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중산] 2012. 1. 18. 12:36

 

변호사 어터슨은 친구인 의학박사 지킬이 자신에게 위탁한 유언장에 지킬의 유고 시에는 모든 재산을 하이드에게 주라고 한 것에 대해 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하이드의 만행 소식을 듣고는 호기심이 발동해 하이드의 정체를 추적하기로 한다. 하지만 가장 도움을 줄 수 있을 지킬은 이에 대해 함구해버린다. 그러던 중 하이드는 마침내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그후 얼마 안 있어 어터슨과 지킬 둘 다 아는 친구인 래년 박사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후 지킬은 두문불출하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어터슨은 의문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내용요약)

 

 

 

 

지킬 박사       유능한 의사로서 그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대가. 자신의 욕망을 맘껏 실현하기 위해 과학지식을 동원

                    해 제조한 약물로 하이드라는 악한으로 변신한다.

하이드           지킬 박사의 분신이자 그의 아들이나, 사실은 박사 본인의 또 다 른 모습일 뿐이다. 지킬 박사가 약물

                   복용으로  변신한 상태 또는 자아.

어터슨           법률가로서 매사를 치밀히 파고드는 노총각. 그의 호기심과 탐정적 기질이 작품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된다.

래년 박사      지킬 박사와 의대 동창으로 철저한 과학적 논리만을 믿는 의사. 지킬과 어터슨과 둘 다와 친하다. 지킬

                   의 변신을 직접 본 후 그 충격 때문에 죽는다.

 

 

 

 

길거리의 무법자

 

지킬 박사와 친구 사이인 변호사 어터슨은 자신의 사촌이자 친구인 엔필드와 늘 하는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그는 어떤 집 문 앞을 지나다가 엔필드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엔필드는 어느날 런던 길거리를 걷다가 인상이 매우 고약하고 키가 작은 한 젊은 사내가 어떤 어린 여자아이와 길 모퉁이에서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어린아이가 길거리에 쓰러지자,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아이의 몸을 태연하게 짓밟고 지나갔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부모와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내를 붙잡은 후 따지자 그는 보상금을 주면 될 것 아뇨!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 거액의 수표를 갖고 나왔다. 그런데 수표에 서명한 이름은 잘 알려진 모 인사의 이름인 반면에 수표를 건네준 사내의 이름은 하이드였다고 했다.

 

그자의 생김새가 어떠했나? 뭔가 말할 수 없이 흉악하고 아주 역겨운 것이었어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지, 묘사하기도 어려운 그런 흉측함이라고나 할까. 내가 그것을 묻는 이유는 그자의 이름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렇다. 어터슨은 친구인 의사 지킬 박사의 변호사로서 그의 유서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유서에 의하면, 지킬이 죽었을 때 에드워드 하이드가 모든 유산을 물려받을 뿐 아니라 지킬이 혹시 없어지거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세 달 이상 사라져버렸을 시에는 에드워드 하이드가 헨리 지킬의 모든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돼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에드워드 하이드가 누구며 지킬과 어떤 사이인지를 어터슨이 아무리 캐물어도 지킬은 그저 지극히 사적인 일이니 말할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 어터슨이나 지킬, 모두 독신으로 늙는 처지이기 때문에 자식이 없다. 그렇다고 지킬의 친척도 아닌 이 하이드, 그는 과연 누구일까?

 

그렇지 않아도 이 점이 늘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엔필드의 이야기 속에 하이드가 흉악한 모습에 비열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등장하자 어터슨은 더욱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수수께끼의 인물 하이드의 정체를 직접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하이드는 누구?

여러 날을 하이드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던 어터슨은 어느날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었다. 밤 10시런던의길거리. 인적은 끊기고 바람은 싸늘하다. 갑자기 어디선가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하이드가 나타났다. 하이드에게 접근한 어터슨은 지킬 박사의 이름을 대며 말을 건다.

 

하이드씨? 왜 그러시오? 난 지킬 박사의 오랜 친구요. 같이 좀 들어갑시다. 지킬 박사는 안에 없소. 그런데 도대체 날 어떻게 알았소? 우리 둘 다 아는 친구들이 있지 않소. 누구 말이요? 예를 들면 지킬. 절대로 그 사람은 아니오. 거짓말을 하다니!

