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느린 것이 아름답다!

[중산] 2022. 4. 20. 09:29

느린 것이 아름답다 : 여유로움

 

가난한 생활을 감내하며

화로에 불을 지피고

                    차의 깊은 맛을 음미한다  - 마츠오 바쇼

 

 

자명종이 울리면 당신은 침대에서 뛰어 나온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고 바쁘게 흘러간다. 간단한 샤워 후, 아이들을 깨워서 늦지 않게 재촉하며 아침까지 먹여서는 버스에 태워 보낸다. 커피 한잔을 내리고, 시리얼 한 그릇을 해치우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혹시나 빠른 차선이 있을까 이리 저리 차선 변경을 바쁜 사이, 라디오 디제이는 악을 쓰고 시간을 중계한다.

 

출근 15분전, 직장에 다와서는 건물로 튀어 들어가고 계단을 세 개씩 건너뛰어 가면서 아슬아슬하게 사무실 입성에 성공한다.

나는 1960년대에(내가 어렸을 때) 미래에는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고민거리가 될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놀라운 발명들 덕분에 친구, 가족, 오락 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을 거라고 했었다.

 

실제로 컴퓨터, 특급배송서비스, 휴대폰, 전자레인지, 인터넷 등 시간을 비약적으로 절약해주는 혁신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삶은 오히려 30년 전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준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왠지 계속해서 우리가 가속을 붙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을 제때에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불안감이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그렇듯이, 나도 항상 모든 일에 속도감 있게 대처한다. 잡담하며 노닥거리거나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심지어 클럽에서 늘어지는 음악이 나오는 것도 못견뎌한다.

 

내가 빨리 움직일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인생에서 더 많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것은 나에게 항상 너무나 명확했다. 그러다가 나의 하루하루가 마치 버텨내기 올림픽 결선 같이 느껴지는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매일이 마라톤 같았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가족에게도 시간을 내야하고, 그렇게 여기 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와중에, 나는 지금까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감정이든 음미하기는커녕 인지할 여유도 없는 형편에 도대체 무슨 사는 낙이 있는 건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속도감 넘치는 일상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목을 조르는 긴장이 가득한 삶은 그 속도감이 주는 지극 외에 어떤 만족감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공적인 장으로 끌어내기에 이 문제는 아직 애매한 면이 있었다. 현대라는 시대를 바로 직면하지 못하고 사는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이며 <과로하는 미국인들>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줄리엣 쇼어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돈을 내놓고 대신 시간을 버는 방식의 삶을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미국사회에서 주도적인 경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통제할 수 없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는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한다. 매사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 능사라고 대처하는 형편에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삶의 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이다”라고 쇼어는 말한다.

 

저명한 독일 환경학자 볼프강 삭스는 독일 고속도로에 100킬로미터 제한속도를 두고, 고속철도에 중간지점을 더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또한 지역경제 및 지역 문화를 활성화해서 사람들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든 속도를 높이고 추월하고자 하는 사회는 절대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천천히 서두르는 법

그러나 세상의 속도를 늦추었을 때 감수해야 할 그 엄청난 뒷감당을 생각한다면 감히 엄두나 낼 수 있을까? 세상은 가속라인을 타고 150년 동안이나 계속 돌진을 거듭했다.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 전체가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암스테르담은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전거조차도 빠르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냈다. 단지 몇 분 동안만 좁은 거리를 거닐어도 거의 모든 종류의 상점들과 식당, 나이트클럽, 공원, 광장, 은행, 극장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그 정도의 쇼핑거리와 오락거리가 모여 있는 곳은 대부분의 미국 도시에서라면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차로 이동해야만 만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은 느리게 이동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혹시 일이나 육아 때문에 힘든 경우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텔레비전을 끄고 동네 산책을 나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생활비 규모를 줄이고, 토요일에는 쇼핑을 다니는 대신 낚시나 텃밭 가꾸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정표에서 명상이나 기도 또는 그저 몽상을 하며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놓을 수 도 있다. 그저 과욕을 부리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충분한 여유가 없을 때 굳이 서점을 들를 시간을 짜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나만의 “느린 것이 아름답다“혁명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부엌에서부터였다. 바쁜 일정을 줄여서 제대로 요리하고, 또 그 요리를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심지어 식사 후 치우는 과정도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 번 체험하는 알찬 수업의 연장선이 되었다. 우리 집 식기세척기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시간이 더 걸리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나 블루스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설겆이가 고역스런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마음을 비우고 여유로움을 되찾는 시간이 된 것이다. - 제이 월제스퍼 : 공동체 활성화, 여행, 그 밖의 현안들을 주제로 집필 및 강연을 한다. 잡지사 편집자.

 

 

자연에 귀의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그 외의 진지한 독자들 모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니어링 부부의 저서인<Living the good life>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부부가 하루의 일과를 시간을 활용하는데 용이하도록 조심스럽게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초기 생활 기록을 보면, 니어링 부부는 반나절은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데 투자하고, 반나절은 자아실현(저술활동 및 일광욕, 작곡활동 등)을 위해 투자하는 삶의 본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점차 그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그에 따라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니어링 부부 또한 시간과 분투해야만 했다. 그들은 저작물을 출간하고, 텃밭을 일구면서 늘어만 가는 방문객들을 맞이해야만 했다.

 

 

가정생활

과도한 업무의 문제는 미국인들의 가정생활과 건강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와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 바빠서이기도 하다. 피아노 교습이니, 축구훈련에다, 학교 신문부 모임 등이 아이들의 시간을 온통 점거해 놓아서 아이들이 집에 있을 시간이 없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일정표를 팔에 끼고 다니는 생활에 내몰리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도 우리 문화 전반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 이상 동네 숲을 휘젓고 다닐 수 없는 아이는 ‘자연결핍장애“의 위험에 노출 될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자기에 맞게 창조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이 결여될 수 있다.

 

건강

반복성 피로 장애, 수면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비만, 운동부족, 불안, 우울 등은 개인적으로 모두 매우 위험한 증상들일 뿐 아니라, 당뇨, 심장병, 암 등을 불러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질병들이 과로를 부르는 문화와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 수잔 슈와커트 박사는 단순한 노동시간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레베카 니일굴드 : 미들베리 칼리지에서 종교와 환경연구 조교수로 재직.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 P 320 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세실 앤드류스,완다 우르반스카 엮음, 오후의 책 출판>

 

라일락
냇가에 비친 봄
모과나무꽃
양산 황산공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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