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등산7시간 만에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처남과 함께 정상 인증 샷!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오른 쪽이 필자 임.
정상석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이 지리산에서 발원되다'라고 적혀있다. 여기 올라와서 사방을 둘러보고 생각을 해보니 의미가 와닿는다!! 등산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음식을 받아먹던 개가 정상까지 따라왔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 우리는 법계사로 하산~!
이렇게 보니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어느 산봉우리에 온 것 같다~!
다 자란 나무들이 아쉽게도 고목이 되어 있다~!
맨 상층부에서 바라본 눈 덮인 산모습이다. 사진속의 산의 경사도를 보면 올라가는 계단의 각도를 짐작케한다~!
법계사쪽으로 하산하는 길에서~!
등산 때보다 하산때가 더 미끄럽다. 아이젠과 스틱이 일등 공신!!
간식을 찾고 있는 처남, 겨울철인데도 작은 음료수 2통으로는 부족하다! 부족하면 눈이라도 먹으면 되겠다 싶었지만 눈에 먼지가 많았다. 마침 컵라면 먹을 데운 물이 있어서 갈증을 면했지만 여름철이나 기온이 오른 날에는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할 듯하다. 작은 음료 4통 정도는 되어야 할 듯, 등산시의 물은 일반 음료수가 아니라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올수록 잔설이 쌓여있다. 산 제일 위쪽 봉우리가 제석봉같은 느낌이 든다. 설경은 제석봉과 천왕봉사이가 아름답다고 하였다!
로타리대피소에서 휴식 후 다시 산행을 시작~!!
큰바위가 걸터져 있다!
로타리대피소
대피소에서 짐을 풀어놓고 잠시 쉬면서 눈으로 체온을 식혀봅니다!
망바위앞에서~!
중간 곳곳에 아름다운 바위들이 있다!
산행중에 일출을 맞다!
지도와 같이 중산리탐방지원센터-->현위치-->로타리대피소-->법계사-->천왕봉 코스를 택했다. 거리는 비교적 짧더라도 경사가 가파른 편이다! 이른 새벽도착이 아니라면 샤틀버스(\2,000)를 타고 경상남도 환경교육원쪽으로 가서 로타리대피소로 올라가면 산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눈구경을 원한다면 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쪽을 권하는 편이다.
적설량이나 산행가능여부를 하루 전에 중산리탐방지원센터(T. 055-972-7785)로 문의 하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산행가능할 경우 입산을 새벽4시 부터 하도록 출입문을 개방하여 둔다. 주차장 결재는 하산후 나올 때 카드로 하면 된다!
출발지 1.3Km를 지나오니 로타리대피소 표지가 나온다. 계속 직진!
지리산 종주는 생애 두 번째다. 80년도 초 직장 동료들과 중산리에서 쌍계사코스를 종주한 이후로 40년이 넘었다. 사실 큰 처남이 산행제의를 했을 때 승낙을 했으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40년 전 그 당시만 하여도 다리를 절뚝거리며 부축해서 내려 온 동료가 있었을 정도로 힘든 산행코스였기 때문이다.
겨울 등반은 제주도 한라산이후로 3년 만에 또 다시 뛰어 든 것이다. 당시에도 너무 힘이 들어 두 번 다시 높은 산 겨울 등반만은 안 한다고 내심 다짐을 했건만,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과거는 쉽게 망각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시기지만 큰 처남도 같은 경험을 했다. 큰 처남은 영실 쪽에서 눈 덮인 한라산을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맨 처음 처남과 같이 등반한 곳은 설악산이었다. 그 때도 오색코스로 출발하여 힘들게 대청봉을 올랐다. 산행을 미리 꼼꼼히 계획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결행한 일들이다. 이번 시기를 포함하여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산행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세상천지에 멀리 떨어진 처남매제와 동반 산행이 흔한 일이던가!
누구나 눈 덮인 아름다운 겨울 산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해발 1,915미터, 산행 길 11 여키로 미터를 걸어야 하는 산이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무릎관절도 예전과 달라 약국 몇 군데를 돌며 무릎 보호대를 샀다. 랜턴, 여벌 옷, 스틱, 물, 간식과 아이젠 등 필수품도 준비를 했다.