 

 

그러더니 하이드는 곧장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고 잠가버렸다. 어터슨의 호기심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하이드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어터슨은 그 길로 바로 지킬 박사네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하이드가 바로 지킬 박사의 집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어터슨은 집으로 들어가서 이 집의 집사장인 풀에게 어찌 된 노릇인지를 물었다. 그가 대답하길, 주인은 하이드를 이 집 뒷문으로 마음대로 출입하도록 하고 그가 하자는 대로 해주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혹시 지킬의 젊은 시절 난봉의 산물이 이 하이드가 아닐까? 이자가 혹시 그 유서의 내용을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거 참.

 

 

이것이 어터슨이 잠정적으로 내린 탐문의 결론이었다.

 

한 보름 후 어터슨은 저녁 초대를 받아 지킬 박사를 방문했다. 다른 손님들이 떠나고 둘만 남자 어터슨은 가장 궁금한 하이드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유언장에 등장하는 그 하이드라는 젊은이가 별로 행실이 안 좋다고 하던데.

,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러면서 지킬 박사는 오직 하이드를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만 되풀이했다.

 

 

 

 

국회의원 구타 살해 사건

 

그러다가 드디어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어느날 밤 런던 길거리를 걸어가던 한 노신사를 향해 키가 작고 인상이 험악한 젊은 사내가 쫓아왔다. 둘이 서로 말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근접하자 노신사는 목례와 함께 인사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상대방은 이 예절에 답하는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노신사를 향해 미친 사람처럼 돌격하더니 그를 사납게 내리쳐 쓰러뜨리고는 죽을 때까지 패는 것이 아닌가? 뼈가 다 부러질 지경이 되도록!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범인은 물론 그 자리에 없었다. 시체를 찾아보니 지갑 등 소지품은 그대로였다. 금품을 노린 살인은 아닌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웃집 하녀는 일전에 어린아이를 짓밟았던 사건 때문에 하이드의 얼굴을 익혔던 터라, 범인이 하이드임을 증언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서 나온 편지 봉투에는 어터슨씨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적혀 있었다. 죽은 사람은 어터슨의 고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한 단서를 유일하게 갖고 있는 어터슨은 경찰과 함께 하이드의 집을 덮친다. 하지만 그곳에 하이드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역시 또 지킬 박사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 그는 박사를 만나 하이드 문제를 상의한다. 이에 이 사건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지킬 박사는 어터슨에게 하이드가 자신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보여준다.

 

이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말이야. 일단 자네에게 줄 테니 알아서 하게.

 

편지는 에드워드 하이드로 서명이 돼 있었는데 글씨체가 묘했다. 그 내용인즉 그간의 자신이 저지른 비행을 뉘우치고 지킬이 베푼 은혜에 감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잡힐 위험이 없이 안전히 도주해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겉봉은 없나? 어터슨이 물었다. 모르고 태워버렸어. 우체국 직인은 전혀 안 찍혀 있었지. 이걸 어떻게 할까? 알아서 하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한 가지만 더 묻겠네. 자네 유언의 내용 말일세. 그거 하이드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건가? 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럴 줄 알았네. 그자가 자네를 죽이려 했던 거야. 이제 겨우 목숨을 구했네. 이 편지를 들고 그 집에서 나온 어터슨은 그것을 필체 감식가에게 갖고 갔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필체 감식가는 하이드가 썼다고 하는 편지와 지킬 박사의 필체가 매우 유사함을 지적한다. 아니 헨리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서 편지를 위조하다니!

 

어터슨은 더욱더 자신이 사건의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피가 식는 듯한 공포감을 느낀다.

 

 

 

래년 박사의 죽음과 지킬의 최후

 

이후 지킬은 다시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병을 이유로 집에 들어앉아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궁금증에 시달리던 어터슨은 사건의 비밀에 좀더 접근할 요량으로, 어터슨과 지킬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사이이자 지킬과는 학창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래년 박사에게 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친구가 거의 죽은 사람이 다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터슨은 연유를 물었지만 상대방은 자세한 이야기를 피할 뿐이다.

 

 

충격을 받았네. 아마도 다시는 못 일어날 걸세. 한 몇 주 안에 난 갈 거야. 난 인생을 잘 즐겼네, 지금까지는 말이야.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알고 나면 인생을 떠나는 편이 다행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지킬도 아프다던데 혹시 언제 만나봤나?

