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기 전에 나부터 챙기자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승무원이 보여주는 안전 시범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열심히 본다. 왜냐하면 이 순간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승객께서는 본인의 마스크를 먼저 착용하신 후 동반승객의 착용을 도와주십시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좋다. 살면서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는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부모만 들어야 하는 충고는 아니다.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자신을 소홀히 여길 때가 많다. 배우자, 자녀, 이웃들, 심지어 자신보다 일을 우선시하도록 교육받은 탓이다. 스트레스를 주제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심리학자 마이클 맥키 박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 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한마디가 있다. “스스로에게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마세요.” 마침 이 시기에 나는 요가 강습에 가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가지 못할 만큼 바쁘던 때였다. 그러다 어렵게 짬을 냈는데 강습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에 친한 친구가 아이를 좀 봐줄 수 없느냐며 연락이 왔다. 난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가 아이를 맡긴 이유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요가 수업 때문이었다. 내가 요가 강습에 못 간 건 순전히 내 탓이었다. 나는 친구의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시간을 내주겠다고 흔쾌히 말하기 전에 나 자신과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을까? 먼저 나 자신에게 허가를 내주자. ‘나에게 잘해주어라’라고 쓰인 공식 허가서가 나왔다고 생각하자. 나를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심리학자인 맥키 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스스로를 돌보자 -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 자신을 위한 노력이 남을 위한 노력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길 필요가 전혀 없다. 자신을 위하는 여유가 없어지는 만큼 내 것을 퍼주지 말자. 여유가 생기면 쉬어야지 하고 미루지 말고 나를 위한 시간을 확실하게 정해둔다.
5분 동안 쉬자 - 잠시 5분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휴식을 취한다. 퇴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거나 장을 보러 갈 때 잠시 차 안에서 가만히 멍하게 앉아 있자. 나를 재부팅하는 거다. 내가 없으면 세상이 멈춰버릴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분에 여섯 번 호흡하자 - 맥키 박사는 1분에 여섯 번씩만 호흡할 것을 권한다. 5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숨을 내쉰다. 일단 한번 해보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
나의 감정을 되찾아 오자 - 내 감정을 조종하는 리모컨을 남의 손에 쥐어주지 마라. 남의 탓을 하지 말자. 남의 행동이야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없지만, 그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전적으로 내게 달렸다.
잠깐씩 휴식을 취하자 - 신호등에서 멈춰 섰을 때, 가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잠깐씩 새로운 호흡법을 연습해보자. 10초짜리 복식 호흡을 두어 번 하고 나에게 말한다. “다 잘되고 있어.”
매주 한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자 - 나를 위한 즐거운 여행을 보낼 시간으로 꾸며보자. 한 시간 동안 아름다움을 즐겨보자. 미술관이나 공원에 가거나 꽃집에 들르는 것도 좋다. 한 시간 동안 편안한 상태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읽거나 거품목욕을 해보자.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따스한 햇볕, 경쾌한 빗소리, 반짝이는 별빛을 즐겨보자.
감사한 일을 찾아보자 -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 갇혀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고 감사할 일이 없는지 찾아보자. 바로 앞 차에는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가 세 명이나 타고 있다. 이렇게 조용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으니 감사하다.
멀리 바라보지 말자 - 삶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마라톤이 아니라 짧은 단거리 경주를 여러 번 이어 달리는 것이다. 단거리 경주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차리도록 하자.
행복은 선택의 문제이다
일요일 저녁, 9시 반이 조금 넘어서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이 든 여자 분이 신문사 대표전화로 응답 메시지를 남겼다. “방금 일요일 자 신문에 실린 댁의 글을 읽었다우. 나는 1930년대에 태어났다우. 우리 어머니는 미혼모라서 나를 입양 보냈어요. 차라리 지우는 게 나을 뻔했지. 한순간도 행복하게 산 적이 없으니 말이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을 거라 생각하우.” 그게 전부였다. 전화는 뚝 끊어졌다. 전화 속 할머니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다고, 반백 년 넘도록 살아왔는데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정한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수평선 위로 펼쳐지는 숨 막힐 듯한 노을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을까?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은 어떠한가? 한 번도 열정적인 키스를 받아본 적이 없었을까?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려본 적이 없었을까?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발가락 사이로 말랑말랑한 진흙을 밟아본 적도 없었을까? 멋진 소설을 읽거나 카드게임에서 이겨본 적이 없었을까?
