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노라고 클러리서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루시에게는 따로 시킨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에서 더트넬의 화물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약간 몸을 곧추세웠다. 그녀에게는 새 같은 느낌, 푸른빛을 띤 초록색 새, 경쾌하고 생기가 넘치는 어치 새 같은 느낌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오십이 넘었고, 아픈 뒤로 흰머리가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때는 유월의 중순이었다. 전쟁은 끝이 났다. 국회의 크리켓 경기장, 애스콧에 있는 경마장, 래닐러 폴로 클럽 그리고 나머지 모든 곳을 회색빛이 도는 푸른 아침 대기가 부드러운 장막으로 싸안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건물을 등지고 누군가 오고 있었다. 왕실 문장(紋章)이 찍힌 속달 상자를 가장 어울리게 든 휴 휘트브레드.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오래된 친구 휴, 칭찬할 만한 휴! “어디 가는 길이에요?” 휴가 물었다.
“나는 런던 걷기를 좋아해요.”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정말 시골에서 걷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그들은 방금 올라왔다. 휘트브레드 부부는 “의사의 진찰을 받으러” 왔다. 셀 수 없이 여러 번 클러리서는 요양원에 있는 애버린 휘트브레드를 방문했다. "애버린이 또 아픈가요?" 애버린은 상당히 기분이 언짢다고 휴는 말했다. 그는 아내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무슨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넌지시 비쳤다. 그녀는 부어톤에서의 장면 장면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피터가 성이 나서 날뛰었고, 물론 휴는 어느 면에서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터가 입증하려 했던 것처럼 완전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사심이 없었다. 정도 없고 두뇌도 모자라고 단지 영국 신사의 교양과 예절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의 사랑스런 피터가 최악의 상태에서 한 말에 불과했다.
수백 년은 헤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와 피터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지금 나와 함께 있으면 뭐라고 할까? 어떤 날들, 어떤 광경들이 조용히 그에게 되살아났다. 예전의 쓰라림은 없었다. 그것이 아마도 사람들을 사랑한 대가이리라.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것- 또한 그래야 했다 - 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에서 매일매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권리, 다소 독립된 부분이 있어야만 했다. 그것을 리처드는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 또한 그에게 주었다(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 그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위원회리라. 그녀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피터와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했다. 모든 것을 자세히 의논해야 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했다고. 콘서트에서 누가 얘기해주었던 그 순간의 심한 불쾌감을 잊지는 못하겠지만 그녀는 쓸데없이 그를 동정했다.
그녀는 공원 출입구에 이르렀다. 그녀는 한 순간 서서 피카딜리 거리에 있는 버스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는 이 세상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아주 젊게 느껴졌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늙은 것 같았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관통하여 베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밖에 있었다. 그녀가 택시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으로 밖으로, 저 멀리 바다로 혼자 나가는 느낌이 쉴새없이 들었다. 그녀는 피터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리라. 나는 이거다, 저거다 하고 말이다. 그녀의 유일한 재능은 거의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계속 걸으며 생각했다. 런던의 거리에서, 사물이 밀리고 미는 흐름 속, 여기, 저기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는 살아남고, 피터도 살아남아, 서로서로의 존재 속에서 살리라.
클러리서는 생각하며 길을 돌아 본드 거리를 향해 걸어갔다. 애가 탔다. 일을 하는데 다른 이유를 필요로 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차라리 일 그 자체 때문에 일을 하는 리처드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기를 그녀는 훨씬 더 원했다. 그런데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반쯤은 일들을 단순히 그 자체를 위해서 하지는 않았다. 이제 경찰관이 손을 들어올렸다. 본드 거리는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 계절에 이른 아침의 본드 거리는 그랬다. 그녀가 파티를 열 때마다 꽃을 준비해주는 상점을 향해 본드 거리를 올라갔다. 경쾌하게, 큰 키의 몸을 아주 꼿꼿이 세우며 그녀는 다가갔다. 핌 양이 그녀를 반겼다. 꽃들이 참 많았다. '아, 좋군.' 그녀는 핌과 얘기하면서 정원의 달콤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아! 바깥 거리에서 한 방의 총소리! 그 격렬한 폭음은 인도 가장자리에 정차한 자동차에서 났다. 본드 거리부터 옥스퍼드 거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몰렸다. 한쪽 팔에 연필 덮개를 둘러 낀 에드가 제이 위트키스가 남이 들을 수 있게, 물론 익살맞게 말했다 “수상의 차야.”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그냥 지나쳐가기 힘들던 차에 그의 말을 들었다. 셉티머스는 서른 살쯤 되었고, 창백한 얼굴, 매부리코에 갈색 신발을 신었고, 낡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의 엷은 갈색 눈은 불안한 눈초리를 띠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채찍을 들었다. 어디에 그 채찍을 내리칠까? 모든 것이 정지되어 갔다. 모든 이들이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셉티머스도 쳐다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블라인드를 내린 채로 자동차가 서 있었다. 셉티머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눈앞에서 한 중심으로 이렇게 서서히 모이는 것은 그를 공포에 떨게 했다.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나로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조롱당하고 손가락질 받고 있지 않은가.
“자, 어서 가요. 셉티머스.”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은 여자였다. 그러나 루크레지아 자신도 자동차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안에 있는 사람은 여왕 - 쇼핑하러 나온 - 일까? “어서요.” 루크레지아가 재촉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하긴 그들이 결혼한 지도 사 년, 이제 오 년째이니, 움찔하고 놀라며, “알았어!” 하고 험악하게 말했다. 마치 그녀가 방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이란 사물을 분간해야만 한다. 자동차를 쳐다보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사람들, 영국 사람들, 그들을 그녀는 나름대로 숭배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셉티머스가 “난 자살할 거야.”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 우리 길을 건널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를 어느 공원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자동차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피카딜리 거리 쪽으로 나아갔다. 여왕인지, 황태자인지, 수상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를 숭배하는 똑같은 검은 입김으로 여전히 길 양쪽 인도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어지럽혔다. 저명한 사람이 본드 거리에서, 평범한 이들에게서 단지 한 치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마도 여왕이리라. 아니면 수상일지도 몰랐다. 꽃을 들고 멀베리네 가게에서 나오며 댈러웨이 부인은 생각했다.
