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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결혼, 완벽한 커플, 부부의 딜레마!

[중산] 2020. 2. 29. 20:29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온 관념에 기초하여 ‘의미 있는 인생’은 ‘자신이 진정한 잠재력의 실현을 나타내는 완벽을 향한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행복과 의미는 상호 연관성을 지닌다. 고차원의 행복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높은 의미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행복과 의미의 차이를 보면 결혼을 통해 개인의 성취 추구와 부부 헌신 두 가지가 양립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만약 개인적 성취를 행복, 즉 고통에 비해 즐거움이 높은 것으로 정의한다면 개인적 성취 추구와 부부 헌신 두 가지가 양립하기 힘들다는 견해는 대체로 옳다.


결혼 생활에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아마도 매슬로 산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갈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물론 결국 파경으로 치닫는 결혼 생활도 많지만, 오히려 힘들 때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강화하고자 노력을 배가 할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배우자가 절친, 어쩌면 가장 친한 친구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자아 발견과 개인의 성장이 수월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훨씬 더 커진다.

미국인들이 경제적 생존 수단으로 여겼던 결혼의 필요성 감소는 남성과 여성 모두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여성에게 분명하게 나타났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결혼을 통해 생계 문제를 해결하던 경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부부가 일주일에 집중적으로 양육 활동을 하는 시간은 1965년부터 1990년 초까지는 남편이 4~5시간, 아내는 10~15시간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두 급증하였다. 2008년에 남편은 8~10시간, 아내는 15~20시간까지 늘어났다.

고학력층은 특히 자녀가 어릴 때 혼신을 다해 양육하는 경향이 크며, 조직적인 활동과 언어 훈련, 적극적인 학교행사 참여를 통해 자녀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생겨 부모가 되면 유급 노동과 가사노동, 양육에 들어가는 총 시간이 일주일에 335시간 정도 증가하는데, 이 중 63%는 여성이 감당한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간에 쫓기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과다한 노동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21세기 들어 부부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20세기 후반보다 줄어들었다는 점과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은 식사보다는 TV 시청과 육아에 더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 증가는 일과 삶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일과 삶 간의 갈등 수준은 1980년 남편이 24%, 아내가 23%였던 것이 2000년에 각각 44%와 33%로 급등하였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만성적으로 방해를 받거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거나 둘 모두 겪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산만하고 분열된 느낌을 갖게 된다. 과학기술이 점점 더 사람들의 삶 구석구석에 파고들면서 말이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에 시간을 뺏긴다. 중독된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밤이고 낮이고 이메일을 확인하며....항상 접속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보면 시간 경험은 ”수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만다.“ 슐트는 이런 수천 개의 작은 조각들을 ‘시간 파편’이라고 한다.


여성과 남성은 모두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하는 박탈, 즉 바쁘게 살아가는 산만한 삶에서 비롯된 자기 성찰의 결여 상태에서 살아야 할 위험에 처해 있다. 레저과학자 벤자민 허니컷에 따르면, 그러한 삶은 한 걸음 물러서 되돌아보거나 현상을 받아들이거나 초월성을 경험할 여력이 없어 결국은 “사람들이 사랑해야 할 능력을 갈구하게 된다.” 그런 삶은 더욱 단조로워지며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갉아먹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결혼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구조의 맨 밑바닥’으로 추락하였노라고 가슴 아프게 말한다.



공존 대역

불균형은 결혼 생활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이면서 고차원의 욕구 충족을 기대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불균형은 결혼이 부부가 서로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칭적인 합의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악화된다. 결혼의 대칭적인 본질은 자신과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부부는 깊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하며, 이해를 구하면서 이해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배우자의 욕구 때문에 자신의 목표 추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 좌절과 불만족을 느낀다.


페미니즘과 후기 산업화는 성공적인 결혼을 구성하는 사회적 규범을 바꿔놓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소득과 가사노동, 육아 면에서 성 동등성이 커진 결혼이 더 만족스럽고, 성적 충족감도 더욱 크고, 이혼 가능성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가정의 모든 의사 결정에 대해 최종 권한을 갖고, 아내의 동의나 인지 없이 공동소유 재산을 갖는 ‘가부장제도’법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1970년대였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내의 동의 없이도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법이 무너졌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법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관습법을 크게 따랐다.



자아표현의 결혼

201년 미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배우자의 가치’라는 용어가 자신들에게 무얼 의미하는지 물어보았다. 대학생들은 양립성, 헌신, 신체적 매력과 같은 극히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말로 제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사람, 제가 최선의 모습이 되도록 돕는 사람이 배우자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고 봅니다. 이 학생이 다름아닌 미켈란젤로 효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아 표현의 시대의 핵심을 찌른다. 대부분은 진정한 혹은 최고의 자아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진정한 혹은 최고의 자아를 이끌어낼 배우자를 찾는다. 결혼이 사랑의 시대에서 자아 표현의 시대로 바뀐 것은 극적이었다.


다섯 가지 난제

- 자아규정, 고슴도치 딜레마, 균형 유지, 성욕, 남성의 심리적 발달과 위축.

