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제르미날!

[중산] 2012. 1. 12. 08:06

릴르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던 에티엔은 회사에서 해고된 후 여기저기 헤매다가 몽수라는 광산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마외 집안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광산에서 일한다. 하지만 광산의 열악한 상황, 광부들의 비참한 삶을 보고 그는 파업을 생각한다. 많은 광부들이 뜻을 같이하는 상황에서 파업은 진행되지만, 배신자의 속출, 회사의 압력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계속되는 비참한 상황 중에도, 새로운 싹을 피우기 위해 진행된 파업은 결국 극단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내용 요약)

 

제르미날(Germinal), 에밀 졸라 지음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에티엔 랑티에          전직 기계노동자. 반항적인 인물. 몽수에 들어와서 노동자들을 위 해 광산 파업을 주도한다.

                           파업 동안 야망과 좌절 속에 끊임없이 고뇌한다.

마외 광부.              에티엔에게 일자리를 주고 파업에 함께 동참하며, 끝까지 그 와 함께 파업을 진행해나간다.

카트린느 마외의 딸. 에티엔을 사랑하지만 샤발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 파업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갱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성적인 인물

라마외드 마외의 부인.   모든 것에 적극적이며 굶주림 속에서도 파업을 옹호한다. 가족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의연히 대처하는

                      여인

샤발 광부.                  탐욕스럽고 야비한 기회주의자.

 

 

* 제르미날Germinal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공화력에서 3월22일부터 4월19일까지의 싹트는 달을 의미한다.

 

밑바닥 공기의 탁함을 느끼지 못함은 위의 맑은 공기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는 에티엔 랑티에라고 합니다. 기계공이죠...... 여기서 일자리 좀 구할 수 없을까요? 불꽃에 비친 그는 스물한 살 정도 되어보였고, 팔다리는 호리호리했지만, 강한 인상을 풍기는 진한 갈색머리의 미남이었다.

릴르의 철도 작업장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던 에티엔 랑티에는 그곳 작업장의 상관을 폭행하고 해고된 뒤,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일주일 가까이를 헤맨 뒤, 모든 것이 어둠으로 덮인 밤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바로 밤의 어둠을 압도할 만큼 검은빛의 석탄 광산 몽수였다. 거기에서 그는 일생을 광산에서 보내고 남은 것은 몸 속 가득 석탄가루뿐인, 연신 검은 가래를 뱉는 본모르 영감을 만난다. 그와의 대화에서 에티엔은 광산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읽는다. 그때까지는 전혀 생각지 못한 그런 비참함이었다. 그곳에서 일자리를 수소문하며 돌아다니던 에티엔은 우연히 그곳 광부이자 본모르 영감의 아들인 마외의 조수가 되고, 광산의 깊은 갱도로 향한다.

 

높고 습한 온도, 석탄가루와 뒤섞인 탁한 공기, 타박상 흉터투성이로 만드는 좁은 갱도, 짜증과 푸념으로 가득하지만 살기 위해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광부들, 이 모든 비참함이 에티엔의 눈에 들어온다. 또한 광산일 역시 처음인 에티엔에게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마외와 그의 딸은 많은 도움과 조언을 해주고, 그는 가까스로 다시 갱도 밖으로 나온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일을 마친 에티엔은 과연 자신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의구심에 빠진다. 마외는 그를 라스뇌르라는 전직광부가 운영하는 선술집으로 데리고 간다. 에티엔은 거기에서 기거할 수 있게 된다. 마외의 친절함, 따뜻하게 다가온 카트린느에 대한 관심, 또한 마음 어딘가에서 점점 커지는 반항심이 뒤섞이며 그는 다시 탄광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이 세상에는 악이라는 것이 있어, 정말이야. 보아하니 당신은 착한 아낙네 같은데, 그러나 노동자들은 정말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해야겠어. 농부들처럼 푼돈을 저축하기는커녕 광부들은 술 마시고 빚이나 져서 결국은 제 가족을 먹이지도 못하고 말지.”

 

몽수광산 노동자의 비참한 모습과는 달리 이 광산을 소유한 부르주아들은 그들의 고통을 모른 채,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광산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그레그와르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그들의 게으름, 과소비, 문란한 성생활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마외의 부인인 마외드가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사지 못해 도움을 청할 때도 약간의 옷가지나, 빵 몇 조각만을 줄 뿐이다. 그는 절대 돈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부르주아의 차단된 시각은 광부들의 생활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부르주아들이 노동자를 위해 무언가 해줄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위의 공기를 느끼려면 전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에티엔은 수갱에서 일을 계속했다. 그는 일에 익숙해졌고,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게 보였던 수갱일과 이 새로운 습관에 따라 그의 생활은 맞춰져갔다.