 

이에 래년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손을 떨면서 말한다. 지킬은 보기도 싫고 얘기조차 듣기 싫어. 그자와는 끝장이야. 내게는 죽은 자나 다름없는 그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주게.

 

집으로 돌아온 후 어터슨은 지킬을 만날 수가 없으므로 편지를 써서 도대체 래년과의 사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를 물었다. 곧 답장이 왔다. 답장에 의하면 그것이 자기 탓이긴 해도 자기도 피해자이며 둘 사이는 아무튼 끝장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다가 병석에 누운 지 일주일 뒤 래년은 그의 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어터슨에게는 밀봉한 편지가 한 통 배달된다. 편지 봉투에는 헨리 지킬 박사의 죽음이나 실종 이전에는 뜯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느 일요일, 엔필드와 함께 한가롭게 산책하던 어터슨은 지킬의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마침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지킬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러나 지킬은 갑자기 안색이 흉측하게 변하더니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모습은 일순간 어터슨과 엔필드, 둘 다 기억하는 하이드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던 것이다. 둘은 서로 공포에 질린 눈길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며칠 후 혼자 집에 있던 어터슨에게 지킬의 집사장 풀이 황급히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이냐고 하자, 문을 걸어잠그고 있던 주인이 갑자기 사라지고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벌써 일주일은 됐습니다요. 이제는 더 이상 못참겠어요. 좀 와보세요. 도대체 왜 그러는가? 말을 좀 차분히 해보게. 직접 와보세요. 공포에 질린 풀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이렇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세.

 

집에 도착한 후 둘은 지킬의 서재 앞으로 갔다. 풀은 걸어잠긴 문 사이로 주인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어터슨이 잘 아는 친구 지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게 주인님 목소리입니까? 아니지요. 천만에. 아마도 누가 몰래 주인을 납치하고 대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필경. 도대체 어느 놈인지, 원! 아이고 하느님!

 

어터슨은 풀을 진정시키고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그동안 지킬은 문을 걸어잠근 채 이따금씩 어떤 특별한 약을 사오라는 심부름만 시키면서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에 어터슨은 용기를 내 걸어잠긴 문을 도끼로 부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그자가 도주할지 모르니 다른 하인들은 아래층 문을 지키게.

 

몇 번 세게 문고리를 내려치자 문이 열렸다. 어터슨과 풀이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발견한 광경은 지킬 박사 대신 자기 몸보다 훨씬 더 큰 옷 속에 들어 있는 난쟁이처럼 왜소한 못생긴 사내의 시체였다. 아마도 죽기 전에 심한 경련으로 괴로워했던 것 같았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어터슨의 눈에 한 메모지가 보였다. 거기에 지킬은 자기가 곧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테니 래년이 준 봉투를 집에 가서 뜯어보라고 한다. 또 방 한 구석에는 지킬의 수기가 놓여 있었다.

 

래년의 편지

 

집에 가서 뜯어본 래년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난 이 편지를 쓰는 오늘부터 4일 전에 지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네. 그는 나더러 자기 집에 대신 들어가서 서재 한구석에 놓아둔 박스와 장부를 가져다놓으라고, 그러면 어떤 사람이 지킬의 이름을 대며 밤에 찾아올 테니, 그것을 그 사람에게 건네주라고 써놓았더군. 그러면서 지킬은 이 부탁을 꼭 들어달라며 우리 둘 사이의 오랜 우정을 들먹이며 간곡히 청했어.

 

... 이 편지를 읽고 의사로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친구의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었지. 내가 보기에 이미 과학의 정도를 벗어나서 말도 안되는 초자연적인 실험에 도전한 지 제법 되는 친구라 더욱더 그런 쪽으로 생각을 굳히게 됐던 것이야. 그러나 부탁을 안 들어줄 이유야 없었으니 난 그대로 했어. 물건을 가져와 보니 상자 안에는 모종의 가루약과 물약이 있었고, 장부에는 날짜와 날짜 옆에 이따금씩 두 배 투약, 완전히 실패! 등의 표현이 적혀 있었을 뿐이야. 아마도 무슨 근거 없는 실험을 한 기록인 듯했네.

 

... 그러다 자정이 되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킬이 보냈다는 자가 들어왔지. 그의 모습은 왜소하고, 매우 흉측한 인상이었으며, 우스꽝스럽게도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옷을 입고 있었어.

 

그 자가 입을 열었지.