두 사람 다 차로 치면, 연식은 55년 식, 67년 굴린 노후차량이다. 겨울철 잔설이 깔린 가파른 산행길에 장시간 운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안하다. 중간에 고장 나서 견인되지 않도록 안전운행 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다. 그래서 힘들면 서로 콜 하자고 출발 전 몇 번 다짐을 했다.
포항에 사는 처남은 전날 미리와서 우리집에서 잤다. 하루 밤 몇 번씩 깨는 우리들 나이에 먼 길을 떠난다니 잠이 더 오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선잠을 자고 새벽 3시 반에 불을 켜서 주섬주섬 옷가지와 배낭을 챙기고 나설 채비를 하였다. 까칠한 입맛에 밥숟갈 몇 번 뜨고 잔뜩 걱정하는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중산리로 차를 몰았다. 어둑한 7시 경 중산리탐방지원소에서 두 손 부딪히며 파이팅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사실 산행 전에는 겨울 산행의 꽃인 눈 덮은 풍광에 욕심을 냈었다. 5일 전에 많이 내린 잔설을 나름 많이 기대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아름다운 지리산의 눈 덮인 장면을 찍으며 감상하고 싶었다. 지리산하면 천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눈 덮인 고목과 너울처럼 펼쳐지는 준령들이 떠오르지 않던가. 처남은 한라산 영실 같은 풍광을, 나 역시 화려한 설산을 꿈꾸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행 전 양일간 기온이 오르면서 상층부를 제외하고는 눈이 거의 다 녹아버렸다.
상황을 파악하고부터 황홀한 설산까지 꿈꿨던 교만한 생각을 이내 내려놓았다. 중간 길목에 놓여진 ‘심장마비 조심, 천천히 오르기’라는 푯말과 나이든 우리의 몸 상태를 고려해봤을 때 현실적인 생각이 퍼뜩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각오를 새롭게 하였다.
거대한 산은 가혹하리만치 인간을 시험한다. 연초 등반한 산행전기에 따르면, 너무 추워서 정상까지 오를 때까지 땀 한 방울 나지 않았고 칼바람 맞으며 눈 속 미끄럼과 맞서면서 무려 15시간을 사투했다고 하였다. 그런 산행을 연상해보면 이내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그런 악조건에 몸 담그지 않았으면서 찬란한 풍광만을 꿈꾸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다. 대신 기온이 올라가 등반하기 좋았고 ‘미세먼지 나쁨’ 기상 소식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저 옅은 안개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상층부는 눈이 남아있고 쾌적한 날씨까지 더해져 오히려 행복한 등반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부터 되레 축하받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이에 큰 처남은 자기는 이제껏 행운을 타고 난 사람이라며 날씨마저 도와준다며 연신 자화자찬을 하였다. 문제는 나의 기본 체력이었다!
법계사를 지나 올라갈수록 경사가 더 가파르고 길도 미끄러워서 몸이 너무 힘들었다. 찬 기운에 흘러내리는 콧물과 땀이 뒤범벅이 되었다. 십여 발작 발길을 옮길 때마다 계단 난간에 양팔을 걸쳐 얼굴을 파묻고 가쁜 숨을 내몰아 쉬었다. 그 순간에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흘러내리는 땀방울만 의식에 자극을 줄 뿐이었다. 머리 속에는 하얀 눈처럼 아무런 영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가 곁에서 보면 영락없는 위급환자다. 그렇게 휴식과 숨고르기를 반복하면서 산행속도를 최대한 늦추어 몸 컨디션을 조절해나갔다.
오전 9시 경에는 영하4도였는데 한낮 기온과 체온이 상승하여 겨울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높은 고도에서 불어오는 냉기로 체온을 적절히 조절해가면서 최적의 산행조건을 만들어 가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휴식을 반복하면서 체온 조절을 해야 했다.
정상 350여미터를 남겨두고 나는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서 걷기가 힘들었다. 펴려고 하면 할수록 다리가 오그려 들었다. 그렇게 오그려 든 다리는 통증과 함께 펼 수가 없었다. “다 와서 포기 한단 말인가!” 자문하며 순간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앞서 가는 처남을 보고 먼저 가라는 수신호를 보냈지만 내용을 모르는 처남은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부터는 더 가파른 경사지인지라 칠팔 미터 정도 걸을 때마다 계속 쉬어 주었다. 다리에 지속되던 압박과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굳은 근육도 풀리기 시작하였다. 지리산은 마지막 400미터 정상부가 가장 힘들다. 페이스 조절하지 않고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다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여름철 기온이 올랐을 때는 심장에 무리가 더 갈 것이다.