에티엔은 마외와의 우정을 돈독히 해나가고, 광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조수에서 채탄부로 승진된다. 더불어 광산 생활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이후 선술집 다락방에서 마외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에티엔은 이전부터 관심을 두었던 카트린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품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샤발이라는 남자에게 유혹받고 있었고 언제나 수동적으로 남자에게 이끌려가는 이곳 광산촌의 여인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이끌려간다. 이전부터 샤발을 좋아하지 않았던 에티엔은 그런 사람에게 카트린느가 간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소심한 탓에 그저 그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카트린느에 대한 애정의 한계와 그의 위치에 대한 공고함이라는 상반된 상황 속에서 에티엔은 부르주아에 대한 반항심과 분출만을 기다리는 야망의 싹을 키워나갔다. 그는 파업을 주도했다가 해고당한 뒤 선술집을 차려 돈을 번 중도파 라스뇌르와, 선술집에 자주 드나드는 수바린이라는 무정부주의자와 대화하면서 서로의 노선에 대한 논쟁을 벌여나가는 한편, 저녁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당시 노동자들의 원죄라고도 할 수 있는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에 관한 여러 책을 탐독한다. 그와 동시에 당시 국제노동자연맹(인터네셔널)의 임원으로 있는 플뤼샤르와 편지왕래를 해나가며 광산의 낙후성, 광부들의 비참한 삶을 극복해나갈 방도를 계속 모색한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이 내부에서 조금씩 표출되는 동안, 다른 한편으로 광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해봐야 나아질 게 하나도 없어. 마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막다른 골목은 아닐 거야. 포석을 응시하던 에티엔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상상에 잠긴 눈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지금이다. 지금이 할 때야!

 

광산소유주들은 석탄값 하락으로 생기는 석탄 재고량을 처리하기 위해 걸핏하면 휴업을 하고, 또한 갱도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고의 책임을 광부들에게 돌리면서 그럴 때마다 벌금을 부과한다. 무엇보다도 광부들을 압박하는 것은 새로 정해진 임금지급 방식이었다. 이 방식에 의해 광부들은 이전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고, 그것은 곧 생존을 위협한다. 무지한 광부들이 그저 불만만을 터뜨려나갈 때 에티엔과 라스뇌르, 수바린 등 참여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그 방식은 다르지만 불공평에 대한 저항으로 빼앗긴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파업을 결의한다. 마외는 아들이 갱도 붕괴사고로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카트린느는 샤발과 함께 가출하게 된 상황이어서 파업에 동참한다.

파업 준비를 위한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진행방식을 논의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과격한 폭력 방식보다는 에티엔이 주장했던 협상에 의한 방식을 우선 선택한다.

 

의욕이라는 단어는 고통을 참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이날 오전 네 시에 파업이 일어났다. 12월1일, 회사가 새로운 임금안을 제시했을 때, 광부들은 조용했었다. 보름 후 임금이 지불되던 날 또한 아무런 요구도 없었다. 사장에서부터 경비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은 임금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날 아침부터 시작된 선전포고와 전술, 그리고 통일된 행동 앞에서의 놀라움은 큰 것이었다.

광산책임자인 엔느보의 집에서는 그레그와르 집안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광부의 갑작스런 파업소식이 전해진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업이었다. 전날 라스뇌르의 집에서 이루어진 회합에서는 다음날 엔르보 사장의 저택을 방문할 대표자를 선출했다. 대표자들에는 가장 충실하게 일해온 마외가 포함돼 있었다. 대표자들은 엔느보 사장 집을 방문했는데 그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결렬로 끝났다. 마외와 에티엔을 위시한 대표자들은 새롭게 결정된 임금지급 방식의 철회, 광산설비에 대한 회사의 투자확대, 광부들의 임금인상을 주장한다. 그러나 엔느보 사장은 그들의 비참한 삶을 외면하고, 회사 사정을 거론하면서 회사는 광부의 구세주라는 것을 부각시킨다. 엔느보 사장은 이러한 파업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불어닥치는 페스트라고 말하며, 협상자체를 거부한다.

 

회사의 계속된 협상거부와 함께 파업은 장기화로 돌입했다. 임금을 못 받은 광부들은 굶주림과 추위를 함께 겪어야만 했다. 광부들은 참았다. 그들의 동조 아래 에티엔은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도자 위치에 있는 만큼,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만무한 에티엔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었다. 국제 노동자 연맹의 플뤼샤르는 그곳에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계속 보내왔지만, 그는 순수하게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투쟁으로서의 파업에 이데올로기를 가미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동시에 수바린의 폭력에 의한 파업 진행은 그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파업투쟁이 단지 에티엔 자신의 권력욕에서 기인한다는 라스뇌르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마외의 가족에게 먹을 것을 갖고 오는 카트린느에게 다가갈 수 없는 고뇌는 깊어가고, 그런 만큼 샤발에 대한 증오는 커져만 간다.

 

결국 에티엔은 국제노동자연맹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하고 플뤼샤르에게 편지를 보낸다. 플뤼샤르는 몽수에 방문하여 광부의 의욕을 북돋워준다. 에티엔은 플뤼샤르의 연설이 광부들의 침체된 분위기, 비틀거리는 파업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또다시 보름이 지났다. 1월 초순에 접어들자, 차가운 안개가 거대한 평원을 마비시켰다. 비참함은 더 한층 심해졌고, 광부촌은 점점 가중되는 궁핍 속에서 시시각각 빈사상태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인터네셔널을 통해 런던에서 보내온 4천 프랑은 겨우 사흘치 빵값을 충당할 수 있을 뿐이었다.

