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도덕적 개인주의자!

[중산] 2024. 12. 27. 21:46

제주 형제섬 일출 장면

 

 

무리가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하고 지성에 어둠이 드리워지면 …

대문 안으로 들어가 날씨나 살피는 것이 낫다.

- 프리드리히 니체

 

법을 파괴하고 살아남는 것, 여기선 이것만이 전부이다.

- 조지 오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조금 긴 글이지만 찬찬히 정독하시면 마음에 큰 양식으로 쌓일 것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관념을 만들어 내고 그 관념을 지키려 한다. 우리는 또한 이 세상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에 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데도 자신이 지닌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도덕 개념은 어떤 형식으로든 인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모든 민족과 문화에 깃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속한 문화 집단의 가치를 다른 집단의 그것보다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민족중심주의의 기본 특징은 자기 민족의 문화를 과대평가하고 종종 아무런 근거 없이 다른 문화를 깎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로 우리는 타인과 다르며 ‘이방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광신적인 지도자의 설교에 힘을 얻은 사람들이 그들의 믿음에 근거하여 특정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가한 잔학한 행동의 예는 셀 수도, 셀 필요도 없이 많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의 일생을 광신으로 몰아가는지는 여기서 논의하지 않겠다. 단지 심리학과 행동학이 일러준 대로 인간은 왜곡을 잘하는 동물이며 온갖 종류의 독단과 이론에 쉽게 현혹되며 자신이 속한 무리와 결탁하여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새로운 적을 만들어 내는 성향이 뿌리 깊다.

 

이러한 극단적인 광신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철학자 중 위대한 선각자이며 서양철학의 빛나는 별인 볼테르(1694~1778)가 있다.

 

볼테르는 위험한 몰상식으로 치달을 수 있는 인간이 우리 중에 얼마나 많은지 간파했으며 이러한 성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꿰뚫어 보았다.

 

(나는)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미워하며 고발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칼에 찔려 죽거나 교수형을 당하거나 바퀴에 치여 죽거나 화형에 처해지는 것을 본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토록 잔인한 시대에 만약 현자가 살아 있다면 그는 오지에 가서 살다가죽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이성에 기반을 둔, 더 나은 미래를 확신했고 스스로 실천을 통해 널리 알려진 관용과 휴머니즘의 선구자로 살았던 볼테르가 한 말이라고 하나 나는 그가 상당히 체념적인 어조로 말했다고 생각한다.

 

몇 세기가 지나도 사람들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소한 이유로 서로 헐뜯고 미워하며 고발하는 것을 볼 때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된 것은 한 번도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정치나 종교 지도자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내맡겨왔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나의 해답이 인류가 사고해온 역사의 깊은 곳에서 비롯된 추상적, 도덕철학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나는 개인주의를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도덕적 개인주의의 옹호자로서 집단적 가치 때문에 개인이 희생당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

 

자신의 달팽이집에 살기

우리는 달팽이집이란 표현에서 보호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은둔은 상황에 따라 부정적 의미를 띠기도 한다. 그보다 나는 자신만의 정신적 달팽이집을 구축하여 이 세계에 재앙을 불러오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종교적 열광과 온갖 종류의 광신에 맞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자신만의 달팽이집에서 사는 것은 이로움이 많다. 나는 여기서 갈수록 정도가 지나쳐 사람을 어르고 달래며 바보로 만드는 멀티미디어와 황색 언론의 행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라고 해봤자 누가 이혼을 했다거나 억만장자의 딸이 갑작스런 재정 위기에 처했다는 등 말 그대로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 가십거리뿐이다.

 

대중 매체와 결탁한 정치는 위험하다. 이런 정치는 이른바 우월한 사람들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찬양이나 해대는 미성숙하고 머리가 텅 빈 바보나 양성할 뿐이다.

 

게다가 많은 정치가가 대중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국민과 가까움’을 스스로 원한다. 물론 국민이 그들에 의해 ‘투표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달팽이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허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 시중의 뉴스거리를 필요로 한다. 겨울 휴양지 티롤지방을 찾은 독일 관광객에 대해 라파엘 레네는 두려움이라는 정신현상과 연결 지어 설명한 적이 있다.

 

티롤 지방을 찾은 관광객은 한껏 들떠 있었는데 이는 그들이 누리는 즐거운 휴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흥분한 진짜 이유는 네덜란드의 왕실 가족을 비롯해 여러 나라 왕실 사람이 겨울 휴가를 보내는 곳일 뿐만 아니라 유명 축구선수나 배우도 종종 찾아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레네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집을 떠나 대중의 우상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스키를 타는 것만큼이나 즐거워진다. 마치 자신도 특별한 존재가 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자아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은 일종의 자유의 느낌과도 같다 …. 이러한 자유로움은 자신의 일에서 해방되었다기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직장상사나 책임감, 굴욕감에서 해방이며 어떤 경우에는 결혼생활의 굴레에서의 해방감이기도하다.

 

‘고삐 풀린’ 휴가객은 집에서는 감히 내뱉지 못하던 괴성을 지를 수도 있다. 이성을 유혹하거나 어슬렁거리며 거리낌 없이 돈을 쓰기도 한다. 이것이 그들의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천국인 것이다.“

 

위의 휴가객과 같은 사람은 대체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휴가기간이나마 마음껏 즐기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도덕적 개인주의

이기주의자란 당연히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표현은 사실 욕에 가까우며 다른 사람을 착취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사람을 이기주의자라고 부른다.