갑자기 비행기 한 대의 소리가 불길하게 들려왔다. 비행기는 아래로 떨어지다간 곧 똑바로 위로 솟아
올랐다. 비행기에서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글자들을 그렸다. A자, C자인가? E자 그리고 L자인가? 아주 잠시 동안 그 글자들은 가만히 머물렀다. 비행기는 다시 하늘의 새로운 공간에 K자 하나와 E자 하나, Y자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 후 구름 속으로 사라졌던 비행기가 다시 나타났다. 그 소리는 맬 산책길에, 그린 파크에, 피카딜리에, 레전트 거리에, 레전트 공원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귓속으로 전해져 들어왔다. 한데 어떤 낱말을 쓰는 거지?
루크레지아 워렌 스미스는 브로드 워크에 있는 레전트 공원에서 남편 옆 자리에 앉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세요, 보세요, 셉티머스!” 그녀는 소리 질렀다. 왜냐하면 남편이 바깥 사물들에 관심을 갖게 하라고 홈즈 의사가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올려다보면서, ‘그래, 저들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군.’ 하고 셉티머스는 생각했다. 정말로 실제적인 말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그 언어를 읽을 수가 없었다. “셉티머스!” 레지아가 말했다. 그는 굉장히 놀랐다. 사람이란 주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분수 있는 데까지 걸어갔다가 올래요.”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 문제도 없다고 홈즈 의사는 말할는지 모른다. 아주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고 그녀는 바랐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서 그녀를 보지는 않고 모든 것을 끔찍하게 만들면 그의 곁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자살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셉티머스는 그 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 왔어요.” 그것이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부였다.
뒤를 돌아보니 낡은 코트를 입고 혼자 앉아 구부린 채로 빤히 응시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게다가 남자가 자살하겠다고 말하다니 비겁했다. 하지만 셉티머스는 전쟁터에서 싸웠고 용감했다. 지금의 그는 셉티머스가 아니었다. 홈즈 의사가 그에게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다. 그녀는 몹시 말라가고 있었다. 고통을 당하는 것은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보세요.” 크리켓 게임의 기둥을 들고 가는 한 무리의 작은 소년들을 가리키면서 그녀는 그에게 간청했다. 홈즈 의사가 실제 사물들을 인식하게 만들라고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볼 게 뭐가 있담? 몇 마리의 양뿐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레전트 공원 전철역으로 가는 길을 메이지 존슨은 알고 싶었다. 그녀는 단지 이틀 전에 에딘버러에서 올라왔다. “이 길이 아니에요. 저쪽이에요!” 레지아가 소리쳐 말했다. 셉티머스를 못 보게 하려고 손짓으로 그녀를 한쪽 옆으로 비켰다. 둘 다 이상해 보인다고 메이지 존슨은 생각했다. 모든 것이 아주 이상해보였다. 의자에 앉아 있는 이 부부는 그녀를 질겁하게 했다. 젊은 여인은 이국인인 것 같았고, 남자는 이상해보였다. 메이지 존슨이 조심스럽게 지친 듯 걸으며 망연하게 쳐다보았을 때 그녀는 울어야한다고 확실히 느꼈다(왜냐하면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젊은 남자가 그녀를 질겁하게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공포! 공포! 그녀는 외치고 싶었다.
“저들은 뭘 쳐다보고 있지?”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문을 열어주는 하녀에게 물었다. 집의 홀은 납골당처럼 싸늘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손을 눈가로 올렸다. 그리고 하녀가 문을 닫았을 때, 루시의 치마 스치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속세를 떠난 수녀처럼 느껴졌고, 익숙한 베일과 오랜 기도에 대한 응답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요리사는 부엌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는 타자기가 딸깍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단 한 순간도 그녀는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사람은 매일의 삶 속에서 하인들에게, 개들과 카나리아들과 무엇보다도 남편인 리처드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님, 댈러웨이 씨는 브루톤 부인과 점심을 함께하신다고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하고 클러리서는 말했고, 루시는 클러리서가 의도한 대로 실망감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아픔은 아니었다.
속세를 떠나는 수녀처럼, 탑을 탐색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녀는 이층으로 올라가, 창문가에 멈추었다가 목욕탕으로 갔다. 초록빛 리놀륨이 깔려있고 수도꼭지가 새고 있었다. 자신의 코트를 치우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사랑문제, 샐리 시튼의 예를 들어보자. 옛적에 자신과 샐리 시튼과의 관계말이다. 결국 그게 사랑 아니었던가? 샐리의 힘, 그녀의 재능, 그녀의 사람됨은 놀라웠다. 되돌아보면서 이상한 일은 샐리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순수하고 진실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남자에 대해서 갖는 감정과는 달랐다. 그것은 전적으로 사심이 없었고 게다가 단지 여인들, 막 어른이 된 여인들 사이에서만 있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녀 쪽에서 보면 보호하는 마음이었다. 함께 동맹을 맺고 있다는 인식에서, 그들을 헤어지게 만들고야 말 어떤 것에 대한 예감에서 솟아난 마음이었고(그들은 언제나 결혼을 재난으로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이런 기사도 정신, 샐리 편보다는 그녀에게 더 강했던 이렇게 보호하고픈 느낌으로 이끌려갔다.