 

노동자연맹을 굳건히 믿던 광부들은 그들의 물적, 정신적 지원이 끊기자 더욱 의기소침해진다. 어느덧 광산전체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광부들은 더 이상 내다팔 것이 없는, 말 그대로 기아상태로 돌입하고 있었으며, 회사는 기계가 녹슬고 여기저기 갱도가 붕괴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곳 광부들이 해고되고 벨기에에서 새 광부들이 오게 될 것이라는 등등의 여러 소문은 난무한다. 또 파업을 주도했던 사람들과의 분열도 생겨났다. 라스뇌르는 참고 파업을 계속해나가자는 에티엔의 생각에 반대하고, 회사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중도적 입장을 역설하다가 많은 노동자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조직에서 물러난다.

또한 카트린느와 함께 몽수를 떠나 장-바르 광산에서 일하던 샤발 역시 배신자로 몰리는데, 그는 장-바르도 파업에 동참시키겠다고 약속하는 약삭빠른 술수로 위기를 벗어난다. 결국 파업은 에티엔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한 인근 광산으로까지 파업의 물결은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로 자욱한 파업의 길에서 그 끝을 보기란 쉽지 않았고, 깊이 들어갈수록 그 끝을 예측하기란 더욱 힘들어보였다.

 

인간은 배신당할 때 가장 처절해지고, 그때의 증오가 가장 독하다

 

사장님!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절반이나 되는 광부들이 작업을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수갱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마침내 장-바르 광산에서도 파업이 시작되었다. 샤발은 동료들을 선동하면서 몽수의 광부들처럼 임금인상을 요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샤발의 이러한 선동에 카트린느는 조용히 파업중단을 요청한다. 카트린의 봉급으로 자신은 물론 샤발의 생활비까지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샤발은 그런 카트린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계속 급진적 파업을 주장해나갔다. 장-마르 광산의 노동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파업동참을 다짐한다.

 

이때 탄광의 사장 드뇔랭의 회유가 시작된다. 그는 샤발과 밀담을 나누면서 그에게 반장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 샤발은 부지런히 머리를 굴린다. 최초의 파업은 본시 몽수 광부들에게서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었고, 거기에서는 파업을 고집해도 결국 에티엔의 참모밖에는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몽수의 광부들은 헌병들에게 막혀 이곳으로 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들이 계속 교차한다. 오만함과 탐욕으로 가득 찬 그는 결국 사장의 회유를 승낙한다. 샤발을 비롯한 장-바르의 광부들은 다시 갱도로 내려가 작업을 개시한다. 그 와중에서도 카트린느는 샤발에게 계속 모욕과 폭행을 당한다.

이미 샤발을 배신자로 낙인찍은 광부들은 카트린느에게 해소하고 있었다.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카트린느에게 그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졸도한다. 그녀의 몸을 탐할 대로 탐한 샤발이고 그녀에게 더 이상의 애정도 없지만 그래도 샤발은 쓰러진 그녀를 잠시나마 돌본다. 바로 그때였다.

 

다른 반장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몽수의 광부들이 케이블을 끊고 있다! 모두들 밖으로 나가라!

에티엔이 이끄는 몽수 광산의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에티엔과 광부들은 장-바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이르러 그곳을 보다가, 탄광의 광부들이 모여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광부들이 갱도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몽수 노동자의 출현으로 당황한 샤발은 카트린느를 팽개치고 다른 광부들과 함께 사다리를 통해 갱도를 빠져나온다. 그런데 이미 광부들은 케이블을 끊고 유일한 출구인 갱도의 환기통에 집결해 있다. 나오는 이들에게마다 그들은 폭언을 퍼붓는다. 그리고 마침내 환기공의 문턱 위로 올라선 샤발을 본 에티엔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든다. ! 하나님! 네놈이 약속했던 회합이 바로 이러한 것이었나?

 

샤발은 광부들에게 돌로 맞고 주먹으로 폭행당하고, 기어서 똥물을 받아먹는 등의 모욕을 당하며 이러 저리 끌려다닌다.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들은 ! 빵!을 외치며 다른 광산으로 이동한다. 이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할 정도에 이른 그들은 광산의 기물을 파괴하는 난폭함까지 나타내 보인다. 그들의 흥분은 샤발의 목숨을 장담 못할 정도에 이르렀고 모두 그를 죽이라고 외쳐댄다. 그 순간 카트린느는 에티엔의 뺨을 갈긴다. 그리고는 샤발 앞에 버티고 그를 보호한다. 너무나 당황해서 그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던 에티엔은 샤발을 보내준다.

