샌드번에 있다는 것을 겨우 알아낸다. 휴양지인 바닷가의 도시 샌드번에 도착한 에인절은 테스가 왜 이런 곳에 살고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그녀를 찾아본다. 마침내 그녀를 찾아내지만 테스는 너무 늦게 돌아왔다고, 알렉이 가족들을 도와주어 그와 함께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에인절은 발걸음을 돌린다. 집 주인 브룩스 부인은 테스와 에인절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녀는 에인절이 떠난 뒤에 테스와 알렉이 다투는 것도 열쇠구멍을 통해 훔쳐본다. 잠시 후, 테스가 갑자기 뛰쳐나갔다. 브룩스 부인은 천장에서 핏자국이 번지는 것을 본다. 그녀는 사람을 불러서 문을 열어보는데, 그 안에서 알렉의 시체가 발견된다.

 

 

테스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에인절을 쫓아가 알렉을 죽이고 왔다고 말한다. 에인절은 놀라지만 끝까지 그녀를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함께 도피의 길에 나선 그들은 피신처를 찾아 헤매다 빈 셋집을 발견한다. 거기서 부부의 연을 맺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며칠을 보낸다. 테스는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어했지만 일주일 후 집 관리인이 잠들어 있는 테스와 에인절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들은 다시 도피의 길에 나선다. 밤 늦은 시각에 그들은 원시시대의 거대한 유적지 스톤헨지에 도착한다. 테스는 에인절에게 동생 리자 루를 돌봐줄 것을 부탁한 후 스톤헨지의 돌 위에서 잠든다.

 

새벽이 되자 경찰이 그들 주위를 포위해 들어온다. 에인절은 테스가 깰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한다. 잠에서 깬 테스는 의연하게 대처한다. 아침 여덟 시, 에인절과 리자 루는 감옥의 탑에 사형 집행을 알리는 검은 깃발이 올라가는 것을 본다. 그들은 꼼짝도 않고 땅에 엎드려 있다가 다시 손을 잡고 계속 걸어간다.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새로운 여상상의 제시

토머스 하디의 테스는 읽을수록 테스의 애절한 사랑과 강인한 생명력에 감동받는 소설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거의 외울 정도로 사랑했다고 하고, 결국 나스타샤 킨스키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도 소설만큼이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고 한국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테스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부제 순결한 여인에서 보다시피 하디는 테스가 몸을 버린 미혼모지만 누구보다도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라로 보고 있다. 그녀의 순수함, 삶의 고비마다 찾아오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생명력, 애절한 사랑은 동서양을 초월하여 감동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테스는 알렉과 에인절이라는 두 남성과 테스의 사랑을 축으로 삼고 있는 연애소설이지만 단순히 멜로적인 사랑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하디는 당시 여성의 순결이라는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고발한다. 하디가 생각한 순결이란 자연적 품성으로 규정되는 것이지, 사회가 설정한 도덕 기준에 따라 설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테스의 비극을 통해 당시의 성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하디의테스는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농촌을 다룬 본격 웨섹스 소설로서도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하디는 《테스에서 자신이 가장 애착을 보였던 농촌 중간계층의 몰락을 아쉽게 여긴다. 테스의 아버지가 속해 있는 가난한 종신 차지농(life holder)계층이 점차 몰락해가는 현실은 테스의 사랑에도 중요한 요소다. 하디의 표현에 의하면 테스의 아버지는 농업 노동자들과 더불어 흥미를 끄는 대상이면서 견문이 넓고, 농업 노동자들보다는 분명히 높은 층에 해당되며 촌락의 뼈대를 형성해온 층이다. 그러나 이 계층은 점점 소멸해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토지와 집을 잃고 갈 데가 없어진 식구들을 보면서 결국 테스는 알렉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알렉과 에인절은 어떤 인물일까? 알렉은 악하고 에인절은 선한 인물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작품을 여러번 읽을수록 그렇게 도식적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체이스 숲에서도 테스가 일방적으로 강간을 당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테스의 11장까지 하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알렉이 준 딸기를 받아먹을 때 테스의 태도, 반쯤은 즐거이, 반쯤은 내키지 않는 태도는 조금씩 변주를 보이면서 진전된다. 테스가 알렉에게 굴복한 것은 물론 알렉이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것, 알렉의 열렬한 구애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폴란스키 역시 알렉을 악한 인물로 형상화하지 않았다.