아픈 뒤로 그녀의 머리는 거의 하얘졌다. 브로치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그녀는 갑작스러운 경련을 느꼈다. 마치 그녀가 상념에 잠긴 동안 얼음 같이 찬 발톱이 안으로 고착되는 기회를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아직 늙지 않았다. 이제 막 쉰둘이 되었고 아직 쉰둘의 많은 나날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화장품 병들을 새롭게 보며 그녀의 전 존재를 한 점에 모았다. 거울 속에는 바로 그날 밤 파티를 여는 여인의 가냘파 보이는 핑크빛 도는 얼굴이 보였다. 클러리서 댈러웨이,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정문 벨소리가 났다. 홀에서 나이든 남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댈러웨이 부인은 나를 만날 거요. 인도에서 5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클러리서는 나를 만날 거야.” 그는 아주 자애롭게 루시를 밀치고 2층으로 달려 올라오며 중얼거렸다. 예상치 않게 이 아침에 피터 월쉬가 그녀에게 온 것이 너무나도 반갑고, 너무나도 수줍고, 정말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양손을 잡으며 그녀가 늙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커다란 주머니칼을 꺼내어 칼날을 반쯤 폈다. ‘여전하군.’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똑같은 기묘한 표정. 똑같은 체크무늬 양복, 얼굴이 약간 비틀어지고, 약간 더 마르고, 더 퉁명스러워 보이는 것 같기는 하지만 몹시 좋아보였고 전과 다름이 없었다. 어제서야 시내에 도착했다고 그는 말했다. “왜 저를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지요?” 하고 그는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야 물론 해야죠.” ‘그는 매혹적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너무나도 황홀하군! 이제야 왜 마음을 정할 수 없었는지 기억나네. 그리고 왜 마음을 정했는지도 - 결혼하지 않기로?’ 그녀는 의아스러웠다. ‘그 끔찍한 여름이었나?’ “당신 호수 기억해요?” 감정에 압도되어, 갑작스러운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오리들에게 빵을 던지고 있는 어린아이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동시에 팔 안에 삶을 부여안고, 호숫가에 서 있는 그녀의 부모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다 자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이상한 버릇인가?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언제나 칼을 갖고 장난하다니. 그것은 언제나 사람을 어리석고,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래, 당신에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그녀가 말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불러낸 어떤 여인에게 말했다. “그는 나보다 육 개월이나 나이가 더 먹었는데!” “한데 어떤 여인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불행히도 결혼한 여자예요. 인도 육군 소령의 아내죠.
그녀는 어린아이가 둘 있어요. 이혼 때문에 변호사를 만나려고 왔어요.”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낭비인가! 처음에는 옥스퍼드에서 쫓겨나고 다음에는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소녀와 결혼하고. 이제는 인도 육군 소령의 아내라니! 그녀의 옛 친구, 그녀의 사랑스런 피터, 그가 사랑에 빠져있다. 변호사인 후퍼와 그레이트리 씨가 다 알아서 할 거라며 그는 주머니칼을 가지고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제발, 당신 칼 좀 내버려둬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그가 그를 괴롭혔다. 그녀를 언제나 괴롭혔다. 지금 그의 나이에. 얼마나 어리석은지!
갑자기 그가 흐느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흐느꼈다. 클러리서는 앞으로 몸을 구부려 그의 손을 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키스했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무릎을 토닥이며, 뒤로 기대어 앉아 그와 있는 것이 이상하게 편하고 아무 근심이 없다고 느껴지게 하였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만약에 내가 그와 결혼했더라면 이 들뜬 기분은 하루 내내 나의 것이었을 텐데! 갑자기 리처드, 브루톤 부인과 오찬을 하고 있는 남편 리처드가 생각났다. ‘그는 나를 떠났어. 나는 영원히 혼자야.’ 피터 월쉬는 창문으로 가로질러 가 코를 심하게 풀었다. ‘나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줘요.’ 클러리서는 충동적으로 생각했다. 마치 그가 곧장 어떤 위대한 항해를 떠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곤 매우 아슬아슬하고 감동적이었던 5막짜리 연극이 이제 끝났고 그 속에서 한 인생을 살고는 도망쳐 나온 것 같았다. 피터와 살았고, 이제는 끝난 것 같았다.
“말해줘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그는 말했다. “클러리서, 당신 행복해요? 리처드가….” 문이 열리고 딸 엘리자베스가 들어왔다. 클러리서는 “내딸 엘리자베스예요.”라고 그녀의 딸을 인사시켰다. 빅벤 시계가 삼십 분을 치는 소리가 그들 사이에 이상한 힘을 갖고 울려나갔다. 피터는 엘리자베스에게 재빨리 인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홀의 문을 열었다. “피터! 피터!” 층계참으로 그를 따라 나오며 클러리서는 외쳤다. “오늘 저녁 내 파티! 내 파티를 기억하세요!”
“내 파티를 기억하세요. 내 파티를 기억하세요.” 거리로 계단을 내려가면서 피터 월쉬는 중얼거렸다. 빅벤이 삼십 분을 치는 명확한 소리. 그 소리의 흐름에 경쾌하게 장단을 맞추며 혼자 말했다. 클러리서는 왜 이런 파티를 여는 걸까. 클러리서가 “내 딸 엘리자베스예요.”라고 말한 방식이 그를 괴롭혔다. 왜 단순히 “엘리자베스예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진실되지 않았다(아직도 크게 울리는 시계 소리의 마지막 진동이 주변의 공기를 흔들었다. 삼십 분. 여전히 이른 시각이었다. 이제 겨우 열한 시 삼십 분이었다). 클러리서에게는 냉정한 구석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소녀일 때조차도 그랬다. 갑자기 바보 같이 굴었다는 부끄러움에 사로잡혔다. 울었고 감정적으로 굴었고, 언제나처럼, 언제나처럼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는 돌아서서 거리를 올라갔다. 링컨즈 인에 가 후퍼와 그레이트 씨를 만날 시간이 될 때까지 어딘가 앉을 데를 찾으려고 생각했다. 레전트 공원? “상관없어.”하고 보도에 부딪히는 그의 신발이 소리 내었다. 이르기 때문이다. 아직 너무 일렀다. 피터는 레전트 공원의 한 구석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았다. 그는 엘리자베스를 떠올렸다. 잘 생긴 편이었다. 열여덟 정도? 그러나 클러리서가 “얘가 내 딸 엘리자베스예요.”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엘리자베스와 클러리서는 사이가 안 좋은 것이 분명했다. 클러리서는 자신의 매력을 너무 믿었다. 피우던 시가를 던졌다. 아이들 목소리, 자동차 소음들이 마음을 가로질러 쓸어갔다. 아래로 아래로 깃털 같은 잠 속으로 그는 가라앉았다. 가라앉아 감싸여버렸다.