노동자들은 다시 몽수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 그들의 분노는 부르주아들과 탐욕스런 상인들로 향한다. 보이는 것은 모두 파괴했다. 이제 에티엔의 말에 복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만은 에티엔의 손을 떠난 무질서의 상태였다. 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폭력성은 극에 달했다.

 

마침 그때 엔느보 사장 집으로 향하던 그레그와르의 딸 세실이 그들의 목표가 된다. 데모를 하는 광부들의 모습을 본 부르주아들은 그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이 데려온 광부들은 순진하고 폭력을 쓸 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느껴왔으며, 또한 감히 그들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실은 영문도 모른 채 위협을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데모행렬을 따라오던 본모르 영감은 갑자기 차가운 두손으로 세실의 목을 조른다. 다행히 마외 부부가 그것을 보자마자 그를 말리는 바람에 소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르주아들은 광부들을 너무나 몰랐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이 더 이상 순수하게 광산에서 일만 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짐승과도 같은 폭도들이라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결코 에티엔이나 마외 부부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광부들이 차례차례로 그들을 괴롭히던 사람에게 복수하고 있을 때 도망가라는 속삭임이 에티엔의 귀에 스친다. 카트린느였다. 변장을 한 그녀는 헌병이 이리로 오고 있으며 모두 샤발의 고발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이때 멀리서부터 지축을 뒤흔드는 헌병들의 무거운 발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군중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헌병들이다! 헌병들이다! 군중들은 빙산이 무너지듯 정신없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길은 텅 비었다. 마치 폭풍이라도 휩쓸고 지나간 듯 깨끗했다.

위에 올라가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위의 공기를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음산한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혹독한 겨울을 연장하고 있었다. 릴의 지사와 검사, 그리고 장군 한 명이 길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헌병들만으로는 충분치가 않았던지 일개 연대에 해당하는 군 병력이 몽수로 진주했다.

몽수 광산에 헌병이 점령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파업을 계속해나간다. 헌병들은 폭동 때 발생한 여러 사건을 조사하였다. 여러 명이 해고되고, 카트린의 애원에 못이긴 샤발은 다른 사람은 제외한 채 에티엔만을 고발한다. 헌병들의 수배대상자가 된 에티엔은 장랭의 도움을 받아 폐광을 은신처 삼아 숨는다. 그는 어두운 갱도 안에서 자신이 해온 여러 일을 회상해본다. 파업이 폭동으로 변한 것에 대해서,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대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일주일 가까이 폐광에 머물던 에티엔은 자신이 이미 벨기에로 도망갔으리라는 헌병들의 판단을 듣고 밤에 나와 어두운 밤길을 거닌다. 그의 발길은 라스뇌르의 술집에까지 이르렀다. 예상 밖으로 라스뇌르는 그를 들어오게 했고, 거기에서 파업을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된다. 사람들은 그에게 벨기에에서 광부들이 오고 곧 광산이 재개될 얘기를 해준다. 파업 실패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 술집으로 샤발과 카트린느가 들어온다. 그리고 사뱔은 에티엔에게 덤비지만 오히려 얻어맞고 결국 다시 한번 치욕감을 맛보고는, 카트린느를 버려둔 채 술집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이제 자기 차지가 된 이 여자에 대해 당혹감을 느끼던 에티엔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면서 거북해했다. 카트린과 함께 에티엔은 라스뇌르의 술집을 나와, 달빛만이 비추고 있는 밤길을 걸어간다. 몽수에 온 첫날부터 카트린느에게 맘이 있었던 에티엔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는 한마디로 거절한다. 카트린은 다시 사뱔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겠노라면서 떠난다.

아무도 저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돼. 그리고 또 그 누구도 바깥으로 나오지 못해! 안에 들어간 것들은 몽땅 흙 속에 생매장시켜버려야 해!

 

헌병들의 주둔, 회사의 협박, 굶주림의 한계를 느낀 몇몇 광부는 몽수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 파업의 한계성에서 배신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파업을 계속하는 자와, 현실에 순응한 자와의 반목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남은 자의 분노는 더욱 강해진다. 파업노동자들은 그 배신자를 확인하러 갱도로 모인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무장한 헌병이 있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헌병들의 위협에도 분노한 노동자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헌병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그들과 몸싸움을 펼친다. 헌병들이 총을 겨누어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위협이 강해질수록 그들은 더욱 강렬히 저항했다. 노동자들은 설마 총알이 날아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헌병들의 총에서는 불이 뿜어져나왔다.

사람들은 멍청하게 서 있었다. 군인들이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불구하고, 군중들은 차마 믿어지지 않는 듯 입을 벌린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미친 듯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여기저기서 피가 낭자하고 괴로움에 못이긴 비명들이 몽수 광산 전체에 울려퍼졌다. 사격금지를 알리는 나팔이 울렸을 때, 사람들은 신음소리를 지르며, 혹은 침묵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그 중에는 마외도 있었다. 이때까지 살육이라고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이 작은 도시의 가슴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지하에서 우리는 가장 향기로운 꽃을 보았다

 

이때까지 광부촌의 노동자들은 완강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수갱 앞의 진흙을 붉게 물들였던 동료들의 피가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서고 있는 것 같았다.