 

우리는 자라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사실 삶의 기본 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여러 동물의 행동 전략은 모든 생물이 어떤 종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개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동물에게나 인간에게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사회적 삶 속에서도 개체의 이익이라는 목적이 뚜렷하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것에서 물러나기를 요구하는 ‘금욕주의자’의 도덕을 준수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건전한 도덕적 개인주의자는 자유를 옹호, 지지하는 관점과 완전히 부합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 도덕적 개인주의자는 개인적 이익을 중요시하며 다른 사람도 그 자신의 이익을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 그는 자신만의 개인적 삶의 방식을 따르며 ‘자아발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회에 통용되는 법을 따른다. 하지만 통념을 따르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할 줄 안다.

 

- 그는 개인적인 삶의 목적에 충실하며 하찮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데, 작은 모욕을 받고 분노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위협하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도덕적 개인주의자는 전혀 반사회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회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고매하다’는 가치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일이 결코 없으며 특히 정치적, 종교적 선동에도 흔들림이 없다.

 

절대적 의무와 가치에 매달리는 도덕적 절대주의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진부하기 짝이 없다. 사람은 모두 각각의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하며 도덕적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오늘의 현실이 보여주듯이 그 속에 사는 구성원은 모두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각각의 문화가 특정한 ‘도덕’체계로 각기 다른 세계에서 하나의 섬처럼 서로 고립되어 존재한다면 사실 문제될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문화가 특정한 상황에서 만날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도덕적 개인주의와 윤리적 이기주의

<죄와 벌>을 읽은 독자라면 사람을 둘씩이나 죽인 살인범 라스콜리니프가 용기 있는 사람으로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사악한 인물의 전형이며, 만약 우리 인간이 비겁해서 라스콜니코프와 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건진 셈이며 이 때문에 쓸모없는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

 

인간의 역사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인성이 뿌리내리고 그 사회의 구성원이 그 인성을 예찬해왔다. 의무감이나 책임감, 대담함, 진실에 대한 사랑이나 금욕 따위가 이러한 인성에 속한다. 또한 겸손함이나 인내심, 참을성 그리고 4대 덕목도 이에 포함된다.

 

이 모든 덕목은 한결같이 개인의 욕구를 절제하고 뒤로 미루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는 비겁함이 당당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자기가 속한 국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이 때문에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은 바로 그 진실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도덕적 개인주의와 윤리적 이기주의밖에 없다.

 

이런 도덕적 태도는 개인은 모두 삶과 생존을 원하며 그것을 누릴 권리가 확실함을 기본 전제로 한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중요함을 자각할 권리가 있다. 윤리적 이기주의자는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며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히틀러 같은 괴물도 나름의 설계도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그런 지독한 일을 겪고도 우리가 다시 그들이 고개를 들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우리가 윤리적 이기주의자가 되어 이들과 우리 사이에 분명한 거리를 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시작부터 이 부분을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이미 늦어버릴 수고 있음을 직시하자. 항상 시작을 조심해야 한다.

 

1938년과 1939년에 수백만의 겁쟁이가 ‘하일 히틀러’라고 외치며 군에 입대하는 대신에 ‘우리는 제외해주시오!’라고 부르짖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물론 실제의 역사는 이와 정반대로 흘러갔고 그 결과 6천여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겁함은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이 재앙에 내몰리는 것을 막아주므로 하나의 미덕이 될 수 있다.

 

러셀은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재앙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자연재앙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고통을 가하는데서 오는 재앙이다.

 

자연재앙에 대해서라면 그것이 우리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인간안전하게 대피하는 것 외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끼치는 고통과 재앙은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이 우선 자신의 삶에만 관심을 가져야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위험한 모험에 뛰어들지 않아야 하며 다른 이에게도 모험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인류란 추상적인 범주에 속한다. ‘세계적 화합’이니 ‘통일성’이니 하는 말은 사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념을 퍼트리는 이들의 망상일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정치가나 경제 전문가가 사막의 부시맨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 사는 야채장수의 슬픔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말할 수 없는 오만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거의 60억에 이르는 지구의 인간 중에 똑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진화론자는 알고 있다. 물론 모든 이에게 하나의 공통된 바람이 있다. 바로 가능한 한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바람을 충족시키는 데는 영웅보다 겁쟁이가 훨씬 더 유리하다.

 

미덕이란 지속적인 실천이 모여 구축된 삶의 태도이다. 그러므로 비겁함을 실천하고 그것을 미덕의 자리에 옮겨놓음으로써 우리 모두 스스로 더 길고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자.

 

도덕적 개인주의자는 누군가 용기를 찬양하는 말을 쏟아 놓으면 먼저 그를 의심한다. <거짓말을 예찬함>이라는 저자 볼커 소머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도덕주의자의 심리 속에도 속임수와 자기기만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면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이다.”

 

비겁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용기를 요구하고 도덕적으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4대 덕목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존경을 억지로 얻을 수는 없다.

 

우리도 그들의 영혼 속에는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겁쟁이가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편 긍정적인 측면의 거짓말이 진화론의 관점에서 지지를 받고 있음이 분명하지만(소머의 작품 뿐 아니라) 비겁함의 경우는 아직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윈의 자연선택론과 적자생존의 비밀 - ‘겁쟁이가 세계를 지배한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이덕임님 옮김, 이가서출판> * 프란츠 M. 부케티츠 : 빈대학교의 생명과학 전임교수이며 여러 대학교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콘라드로렌츠 진화 ∙ ․인지과학 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고 있다. <사회 생물학 논쟁>, <자연의 재앙, 인간>, <진화는 진화한다>,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등 수십권의 도서를 집필했다.

 

    -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도덕적,윤리적 개인주의자로서 행복한 삶을 사시길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간절곶 일출
간절곶 앞 바다!
진하해수욕장 명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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