아주 급작스럽게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영혼의 죽음”이라고 혼자 말을 하며. 그가 꿈에서 보았던 그 장면, 그 방, 그 과거. 1890년 초반 그 해 여름 부어톤에서였다. 그는 열정적으로 클러리서를 사랑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클러리서의 다정한 친구 샐리 시튼도 있었고, 리처드 댈러웨이도 있었다. 잘생긴 젊은 친구. 그는 클러리서가 댈러웨이와 사랑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클러리서에 대한 자신의 요구는 어리석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다. 그는 며칠 밤을 자지 못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끝을 내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 세 시에 분수가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샐리를 통해서 그녀에게 보냈다. “아주 중요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쪽지의 끝에다 휘갈겨 썼다. 진실을 말해달라고 쉼 없이 조르는 그에게 그녀는 마침내 “소용없어요, 소용없어. 이게 마지막이예요.”하고 말했을 때, 마치 그녀가 그의 얼굴을 때린 것 같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떠나가 버렸다. 끔찍하군. 그는 소리쳤다. “끔찍해, 끔찍해!” 여전히 태양은 뜨거웠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건들을 극복해내었다. 여전히 삶은 하루에 새로운 하루를 더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여전하군.’ 그는 생각했다. 레전트 공원은 자신이 어린아이일 때나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그때 어린 엘리즈 미첼이 자갈을 주우려다 한 숙녀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터 월쉬는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루크레지아 워렌 스미스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건 나빠. 내가 왜 고통 받아야 하지?” 그녀는 큰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묻고 있었다. 그녀는 셉티머스를 떠나 걸어갔다. 그는 무정하고 잔인했으며 몹쓸 말들을 하고, 혼잣말을 하고, 저기 저 너머 의자에 앉아 죽은 이에게 이야기나 하곤 했다. 그때 아이가 곧장 그녀에게로 달려와 납작 넘어지며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옷에서 흙을 털어주고 입맞춰주었다. 아이는 곧장 유모에게로 달려갔다. 한 친절하게 생긴 남자가 그 아이를 달래느라 자신의 시계를 주어 열어보게 했다. 루크레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발을 굴렀다. 그녀는 다시 셉티머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그들이 윌리엄 브래드쇼 경에게 가야 될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됐어요.” 레지아가 말했다. “제발 오지 마!” 셉티머스가 소리 질렀다. 그러나 레지아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저것이 젊다는 거지.’ 피터 월쉬는 그들을 지나쳐가며 생각했다. ‘이 아침에 끔찍한 장면을 벌이는 거 말이야.’ 연인들은 나무 아래에서 말다툼하고 있었고, 공원에서는 가족의 생활 모습이 보였다. 일찍이 런던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인 적이 없었다. 풍요롭고, 푸르름이 있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한가로이 거닐며, 인도에 살아본 탓인지 이런 것이 문명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5년이란 세월 - 1019년부터 1923년까지 - 이 어쩐지 매우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달라 보였다. 고향으로 오는 배에는 많은 젊은 청년들과 처녀들이 있었는데 아주 터놓고 교제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할 거고, 어떤 부자와 결혼해 맨체스터 가까이 커다란 집에서 살리라. 그런데 그런 일을 했던 이가 누구였지?, 부자랑 결혼해서 맨체스터 가까이에 사는 이가? 피터 월쉬는 브로드 위크로 꺾어 들면서 자신에게 물었다. 부자와 결혼해서 큰 집에서 살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사람. 제멋대로이고 대담하고 낭만적이었던 사람. 셀리였다! 하지만 클러리서의 친구들 - 휘트브래드, 킨덜리, 컨닝햄, 킨로크존스 가족들 - 중 셀리가 최고였다.
끔찍한 고백이지만 - 그는 다시 모자를 썼다 - 이제 쉰세 살쯤 되면 아마도 더 이상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 그 자체, 그것의 순간순간, 그것의 방울방울, 여기 이 순간, 지금, 햇빛 아래, 레전트 공원에서면 충분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클러리서가 눈물을 흘린 것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인간의 모든 감정이 사라진 뒤에도 질투심은 살아남는다고 팔을 쭉 뻗어 주머니칼을 쥐면서 피터 월쉬는 생각했다. 오드 소령을 만나고 있다고 데이지는 지난 편지에 썼다. 그 말을 일부러 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질투하게 하려고 한 말이라는 걸 말이다. 편지를 쓰면서 미간에 주름을 잡고는 그에게 상처를 주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성이 나서 펄펄 뛰었다! 영국으로 오고 변호사들을 만나고 하는 이 모든 소동은 그녀와 결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어떤 다른 사람하고도 결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훌쩍거리고 울며 콧물을 흘리는 늙은 바도, 하지만 클러리서를 생각하면 여인네들은 열정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주머니칼을 접으면서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남자에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클러리서는 고드름처럼 차가웠다. 그는 건널목에 다다랐다. 어떤 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아이 엄 파 엄 소오 푸 스위 투 이임 우….” 나이도 성도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 그 소리는 레전트 공원 전철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키 흔들리는 형상에서 나왔다. 늙은 여인이 다가왔다. 피터 월쉬는 그 불쌍한 사람에게 동전 한 닢을 주고 택시에 올랐다.
“아이 엄 파 엄 소오 푸 스위 투 이임 우….” “불쌍한 늙은 여인.”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면서 레지아 워렌 스미스는 말했다. 이 불쌍하고 늙고 가련한 이! 만약에 비 오는 밤이면 어떡하지? 게다가 밤에는 어디서 잘까? 이제 지난 수 주일 동안 너무나도 불행했기 때문에 때로는 불행해 보이는 이들을 멈춰 세워야만 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들은 위리엄 브래드쇼 경에게 가는 길이었다. 이름이 좋은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당장 셉티머스를 고쳐 주리라. 그렇게 그들,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와 그의 아내는 길을 건넜다. 어찌되었거나 남의 주의를 끄는 어떤 점이 그들에게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으며,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그리고 가장 불행한 젊은이가 여기 있다고 지나가는 사람이 의심하게 할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천천히 걸었으리라. 그리고 남자의 걸음걸이에는 무엇인가 망설이는 듯한, 끄는 듯한 데가 있었다.