몽수에서의 발포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사건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정부는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려고 가진 노력을 다했다. 사건은 간단히 종결되었다. 그곳에 주둔하던 군대도 철수했다. 회사는 다시 광산을 연다는 공고문을 알리고, 만 명의 광부들은 아무말 없이 그저 공고문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열 명도 안되는 광부들만이 광산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머지는 아무런 몸짓도 위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위선자들이 갱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에티엔에게서 야망이나 자신감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광산의 앞날은 물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그런 무기력함과 자괴감만 남았을 뿐이다. 이번 사건이 결국 에티엔의 책임이라고 여기는 몇몇 사람들은 그에게 돌을 던지며 비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는 맞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라스뇌르가 그를 구해준다. 에티엔은 광부촌을 빠져나와 그가 자주 거닐던 산책로에서 수바린을 만난다.

나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사람들은 다시 수갱으로 내려갈 거야. 모두 겁쟁이들이야.

수바린의 이 말은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일의 예언과도 같다. 그는 에티엔과 헤어진 후 곧바로 몽수 고아산의 갱도로 내려가 갱도의 버팀목 등을 이어주는 나사못을 뽑아댔다. 그리고 버팀목을 톱으로 조금씩 잘랐다. 갱도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폭력에 의한 혁명을 주장했던 수바린은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카트린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갱도로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류하던 에티엔은 자신도 함께 들어가리라 결심한다. 다른 광부들은 그들을 야유한다. 샤발의 조롱에도 묵묵하게 에티엔은 갱도 밑으로 내려간다. 샤발은 카트린과 에티엔이 들어가 있는 작업조에 마지막으로 끼여들었다. 그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었는데, 그는 동료들 뒤에 숨어 있다가 반장이 만류하는데도 기어코 그 작업조에 합류했던 것이다. 그들이 갱도 보수공사에 한창일 때, 여러 차례 뭔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갱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방수벽은 무너져내리고 그 사이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나왔다. 에티엔과 카트린, 그리고 샤발을 비롯한 광부들은 고립되어버렸다. 파업 동안 방치된 갱도는 더욱 부실해져서 추가 붕괴가 연이어 발생했다. 아래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위에서는 구조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구조작업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난감해보였던 작업이 점차 그 성공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밑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을 경우에 한해서였지만.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작업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그 안에는 라마외드의 아들인 자카리가 일하고 있었다. 라마외드는 또 한 명의 가족을 잃었다. 나머지 광부들은 계속 일을 해나간다. 마치 복수라도 하듯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곡괭이질을 해나갔다.

 

며칠 전부터 갱도 내부의 신호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레그와르와 엔느보 사장은 구조현장을 방문하고 라마외드의 가족을 위로하러 온다. 라마외드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에는 일주일째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본모르 영감만 있다. 그레그와르와 엔느보가 다시 사고현장에 가는 사이, 집안에는 아이들을 돌보려고 남은 세실, 그리고 본모르 영감만이 남게 된다. 그제서야 세실은 그가 전에 자 신의 목을 조르던 그 노인임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미동도 하지 않던 본모르 영감은 다시 세실의 목을 조른다. 세실은 그렇게 죽었다. 부르주아들도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희생자를 낸 것이다.

갱도 밑에 광부들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실낱 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생존자들도 하나둘씩 죽어간다. 이제 동굴에서 생사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에티엔, 카트린느, 샤발, 이 세 명뿐이었다. 샤발과 에티엔은 서로 그들의 운명적 결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샤발이 카트린느를 겁탈하려고 했을 때 마침내 결투는 시작된다.

입술이 새파래진 에티엔이 외쳤다.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면 죽여버릴 테다! 그러자 샤발 또한 사나운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에티엔의 음성으로 보아 그가 지금 끝장을 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에티엔은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순간 주위에서 가장 가까이 잡을 수 있는 돌로 샤발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질기게 붙어 있던 저주스러운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끊어진다. 갱도 안으로 물은 계속 차오르고 있었다. 이 암흑 속에 남겨진 두 사람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때, 밖에서 들려오는 신호에 힘을 얻기도 하였으나, 문제는 좀처럼 그 소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든 힘을 소진해버린 듯한 카트린느의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따뜻해! 나를 껴안아줘, 그리고 함께 있어!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는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그에게 오래도록 얼굴을 부벼대며 행복한 소녀처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렸다니, 우린 참 바보였어! 우리가 서로를 처음 본 지 얼마 안되어서 나는 당신을 원했어, 하지만 당신은 내 마음도 모르는 채 언제나 퉁명스럽기만 했지.

 

비로소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일체에 대한 절망 속에서, 아니 죽음 속에서 서로를 사랑한다. 이 어두운 땅 속의 진흙탕 위에서 그들의 초야가 이루어진다. 행복을 맛보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집착이 그들에게 기적적인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잠들었다. 그리고 카트린느는 깨어나지 않았다.