난 할머니의 메시지를 듣고 영화 <멋진 인생>에서 삶을 마감할 준비를 마치고 다리 위에 서 있던 제임스의 눈앞에, 세상이 얼마나 제임스를 그리워할지 보여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드라마틱한 경험은 해본 적 없을지라도, 분명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 적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경험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분께 삶을 다시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이 아픈 이유가 사랑을 주지 않은 부모에 있다면, 상담을 받으면 어떨까? 다른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도,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았기에 그분과 아무 이야기도 나눌 수 없었다. 단지 그분이 겪는 비참한 기분의 한 조각과 중요한 교훈 하나만을 남겼을 뿐이다. 행복은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의 저자 소냐 류보머스키 박사가 행복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상황과 행복은 10퍼센트 정도밖에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유전이 50퍼센트를 책임진다. 나머지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 만약 내가 여기에 40퍼센트를 더해서 100퍼센트를 만든다면? 각각 자신의 목표를 눈앞에 그려보자. 20년 뒤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자. 미래의 자신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원하는 모습을 결정했다면 매일 아침 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지금의 기적,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나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자.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모든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길 바란다.
행복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내 삶에 들어와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가슴에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첫인상을 똑똑히 기억하게 마련이다. 모니카 투로크지가 그랬다. 몇 해 전 클리블랜드 강간대처센터 모금행사에서 모니카를 만났다. 모니카는 회장에 모인 사람 중 가장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던 덕분에 제일 커 보였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언제나 완벽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립스틱은 매니큐어, 가방, 신발 색깔과 맞추어 고른 것이었다.
모니카와 나는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었다. 모니카는 나를 볼 때면 언제나 두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예쁜 언니.” 그리고 언제나 ‘환’자로 시작하는 문구를 썼다. ‘환상적’이라는 말이었다. 모니카는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렸지만 언제나 나를 돌봐주는 언니처럼 행동하며 패션, 일,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모니카는 열정을 다해 일을 하고 인맥을 쌓았다. 그저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다른 이의 삶도 풍요롭게 해주었다.
모니카는 최고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남자들 틈에 끼려고 야구나 골프를 배우는 대신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여성 사업가들이 페디큐어를 받으며 인맥을 쌓는 ‘파워 페디큐어’ 행사를 기획했다. 나이나 경력을 가리지 않고 영향력 있는 여자들을 초청해서 함께 페디큐어를 받으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자리였다. “남자들도 골프를 치려고 오후에 땡땡이를 치는데 우리라고 페디큐어를 받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어요?”
모니카는 북동 오하이오 주 고등교육평의회 일을 그만두고는 그 파도를 타고 워싱턴으로 갔다. 그리고 5월 어느 날, 나는 슈퍼마켓에서 모니카의 숙모와 마주쳤다.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모니카가 내일 뇌수술을 받는답니다.” 모니카는 서른여덟의 생기발랄한 여자였다가 갑자기 4기 암으로 죽어가는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 모니카는 세계 최고의 암 치료를 받기 위해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다. 모니카의 언니 재키가 투병 생활을 하나하나 돌봐주었다.
모니카가 첫 화학요법을 받던 날 입었던 옷이 아직도 기억난다. 마치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듯했다. 모니카는 신발, 매니큐어, 멋진 모자와 색을 맞춘 밝은 핑크색 블라우스에 하늘하늘한 흰 스커트 차림이었다. 뇌수술을 받고 나서 머리가 멍해지자, 모니카는 “그래, 요즘 어때요?”라고 물었다. 뇌에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건망증이 심해지면서부터는 “방금 했던 말이 뭐였는지 좀 말해주세요.”라고 했다.
뇌종양 때문에 죽어가게 되었을 때 모니카는 “선생님 손자는 어떻게 지내요?”라고 내게 묻곤 했다. 모니카에게 곧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신부인 친구 패트릭이 조용히 말했다. “정말 좋아진 거예요. 하느님 품으로 갔으니까요.”