지리산은 돌,나무계단의 폭이 다른데 비해 좀 큰 편이다. 특히 무릎관절 손상예방에 신경을 쓰야 한다. 정상부 400미터 잔설구간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으로 지탱하면서 걸었다. 다행히 나의 늦은 보폭에 보조를 잘 맞춰 준 처남 덕분에 사고 없이 성공적인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건강한 산악인에 비해 두어 시간은 더 걸린 듯하다. 물론 나 때문이다. 이렇게 서둘지 않고 느리게 등산하는데 7시간, 하산하는 데 4 시간, 모두 11시간이 걸렸다.(중산리탐방지원소-->로타리대피소-->법계사-->천왕봉 코스,하산 동일)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우리 정도의 페이스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하산 시간을 고려하여 반드시 일찍 출발을 하여야 한다. 다 내려와서도, 하산 끝자락에 지쳐서 걷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 있던 부부 한쌍과 뒤늦게 올라간 사람들 몇 명이 영 마음에 걸렸다. 부부는 배낭도 없이 손에는 물과 랜턴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산을 하였는지 귀가 할 때까지 불길한 여운이 맴돌았다.
이번 산행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감회가 새롭다. 산행제의와 배려를 해준 처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힘들수록 예민해지는 법인데 가다가 수시로 멈춰 주면서 끝까지 정상까지 밟게 해주었으니 지리산 다음으로 감사해야 할 분이다. 그리고 등반 초반부터 왁자지껄 어리광 꼰대티를 내며 산행소식을 실시간으로 카톡에 올려 큰 소란을 피웠다. 그래도 너그럽게 댓글을 달아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친인척 가족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11시간의 긴 침묵의 산행시간을 이렇게 글로써 길게 토해냈는데 끝까지 따라와서 읽어 보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만은 의미있는 과정이었기에 다 토해내고 싶었다!
산에서 침묵을 배운다. 누군가 인간의 정신은 침묵의 드넓은 평원위에 걸린 하늘과도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위로 올라 갈수록 사계절 내내 푸른 옷을 걸치던 구상 목들이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높은 산골 비바람이 세차서 옷이 다 헤진 모양이다. 몸부림치며 아무리 옷을 걸쳐 봐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거친 세파에 시달리는 인간사와 같구나!
이곳은 여러 종류의 산새도 지저귀지 않는다. 다만 등산객에게 먹이를 얻기 위해 미소 짓는 까마귀들만 보인다. 상층부 등산로의 돌들은 눈과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들러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돌들이 단단히 박혀 있어 굴러 떨어질 염려는 없지만 미끄러질까봐 조심히 걸어야 한다. 산천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하고 장엄하다. 눈앞에는 하얀 잔설만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만 펼쳐진다.
형형색색 그려진 지상의 캔버스에 겨울이면
찬바람과 함께 순백의 물감까지 뿌려 놓는다.
봄여름가을은 온갖 색동옷들을 걸쳐 멋을 부리다가
겨울만은 순백의 옷을 갈아입고 엄숙한 침묵에 잠긴다.
일 년을 쉼 없이 부지런히 움직인 인간들에게
침묵의 진리를 일깨워 주는 배움터를 내어 준다.
머리 어깨 위 걸터앉아 삼라만상을 보게 하고
긴 호흡하며 호연지기를 펼치게 흔쾌히 등을 내민다.
그대의 침묵이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름 다짐과 침묵을 통해 진리를 본받게 해준다.
말하는 인간이전에 태고 적부터 위대한 스승이었으며
초대하지 않아도 스스로 땀 흘리며 거룩한 방문을 한다.
계절을 통한 침묵 리듬에 따라 우리를 행복하게 하며
침묵 속 참 된 진리를 배우기 위해 또 찾게 한다.
우뚝 솟아 오른 산이여! 높고 푸른 하늘이여!
거룩하고 위대한 스승이여! <중산>
찬 겨울 침묵 속에서 만물은 깊은 겨울잠을 자면서 따스한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소중한 일상이 매몰되어 다들 힘들어 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듯, 우리에게도 밝고 희망찬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기운을 냅시다.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에게는 지리산의 정기와 저의 모든 기운을 드리겠습니다. 야~아~앗!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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