얼마 후 에티엔은 기적적으로 구출된다. 그는 차가워진 카트린느를 데리고 다시 밝은 빛으로 나왔다. 카트린의 죽음을 확인한 라마외드는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다. 커다란 고통의 신음소리가 그녀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내려갈 곳이 없다면, 다시 올라가야 한다

 

기적적으로 구출된 에티엔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에게는 이미 해고통지서가 도착한 상태였다. 그는 퇴원하면 플뤼샤르가 있는 파리로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퇴원하자마자 그는 떠날 준비를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거의 모든 광부들이 다시 갱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에티엔은 작별인사를 하러 광산으로 왔다. 갱도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손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손을 굳세게 움켜쥐었다. 그들은 굴복당한 데서 오는 분노와 기어코 복수하고야 말리라는 뜨거운 소망을 말없는 악수에 담는다. 그리고 남자옷을 입고 갱도로 향하는 라마외드도 만난다.

 

! 내 꼴을 보고 놀랐나보군. 그래, 난 식구들 중 아무라도 갱도에 내려가기만 하면 당장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지,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내려가게 되었으니 내 목을 비틀어야겠군, 안 그래? 아, 빌어먹을! 집에 노인네와 어린애들만 없어도 만사를 끝장내버릴 수가 있을 텐데.!

그녀와도 이별을 고한 에티엔은 파리로 향한다. 지금까지 실패만을 맛보았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해방이라는 열매를 주기 위해, 그 열매의 싹을 틔우기 위해 그는 더욱 힘찬 발걸음으로 파리로 향한다.

 

<“제르미날(Germinal)”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에밀 졸라 지음, 글쓴이주만종님>

 

저 자 에밀 졸라 Emile Zola(18401902)

 

정의의 수호자, 프랑스가 사랑했던 시대의 양심.

 

에밀졸라와 드레퓌스 사건

드레퓌스 사건은 20세기 전후 10여 년(1894∼1906)에 걸쳐 보수와 진부, 군부와 문민, 우파와 좌파의 상징적 격전장으로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졸라의 투사적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1894년 참모본부의 수습참모인 유대인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독일에 정보를 내준 첩자로 체포된다. 독일 대사관에서 발견된 프랑스 기밀문서의 명세서에 나타난 필적이 증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참모본부도 그를 기소하기엔 증거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반유대주의 신문인 『라 리브르 파롤지가 그의 체포를 격렬히 주장하고 다른 보수적 신문도 이에 동조함으로써, 결국 명세서 필적이 유사하다는 증거로 그는 반역죄로 기소당함은 물론, 불명예제대에 종신금고형까지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1년 후 참모본부 제2국장 피카르 중령은 우연히 프랑스군의 대대장급 장교인 에스테라지 소령이 독일 대사관 무관과 은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문제의 필적이 그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 피카르는 이를 상관들에게 알리며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곧 군의 오류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의 건의는 묵살되고 그는 변방으로 좌천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피카르가 이 사실을 변호사를 통해 국회에 알리면서 일은 크게 확대된다. 에스테라지는 형식상 군법회의에 회부되나 오히려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우익의 여론은 무조건 군부의 편을 들어 드레퓌스의 재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매도한다. 급기야 프랑스 지식인들은 일어선다.

 

드레퓌스에 관한 몇몇 서류를 접하면서, 졸라는 그의 무죄를 확신했다. 작가로서 참여적 성향을 보였던 그는 지체없이 행동에 들어간다. 그는『르 피가로지에 첫 기고문 조서를 발표하면서 반 유대주의를 비난한다. 그는 드레퓌스 사건 오류를 부정하는 버팀목은 바로 당시 군중을 휩쓸었던 반 유대주의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어서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팜플렛을 발표한다. 그리고 반대파의 공격을 받는다. 졸라의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라는 사실이 그들에겐 공격의 무기였다. 그 신랄한 비난에는 졸라의 옹호자들도 숨을 죽인다.

 

그때 에밀 졸라는 1898년 1월 31일자 『여명지에 나는 고발한다 J'accuse를 발표하여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 군부의 음모 등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이제 프랑스 전국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든다. 국민 전체가 재심요구파(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 에밀졸라, 아나톨 프랑스, 장조레스 등이 중심)와 재심반대파(왕당파, 국수주의자, 가톨릭교도, 반 유대주의자)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졸라는 벌금형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영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이후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이 결정되지만 군법회의는 다시 드레퓌스에게 유죄를 선고하기에 이른다. 졸라는 이번에도 즉각 반박문을 올리고,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에스테라지는 외국으로 도망가고, 드레퓌스는 복권되지 않은 채 사면석방된다. 그의 복권은 1906년에 가서야 이루어진다.

결국 권력은 직접적으로 그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 양심의 승리였고 졸라는 그 승리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다수의 부르주아 독자들을 잃었고, 저서의 판매 부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제르미날등의 저서에서 노동자를 비하했다는 평으로 소원해져 있던 노동자 계층은 다시 그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시대의 증인으로서의 졸라는 이 사건을 자신의 소설 『진실에 남긴다. 그는 1902년 가스중독으로 사망한다(한편에서는 이 죽음을 타살로 추측하기도 한다). 그리고 1908년 몽마르트르에서 팡테옹 묘지로의 이장이 결정되고, 프랑스 지성은 제르미날을 외치는 노동자들의 손에 팡테옹으로 향하는 그의 관을 지켜보았다.

