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노년에 이르면~!

[중산] 2015. 12. 19. 05:54

보통 젊었을 때는 인생이 행복하며, 노년에는 인생이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정열이 행복하게 해준다면 이 말도 옳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은 정열에 의해 여기저기 끌려 다녀 기쁨은 적고 고통이 많다. 나이를 먹고 냉정해진 사람은 정열에 끌려 다니는 일이 없어 사물을 관조하는 태도를 갖추게 된다. 인식이 자유로워지고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식은 고통이 없으므로 의식 속에서 인식의 지배력이 클수록 우리는 점점 더 행복해진다.

 

모든 정열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며, 또 노인이 많은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 해서 한탄할 필요는 없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즐거움은 소극적인 반면 모든 고통은 적극적이라는 것을 숙고하면 된다. 즐거움이란 언제나 어떤 욕망을 진정시켜 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망이 없어짐과 동시에 즐거움도 없어진다는 것은, 식후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나 밤에 잠을 잘 자고 나면 나중에 졸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슬퍼할 것이 못된다.

 

플라톤은<국가>의 도입부에서 노인이 되면 그때까지 쉬지 않고 인간을 불안하게 했던 성욕으로부터 해방된다고 했는데, 이는 옳은 말이다. 성욕이 불러일으키는 갖가지 변덕과 흥분은 사람이 성욕, 즉 그들이 언제나 신들려 있는 그 악마의 영향 아래에 있는 한 그를 살짝 광인 상태로 밀어 넣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도 일단 성욕이 물러나게 되면 이성적이 된다고 주장할수 있다.

 

이처럼 노년에 이르면 모든 것이 평온해진다. 피가 이전보다 더욱 냉각되고 감각의 자극은 한층 적어지며, 사물의 가치나 즐거움의 실체를 경험으로 분명히 알게 되면서 편견에서 점차 해방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노인은 이제야 말로 모든 것을 더 올바르고 확실하게 인식하고, 존재하는 것에서 다소나마 이 세상의 사물은 모두 허무하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바로 이것이 아주 평범한 능력의 소유자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노인이 얻게 되는 현명함이며 노인을 젊은 사람과 구별하게 해준다.

 

노인의 숙명은 병과 권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병은 특히 고령에 도달한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노인 특유의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노인은 뜻하지 않게 붙어 다니는 고독에 쉽게 사로잡히거나 권태가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권태에 사로잡히는 자는 감각이나 사교 이외의 즐거움은 알지 못하며, 자기의 정신을 풍부하게 하지 않고 자기의 힘을 발전시키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확실히 노년기에는 정신의 모든 힘이 약해지지만 권태를 상대로 싸울만한 힘은 충분하다. 경험, 지식, 복습, 숙고 등을 통해 올바른 통찰력은 향상되고, 판단력도 점점 날카로워지며, 사물의 관련성도 뚜렷하게 알게 된다. 노인은 사물에 대해 모든 것을 포괄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쌓은 경험을 더 충실하게 하는 데에 새로이 결합시킴으로써 모든 방면에서 자신이 심오한 자아형성의 발전에 전념하여 정신을 활동시키고 만족시키며 보답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작업에 의해 정신의 약체화는 어느 정도 보상된다.

 

나이 들어서 가난하다는 것은 큰 불행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고 건강이 유지되면 노년은 생애 중에서 아주 견디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쾌적한 것, 안전한 것만이 노인의 주된 욕망이다. 따라서 사람은 노인이 되면 이전보다 더 돈을 사랑하게 된다. 돈은 약해지는 모든 힘을 보상해 준다. 비너스에게 버림받은 사람은 자주 바쿠스 곁에서 명랑한 기분을 찾으려고 한다. 보고 여행하고 배우려는 욕구 대신 가르치고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노인도 자신의 연구에 대한 애정, 음악열, 연극열 등 일반적으로 외적인 것에 대한 욕망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령에 이르러 비로소 인간은 호라티우스가 말한 “어떤 것에도 놀라지 않는다”는 경지를 알게 된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허무하며,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한 것은 공허하다는 것을 올바르고 굳게 확신하기에 이른다. 망상은 사라져 버린다. 노인은 심신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을 때에는 궁전이든 오막살이든 언제나 있는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행복보다 어딘가에 더 큰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아무리 채색되고 장식되어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모두 똑 같고, 존재의 참된 가치는 즐거움에 있으며, 화려한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통이 없는 것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쇼펜하우어 인생론에서 극히 일부를 발췌하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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