 

 

에인절은 테스나 동료 낙농장 일꾼 처녀들이 열렬하게 흠모하는 대상이다. 목사의 아들로서 기독교신앙을 포기하고 농부의 길을 가겠다 결심했다지만,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 처녀들과는 분명 처지가 다르다. 하디는 테스와 에인절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점을 빠뜨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자신이 많이 동화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에인절은 결국 관습의 노예가 되고 만다. 하디는 에인젤 같은 당시의 진보적 젊은이도 성 문제에 있어서만은 오랜 기독교적 전통을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사계급이 누릴 수 있는 이득을 포기한 대가로 에인젤은 순수한 자연의 딸이자 순결한 여자를 신부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무엇이 순결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테스에서 가장 감동적인 점은 테스의 강인함과 꿋꿋함이리라. 그녀가 목사를 대신해 스스로 아이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은 연재본에서는 생략됐던 장면이었다. 그만큼 당시의 윤리에 과감히 도전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남성 목사만이 할 수 있는 거룩한 일을, 여성이 그것도 미혼모의 신분으로 행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디는 테스의 모습을 거의 여왕같이, 흠 없는 아름다움을 강조해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테스는 첫 장에서 보았던 어리고 순진한 모습이 아니다. 남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희생자의 모습도 아니다. 테스는 무능한 아버지와 어린애 같은 어머니를 대신해 어려운 가계를 도맡아 부양한다. 그녀는 항상 일하는 여주인공이다.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언제나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용기를 내 삶에 도전한다. 테스에게서 우리는 집안의 천사 같은 빅토리아조의 이상적 여성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본다.

 

 

다양한 양식, 풍부한 이미지의 결합

일반적으로 테스는 하디의 소설 중 가장 예술성이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에서 하디는 시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서술 기법을 구사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의 일부분을 소설 속 인물들의 눈을 통해 제시하는 수법을 즐겨 썼다. 마지막에 테스와 에인절이 함께 지냈던 빈 집 관리인의 눈을 통해 테스와 에인절이 함께 자고 있는 모습을 제시한 것이라든지, 알렉이 세든 집 안주인 브룩스 부인을 통해 테스와 알렉의 다툼과 알렉의 죽음을 제시한 장면 등이 그렇다. 이러한 방법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해주면서 동시에 감정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제3의 인물의 객관적인 시선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주인공들의 시각을 통하여 사건이나 장면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의 경우보다 더욱 복잡한 효과를 낸다. 독자가 사건이나 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직접 연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에인절이 집에 가서 테스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밝힌 후 탈보세즈에 돌아와 만나는 테스의 모습은 에인절의 눈을 통해 묘사된다. 이때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상당히 감각적으로 강조된다. 이는 당시 에인절의 감정이 상당히 고양되어 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 동네 축제가 벌어진 야외의 신선한 장면과 집으로 다가갈수록 자기 집의 누추함이 대조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은 당사자인 테스의 눈을 통해서다.

 

때때로 하디는 화자로서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특히 어떤 지역에 대한 설명이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테스가 이동하는 지역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들판에서 일하는 테스의 모습을 그릴 때 하디는 주로 이 수법을 많이 썼다. 장면이나 사건, 인물의 생각에 대해서도 군데군데 하디의 목소리가 묻어나온다. 테스가 알렉에게 순결을 잃은 체이스 숲 사건에 대한 논평이나 테스를 저버린 에인절에 대한 논평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테스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상징 및 이미지의 사용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탈보세즈 농장에서 에인절과 테스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의 이미지들은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하는 데 매우 적절히 사용되었다. 불운과 연관된 상징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에인절과의 결혼식 날 오후에 낮닭이 우는 것, 테스가 탈보세즈에서 듣게 되는 잭 돌롭의 이야기조차도 불행한 일의 전조 같다. 평생 이러한 농촌의 미신들이나 전해내려오는 민담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하디는 작품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도입하였다.

 

한편에서테스플롯의 전개를 우연의 일치에 의존한 점이나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점 등을 기법상의 단점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다양한 서술 양식과 적절한 상징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리얼리즘과 시적 요소, 멜로드라마, 민담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테스는 하디가 소설가로서의 완숙의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토머스 하디 지음>

 

저 자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1840-1928)

다양한 서술 기법, 풍부한 이미지, 시적 표현을 구사한 영문학의 거장

 

글쓴이 장정희

서울대학교에서 토머스 하디 소설의 여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광운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영미문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주요 저서로 《토머스 하디, 페미니즘과 소설읽기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귀향에 나타난 여성의 욕망과 농촌공동체,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연구 등이 있다.

 

12월의 첫눈, 울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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