장례식에서 재키는 내게 모니카가 스스로에 대해 쓴 시를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모니카가 쓴 애인 구함 광고였는데, 나보다 훨씬 더 정확히 모니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시였다.
무릎까지 오는 블랙 쿨한 인조 가죽 부츠.
차가운 바람을 즐기며 볕이 내리쬐는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에서 읽는 멋진 책과 뜨거운 라테.
봄날 새로 산 스트랩 샌들에 어울리는 앵두처럼 새빨간 새 매니큐어와 페디큐어.
보름달이 뜬 밤 파크웨이를 달리며 불빛에 물든 워싱턴 기념비와 돔의 풍경을 한결같은 경탄과 기쁨으로 바라보는 여자.
렌윅 미술관에서 오후를 보내고 찰리 파머스에서 즐기는 스카치와 스테이크.
위트와 유머가 있는 사람.
4월에는 오거스타에서 마스터즈 토너먼트를 보았으면 하고, 힐튼 헤드와 콩그fp셔널 골프장에서 맑은 날 90타를 치는 여자.
홈쇼핑 채널보다 시음회에서 더 잘 팔리는 와인.
금요일 오후 늦게 세 번째 전화회의를 시작할 때 간절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원한 맥주 한잔.
노조, 외교, 교육, 의료, 중간고사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여자.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나, 제퍼슨 기념관 앞 호숫가에 4월 첫 햇살을 받아 피는 벚꽃처럼 행복한 사람.
데이트할 때면 루스벨트기념관 폭포 가를 따라 산책하고 파라디소에서 먹는 치즈피자에도 기뻐하는 사람.
2월 중순에 포르토 마리 해변에서 니모를 닮은 물고기와 스노클링을 한 뒤 타마린드 주스를 홀짝이는 맨발의 여자.
시에나 북쪽 언덕에 머물며 키안티 언덕과 녹색 올리브 과수원을 뛰노는 햇빛.
다정한 불꽃.
그게 바로 저랍니다.
행복한 삶의 비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연봉? 엄청난 재산을 모으고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것? 아니면 복권에 당첨되어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이사하는 것? 많은 전문가가 돈이 많다고 그만큼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물론 가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음식, 집, 교육 등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행복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와 심리학자에 따르면 돈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의 비밀이 뭘까? 전문가가 내놓은 행복해지기 위한 비결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돈보다는 시간을 택하라. 명상을 하고 기도하라. 과거에 연연하지 마라. 친구와 어울리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라. 오늘을, 이 순간을, 오레오 과자를 즐겨라.’ 오레오 과자를 즐기라는 건 내가 덧붙인 비결이다. 지금까지는 그 답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영적 지도자를 찾곤 했다. 요즘은 인생 상담사를 찾아간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존재를 찾는 데 행복의 비결이 있다고 말하는 성직자를 찾아가고 싶다. 행복한 삶을 사는 비밀은 사실 비밀이 아님을 깨닫게 해줄 테니까.
이제 행복한 삶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을 소개하겠다. 헐렁한 멜빵바지, 메리 올리버와 빌리 콜린스의 시,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 고디바의 초콜릿,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 누군가에게 춤을 청하기, 자동차 덮개를 내리고 드라이브하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사랑하기,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기, 누구에게나 기회 주기, 스트라이크나 파울볼 개수는 구태여 세지 않기, 점수를 기록하지 않기, 푹신한 베개, 번지지 않는 마스카라.
행복한 삶의 비밀은 무엇 때문에 화를 냈는지 깡그리 잊어버리는 데 있다. 그리고 신혼부부를 위해 축배를 들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남을 위해 기도하고, 아이와 까꿍놀이를 하고, 매트리스를 뒤집고, 때로는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고용해보고, 편한 신발을 신고, 집배원의 이름을 물어보고, 차선도 양보해보기. 한여름 땡볕 아래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고, 정처 없이 산책을 해보고, 진 캘리와 프레드 아스테어가 춤추는 장면을 돌려 보기. 진한 초콜릿 밀크셰이크, 자기치유 프로그램, 8시 이후에 마시는 디카페인 커피, 바다로 떠나는 여행, 회전목마, 넉넉한 수영복, SPF 30인 선블록 크림, 따뜻한 장갑, 그룹 상담, 촛불을 켜고 즐기는 거품 목욕, 플란넬 파자마, 64색 크레용, 마음속을 흐르는 노래.