그는 소년이었을 때 집을 떠나 런던으로 갔다. 런던은 스미스라 불리는 수백만의 젊은 청년들을 삼켜버렸다. 부모가 그들을 특색 있게 하려고 생각해냈던 셉티머스 같은 별난 그리스도 교도다운 이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유스톤 거리에서 떨어진 곳에 하숙하면서 핑크색의 순진한 타원형 얼굴이 마르고 찌푸린 적개심에 가득 찬 얼굴로 변하는 것 같은 경험들이 되풀이되었고, 그것들은 그를 수줍게 만들었고, 말을 더듬으며 자신을 향상시키느라 열심이게 만들었고, 워터루 거리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강의하는 이사벨 포올과 사랑에 빠지게 하였다.
스미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여 미래에 자신을 승계하게 만들려던 시블리와 애로우스미스에서 관리 담당이었던 브르어 씨는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유럽 전쟁이 터진 것이다. 셉티머스는 처음에 지원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는 영국을 구하기 위하여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는 남자다움을 드러내어 승진하였고 에반스라는 상관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은 함께 있어야만 했고, 서로를 나누고, 서로 다투고 언쟁하며 정을 키웠다. 휴전 바로 직전 이탈리아에서 에반스가 죽었을 때, 셉티머스는 어떤 감정을 드러내거나 이제 우정은 끝이 났다는 것을 인지하기는커녕,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주 이성적이라는 사실에 자축했다. 전쟁은 숭고한 것이었다. 그는 승진을 거듭했고, 서른 살도 안 되었고, 살아남을 운명이었다. 그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마지막 포탄은 그를 맞추지 못했다. 전쟁이 끝난 후 밀란의 하숙집에 숙소를 배정받았고 그 하숙집의 작은딸인 루크레지아와 결혼했다.
사무실에서는 그를 상당히 책임이 있는 자리로 승진시켰다. 그가 십자형 훈장을 받았으므로 그들은 부러워했다. 브루어 씨는 그들에게 토텐햄 코트 길 너머에 있는 훌륭한 숙소를 얻어주었다. 그들은 결혼한 지 5년이 되었다. 그녀는 셉티머스를 닮은 아들을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의 무관심에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다. 그는 정확하게 사태를 알아차렸다. 그는 그 소리를 피스톤 소리에 비교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럴 때 그는 한 발짝 더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 내렸다. 마침내 감상적이고 과장된 몸짓을 기계적으로 취하며, 신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완전히 의식하며, 그는 자신의 손 위에 머리를 떨구었다. 이제 그는 굴복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어야만 했다. 사람들을 불러와야 했다. 그는 패배했다. 아무것도 그를 깨워 일으킬 수 없었다.
그녀는 의사를 불렀다. 필머 부인의 홈즈 의사를. 아무 이상도 없다고 홈즈 의사는 말했다. 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홈즈 의사는 그런 기분일 때 음악 홀에 간다고 말했다. 하루를 시간 내어 아내와 골프를 치기도 하구 말이다. “잘 때 브로마이드 진정제 두 알을 물 한 잔에 타서 마셔보지 않았나요?” 아무 이상도 없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인간 본성이 그를 죽으라고 저주한 죄, 즉 그가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는 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에반스가 죽었을 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와 같이 비열한 인간에게 인간 본성의 평결은 죽음이었다.
홈즈 의사가 다시 왔다. 그는 신경 증상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건강이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라고 그는 계속 말했다. 그 저주받을 얼간이가 다시 왔을 때, 셉티머스는 그를 보기를 거절했다. 그는 실제로 아내에게 자살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홈즈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지아도 셉티머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홈즈가 친절한 의사라고 생각했다. 셉티머스는 홈즈를 떠나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레지아가 쇼핑을 나간 사이 그에게 위대한 계시가 있었다. 한 목소리가 스크린 뒤에서 말했다. 에반스가 말하고 있었다. 죽은 자가 그와 함께 있었다. “에반스, 에반스!”하고 그는 외쳤다. 얼마 후 연락을 받고 달려온 홈즈 의사에게 그는 짐승 같은 놈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홈즈 의사는 빈정대듯이 방 주위를 둘러보다가, “만약 그들이 부자라면 어떻게 해서든 할리 거리로 보낼 텐데.”라고 말했다. 레지아는 그가 더 이상 친절해 보이지 않았다.
정확하게 열두 시였다. 빅벤이 열두 시를 쳤다. 열두 시를 쳤을 때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초록빛 드레스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고, 워렌 스미스 부부는 할리 거리를 내려가고 있었다. 열두 시가 그들의 약속시간이었다. 납으로 된 시계추의 둔중한 소리가 원을 이루며 공기 중에 녹아내렸다. 집 앞에 회색빛 차가 서 있는 저 집이 아마도 윌리엄 브래드쇼 경의 집이리라 하고 레지아는 생각했다. 윤택한 삶의 일단을 그의 호화스러운 차에서 알아챌 수 있었다. 정신을 도와주는 사람. 워렌 스미스 부부가 방으로 들어온 순간에 윌리엄 경은 남자가 위중한 신경쇠약 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홈즈 의사가 돌보았나요?” “6주요.” “약간의 진정제로요(그런 일반의들이란!)?” 윌리엄 경은 환자의 전쟁 참전여부를 물었다. “그가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나요?” “아. 그가 그랬어요.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에요.” 그녀는 말했다. “물론 아니지요. 이것은 단지 휴식의 문제일 뿐이에요.” 윌리엄 경은 말했다.
윌리엄 경은 환자를 시골의 요양소로 보낼 것을 권유했다. 그는 자살하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우울한 순간들이 있답니다.” 윌리엄 경은 말했다. 일단 넘어지면, 인간 본성이 너를 짓밟는다고 셉티머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홈즈와 브래드쇼가 너를 짓밟는다. 그들은 사막을 찾아 헤매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광야로 날아갔다. 고문대와 나사로 엄지손가락을 죄는 고문 기구가 사용되었다. 인간 본성은 무자비했다.
