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생쥐 이야기
자기밖에 모르는 종족 특유의 이기적 성향을 가진 사자 한 마리가 사냥꾼들한테 잡혀서 굵은 밧줄로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성난 사자의 포효를 듣고서 생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왔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 생쥐는 왜소한 자기 몸집도 잠시 잊고 동정심을 듬뿍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상한 데는 없으신지요? 뭐 좀 도움이 될 일이라도?”
사자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가, 인마! 딴 데 가서 알아보든지 말든지 해! 제길, 가뜩이나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나무 조각이나 갉작거리는 너처럼 조그만 녀석하고 시시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겠냐!” 사자의 무례한 말씨에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고 생쥐가 끈덕지게 물었다. “문제가 뭔데요? 전 그냥 남들을 돕는 일이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요.”
사자가 성이 나서 씨근거렸다. “자, 봐. 지금 난 여기 이렇게 꼼짝없이 묶여서 동물원에 끌려갈 때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거기 가서 여생을 우리 안에 갇힌 몸으로 보내게 될 거란 말이야. 인마, 나 같은 천하장사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데 너 같은 녀석이 날 도와준다니 내가 얼마나 가소롭겠냐?”
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쥐가 따뜻한 어투로 말했다. “아하, 그 정도라면 걱정 마세요. 금방 밧줄을 갉아서 끊어드릴 테니 두고만 보세요.” 앞니까지 두세 개씩 상해가면서 한참을 고생한 끝에, 생쥐는 마침내 튼튼한 밧줄 하나를 다 끊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사자는 남아 있는 밧줄을 풀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사자는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었다. “오, 이보게 친구! 자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어. 평생 그 은혜는 잊지 않겠네. 자, 같이 가세. 평생토록 편안히 살게 해줄 테니.” “아 뭘 또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별 것도 아닌데요.” 상당히 우아한 척하는 생쥐의 말이었다. 그래도 사자는 간절히 부탁했다. “정히 그러면 우리 식구들이라도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게나.”
생쥐가 좋다고 하자 사자는 가장 폭신폭신한 갈기를 골라 생쥐를 앉히고서 숲 속으로 달려갔다. 사자 가족들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장이 다시 돌아온 걸 보고 뛸 듯이 기뻐했다. 서둘러 생쥐를 주빈으로 모시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아뿔싸! 그런데 사단은 엉뚱하게도 이상한 데서 일어났다. 발효한 코코넛 주스를 홀짝거린 게 화근이었다. 기분이 알딸딸해진 생쥐가 이 손님 저 손님 붙들고 막 떠벌리고 다녔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저 좀 보세요. 선생도 저 얼간이 꼴을 봤더라면 아마 가관이었을 겁니다. 저 바보가 글쎄 힘만 셌지, 밧줄에 묶이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풀어줬지요. 그러니까 완전히 죽을 목숨 하나 살려줬다 이거죠.” 이 말을 들은 사자는 미처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그 무시무시한 발을 들어 은인을 내려쳤다. 호떡보다도 더 납작해진 불쌍한 생쥐의 시체는 벌판에 던져져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뜻밖의 이솝우화"에서 일부 요약 발췌, 트이로프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 Short Summary
톡톡 튀는 역설과 콕콕 찌르는 독설로 읽는 우리 시대, 제3의 이솝우화! 1961년 당시 미국에서 명망 있는 정신분석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트이로프 박사에 의해 새로 쓰여진 이솝우화이다.