 

프랑스가 사랑한 시대의 양심

프랑스 파리의 셍조제프 가에서 출생한 졸라는 성장하면서 실증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1867년 『테레즈 라깽을 발표하면서 자연주의 문학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1869년 『루공 마카르 총서를 계획하여 그후 20여 년에 걸쳐 총서 20권을 발간했다. 총서 중 『목로주점나나는 당시 큰 호평을 받았으며 그 시대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소박하고 솔직한 표현 형식으로 현실을 진실하게 묘사하여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였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루공마카르총서의 제13권으로서 1885년에 나온『제르미날은 졸라의 소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많은 연구와 비판의 대상이 됐던 소설이다. 그것은 프랑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19세기 소설 중 하나이며 1913년 이후에는 누차에 걸쳐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이와 아울러, 졸라를 비난하건 칭찬하건 또는 객관적으로 연구하건 간에 이 작품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적 고찰의 대상이 되어왔다.

 

언제나 현실을 투영하는 작품을 소개해온 에밀졸라는제르미날에서 당시 가장 하위계층으로 치부되던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 소설은 실제로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앙쟁, 카르뱅, 비크와뉴 광산 파업을 그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다른 작품들, 즉 『목로주점이나 나나등에서 소외계층의 비참함만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소외계층의 역동성은 졸라가 사회 고발적 성격에서 점차로 참여적 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의 참여성이 묻어나오는 『제르미날에서 가장 관심있게 살펴봐야 할 점은 바로 이 작품이 어느 계층을 위해서, 그리고 어느 계층을 비판하기 위해서 집필되었는가 하는 문제다.

 

얼핏 보면 이것은 노동자들의 핍박받는 생활을 잘 묘사한 작품으로 보여진다. 광산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사실적 묘사, 부르주아와 노동자들의 모습을 밝음과 어두움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는 기법을 사용하면서 보여주는 그의 의도적 소설 기법 등이 그렇다. 그리고 노동자를 옹호해주고 있는 소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이 소설로 사회의 밑바닥이 폭로된 것에 우익평론가들은그다지 달가와하지 않았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좌익비평가들 역시 이 소설을 노동자혁명을 다룬 위대한 작품으로 정의내리는데 많은 고심을 하였다는 점이다.

 

우선 이 소설에서 파업을 일으키는 노동자의 모습은 투사보다는 폭도의 이미지가 가깝다. 지도자로 등장하는 에티엔 역시 전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야망을 추구하고, 가끔씩 우유부단하기도 한, 혁명의 실패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물이다. 그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너무 동물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또한 부르주아를 옹호하는 여러 장면들(엔느보 사장의 고뇌, 세실의 죽음)에서는 결국 그도 부르주아적인 입장을 드러낸다고 꼬집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호한 위치에 자리잡은 덕분에 제르미날은 양 계층에 모두 공감을 주는 소설이 되었고, 당시 부르주아계층들에게는 필독서로 인식되었다. 또한 노동자계층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앙금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리만족 수단이자, 투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바이블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지금도 노동 투쟁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마르크스의 여러 서적과 함께 『제르미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졸라가 사망하고 나서 팡테옹 묘지로 시신을 옮길 때 관을 지고 간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며, 그의 시신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은 제르미날을 외쳤다는 일화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르미날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여성의 모습이다. 이때까지 내려오던 전통소설 속의 여성의 특징은 바로 나약함이었다. 반 여성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소설과 달리 『제르미날에서는 여성의 참여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라마외드의 참여의식은 남편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녀의 이미지는 다분히 여전사적 이미지다. 남자광부들이 소심하고 감정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 그녀의 냉철함은 더욱 빛난다. 이러한 이성적 이미지가 드러나는 또 하나의 전형은 바로 카트린느에서다. 남자들이 파업에 동참할 때, 그녀는 갱도로 내려갈 생각을 한다. 이것은 살기 위해 벌이는 파업에 반하는 행동이지만, 또다른 생존을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굶는 가족을 위한 헌신적 행동으로 평가한다면 그렇다.

이처럼 제르미날에서는 진보적 사고가 묻어나온다. 이러한 진보적 사고는 출판된 지 100년이 넘은 현재에서도 그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렇듯 앞서 나간 시도였기에 『제르미날의 생명력은 유지되고 있는지 모른다.

 

에밀졸라의생애와작품

1840 4 2일 파리에서 출생

1843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자란다.

1852 부르봉 중학교에 입학, 거기서 나중에 위대한 화가가 될 폴 세잔과 친구가 된다.

1854 콜레라 전염병을 피해 시골로 피신하여 뒤마, 쉬(Sue), 베르테(Berthet), 곤잘레스(Gonzal s) 등의 연재소설을 탐독한다.