“되도록이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해보세요.” 친절하게 윌리엄 경은 말했다. 정말로 그는 돌아다니게 두어서는 안 되었다. “더 묻고 싶은 것은 없나요?” 윌리엄 경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그날 저녁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그녀에게 알려주겠다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세요.”라고 말하며 그들을 보냈다. 결코, 결코 레지아는 그녀 평생에 그런 고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버림받았다! 그는 그들을 실망시켰다! 윌리엄 브래드쇼 경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레지아 워렌 스미스는 할리 거리를 걸어 내려오면서 그 남자가 싫다고 외쳤다. 갈기갈기 찢어 얇게 저미고, 나누고 다시 작게 구분하면서 할리 거리의 시계들은 유월의 날을 조금씩 갉아먹어갔다. 마침내 작은 산처럼 쌓아올린 시간이 아주 크게 줄어들면서 옥스퍼드 거리 가게 위에 걸려 있는 시계가 한시 반이라고 진지하고 우애롭게 알렸다. 사람들은 그리니치가 인가한 표준시를 알려주는 리그비와 로운드즈 상점을 어렴풋하게 의식하며 감사해했다. 그렇게 휴 휘트브레드는 심사숙고하며 거기 상점 진열장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잠시 동안(삼십 분을 알리는 소리가 사라져갈 때) 양말과 구두를 흠잡으며 거드름을 피우며 바라보느라 잠시 멈추었을 때 그는 또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사소한 친절들과 유행에 떨어진 예절들을 아주 꼼꼼하게 지켰다. 예를 들면, 지난 이십 년간 알아온 브루톤 여사와 식사할 때, 언제나 한 다발의 카네이션을 내밀었다. 그러나 브루톤 여사는 바로 뒤에 도착한 리처드 댈러웨이를 더 좋아했다. 실제로 그들은 문간 층계에서 만났다. 그는 휴의 카네이션을 딱딱하고 단호한 미소를 띠며 받았다.
“한데 우선 식사를 하죠.”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하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클러리서는 잘 지내나요?” 그녀는 갑자기 물었다. 그녀는 클러리서에게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에 공원에서 클러리서를 만났어요.” 휴 휘트브레드는 찜을 먹는데 열중한 채로 냄비를 뒤적이면서 말했다. “누가 런던에 왔는지 알아요? 우리의 오랜 친구 피터 월쉬랍니다.” 브루톤 여사는 갑자기 생각해내어 말했다. 그들 모두 미소 었다. 피터 월쉬! 얼마나 열정적으로 피터는 사랑에 빠졌었던가! 거절당하곤 인도로 가서 실패하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리처드 댈러웨이는 그 사랑스런 옛 친구를 또한 몹시 좋아했다. 그는 돌아왔다. 난파당하고, 성공하지 못한 채로, 그들의 안전한 해안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를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격 탓이다.
식사를 마친 후 집을 나서며 리처드는 브루톤 여사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저의 집 파티에서 뵐 수 있겠죠?” 그녀는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다. 게다가 그녀는 늙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문간에 서서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리고 브루톤 여사는 육중하고 당당하게 방으로 올라가서 한 팔을 뻗고 소파에 누웠다. 밀리센트 브루톤이 소파에 누워 있는 순간 리처드 댈러웨이와 휴 휘트브레드는 콘디트 거리 모퉁이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상점 앞에 서서 물건은 사지도 않고 단지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리처드는 하품을 참을 수 없었다. 휴는 상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리처드도 따라 들어갔다. 그가 휴와 함께 목걸이를 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신만은 아실까. 휴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리처드는 그와 한 시간 이상 상대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휴와 작별하고 웨스트민스트에 있는 클러리서에게 곧장 가리라 마음먹었다.
다음 순간 리처드는 무엇인가를 들고 들어가고 싶었다. 꽃은 어떨까? 그들이 오찬에서 피터 월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녀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티슈에 쌓인 엄청난 하얀 장미다발을 모두어 쥐면서 생각했다. 그들은 수년 간 그것에 관하여 말한 적이 없었다. 수줍음 때문이었다. “그래. 꽃을 내밀면서 ‘당신을 사랑해’하고 직설적으로 말해야지.” 그는 건널목에서 멈추었다. 그때 그는 그녀를, 그들의 삶 전부를 아주 명확하게 보았다. 클러리서와 결혼한 것은 기적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기적.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딘즈 야드에 들어서면서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빅벤이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리 알리는 음악 소리. 그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알렸다. 점심 파티는 오후를 온통 헛되이 쓰게 한다고 자신의 집 문에 다가가면서 생각했다.
빅벤의 소리가 클러리서의 거실로 밀려들어왔다. 그녀는 애가 타고 화가 난 채 글 쓰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파티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엘리 핸더슨을 마르샴 부인은 “자신이 클러리서에게 물어보겠다고 엘리에게 말했다.”고 썼다. 엘리는 너무나도 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왜 런던 장안의 재미없는 여인네들을 자신의 파티에 초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엘리자베스는 이 시간 내내 도리스 킬먼과 틀어박혀 있었다. 그보다 더 불쾌한 일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곤 벨 소리가 우울한 물결을 이루며 방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때 그녀는 마음이 산란해지며 무엇인가 더듬는 듯한, 무엇인가 긁는 듯한 소리를 문가에서 들었다. 이 시간에 누굴까? 세 시! 벌써 세 시라니! 그러나 문 손잡이를 스르르 돌리고 리처드가 들어왔다! 얼마나 뜻밖인지! 꽃을 내밀고 리처드가 들어왔다. “너무나도 황홀하게 아름다워요. 재미있었어요?” 그녀는 물었다. 리처드는 오찬에서 피터에 대하여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클러리서도 피터가 집에 왔었다고 리처드에게 말했다. “그리곤 ‘나는 당신과 결혼할 수도 있었는데’라고도 말했어요.”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거기 앉아서, 주머니칼을 접었다 폈다하는 피터를 생각하면서 그녀는 말했다. “그는 옛날 그대로였어요.”