 

물건을 갖고 있소? 여기 있소.

 

약물을 본 그는 크게 반기는 듯하더니 황급히 유리잔을 달라고 한 후, 물약과 가루약을 탔네. 처음에는 붉은 색이다가 밝아지더니 거품이 나기 시작하더군. 거품이 멈춘 후에는 짙은 보랏빛으로 변했고 다시 옅은 녹색으로 변했어. 이때 사내가 내게 물었어.

 

, 이것을 들고 이 집 밖으로 내가 나가는 것을 원하오, 아니면,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가 당신 앞에서 이걸 먹는 것을 보고 싶소?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오직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하오.

 

 

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어. 글쎄.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좋소. 자, 보시오. 그리고 그는 약물을 들이켰네. 그리고는 온몸을 떨며 비틀거리더니 눈의 초점이 없어진 채 마치 몸이 부어오르는 듯하다가 이내 두 발로 벌떡 섰어.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나의 친구 헨리 지킬이었던 것이야!

 

... 그가 이후에 내게 해준 이야기는 차마 여기에 쓸 수가 없네. 나는 다만 내가 본 것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을 뿐이지. 내 인생은 뿌리부터 흔들렸고, 밤낮으로 죽음의 공포가 나를 엄습해오고 있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고 곧 죽을 거라는 걸 나는 알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지킬이 보낸 사람이라고 온 그자는, 지킬이 자백한 바에 의하면, 바로 살인자 하이드였던 것이야. 내 친구 지킬이 그 끔찍한 살인자라니!

 

 

 

지킬의 자백

 

마지막으로 독자 앞에 지킬 본인의 수기가 개봉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나 지킬은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서 일찍이 탁월한 재주뿐만 아니라 남다른 근면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세워놓은 나머지 일체의 약한 점과 쾌락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남들 앞에 보여주는 내 자신의 모습은 늘 고상하고 근면하고 오직 정신적인 세계에 몰두하는 그런 모습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일체의 육체적인 욕망이나 치졸한 모습은 나 지킬에게서 발견할 수 없도록 살아왔다.

 

 

... 하지만 나도 인간인 이상 모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타고난 욕망과 비열함, 치졸함을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면들을 스스로 억압하고 배제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더 억눌린 욕망은 강렬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남들이 모르는 이중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보지 않는 구석에서는 은밀한 욕망을 충족시키며 살아왔던 것이다. ... 그런데 이러한 이중생활은 단순히 위선이나 허위가 아니었다. 나의 양쪽은 똑같이 진지한 내 모습이었던 것이다.

 

... 제약을 벗어나 수치스러움 속으로 빠져 들어갈 때에도, 지식을 탐구하고 의사로서 남들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려고 부지런히 노력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 자신이었으므로, 나는 스스로를 속인 적이 전혀 없다.

 

 

... 그러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가 깊어진 나 지킬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자신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따로따로 별개의 인격체에 격리해 놓는다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쾌락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다 젊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변화시킨 나를 평소에 점잖은 의사 지킬 박사와 분리시킨다면! 이 같은 목적을 갖고 나는 수회의 실험을 거쳐서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약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약물을 통해 신체, 인격, 심리를 모조리 변화시키는 실험에 드디어 성공했다.

 

... 그러나 나 지킬은 젊고 건장한 자신을 복제해낸 대신에 왜소하고 흉악한 모습을 한 사악한 사내로 변신한다. 바로 이자의 이름이 하이드인 것이다. 지킬로서의 나를 포함한 다른 모든 인간들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인데 반해서 오직 하이드만은 순수하게 악으로만 이루어진 존재다. 따라서 선과 악 둘 다를 갖고 있는 다른 인간들이 그를 볼 때는 본능적인 혐오와 공포심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하이드는 지킬 안의 악을 구체화한 존재로서, 선한 부분은 상당히 발전하고 개발된 데 반해서 상대적으로 덜 개발됐기 때문에 키도 작고 나이도 어리다. 말하자면 하이드는 지킬이 낳은 못된 아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을 두 가지로 분리했기 때문에 하이드는 마음놓고 비행과 악행에 탐닉할 수 있게 됐고, 언제나 지킬로 돌아와서는 하이드의 악한 모습을 벗어버린 채 멀쩡한 자신으로 돌아오는 재미를 만끽했다. 이 둘은 서로 몸과 마음, 정신이 전혀 다른 남이나 다름없었다. 지킬은 지킬대로 하이드에 대해서 계산을 하며 이용했고, 하이드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킬을 이용했던 것이다. 즉, 지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악을 모두 하이드에게 전가시키므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깨끗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고, 하이드 쪽에서는 그 어떤 불법과 파렴치한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언제나 지킬로 돌아가면 말끔히 흔적 없이 죄의 자취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이다.