행복한 삶의 비밀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다. 비를 맞으며 노래하고, 손수 필기체로 쓴 진짜 편지를 받아보기. 새 둥지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고, 거미줄을 걷지 말고 그냥 두기.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별똥별에 소원을 빌기. 절대 화난 채로 잠들지 말고, 도움을 청하기. 윙크하기, 곰돌이 푸, 캠프파이어를 하며 부르는 노래, 열리는 선루프, 시골길 드라이브, 새 양말, 타이어 그네, 쉬는 시간, 잠자기 전에 먹는 시리얼 한 그릇, 불꽃놀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재미있는 소설, 자동차 극장, 평온을 비는 기도,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 과즙이 가득한 커다란 복숭아, 한쪽 눈이 어디로 가버린 곰 인형.
행복한 삶의 비밀은 ‘사랑해’라고 먼저 말하는 데 있다. 진실을 말하고, 할로윈에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고, 고선소설을 읽고, 사진을 액자에 끼우고, 남이 내게 빚진 것을 잊어주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허수아비를 만들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쓰고,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언제나 내가 옳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틀렸을 때 인정하기. 숲 속을 거니는 긴 산책, 빗속에 말 타기, 눈 오는 날, 노래방, 새 신발 한 켤레, 옛 사진, 아삭아삭한 사과, 건초 마차 타기,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
행복한 삶의 비밀은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임을 깨닫는 것이다. 마음을 따르기, 나를 믿기, 내가 원하는 것을 제때 자유롭게 하기,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기. 잘 사는 데에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게 아니다. 삶의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지금, 이미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 잘 사는 비결이다.
세상은 아직 당신을 품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어느 날 기자실로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내 마음과 심장을 열어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다는 것을 믿게 해준 바로 그 소식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신문사로 쇄도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돕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까지 하다.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조차 어렵다. 음식, 집, 옷, 장난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너무 많이 쓰면 독자들도 지칠 수 있다. 독자들한테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해 12월 스테이시 캘리핸의 가족이 전화를 걸었을 때는 나조차도 도와달라는 아우성에 지쳐 있었다. 스테이시의 고모라는 사람은 내게 애크런 아동병원의 중환자실에 있는 조카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스테이시는 다섯 살이었고 아픈 곳이 너무나 많아 집을 병원으로 개조하지 않는 한 퇴원할 가망이 없었다. 아이는 호흡기를 달고 있었는데, 퇴원하려면 특수 공기정화 장치, 필터가 달린 난방기구, 호흡기, 모니터, 휠체어가 필요했다. 휠체어가 다니려면 집에 문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놓아야 했으며, 그 모든 의료기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방이 필요했다. 그러나 스테이시의 부모는 너무나 가난했다. 고모가 스테이시에게 필요한 목록을 읊고 나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아이의 딱한 사정을 기사로 쓴다고 해도 방을 개조하는 데 들어가는 수천 달러를 누가 기부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나는 스테이시 고모에게 아무래도 힘들겠다고 말하려 했다. 아이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 최악의 상황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제발 한 번만 와서 보기만 해달라고 애원했다.
처음 스테이시를 만났을 때, 아이는 실물 크기의 인형 같았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별이 새겨진 머리핀을 꽂고 있었다. 흰 타이즈와 반짝이는 인조 가죽구두를 신고, 연한 하늘 빛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스테이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들어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 불렀다. 스테이시는 잠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뇌마비, 폐렴, 발작, 호흡곤란 때문에 조그만 몸이 지쳐 있으며 입과 코에는 튜브가 꽂혀 있었다.