잠시 후 “점심 뒤에 한 시간은 완전한 휴식을 취해요.” 그는 말하곤 가버렸다. 얼마나 그다운지! 그는 그 말을 시간이 다할 때까지 계속 말하리라. 왜냐하면 의사가 한때 그것을 지시했으니까. 의사가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다웠다. 그가 가진 경탄할 만한 신성에 가까운 단순성의 일부였다. 다른 아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이 그를 가서 일하게 했고, 그러는 동안 그녀와 피터는 언쟁이나 하며 그들의 시간을 찔끔찔끔 낭비했다. 그는 벌써 반쯤은 하원으로, 그의 아르메니아 사람들 문제로, 아니 알바니아 사람들 문제로 가고 있었다. 그가 준 장미를 바라보며 소파에 앉아 있게 해놓고는 말이다. 그녀는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불행하게 느껴졌다.
레지아는 테이블에 앉아서 손에 든 모자를 비틀어 돌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그는 행복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참고 볼 수가 없었다. 이것은 결혼생활이 아니었다. 저처럼 이상해 보이고 언제나 놀라다 웃기도 하고,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그녀를 꽉 움켜잡고는 그녀에게 받아쓰라고 말하는 것은 남편의 모습이 아니다. 책상 서랍은 전쟁이나 셰익스피어, 위대한 발견에 관한 것, 어떻게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관한 온통 그런 글들로 가득 찼다. 최근에 그는 갑자기 흥분해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는 진실을 안다! 그 사람, 전사한 그의 친구 에반스가 왔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브래드쇼가 “우리가 아플 때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용이 없어요.” 하고 말했던 것
이 기억났다. 브래드쇼는 그가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브래드쇼는 그들이 헤어져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왜 그가 마음대로 나를 하려 하지?” “왜냐하면 당신이 자살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에요.” 레지아가 말했다(고맙게도 그녀는 이제 셉티머스에게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홈즈와 브래드쇼가 그를 덮치고 있었다. 만약에 그들이 그를 데려간다 할지라도, 그와 함께 가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 의사를 무시하고 우리를 떼어놓을 수는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짐을 꾸리러 침실로 들어가려는데 홈즈가 방문했다. 홈즈는 친구로서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안 된다고 말했다. 셉티머스에게 그녀와 홈즈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홈즈는 단념하지 않았다. 홈즈는 “겁먹었나, 그래?”하고 말하리라. 홈즈가 그를 붙들리라. 하지만 안 돼. 홈즈는 싫어. 브래드쇼는 싫어. 다소 불안정하게 일어서며, 손잡이에 ‘빵’이라고 새겨져 있는 필머 부인의 날카롭고 깨끗한 빵 칼을 생각해보았다. 아, 하지만 그 칼을 더럽혀서는 안 돼. 가스불은 어떨까?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어. 홈즈가 올라오고 있다. 면도칼도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단지 창문, 불룸스베리 지역의 하숙집들의 커다란 창문만이 남아 있었다. 창문을 열고 자신을 투신하는 귀찮고 성가시고 다소 멜로드라마적인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삶은 좋은 것이었다. 태양은 뜨거웠다. 건너편 계단을 내려오던 어떤 노인네가 멈추어 서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홈즈는 문간에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그것, 삶을 줄게!” 그는 외쳤다. 그리고 필머 부인의 마당을 두른 울타리가 있는 아래로 자신을 거세고 난폭하게 던져버렸다.
“겁장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홈즈 의사가 외쳤다. 레지아는 창문으로 달려가서 보았고, 그리고 깨달았다. 홈즈 의사와 필머 부인은 서로 부딪쳤다. 침실에서 필머 부인은 앞치마를 들어올려 자신의 눈을 가렸다. 사람들이 계속 층계를 오르락내리락하였다. “그는 죽었어요.” 맥박을 짚으며 홈즈 의사는 말했다. 그녀는 창문을 등지고 어둡게 서 있는 그의 신체의 거대한 윤곽을 보았다. ‘그래. 저것이 홈즈 의사군.’
문명의 위대한 승리 중 하나라고 피터 월쉬는 생각했다. 앰뷸런스가 가볍고 높은 사이렌을 울리면서 지나가는 것, 이것이 문명의 승리 중 하나였다. 인간적으로 불쌍하고 재수 없는 어떤 이를 즉각 태우고, 재빠르게, 말쑥하게 앰뷸런스가 병원으로 속력을 내 달려갔다. 이것이 문명이었다. 동양에서 돌아온 뒤에 그에게 그런 모습 - 런던의 효율성, 조직성 그리고 공공정신 - 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호텔에 이르렀다. 젊은 안주인이 그에게 몇 통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아, 이것은 클러리서에게서 온 편지네!’ 그는 그것을 읽어야만 하리라. 여기 고통스럽기로 운명지어져 있는 또 하나의 그런 만남이 있었다! 그녀의 편지를 읽는 데에는 지독한 노력이 필요하였다. “그를 보아서 그녀가 얼마나 기쁜지. 그녀는 그 말을 해야만 했어요.” 그게 다였다. 그는 심한 혼란에 빠졌다. 왜 그녀는 그를 내버려두지 못할까? 아무튼 그녀는 댈러웨이랑 결혼했고 이 모든 세월 동안 완벽한 행복 속에서 그와 살고 있었다. 여섯 시에 그가 편지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가 떠나자마자 앉아서 그 편지를 쓴 것이 틀림없었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아주 그녀다웠다. 피터 월쉬는 구두끈을 풀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부츠를 벗었다. 그는 주머니의 것을 털어 내놓았다. 주머니칼과 베란다에서 찍은 데이지 사진이 나왔다. 아주 매력적이고 새까맸다. 그녀는 무엇이든 주겠노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그녀는 겨우 스물네 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애가 둘이었다.
피터 월쉬는 그녀의 거리, 클러리서가 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택시들이 코너를 돌아 달려왔다. 그
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 택시들은 그녀의 파티, 클러리서의 파티에 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불 켜진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거기에 문은 열려 있었고 차들이 서 있었으며, 밝게 차려입은 여인네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영혼은 용감하게 맞서서 참아야만 했다. 그는 주머니칼의 커다란 칼날을 폈다.