 

... 이러한 이중생활을 위하여 나 지킬은 하이드를 위해 런던의 유흥가 한복판인 소호에 집을 얻어주고 내 집 뒷문으로는 하이드가 맘놓고 출입하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 엔필드나 어터슨이 발견한 하이드는 바로 이처럼 소호에 거주하는 지킬의 또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생길 사고에 대비해 나 지킬은 하이드를 위하여 유언장을 만들어놓았고, 친구 어터슨을 통해서 이 유언이 실현되도록 조치해놓았다. ... 이렇게 모든 체계를 갖춰놓은 후 나는 하이드로 맘 놓고 변신하여 하이드의 자격으로 각종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다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 하이드로서 난 그 순간 순수한 악 그 자체에 도취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계기로 하이드로 변하는 재미를 즐기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다른 한편 나는 그간 약물의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자신을 제어할 능력을 점차 상실해서 더이상 지킬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이드로 변하는 곤욕을 치르면서 나는 이제 다시는 하이드로 변하지 않고 지킬로만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는 하이드가 몰래 출입했던 문의 비밀열쇠를 없애버렸다.

 

 

... 그러던 어느날 공원에 앉아 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사색에 잠겨 있던 나는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하이드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옷은 지킬의 옷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는 큰 옷 속에 들어가 있는 흉악하고 왜소한 하이드의 모양이 되었다. 그런데 이미 열쇠를 없애버렸으므로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궁리 끝에 나는 래년에게 대신 약을 구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래년의 편지 내용 그대로, 하이드의 모습으로 래년을 찾아가 그가 보는 앞에서 약물을 복용한 다음 다시 지킬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래년은 곧 사망하고 만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지킬로의 변신, 지킬의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게다가 약물까지 동이 나면서, 나는 내 방에 갇힌 채 하인을 시켜 약물을 구해오도록 시켰다. 하지만 원래의 약효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이렇게 지킬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실패한 채 인생이 파국에 다다랐음을 감지한 나 지킬은, 지킬의 모습을 유지하는 마지막 순간에 온 힘을 다해서 이 수기를 쓴 후 영원히 하이드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 수기를 완성한 직후, 어터슨과 하인이 문을 따고 들어왔고, 오직 이기심으로만 똘똘 뭉쳐진 하이드는 이미 살인자로 쫓기는 신세였으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글쓴이 윤혜준박사>

 

 

저 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

아동문학의 선구자이자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한 스코틀랜드 작가의 전형.

 

 

영원한 여행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1850년에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에딘버러는 저지대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로, 이 지역은 잉글랜드보다 일찍, 그리고 보다 진보적인 종교개혁을 이룩한 후 18세기를 거치면서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스티븐슨의 가문에는 이러한 산업혁명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많았고 그의 부친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에딘버러는 고래로 스코틀랜드 왕실이 있던 수도로서, 정치, 문화적 중심지였으므로, 법률가들과 국교인 장로교 지도자들이 많이 살았는데, 스티븐슨의 외가는 이러한 법률가와 목사들을 많이 배출한 명문가였다. 현재 스티븐슨의 저택이 에딘버러 중심지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 자제였던 것이다.

 

 

에딘버러는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에딘버러 대학에 스티븐슨이 진학할 때 그는 집안의 사업을 잇기를 바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공학을 전공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전공을 법학으로 바꾼 후 1875년에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작가가 되기를 원했으므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 재학시절 그는 여름방학마다 젊은 예술인들과 어울려 프랑스로 놀러가서는 를 발산했는데, 그의 첫번째 작품집은 이때의 여행담을 담고 있다.