1856 파리에서 온 교사 덕분에 위고, 라마르틴, 뮈세 등의 문학세계를 알게 되고 그들을 예찬하면서 처음으로 습작을 시작한다.

1858 다시 파리로 옮겨, 생루이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1859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응시, 두 번 실패하고 경제적 이유로 고등학교도 중단한다. 습작을 계속하며 미슐레를 탐독한다.

1860 경제적 이유로 부두 세관 사무원으로 취직하나 곧 그만둔다. 이때 조르주 상드와 셰익스피어를 읽는다. 자신의 시편들을 거장 위고에게 보낸다.

1862 아셰트출판사에 입사, 여기서 중요한 지적 성장기 4년을 보내게 된다.

이 해에 프랑스로 귀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었다)

1864 아셰트 출판사의 필자들이었던 생트 뵈브, 텐느 등과 관계를 맺는다.

최초의 창작집 니농에게 주는 이야기 Contes Ninon가 출판됨.

1865프티 주르날, 피가로 등 주요 신문에 서평, 예술평을 기고한다.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클로드의 고백 La Confession de Claude』출간.

1866 작가로 살 것을 결심하고, 아셰트 출판사를 떠난다. 『사건지 등 여러 신문에 기고는 계속한다. 『죽은 여인의 소원 La Voeu d'une morte』 출간.

1867 외젠느 쉬(Eug ne Sue)의 파리의 비밀을 모방한 마르세유의 비밀 Les Myst res de Marseille, 루공 마카르이전에 발표된 작품 중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테레즈 라캥 Th r se Raquin 출판.

1868 65년에 썼지만 상연되지 못했던 희곡 마들렌느 Madeleine』 소설화, 『마들렌느 페라라는 이름으로 출판. 발자크를 다시 읽으면서 『루공 마카르 시리즈를 계획한다.

1870 알렉산드린느 멀레와 결혼.

1871루공 가의 행운 La Foutune des Rougon』, 이전투구 La Cur e 출간

1873파리의 배 LeVentredeParis 출간

1874 4 14일 이른바 야유받은 작가들의 식사가 처음으로 있게 되며 앞으로 매월 열릴 이 식사모임에서 플로베르, 투르게니에프, 도데, 에드몽 공쿠르, 졸라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게 된다. 마네 덕분에 대시인 말라르메와도 친해진다.

플라상스의 정복 La Conqu te de Plassans 출간

1875무레 사제의 잘못 LaFautedel'abb Mouret 출간

1876외젠느 루공 각하 Son Excellence Eug ne Rougon 출간

1877목로주점 L'Assommoir』 출간

1878목로주점의 성공이 가져다준 수입 덕분에 파리 근교 메당(M dan)에 집을 산다.

사랑의 한 페이지 UnePaged'amour 출간

1880나나 Nana 출간

1882살림 Pot-Bouille』 출간

1883부인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 출간

1884삶의 기쁨 La Joie de vivre』 출간

1885제르미날 Germinal』 출간

1886작품 L'oeuvre』 출간

1887La Terre』출간

자연주의를 따르던 다섯 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그들의 스승인 졸라와의 절연을 통고하고 자연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나선다. (5인선언)

1888Le R ve 출간

1890인수 La B te humaine 출간

1891L'Argent』 출간

1892패주 La D b cle 출간

1893의사 파스칼 Le Docteur Pascal』 출간

189498 종교에 대한 문제와 부르주아지에 맞선 노동자들의 비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작품으로, 세기말의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결산을 담은 『세 도시 LesTroisVilles시리즈인루르드 Lourdes』, 로마 Rome』, 파리 Paris』가 각각 94년, 96년, 98년에 출간된다.

1897 드레퓌스 옹호에 나서 피가로지에 세 편의 글 청년들에게 주는 편지를 발표한다.

1898 프랑스를 향한 편지라는 팜플렛을 발표하고 이어 1월 13일 『여명지에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한다를 싣는다. 군부의 부정을 공격한 일로 사직 당국에 의하여 고발되어 징역 1년, 벌금 3천 프랑의 판결을 받고 영국으로 망명한다.

1899 드레퓌스 재심 결과, 무죄가 밝혀짐으로서 6월에 다시 귀국한다.

새로운 사회의 창건을 위한 메시지를 담을 의도로 구상된 네 복음서 시리즈 중 첫번째 풍요 Fcondit 출간

1901네 복음서 시리즈 두 번째, 『노동 Travail』 출간

1902 9 28일,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1903 시리즈 세 번째 작인 진실 V rit 이 사후 출판 마지막 정의는 습작노트만을 남긴 채 미완으로 남아 있다.

1908 6 4일 졸라의 유해가 프랑스 위인들이 묻히는 팡테옹으로 이장된다.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르마의 수도원!  (0) 2012.01.12
으제니 그랑데!  (0) 2012.01.12
타르튀프!  (0) 2012.01.12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0) 2012.01.11
배덕자!  (0) 201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