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첫눈에 반한 사랑!

[중산] 2022. 4. 12. 05:07

첫 마음

 -정채봉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새해 첫날 읽기에 딱이다. 초심의 초(初)는 ‘옷 의(衣)와 가위 도(刀)’가 합친 것이니 옷을 만드는 시초다.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의미가 여기에서 나왔다. 초심을 잊지 않으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의 고사가 시선 이백의 경험에서 나온 게 재미있다.

 

모과나무 꽃

 

첫날밤

 

- 그녀는 아주 벗고 있었네.

버릇없는 커다란 나무들은 창가에

기웃거리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네.

짖궂게도,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커다란 내 의자에 반나체로

앉은 그녀, 팔짱을 끼고,

마루 위의 가느다란, 아주 가느다란

두 발은 기쁨으로 전율하네.

 

밀랍 빛이 되어 나는 보았네.

덤불 속 작은 햇살이

그녀의 미소 속에서, 가슴 위에서

팔락거리는 것을 - 장미나무에 앉은 파리처럼.

 

-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에 나는 키스를 했네.

그녀는 맑은 트릴 음으로

부드럽고 꾸밈없이 웃었네.

예쁜 크리스탈 미소.

 

슈미즈 아래로 그녀의 작은 발이

달아났네. “그만 좀 해요!”

- 첫 대담함이 허락되자

웃음으로 벌을 주는 체했네.

 

- 내 입술 아래 꿈틀거리는 가여운

그녀의 눈에 나는 부드럽게 입 맞췄네.

- 그녀는 깜찍스런 머리를 뒤로 젖히네.

“오, 더 좋은데요!”

“그녀에게 할 말이 있어요.”

- 나는 그녀 가슴에 나머지를 쏟아 부었네.

간절히 원하던 행복한 웃음으로

그녀를 웃게 한 입맞춤 속에서∙∙∙∙,

 

- 그녀는 아주 벗고 있었네.

버릇없는 커다란 나무들은 창가에

기웃거리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네.

짖궂게도,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시를 놓고 살았다'//'교양수업365’에서 극히 일부 발췌,고두현시인 지음,쌤앤파커스출판//데이비드S키더∙오펜하임지음, 위즈덤하우스출판>

 

박태기 꽃

 

첫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갑작스러운 열정이 둘을 맺어주었다고

두 남녀는 확신한다.

그런 확신은 분명 아름답지만,

불신은 더욱더 아름다운 법이다.

 

예전에 서로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전에 스쳐 지날 수도 있었던

그때 그 거리나 계단, 복도는 어쩌란 말인가?(중략)

 

누군가 손대기 전에

이미 누군가가 만졌던

문고리와 손잡이가 있었다.

수화물 보관소엔 여행 가방들이 서로 나란히 놓여 있다.

어느 날밤, 깨자마자 희미해져버리는

똑 같은 꿈을 꾸다가 눈을 뜬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모든 시작은

단지 ‘계속’의 연장일 뿐,

사건이 기록된 책은

언제나 중간부터 펼쳐져 있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에서 발췌,박광수 엮음,걷는나무 출판>

 

 

기장 병산지

 

첫사랑

 -괴테

 

아,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첫사랑의 날을.

 

아,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 줄 것이냐,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한다.

 

아,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줄까,

그 즐거웠던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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