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5월 나폴레옹은 대군을 이끌고 다시 러시아를 침략했다. 프랑스군이 러시아 국경을 침공한 그 날 알렉산드르 황제는 시종무관이 개최한 화려한 무도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프랑스군의 침공사실을 안 황제는 나폴레옹에게 친서를 보내 회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황제의 제안을 거절했다. 러시아는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놓여있었다.
모스크바 근처까지 침입한 나폴레옹은 러시아 귀족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러나 귀족들은 물론 주민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텅 빈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간 프랑스 군대는 빈집을 닥치는 대로 털었다. 피난을 가지 않고 빈집에 숨어있던 피에르는 농민으로 가장해 나폴레옹을 저격할 결심을 하고, 권총과 단검을 조끼 속에 넣고 시내에 남았다. 하지만 피에르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중략)
볼콘스키 공작 집을 나온 나타샤는 아버지와 함께 오페라 구경을 갔다. 그녀는 오페라를 구경하다가 군복을 입은 당당한 모습의 아나톨리를 봤다. 무도회에서 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멋있게 보인 적은 없었다. 아나톨리는 나타샤의 옆자리까지 찾아와 그녀에게 알은 체 했고, 오페라가 끝난 뒤에는 나타샤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줬다.
그날 밤 외로움을 느낀 나타샤는 안드레이와 아나톨리의 모습을 번갈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얼마 후 나타샤는 엘렌의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초대받아 소냐와 함께 참석했다. 그 파티에서 나타샤는 아나톨리와 춤을 췄고, 돌아오면서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벅찼다.
아나톨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타샤에게 유혹의 편지를 보냈다. 마침내 나타샤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상류층 사교계의 탕아인 아나톨리의 유혹에 끌려 함께 도망가기로 했다.
사랑의 도피에 실패한 나타샤는 피에르를 통해 아나톨리는 이미 결혼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람둥이 유부남인 아나톨리의 정체를 알게된 나타샤는 절망해 자살하려 했으나 피에르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린다. 피에르는 안드레이를 사랑하던 나타샤가 경박한 아나톨리에게 끌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타샤 역시 자신의 과오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가 삶의 진실을 깨달으며 점차 거듭나기 시작했다.
1805년 10월,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에서 안드레이는 머리에 총을 맞고 군기를 꼭 껴안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그 옆을 지나던 나폴레옹을 보게 됐다.
머리는 타는 것만 같았고, 온 몸의 피가 흘러 나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에게는 다만 자기 위로 드높이 있는 영원한 하늘만이 보였다. 그는 이 사람이 나폴레옹 -- 그가 동경하는 영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은 그 나폴레옹도 흰 구름이 떠 있는 높은 무한한 하늘과 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조그마하고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됐다.
나폴레옹은 신음하는 부상자 안드레이의 모습을 보고 의무대로 후송하라고 명령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안드레이는 수많은 부상자들과 함께 프랑스 야전병원으로 사용하던 농가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그가 전사했다고 판단하고 그의 집으로 전사 통지를 보냈다. 안드레이의 가족은 슬픔에 잠겨있었는데, 프랑스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안드레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임신 중이던 아내 리자는 만남의 즐거움을 같이 할 겨를도 없이 아들을 낳고 산후병으로 죽고 말았다.
전쟁에 나간 *안드레이는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내 리자는 아들을 낳고 죽는다. 안드레이는 우연히 로스토프 백작 집을 방문했다가 생명력 넘치는 아가씨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그 해 겨울 무도회에서 재회한 그들은 서로 사랑을 느끼고 약혼을 했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결혼을 미루고, 안드레이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사이 **나타샤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유부남 쿠라긴의 유혹에 넘어가 도망갈 계획까지 했다. 이 염문으로 안드레이와는 파혼한다. 1812년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안드레이는 보로지노 전투에서 중상을 당한다. 나타샤는 부상당한 안드레이를 발견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간호하지만 그는 죽고 만다. ***피에르의 아내 엘렌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부정한 행위를 계속하다가 낙태약을 잘못 먹고 죽는다.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마침내 끝나고, 나타샤와 피에르는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피에르와 결혼한 나타샤는 소녀 시절의 시적이고 매력적인 아름다움 대신 튼튼하고 풍요로운 여성으로 변했다. 피에르는 마침내 나타샤에게 가장 이상적인 아내상을 찾아냈고, 기꺼운 마음으로 아내의 말을 따랐다. 나타샤는 네 아이의 현명한 어머니요, 사교계에 나서기보다 가족만을 위해 살려는 훌륭한 아내였다. 친척들과의 교제를 사교계보다도 더 귀중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행복이란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타샤가 온통 마음을 쏟아버린 것은 가족이었다. 즉, 자기와 집에다 단단히 묶어 놓아야할 남편과 배고 낳고 기르고, 그리고 가르치지 않으면 안될 아이들이었다.
니콜라이 부부 역시 바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들에게 삶이란 그렇게 슬픈 것도 허무한 것도 아니다.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는 것을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보여줬다. 두 가족은 삶에 만족하며 살아갔다. 이것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소설의 원래 표제가 갖는 함축적 의미였던 것이다.
☞『전쟁과 평화』라는 소설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심오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에 인간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삽입해 다양한 인간의 운명을 다뤘다.
* 안드레이 공작은 태어나면서부터 명예욕과 세속적인 욕망이 강한 에고이스트이다.
**나타샤에게는 언제나 강한 생명력이 고동친다. 그녀는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굳건히 일어설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 나타샤의 인생에서 우리는 러시아 여성의 일생을 엿볼 수 있다.
*** 피에르는 이성보다 오히려 감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비합리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신분에 구속받지 않는다. 그는 사교계의 삶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민간인 신분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역사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두 역사적 인물 나폴레옹과 러시아 총사련관 쿠투조프를 대비시킨다. 작가는 역사상의 영웅이란 명성과 명예의 공허한 꼭두각시일 뿐이고 거짓 욕망과 목적에 지배되는 가련한 불구자로 봤다.
수백만의 인간이 서로 싸우고 수십만의 인간이 죽게 되는 것이 어느 한 인간의 의지로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역사상의 대사건은 모두 한결 같이 포착하기 어려운 어떤 힘에 의해 지배된다. 이를 섭리라고 말하는 자도 있고, 역사의 법칙이라 말하기도 한다.
<“전쟁과 평화” 일부 요약 발췌, 톨스토이 >
<구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