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가진 조건이란 유리한 것이 별로 없다. 둘러보면 우울한 일, 슬픈 일이 더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면 전부 나쁜 조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지만, 그래도 소일을 할 구석은 어디엔가 있다. 지금까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숨어 있다.
지금의 ‘나’는 지난 과거의 결과물이다. 누구에게나 과거에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있게 마련이다. 이게 바로 숨어 있는 재간이다.
만약 재간을 못 찾겠다면, 그것은 쌓아 온 결과물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든 적든 내 삶의 결과물은 참 소중한 것이다.
일생을 투자해서 일군 결과를 자신이 과소평가한다면 남들도 그 가치를 소중하게 보지 않을 게 분명하다. 둘째, 서두르지 말고 ‘야금야금’ 실천해 보라. 숨어 있는 재간을 찾았다면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알았다고만 하고, 실천이 없다면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세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초조해하지 말라. 마음만 급할 뿐 몸이 따라 주지 못한다. 그러니 조급함은 내려놓고 과정을 즐겨 보자. 즐겁지 않은 것이 없을 거다.
나이가 들면 결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젊어서 처절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왔다면 그 가치를 보상받아야 한다. 그 보상이 다름아닌 ‘야금야금’ 하는 ‘과정의 즐거움’이다.
셋째, 내가 거둔 곡식을 남과 비교하지 말라. 밀레의 <만종>은 일과를 끝낸 농부 부부가 경건하게 감사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이야말로 노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곡식이 풍족하든 모자라든 내 노고의 결과로 받아들이면서 기도하는 모습.
나이가 들면 지나온 삶을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노년기의 평온과 만족감은 과거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일을 꼽으라면 단연 책임과 의무로 부터의 해방이다. 우리는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가. 먹고 살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앞만 보며 허겁지겁 달려오지 않았던가.
결과와 속도만 강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느라 나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나이 들어 찾아오는 우울감의 원인 중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진정 자유로운 자신을 꿈꿔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나답게 살 때 가장 빛나는 나의 존재감이 있다.
하루를 살아도 내 인생이다.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노년기이고,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때부터 준비하면 더욱 좋다.
우리 생에는 과거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이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여기에서 빛나는 행복을 찾아 설계해 보길 바란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근후교수 지음, 메이븐출판> * 이근우 교수 :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중학교 때 6.25 전쟁을 겪었다. 고교 때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단칸방을 전전했고, 대학 때 4.19와 5.16반대 시위로 감옥 생활로 취직이 어려웠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을 가르쳤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비롯해 40년간 모두 20여 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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