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희망을 안고 나는 내 방의
모든 구석마다에서 그녀*를 찾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 집은 작아서, 이 집에서 한번
사라진 것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님이여, 당신의 저택은 무한히 넓습니다.
그녀를 찾다가 나는 당신의 문 앞까지 왔습니다.
당신의 저녁 하늘이 만든 황금빛 지붕 아래 서서,
나는 간절한 눈을 들어 당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나는 지금 영원의 가장자리에 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희망도, 행복도, 눈물에 젖어 바라보던 얼굴 모습도.
공허한 내 삶을 저 대양 속에 잠기게 하소서.
그 가장 깊은 곳의 충만함 속에 나를 가라앉게 하소서.
떠나 버린 감미로운 손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이 완전한 우주 안에서 느끼게 하소서.
- <기탄잘리 87>
* 아내 '므리날리나'를 가리킨다. 타고르와 결혼 후 2남 3녀를 낳고 2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기탄잘리’에서 일부 발췌,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지음, 류시화님 옮김, 무소의뿔 출판>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듯으로,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타고르는 오늘날까지도 간디와 더불어 인도의 국부로 존경받고 있으며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롤랑 등 서양문인들뿐 아니라 아인슈타인과도 교류하였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에게 동양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몸은 약 37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세포들은 계속해서 탄생하고 죽습니다. 단순히 물질적 차원에서도 우리는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닙니다. 표피 세포는 약4주에 한 번씩 완전히 재생되고, 적혈구는 4개월마다 재생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떠올려 봐도 그렇지요.
심리적 차원에서도 항상 일관되며 단일한 자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자신을 변화무쌍한 다발로 인식하지 않고 고정 불변하는 단 하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인간의 정신에는 다양한 욕망들이 존재하며 여러 개의 자아가 깃들어 있습니다.
사상가이자 생물철학의 선구자인 데닛이 확언한 바와 같이, 자아는 서사적 중력의 중심입니다. 자아는 “행동, 말, 갈망, 불평, 약속 등 그저 매우 복잡한 집합체로 남아 었었을 것에 단일성과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정된 허구”입니다.
자아는 자신에게 말을 하는 행위 덕분에 우리 기억의 요소들을 끌어 모으는 통합하는 힘을 가진 가상의 인물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입과 성대가 아니라 자아가 한 것입니다. 자아는 자신의 몸과 말, 생각으로 하는 모든 것에 책임이 있습니다.
비록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내가 평소 같지 않았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라고 둘러대더라도 말이지요. 우리 내면속에는 여러 개의 자아가 서로 부딪히며 모순된 욕망들이 혼재합니다. 그들은 결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대개는 제대로 알지조차 못하죠.
러시아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우스펜스키는 인간은 하나의 독자적인 큰 자아가 아니라, 거의 항상 서로 단절되어 있는 끝없이 다양한 작은 자아들을 갖고 있다고 설명 했습니다.
각각의 자아는 자신이 ‘전체’, 즉 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유일한 개인 그 자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각 자아는 약속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다른 자아 또는 ‘전체’가 해야 하는 일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스펜스키는 사람들이 거의 지키지도 않는 결정을 자주 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삶은 빛난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안드레아 콜라메디치, 마우라 간치타노 지음, 최보민님 옮김, 시프출판>
* 안드레아 콜라메디치, 마우라 간치타노 : 이탈리아 철학자, 고대 철학자 아카데미를 만들어 일반인들이 더 친근하게 철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당신은 신이 아니다>, <착한 소녀에서 벗어 나세요>, <성과 사회>, <새로운 신들의 새벽> 등 철학 에세이가 있으며, 2021년에 펴낸 <모든 삶은 빛난다>는 출간 즉시 아마존 이탈리아 인문 부문 베스트 셀러1위에 올랐다.
이상적인 여인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결코 행복해하는 법이 없다.
완벽한 상대를 찾지 못해 불만족스럽다보다는, 설사 완벽한 상대를 찾더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문제다. 이유는 행복을 누릴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과거 경력을 살펴보면 격정적인 연인관계를 맺은 적이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오래 가는 법이 없다. 이들은 끊임없이 상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상대가 지닌 개성이나 아름다움을 보기보다는 자기만의 생각에 갇힌 채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른다. 따라서 사랑의 관계가 무르익기도 전에 파괴되어 버린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상대방에게 도달할 수 없는 완벽을 강요하는 일종의 폐쇄적 사디스트라고 할 수 있다.