의사는 스테이시는 열 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 했다. 어머니도 스테이시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남은 시간만이라도 집에서 함께 지내고 싶어 했다. “오래 살 운명이 아닐지는 몰라도 스테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태어났어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답니다.” 어떻게 크리스마스에 천사더러 ‘아니오’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이의 딱한 사정을 알리는 기사를 자세히 썼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이의 가족에게 헛된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또 빠듯하게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테이시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나서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를 읽은 어느 건설회사 사장이 돕고 싶다고 했다. 테스타 건설의 폴 테스타는 이미 스테이시의 가족과 이야기를 끝낸 상태였다. “제가 경사로를 전부 다 설치해드리죠.” 테스타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자재며 인부들과도 상의를 마친 상태였다. 테스타와 인부들에게는 스테이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 인부가 사장에게 말했다. “아이가 집에서 하루라도 지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테스타는 그처럼 큰돈을 선뜻 낼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자신이 모두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집으로 돌아간 스테이시는 무려 열 달 동안을 집에서 보냈다. 어머니가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간 사이, 스테이시는 새 침실에서 세상을 떴다. 어머니는 다른 가족들이 선물을 살 수 있도록 스테이시가 받은 모든 선물을 교회에 기부했다. “아이가 집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스테이시는 정말 행복해했어요.”
세상을 떠난 스테이시의 기사와 사진이 실렸을 때,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태어난 이 아이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스테이시 캘리핸은 인간이 지닌 따스한 마음의 역량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넉넉한 마음이 얼마나 크게 퍼져나갈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었다. 바라고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큰 소원, 감히 바랄 수조차 없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기적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또한 의미를 지니기에 너무 짧은 삶이란 없다는 것까지도 말이다.
힘을 모으고 싶다면 먼저 내 안의 힘을 이끌어내라
이 세상에 만연해 있는 부정, 재앙, 질병, 재난을 보면 무력감에 빠진다. 작은 문제에도 의지가 꺾이고 남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구부터 도와야 좋을지 암담해질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세상을 바꿀 힘은 없어도 우리 동네를 바꿀 힘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주어야 한다. 내 안의 힘을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내 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남들과 힘을 합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조애나 프레브스라는 신문사로 연락을 해 클리블랜드에 있는 자선재단을 위해 한 시간 동안 1만 달러를 모금할 100명의 여성을 모으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다. 그건 실로 놀라운 생각이었다. 조애나에게는 열한 살, 열다섯, 열여덟 살 난 아들이 셋 있었다. 클리블랜드에 살았고 은행의 특별감사 책임자로 일했다. 그녀는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직장 때문에 자원봉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나 자원봉사를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하지만 한 시간이라면 낼 수 있어요.”
단 한 시간이면, 100명의 여성이 모인다. 참가자는 기금을 가져오고 돕고 싶은 자선단체의 이름을 생각해서 온다. 자신이 원하는 자선단체가 적힌 쪽지를 바구니에 모두 넣고 세 개를 뽑는다. 그 세 명은 왜 자신이 그 단체에 후원하고 싶은지 5분간 발표한다. 그런 다음 5분간 질문을 받는다. 이제, 어느 단체를 후원할지 투표한다. 투표 결과가 나오면 모두 100달러를 낸다. 자신이 그 단체에 투표하지 않았더라도 다수결을 존중해서 기부한다. 매년 네 번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면 기부금만 보내면 된다. 재단을 추천한 여성은 기부금을 모아 곧바로 자선단체에 가져다준다. 다음 회의 때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으며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발표한다.
바빠서 자원봉사를 할 시간이 없는가? 내가 기부한 돈이 오로지 자선사업에 쓰이길 바라는가? 세상을 바꾸는 넉넉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런 방법을 추천한다. 효과를 최대화하고 과정은 최소화한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회계 담당자도, 현금 관리인도, 운영 예산도 없다. 끝이 안 보이는 기획회의도 없다. 남을 돕기 위해 걷거나, 달리거나, 경매를 하거나, 모임에 갈 필요도 없다. 일 년에 네 번, 60분짜리 회의에 참석하기만 하면 된다.