 

여행은 스티븐슨에게 매우 중요한 창작의 원천이자 작품의 소재였다. 오늘날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는 그의 작품이 《보물섬이며, 첫번째 작품집이 《내륙 여행이라는 것, 이어서 그 다음 해에도 여행기를 냈다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이 여행기들에서 이미 유려한 서술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그는 능숙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기 시작한다. 시작이 그랬듯이 말년에도 그는 남태평양의 사모아섬 등을 여행하며 요양 중에도 《팔레사의 해변, 썰물 등의 여행기와 소설을 가미한 좋은 작품을 펴냈다. 그가 숨을 거둔 곳도 고향이 아닌 먼 남태평양의 사모아였다.

 

 

스티븐슨은 평생의 반려자도 여행 중에 만났다. 그는 파리근처 한 마을에서, 무려 11살이나 연상인 패니라는 미국인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다. 2년 후에 패니가 이혼수속을 마치자 그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결혼한다. 이런 와중에서의 여행담 및 이런저런 삶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들이 후에 나왔는데, 자신의 신혼여행기인 《은광 채굴자들이나 이후의 미국생활을 다룬 아마추어 이민자등이 그것이다.

 

 

여행기 외에도 스티븐슨은 1877년경부터 잡지 등에 단편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의 단편들은 독일이나 미국, 러시아 등과 비교할 때 단편소설의 전통이 취약했던 영국에서 이 분야를 개척한 선구적인 작품들로 인정되곤 한다. 그리고 1882년에 나온 단편집 《신판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그의 단편소설들은 공상 요소들을 과감히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심각한 현실 문제를 다루던 당대의 영국 문학의 경향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새로운 문학세계였다. 그리고 이러한 단편들에서 선보인, 현실 속에 숨겨진 어두운 범죄 요소들에 대한 탐구, 또한 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현실과 환상이 절묘히 결합한 모습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 그대로 이어지며 집대성됐다.

 

 

이중성의 미학

스티븐슨이 물려받은 스코틀랜드 문화는 엄격한 도덕률과 냉엄한 신의 섭리를 강조한 캘빈주의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이러한 캘빈주의적 문화는 현실의 욕망과 충돌할 수밖에 없으므로 욕망과 규율 사이의 이중성을 낳게 된다. 이러한 이중성을 가장 인상적으로 형상화한 인물이 바로 지킬박사/하이드씨다. 또한 지킬박사 이야기를 만든 스티븐슨 자신도 이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오늘날 그의 문학세계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보물섬이라고 할 때, 이 둘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서로 전혀 상이한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둘을 묶어주는 환상적 요소가 없지 않으나, 전자는 욕망의 논리에 둘로 갈라진 어른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욕망이 잘 실현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로 《보물섬은 스티븐슨이 수양아들(아내의 전남편의 자식)을 위해 지어준 이야기로서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인기 있는 아동문학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인간의 이중성을 전면적으로 탐구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아동문학의 선구자로서 스티븐슨이 어떤 시대에도 사랑을 받았다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보여준 이중성의 탐구는 자아 분열이 일종의 지배적인 현상처럼 되어버린 오늘날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이러한 이중성의 문제를 다룬 작품은 그 외에도 《발란트라이의 주인 The Master of Ballantrae》과 그의 사후에 나온 허미스튼의 웨어 Weir of Hermiston》가 있는데, 특히 뒷작품은 오늘날 그의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인정받곤 한다. 특히 《허미스튼의 웨어는 스코틀랜드의 일상적인 언어인 스코트 방언을 전면적으로 사용한 소설로, 이후 20세기 후반에 번성하기 시작한 스코틀랜드 토착어 문학의 좋은 선례다.

 

 

지금까지 스티븐슨에 대한 평가는 그의 독창성에 비해 다소 인색한 편이었다. 그것은 사실주의적인 소설들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티븐슨의 아동문학이나 환상적인 요소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후반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정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영문학 내부보다는 주로 그 밖에서 진행되었다. 예컨대 환상적인 요소를 과감히 이용하는 이탈리아의 이탈로 칼비노,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 등의 비영어권 작가들이 스티븐슨의 문학적 성취에 주목하며 자신들의 선배작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스티븐슨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그를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작가로 보는 것인데, 스코틀랜드 문학은 인간의 이중성과 현실 이면에 숨은 어두운 악몽의 세계를 즐겨 탐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첨예한 이중성 속에서 인간을 바라본 스코틀랜드 문학의 안목은 오늘날 분열된 자아를 안고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근대적 개인의 붕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라는 결코 길지 않은 소설을 통해, 복잡한 사회 속에 여러가지 다른 면을 내보이며 사는 현대인들의 분열된 양상을 인상적으로 다루었다.