자아 표현 시대에 들어서자 사랑의 시대에 나타났던 많은 문제점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혼을 가로막는 몇 가지 새로운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자아규정

1950년, 벤자민 플랭클린은 “세상에는 극도로 얻기 힘들면서도 견고한 세 가지가 있다. 강철, 다이아몬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라고 했다. 그리고 니체는 비슷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 했다.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안단 말인가? 그런 일은 비밀스럽고 신비스럽기 짝이 없다....그런 일은 또한 자기 자신을 파고들며 대담하게, 그러면서도 곧장 존재의 터널 안으로 내려 가는 것으로, 고통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아 표현의 시대에 맞닥뜨리는 도전은 더 엄청나다. 심리학자 댄 맥아담스는 사람들의 일관적인 정체성 형성 노력은 성인 초기에 시작된다고 한다. ‘광범위한 목적, 그리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역동적인 감각을 지닌 성인의 삶’을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정체성 형성의 과정에는 ‘자아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를 다듬고 엮어서 일관적이고 총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이는 ‘자아가 어떤 모습이고 장차 어떻게 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관적인 정체성 형성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일관적인 정체성 형성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성공한다 해도 모두가 진정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삶을 철저히 경험하려는 상당한 노력, 즉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당위성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일관성 있고, 의미 있고, 진정한 정체성 형성에 성공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아가 변하기 때문에 정체성 형성의 도전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진다. 40대나 60대의 내 자신은 20대 시절의 내 자신과는 다르기에, 성인 초기에 혹독한 자아 발견의 항해에 무작정 나설 수 없다.


배우자를 제대로 알고, 배우자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기란 더욱 어렵다. 매슬로 이론을 보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구체성은 떨어지면서도 특이성은 더해진다. 특히 자아실현의 욕구는 “사람에 따라서 크게 다르다.” 그런 이유로 배우자를 제대로 도와주려면 각자 고유한 욕구와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아 표현의 시대에 이런 난제들 때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시키기가 과거보다 더 힘들어졌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동인을 ‘점점 더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자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욕구’라는 측면에서 개념화한다. 구체적인 자아실현의 발현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 자아실현을 향한 진전이 ‘내면의 삶의 깊은 행복과 평온, 풍요로움’을 가져온다는 매슬로의 주장은 타당하다. 이상적인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욕구로 나타날 수 있고, 운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는 그림그리기나 발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진전을 이루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가 상대방이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도록 어떻게 조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한다. 결혼 생활이 자아 표현적인 목표 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배우자는 자신의 자아실현 노력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완벽한 커플

심리적으로 양성의 기질을 가진 개인들은 정서적 지능이 높고, 특히 특정한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 조정에 탁월하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훌륭한 관계 파트너이다. 만약 아내가 자신만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겪는 경험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남편이 배앓이를 하는 갓난아기를 달래기 위해 밤에 깨어 기진맥진한 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날의 남편과 아내는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배려심 모두를 가진, 즉 심리적인 양성화를 보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유사성도 훨씬 커졌다. 결과적으로, 둘은 훨씬 더 깊숙하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건설적으로 갈등을 헤쳐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숨 막히는 결혼과 부부의 딜레마

부부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덜 투자하면서 모든 고차원적 욕구가 충족되기를 기대하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진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결혼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이유를 들면, 결혼 생활을 통해 성취하려는 고차원의 욕구들과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부부 역량 사이의 간극이다. 두 번째 요인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 표현 추구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주장대로 자아 발견과 자아 표현의 추구로 특정되는 삶은 평온한 자기만족으로 특정되는 삶과 는 정반대다. 알랭 드 보통은 “니체가 깨달은 것은 모든 유형의 난관이야말로 성취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환영받아 마땅한 것”이라 했다.


로저스와 니체가 말한 대로 승리의 여정에 시련이 필요하다는 게 옳다면, 자아 표현의 시대에 사는 부부는 주기적으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즉, 안주와 나태함을 부추기는 위험에 놓인 서로를 위로해야 할이지 아니면 갈등과 불안을 유발하는 위험에 빠진 서로를 자극해야 할지 말이다.


호스주는 2012년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당시 남자 친구였던 투섭에게 코치가 되어 달라고 했다. 투섭과 함께한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개인전에서 세 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호스주와 훈련을 함께했던 적이있는 선수 하디는 “투섭의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투섭은 바닥에다 물건을 내던지고, 발로 벽을 차고, 기록이 부진하면 사람들 앞에서 호스주를 질책하며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스주가 투섭을 코치로 두었기기에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수영 선수로 거듭났음을 인정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몸 상태가 더 좋아졌고 자세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의욕이 없었지요. 남편은 지금 당장 내가 완벽하게 해내기를 기대한다. 내가 그만큼 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자 한다면 때로는 온화함보다는 비판이, 편안함보다는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무자비한 천국’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부부의 딜레마가 있다. 사람들은 배우자가 최고가 되도록 돕고자 하는 상황에서 동기여부를 이유로 비판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배려를 이유로 힘이 되는 반응을 보일 것인지, 그리고 한다면 어느 정도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한다.


매슬로의 관찰을 상기시키자면, 저차원의 욕구에 비해 고차원의 욕구 충족에서 ‘더욱 심오한 행복, 평온, 내적 삶의 풍요’를 얻게 된다. 오늘날 미국의 기혼자 중 극히 예외이긴 하나 장기간에 걸쳐 강렬하게 서로 연대하며 성적으로도 관심을 잃지 않는, 깊고도 낭만적인 사랑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매우 강렬하게 사랑한다’고 대답한 경우가 40%로 나타났다.


최상의 결혼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편이 여럿 있지만 그 중 하나를 들자면 매슬로 산에서 잠시 내려오는 것이다. 줄 곧 산 정상에서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적어도 잠시 동안은 정상의 열망을 떨쳐버릴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최상의 결혼 생활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자아 표현의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매슬로 산 정상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융통성 없고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기대에 못 미칠 때에 고통스러운 낭패감을 겪는다는 것이다. 최고의 정점에 부부가 절묘하게 연결되며 즐기는 것도 좋지만, 상황에따라 기대치를 낮출 줄 아는 게 최상의 결혼 생활의 비결이다.


<‘괜찮은 결혼’ 결혼의 양극화에 대한 사회심리학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엘리J 핀켈지음, 허청아 정삼기님 옮김>

* 엘리J 핀켈 : 노스웨스턴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140여 편의 논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