제대로 살기 위해 가져야 할 삶의 목표
보니 세인트 존은 골격장애로 다섯 살 때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다리가 하나뿐인 흑인 여성인 그녀는 남들보다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어린 시절 겪은 성적 학대, 가정불화, 이혼, 인종차별과 성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의족을 단 채 세상을 달려왔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매사추세츠 주 워체스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였다. 내가 오전 기조연설을, 보니가 점심 기조연설을 맡았다. 의족을 가리지 않고 드러낸 모습이 멋져 보였다. 보니는 청중들에게 물었다. “기적을 보고 싶으신가요?” 그녀는 강단 위를 걸었고, 청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보니는 환자들을 만나보고 자신이 한때 그랬던 것처럼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을 마주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병원에 간다. 얼굴과 팔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열세 살짜리 아들을 둔 어머니도 만났다. 아이 어머니는 그녀에게 “저희 애가 언젠가는 보통 삶을 살 수 있겠지요?” 하고 물었다. 당연히 “그럼요.”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요. 더 높은 곳에 목표를 둬야지요.”
의족을 가리는 것을 그만두고, 남과 같기를 바라는 것을 멈추고, ‘보통’이란 과대평가된 척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보통의 삶보다 더 큰 꿈을 꾸게 되었고 결국 꿈을 이뤄냈다.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그녀는 스키 경주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되었다. 1984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신체장애자 올림픽 스키종목에서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두 개를 따낸 것이다. 보니는 그저 운동선수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하버드를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로드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에 진학했으며 클린턴 정부의 대통령 직속 경제정책 최고결정기구인 국가경제회의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사람들한테 이미 지니고 있는 기쁨을 즐기라고 말한다. 보니에게는 그저 ‘해야 할 일의 목록’뿐 아니라 ‘느껴야 할 감정’이라는 목록도 있는데, 거기에는 ‘즐거움’이라고 쓰여 있다. “스키 경주를 할 때 저는 다른 선수보다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바퀴를 돌때 모든 선수가 위험한 지점에서 넘어졌습니다. 저보다 먼저 일어난 여성에게 선두를 빼앗겼지요. 그때 저는 사람은 누구나 넘어지게 마련인데, 남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 금메달을 따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누구나 넘어진다. 승자는 먼저 일어나서 계속 나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오늘 아침 당신이 깨어난 이유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려면 몇 명이나 있어야 할까? 한 명이면 충분하다. 돈, 수명, 힘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늙고 아프고 가난하고 상처 입었다 해도 신의 눈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인간의 일이 끝나는 순간 신이 일을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아침 내가 깨어난 이유는 내가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에서 이 말을 보고 아침 명상책에 붙여두었다. 지금 살아 있다면, 살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나 이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삶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모두 살게 되어 있다.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암이나 다른 질병, 장애, 가슴 아픈 사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암 때문에 사망하지 않는다. 암 진단을 받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그 상태로 죽기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암에 걸려도 암과 더불어 산다. 암을 초월해서 살아간다.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생활한다. 출근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낚시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정원 일을 한다.
우리는 모두 유한한 삶을 산다.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최고의 명의조차도 죽을 날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 의사들은 우리 아버지에게 6개월을 선고했지만 아버지는 몇 주 뒤 돌아가셨다. 내가 만났던 한 여성에게는 1년 정도 남았다고 했으나 그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운차게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죽음이 언제 부를지 모른다. 암 선고를 받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단지 삶의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오늘 아침 당신이 깨어난 이유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절대 자신을 포기하지 마라. 당신이 이 세상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마라.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다.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레지너 브릿 지음 ,역자 문수민님,비즈니스북스>
저자 레지너 브릿
오하이오의 대표적 신문사 《플레인 딜러(The Plain Dealer)》의 인기 칼럼니스트. 켄트 주립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존 캐럴 대학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총 2000편이 넘는 칼럼을 게재했다. 그러던 그녀가 위기에 부닥친 건 지난 1998년 유방암 선고를 받으면서부터였다. 브릿은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고통스런 화학요법과 지난한 회복의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해 큰 호평을 받았고, 이 칼럼으로 1999년 내셔널 헤드라이너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힉스 클리닉’의 불법적인 아동 거래 사건을 다룬 칼럼으로 또다시 내셔널 헤드라이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에는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뽑혔으며, 2009년에는 미국법조협회가 수여하는 은망치상을 받는 한편, 오하이오 도서관 회의가 뽑는 ‘올해의 시민’으로 뽑히기도 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으로 퓰리처상 논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10월에는 클리블랜드의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미국 칼럼니스트 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