 

스티븐스는 19세기 말에 활동한 작가이다. 19세기 말에는 18세기 이후 내려온 근대화에 대한 회의와 서구문명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니체의 기독교문명 비판, 프로이트의 개인주체 비판, 역사를 발전이 아닌 순환으로 보는 스펭글러의 역사관 등이 유럽의 사상계에 등장하던 시대기도 하고, 영국문학 내부에서도 토마스 하디의 비극적 소설들이 등장하던 시대다. 스티븐스의 작품은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 맞게 서구의 과학적 개인주의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이중성을 예리하게, 그리고 지극히 인상적으로 부각시켰다.

문학은 각 시대의 신화를 만들어준다. 근대화 초기에 많은 이들을 사로잡은 신화가 로빈슨 크루소의 성공신화였다면 근대화 말기에 사람들의 상상력을 장악한 작품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구의 이중성과 하이드적인 파괴성은 20세기에 끔찍한 세계대전과 대량학살로 그대로 실현됐다는 점에서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하나의 불길한 예언으로도 읽을 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을 틀어놓고 과학적 실험을 명분으로 유대인들을 학살한 나치들, 그들이야말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후예가 아닌가?

 

 

우리 안의 하이드

이렇게 서구문명의 맥락 속에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우리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들만의 의미를 찾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근면하고 유능한 의사 지킬은 일치감치 성공해 학계에서 대단한 명성을 누리는 과학자로서 누가 보더라도 만인의 존경과 선망을 받음 직한 사회의 지도층이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 약물의 힘을 빌어 하이드라는 사악한 젊은이로 변신해야 하는가? 왜 늘 존경받는 지킬 박사로만 남지 않고 범죄자 하이드로 변신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가? 이 문제처럼 현대인들의 속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것도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우리 안에 하이드를 품고 다니기 때문이다.

 

원래 타고난 도덕적인 자아로부터 벗어나 아무런 거리낌없이 악에 탐닉하고 약물에 의존해서 완벽한 변신을 한 후 악행을 즐기다가 폐인이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더 이상 내가 나이고자 해도 되지 못하는 상태가 될 때 남들도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술, 본드, 부탄가스 등 각종 환각제를 이용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싶어하는 지킬 아니 하이드들이 불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왜 지킬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는가? 그것은 그가 자신의 약한 점, 다소 정직하지 못하고 게으른 점들을 철저히 부인하고 오직 자신은 늘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으로만 있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완벽주의는 보다 흉악한 또 다른 를 만들어내 평상시에 하지 못했으나 속으로 늘 하고 싶었던 모든 일들을 이 다른 인 하이드가 수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이러한 이중분열의 비극을 피하려면 자신의 약점과 다소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안에 늘 있게 마련인 하이드를 길들이고 순화시키는 동시에, 오직 매사에 완벽한 결과만을 얻으려는 지킬의 욕심을 줄여서 조화를 꾀할 때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극단으로 분리되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스의생애와작품

1850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출생하다.

1867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한다.

1871 전공을 공학에서 법학으로 바꾸다.

1873 부친과 불화가 생기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프랑스로 갔다.

1874 에딘버러로 돌아오다. 법학공부를 계속하는 중에 문학잡지에 기고를 시작한다.

1875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개업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프랑스로 건너갔다.

1876 프랑스 여행 중에 부인이 될 패니 오스번을 만난다.

1879 패니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1880 패니와 샌프란시코에서 결혼 후 스코틀랜드로 돌아온다.

1881 보물섬 집필을 시작해 연말에 완성한다.

1882 부인과 프랑스로 떠난다. 《신판 아라비안 나이트 출간된다.

1883 보물섬 출간

1884 영국으로 돌아온다.

1885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집필 시작

1886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출간

1887 미국으로 여행가다. 인기작가 대접을 받는다.

1888 타이티, 하와이 등 남태평양을 여행한다.

1889 사모아섬에 집을 사고 정착했다.

1894 썰물을 출판함. 《허미스튼의 웨어 집필 중 사모아 섬에서 사망하다.

1896 허미스튼의 웨어가 출간되다.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야의 부름!  (0) 2012.01.20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0) 2012.01.18
센스와 센스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  (0) 2012.01.12
파르마의 수도원!  (0) 2012.01.12
으제니 그랑데!  (0)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