1806년 프로이센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프로이센 왕자 아우구스트는 나폴레옹에게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나폴레옹은 그를 감금하는 대신 프랑스 지역을 돌아다니도록 허락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의 몸은 아니었다. 어딜 가나 첩자들이 그를 감시했다.
왕자는 쾌락을 쫓아 이 마을 저 마을 옮겨 다니며 젊은 여자들을 유혹했다. 스물네 살의 잘생긴 청년 아우구스트는 프랑스의 최고 미인으로 손꼽히는 서른 살의 레카미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특히 무도회장에 나타나 이브닝 캡을 벗고 속살이 살짝 비치는 하얀 드레스 차림으로 자유분망하게 춤추는 모습을 보면 남자들은 애간장이 녹지 않을 수 없었다. 나폴레옹 동생 보나파르트도 그녀 때문에 한동안 열병을 앓았다.
그녀는 소문대로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 슬픔을 띤 눈빛과 더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거룩해 보이는 표정은 그녀의 미모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다. 왕자 아우구스트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는 줄곧 그녀를 주시했다.
그녀는 눈을 아래로 내려 깐 채 별로 말이 없었지만, 한두 번 눈을 들어 왕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손님들이 화랑으로 모여들자 누군가가 하프를 가져왔다. 곧이어 레카미에 부인이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천사 같은 목소리와 장난기 어린 눈빛, 활기 넘치는 얼굴 표정이 그의 이성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무도회에서 그는 마침내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어쩌면 저리도 정숙하고 우아해 보일까 싶으면, 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만지면서 경박한 농담을 던지곤 했다.
2주후 유럽에서 최고의 남편감으로 정평 나 있던 왕자는 그동안 자유분망한 습관을 모두 잊은 채 레카미 부인에게 청혼하기에 이르렀다. 왕자는 가족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서둘러 프로이센으로 떠났고, 레카미에 부인은 전 남편과 혼인 무효 선언을 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갔다.
그사이 아우구스트는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를 보내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기다림에 지친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마침내 그녀로부터 마음이 바뀌었다는 편지가 날아들었다.
<해설> 레카미에 부인의 유혹에 넘어간 희생자들의 면면은 더욱 화려했다. 그 가운데 메테르니히 공, 웰링턴 공작, 작가 콩스탕과 샤토브리앙도 있었다. 이들에게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욱 강하게 옥죄어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그녀가 가진 힘의 원천은 이중성이었다.
우선 그녀는 뭇 남성들을 사로잡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때 묻지 않는 순수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얼굴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며 남자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그 뒤에 숨어 있던 제2의 성격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인상과는 딴판으로 경박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정신 나간 여자처럼 춤을 추었고, 또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명랑해졌다. 이 모든 게 남자들은 경계심을 허물어뜨렸다. 그녀에게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사람을 끄는 복잡 미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와 헤어져 혼자 있을 때면, 남자들은 그녀의 상반된 모습 때문에 고민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애가 타들어갔지만, 레카미에 부인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때로 그녀는 요염하기 그지없는 악녀처럼 보였고, 때로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여신처럼 보였다. 그녀는 남자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둠으로써 더욱 신비감을 조장했다. 그녀는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 효과를 내는 데에도 가히 천재였다.
유혹을 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자신의 이미지로 가득 채워야 한다. 상대가 깊이 빠져들게 하려면 1~2주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매력을 풍겨야 한다. 다시 말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같은 존재, 저항할 수 없는 미끼와 같은 존재, 그래서 손에 넣기만 하면 엄청난 쾌락을 선사할 것 같은 존재로 비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일단 환상을 품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이미 유혹의 내리막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행여 나중에 유혹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도저히 멈출 수 없다.
☞ 모든 유혹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먼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 목표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행동을 세워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똑 같이 중요하다. 자신의 성격이나 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유혹의 전략을 세울 경우에는 유치한 아첨을 하거나 속임수를 쓴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반대로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매력만 믿고 밀어붙일 경우에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
<‘유혹의 기술‘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 로버트 그린 : 캘리포니아대학과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권력의 법칙>,<전쟁의 기술>,<유혹의 기술> 저서로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에게 인생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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