왁자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벌써 만찬을 마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루시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수상이 올 거라고 애그니스가 말했다. 정찬을 차린 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목소리가 말하고 그 다음에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사들은 여전히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마침내 수상이 나타났다. 그는 처음에는 클러리서가, 그리고는 리처드가 수행하여 파티 장을 한바퀴 돌았는데 그는 아주 잘 해냈다. 그는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려 노력하였다. 보기에 재미있었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그들 모두가 이 왕족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 모두가 지지하는 영국 사회의 상징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골수까지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아주 명백했다. 저런, 저런, 영국의 속물근성이란! 피터 월쉬는 구석에 서서 생각했다. 수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휴 휘트브레드. 경탄스런 휴였다! 그는 언제나 근무 중인 것처럼 보인다고 피터는 생각했다. 특권층이었지만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비밀을 간직했다. 그것을 그는 죽을 때까지 수호하리라. 모든 것을 심판하시고 한없이 자비로우신 신은 용서하실 수도 있었지만, 피터 월쉬는 자비심이 없었다. 세상에는 여러 악당들이 있겠지만, 기차에서 소녀의 두개골을 난타하여 교수형을 당한 인간 쓰레기가 휴 휘트브레드나 그가 베푸는 친절보다는 전체적으로 보면 해를 덜 끼친다는 것을 신만은 아시리라.
이제 클러리서가 수상을 호위해서 방에서 내려와 의기양양하게 나아갔다. 반짝반짝 생기가 있었으며 그녀의 잿빛 머리는 위엄을 풍겼다. 그녀는 모든 일을 아주 편안하게 자신의 고유 영역에서 우아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태도로 했다. 하지만 나이가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어일지라도 어느 아주 개인 날 저녁엔 파도 위에 지는 해를 거울 속에서 보리라. 정말로, 수상이 오시다니 친절하시기도 하다고 클러리서는 느꼈다. 그와 함께 방을 내려오면서, 샐리가 저기, 피터가 저기에 있고, 그리고 리처드가 아주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또 모든 이들이 약간은 아마도 질투하는 마음이 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그 순간에 취하는 것을 느꼈다. 심장의 근육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 승리들은 여전히 공허했다. 팔을 뻗으면 닿는 곳에 그들은 있었지만, 가슴속에 있지는 않았다. 그녀가 나이 들어가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예전처럼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녀와 피터는 차분히 좌정하였다. 그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 너무나도 눈에 익었다. 그들은 과거를 화제로 삼으리라. 그들 둘은(심지어는 리처드하고 보다 더 많이) 자신의 과거를 공유하였다. 정원, 나무들, 목소리도 없이 브라암스를 노래하던 늙은 조셉 브리트코프, 거실의 벽지, 매트에서 나는 냄새 따위를 말이다. 샐리는 언제나 이 과거의 한 부분이리라. 피터도 언제나 그러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떠나야 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브래드쇼 부부가 왔으니 말이다. 브래드쇼 부인에게 가야만 했다. 브래드쇼 경은 리처드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지독히도 늦었죠. 댈러웨이 부인.”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아주 슬픈 사건이었어요. 젊은 남자가(그것이 윌리엄 경이 댈러웨이 씨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자살을 했어요. 그는 군대에 갔다 왔대요.” 아! 내 파티의 한 중간에 죽음이라니!
그녀는 작은 방으로 갔다. 아무도 없었다. 파티의 화려함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화려한 옷을 입고 혼자 들어왔다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브래드쇼 부부가 그녀의 파티에 와서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이유가 뭐람? 청년이 자살했다. 한데 어떻게 죽었지? 갑자기 어떤 사고에 관해서 들으면, 언제나 그녀의 육신이 먼저 경험했다. 그녀의 드레스에 불이 붙었고, 그녀의 육신이 타올랐다. 그는 창문에서 몸을 던졌다. 휙 하고 땅바닥이 솟구쳐 올랐고, 녹슨 담 위의 철책이 이리저리 그의 몸을 멍들이면서 뚫
고 들어갔다. 뇌가 쿵 쿵 쿵 울리면서, 거기 누워 있었다. 그리곤 어둠의 질식, 그렇게 그녀는 그것이 보였다. 하지만 왜 그는 그 짓을 했을까? 게다가 브래드쇼 부부는 그녀의 파티에서 그 얘기를 했다!
그녀는 한번 서펀타인 연못에 일 실링을 던진 적이 있었다. 더 던진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삶을 던져버렸다. 반면에 그들은 계속 살아간다(그녀는 돌아가야 한다. 방들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그녀는 부어톤을, 피터를, 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그들은 늙어 가리라. 죽음은 도전이었다. 죽음은 의사를 소통하려는 시도였다. 반면에 사람들은 신비하게도 자신들을 피해가는 중심에 다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친밀했던 관계는 멀어져가고, 황홀함은 시들고, 사람들은 혼자였다. 하지만 죽음에는 포옹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자살을 한 이 청년은 보물을 들고 뛰어내렸을까? “만약 지금이 죽을 때라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이다.”라고 흰옷을 입고 내려오면서, 한때 그녀는 자신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갔다. 이 생각이 어리석을지 몰라도, 이 나라의 하늘은, 웨스트민스터 지역 위의 이 하늘은 그 안에 무엇인가 그녀의 일부분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커튼을 젖혔다. 바라보았다. 아, 한데 얼마나 놀라운지! - 길 건너편 방에 늙은 부인이 똑바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그녀는 자러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나를 볼 수 있을까? 저 늙은 부인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방을 가로질러 창가로 오는 것을 바라보며 황홀해하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실에서 웃고 소리치고 있는데 저 늙은 부인이 아주 조용히 침대로 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혹적이었다.
이제 그녀는 블라인드를 쳤다. 시계가 치기 시작했다. 청년이 자살했다. 그녀는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시계가 하나, 둘, 셋, 하고 시간을 칠 때, 이 모든 것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그녀는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더 이상 두려워 말라. 여름의 열기를. 그녀는 그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나 이상한 밤인지!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아주 많이 그 사람 - 스스로 자살한 청년 - 같다고 느꼈다. 그가 그 일을 해서, 삶을 던져버려서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시계가 치고 있었다. 납추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둥근 원들이 대기 중에 녹아 내렸다. 그 청년은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가야만 했다. 그녀는 짜 맞추어야만 했다. 그녀는 샐리와 피터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작은 방에서 나왔다.<“댈러웨이 부인”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버지니아 울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