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삶이란 원래
자잘한 걸
삶이란 처음부터
일상적인 걸
촉촉한 손을 내밀어
꼭 잡아주면
이렇게 행복인 걸
세 잎이면 어떻고
네 잎이면 어떠리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 끝에 오는 슬픔도
같이하면서 함께 일어선다
옹기종기
- 김윤현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몇 가지 희망, 죽은 이들.
- 에밀리 디킨슨 시 1515에서 (코코넛 케이크 레시피 뒷면에 남은 시)
내게는 증오할 시간이 없었다 -
곧 죽음이 방해할 것이기에 -
남은 생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중오를 - 멈출 수 있었다 -
내게는 사랑할 시간도 없었다 -
하지만
노력을 해야만 사랑이 가능했다 -
사랑을 위해 조금 애쓰는 것도 -
내게는
버겁게 느껴졌다 -
- 시 478
* 디킨슨은 집 밖을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시를 통해 천국까지도 다녀오지만, 그녀의 시는 주로 자신의 정원, 집 근처 숲과 초원에서 시작 된다!
루이지에나에서 나는 한 그루의
참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았네.
나무는 홀로 서 있고
가지에는 이끼가 드리웠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무는
신이 난 짙푸른 나뭇잎과 수다를
떨며 자란다네.
거만하고 고집스럽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
어떻게 친구도 없이 그곳에 홀로 서서
신이 난 나뭇잎과 수다를
떠는지 궁금하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거늘.
- 윌트 휘트먼
말년에 휘트먼은 그를 지지하고 그가 영광을 누리기만을 바랐던 여성의 청혼을 두 번 거절했다. 두 시인은 결혼으로 귀결되는 평범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이상적인 욕망을 지향하며 글을 쓰는 쪽을 선택했다.
휘트먼은 디킨슨과를 달리 고향인 롱아일랜드를 떠나 드넓은 서부까지 이리저리 대륙을 돌아다녔다. 휘트먼은 에머슨을 통해 신이 저 멀리 금빛 구름 한가운데 화려한 광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나무에 인간의 마음 구석구석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안식일을 지켜 교회에 간다.
나도 안식일을 지킨다. 집에 머물면서.
성가대 대신 쌀먹이 새와
예배당 대신 과수원에서.
- 시 236에서
휘트먼은 친구도 없이 혼자 서서 즐거운 풀잎과 수다를 떨었다. 휘트먼과 디킨슨은 독신이었고, 독신생활은 상상력의 매개체였다. 그들은 성별을 초월했다. 양성의 특징을 모두 지녔기에 독신자로 사는 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휘트먼은 말수가 많고 감정이 풍부하며 ‘여성스러운’문체로 글을 썼다. 디킨슨은 벌목 군처럼 대담하고 쉽게 글을 썼다. 결혼은 했지만 독신으로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위대한 인물은 양성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두 가지 특성이 융합될 때 정신이 충만해지고 재능이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기만 하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
양성적 특징을 지닌 사람은 울림이 깊고 흡수가 빠르며, 선천적으로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진심을 다한다.” 휘트먼은 독신으로 사는 것을 외로움이 고독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의 삶과 작품은 타인과의 이상적인 결합에서 벗어나 고독을 온전히 수용하고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인간과 모든 사물의 결합을 발견하여 천천히 자아를 통합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고독의 창조적 기쁨’-지독히 혼자가 되다(휘트먼, 디킨슨)‘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팬턴 존슨지음, 김은영님 옮김, 카멜북스출판> * 팬턴 존슨 : 창의적인 논픽션과 소설을 쓰는 작가. 미 정부의 문학상인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다. 일곱 번째 저서인 <고독의 창조적 기쁨>은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자의 선택’도서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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